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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스위스의 한국인 살인미수 사건

1999.8.30.월요일
딴지 스위스 특파원 박영길


멀리 스위스에서 이런 일을 알리는 일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 할 사건 같기에 이렇게 딴지독자제위께 보고 드립니다. 

 

스위스는 아시다시피 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반도의 절반 크기도 안되는 이 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물론 수많은 한국관광객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유럽을 찾는 대부분의 한국인여행자들이 스위스를 거의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데 단체 여행으로부터 베낭 여행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다보면 그중에는 꼭 조국,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사람들이 꼭 끼어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이 곳을 다녀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보여준 추태를 다 말하기는 본기자 스스로가 너무 낯붉어져 입에 올리지를 못 하겠습니다.

 

그러나... 스위스의 건국기념일인 지난 8월 1일 밤에 있었던, 한국사람에 벌어진 이 사건은 낯 붉어짐과 쪽팔림을 무릅쓰고라도 우리 모두가 꼭 알아둬야 하는 사건이라 믿기에 딴지독자제위께 이렇게 보고합니다.

 

유럽을 여행해 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스위스의 Jungfrau라는 산은 상당히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그 산밑의 Lauterbrunnen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보통 융프라우를 오르는 기차를 갈아타는 곳인데... 그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캠핑장이 있습니다.

 

바로 그 곳에서 술취한 두 명의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이 스위스 건국기념일인 8월1일에 스위스인 두 명을 칼로 찔렀고 그 두 명은 현재 병원에 입원중이고 생명이 위독한 중태입니다.

 

스위스 전국의 모든 신문에 난 기사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8월1일 이날은 스위스 곳곳에서 건국기념일을 맞이하여 불꽃놀이들을 하고 파티를 즐깁니다.

 

그래도 밤이 되면 자야겠죠? 특히 캠핑장은 여러사람이 고요한 자연을 벗하는 곳이기에 밤이 되면 주변에 방해 안되게 조용히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겁니다.

 

그런데 그날밤 이 캠핑장의 주인인 Heinz von Allmen씨(63세)는 한밤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들었습니다.

 

캠핑장 주인으로서 다른 숙박객들을 위해서 밖에 나가봤겠죠? 거기서 그는 스위스 여행객이 타고 온 자동차에 기대어 있는 두 명의 동양 젊은이들을 발견합니다.

 

한국은 어떨지 모르지만 서양넘들에게 자기차에 기대어 소리를 지르는 건 용납되기 힘들죠. 그래서 차에서 떨어지고 조용히 하고 가서 자라고 말을 했답니다. 그 두 명의 동양 젊은이들이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말로 그렇게 말한 건 틀림없이 아닐테니까요.

 

그러자 대뜸 그 두명의 젊은이들이 주먹을 휘두르며 다가 왔답니다. 그때 이 63세의 캠핑장 주인은 이들이 술에 취해 있는 걸 알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청하려 뒤돌아 달렸겠죠.

 

이 술 취한 두 젊은이는 쫓아 왔구요. 그리곤 도움을 청하자 제일 먼저 그의 아들 Henry(28세)와 처남 Christian(61세)가 달려 나왔고 이 술취한 젊은이들은 들고 있던 칼로 달려나오던 이 두 사람을 마구 찔렀답니다.

 

투숙객 중에 영국인 해병대원이 있었고 그의 활약으로, 여기 표현대로라면, 광적인 살인병 환자들의 칼을 떨구었고 곧이어 경찰과 엠블런스가 왔다고 합니다.

 

결국 부상당한 두 명은 병원으로 급송 되었는데 심장 근처에 상처가 나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랍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익지 않은 이름이어선지 이 두명의 한국 젊은이들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습니다만 스위스의 모든 신문과 텔레비젼 뉴스에는 두 명의 <피에 굶주린 살인마 한국인>들이 스위스 건국기념일에 스위스인의 생명을 위독하게 했다고 떠들어 댔습니다.

 

이런 말을 덧붙일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이 스위스라는 나라가 인구도 적고 그래서인지 살인사건 같은 것은 아주 드물게 발생합니다. 제가 스위스에 산 5년여의 세월동안 살인사건을 접한 건 스위스 전체로 따져 몇 건 되질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접하는 스위스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이 사건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외국인 여행자가 술 취해서 주먹다짐한 것도 아니고 아예 칼로 찔러서 사람을 위독하게 만든 사건은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한국관광객들을 많이 접한 스위스인들 사이에 알려진대로 성질 급하고 남 믿지 못하고 난폭한 한국인의 모습이 이번 사건으로 아주 결정타를 먹었습니다.

 

이 사건은 스위스 전국의 메스컴에 보도가 된 아주 큰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유럽은 여러나라들이 붙어 있는 관계로 유럽각국의 방송은 거의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나마 스위스 방송이 그렇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기에 다른 유럽국가 사람들이 많이 보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조금은 다행(?)스러운 일일까요.. 워낙에 큰 사건이었기에 혹시나 하고 인터넷의 한국신문들에 보도된 것이 있는지를 찾아 봤습니다만 찾을 수가 없더군요. 국내 어디에도 보도가 되지 않은 것 같더군요.

 

저 역시 남의 나라에 살면서 이곳 사람들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는 않습니다. 어떤 때는 정말 다 줘패주고 싶을 정도로 미운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건 절대 아닙니다. 그 두 명에 의하여 거의 모든 스위스인들에게 각인된  한국인의 이미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본기자가 한국 단체,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가장 많이 오는 곳 중 하나라는 스위스에서 살면서 그동안 한국여행객들이 여행와서 보여준 추태들 중 보고 들은 것을 다 말씀드리자면 정말이지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번 살인미수 사건은 그 결정판인 것 같습니다.

 

한국인으로 스위스에 살면서 스위스인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한국인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괴롭습니다.

 

고국에 계신 여러분, 해외여행하는 자체가 자랑꺼리가 되는 시절이 지난 것도 이제 한참되지 않았습니까. 성숙한 여행문화가 길러질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해외여행을 와서 약간은 풀린 기분이 되고, 또 들뜬 기분이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정도와 경우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지인들의 룰을 무시한 체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결코 호연지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론 그동안 수많은 한국분들이 스위스에 다녀가시며 가장 많이 외친 단어가 "빨리 빨리" 였습니다. 식당에서 밥이 조금만 늦게 나와도 빨리 빨리... 물건 사면서 계산이 좀 늦어져도 빨리빨리... 이곳에서 여행객을 상대하는 일을 하는 스위스인들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바로 <빨리 빨리>입니다.

 

아마 스위스 아닌 다른 나라에 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국에 계신 딴지독자 여러분, 여러분의 행동 하나 하나가 바로 한국의 이미지 그 자체를 만들어 냅니다. 일본도 여행붐이 일기 시작한 70년대 초반에는 촌스럽고 시끄럽고 사고뭉치의 단체관광객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 관광객들은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묵고 나간 호텔방은 아예 사람이 묵지 않는 것처럼 깔끔하게 스스로들 정리하고 나가고, 현지의 룰을 최대한 지켜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광복절날 종로에서 고성방가하는 외국인을 육순 노인이 뭐라고 했다고 그 노인을 칼로 찌른 스위스인이 있다면 어떤 기분이겠습니까.

 

여러분, 외국에 여행가실 때는 이 사건을 꼭 기억해 주십시요...

 

 

 

제가 한글 맞춤법은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꾸벅.

 

 

- 딴지 스위스 특파원 박 영길 ( p.park@mail.tic.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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