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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불법피라미드가 뭔지 갈켜주마!

1999.8.30.월요일
딴지 엽기 경제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상법이 유행하고 있다. 다름아니라 불법 피라미드와 다단계 판매, 그리고 네트웍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기법의 유통방식들이다.

 

어느날 가까운 친구나 친지로부터 전화가 오거나, 혹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창녀석이 찾아온다. 그넘 왈,

 

" 자본금없이도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있는데, 한 번 알아보지 않으련? " 한다. 귀가 솔깃해진다. "그게 먼데?" 하면, " 나랑 잠시 가서 설명을 들어보면 알아! " 하며 낯선 사무실로 소매를 잡아끌고...

 

종종 TV나 신문 매체에 불법 피라미드 상술에 속은 주부와 대학생 등이 겪은 피해와 험악한 체험이 보도되곤 한다.

 
 

" 건장한 어깨들이 감시하는 가운데 2박 3일 동안 감금된 채로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이윽고 금방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친구와 친척들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결국 돈만 날리고 인간관계가 절딴났다... "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줄 안다. 경험해본 분들도 있을끼다. IMF 이후 쪼그라든 월급봉투에 기대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만드는 이런 일들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딴지가 아이다. 이런 거 기냥 놔두면 명랑사회 이거 조때버린다.

 

지난 호에서 <좃선, 다단계 나서다>란 기사로 인터넷 피라미드에 대해 까발렸음을 잘 알고 계실거다. 이번엔 <불법 피라미드와 다단계, 혹은 네트웍 마케팅이 뭔지 갈켜주마!> 시리즈 제1탄으로 불법 금융 피라미드의 원조에 대해 알려드리겠다. 잘 보시라. 그럼 간다.

 
 

 불법 피라미드란?

 

불법 피라미드? 불법적으로 건축된 이집트 왕들의 무덤? 일케 생각하는 넘뇬들이 있다믄 당장 스스로의 무식을 자아비판하고 주변에 있는 지인들에게 자신의 조디와 마빡을 제발 단 한번이라도 구타해달라고 부탁들 하시라.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자본주의가 경쟁상대없이 무한궤도를 달리는 20세기말에 그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가장 엽기적인 유통시스템 중 하나인 불법 피라미드시스템을 이해하지 몬하믄 사기 당하기 딱이다.

 

자 함 보자. 뭐가 뭔지.

 

원래 피라미드는 역학상 가장 안정적인 구조체다. 그래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조, 유통시키는 이 세상의 모든 조직은 모두 기본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커지는 피라미드 구조를 하고 있다. 정부, 기업, 학교 등 모두가 이런 형태다. 그러니 피라미드 구조 자체에는 시비걸지들 마시라.

 

문제는 불법 피라미드인데, 꼭대기에 있는 몇몇 넘들만이 이득을 보고 밑바닥에 있는 대부분의 잉간들은 손해를 보는 방식. 요게 문제다.

 

불법과 합법의 기준은 뭐냐?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이렇다. 가치가 밑에서 위로만 흐르고, 위에서 아래로는 흐르지 않으면 그건 불법 피라미드다. 뭔 말인지 잘 모르시겠다고?

 

비상연락망을 떠올려 보시기 바란다. 내가 먼저 몇 명에게 전하고 그 사람 각각이 다른 몇 명에게 전하고, 또 그 하위 전달자가 또 다른 하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기하급수적 확산이 이루어지는데, 불법 피라미드는 이 원리를 이용,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일확천금의 심리를 파고든다.

 

흔히들 적은 자본금을 가지고도 쉽고 빠르게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며 접근하여 품질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 물건을 사라고 하고, 다음 단계로 자기처럼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라고 한다.( 제품없이 돈만 가지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건 금융피라미드다. )

 

그러한 일을 몇 사람에게 하고 또 그 사람들이 똑같이 몇 차례 반복하면 결국 큰 돈을 거머쥐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결론부터 말해, 이거 사기다. 그 창시자를 통해 그 속알맹이를 확 디벼 들여다 보자.

 

 불법 금융 피라미드의 원조

 

지금으로부터 70여 년전, 카를로 찰스 폰지라는 이탈리아 이민자가 개발한 노름이 있었다. 폰지 노름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노름이지만 처음엔 훌륭한 금융기법으로 각광 받았었다.

 

폰지는 캐나다에서 부도수표를 발행하여 감옥에서 썩다가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미국에 오자마자 불법 이주자를 밀입국시키려 했다가 미국 형무소 신세를 또 진 넘이었다. 뭐 그런 넘이었는데, 이 넘이 미국으로 왔을 때, 그 즈음 세계 각국의 우체국은 국제회신쿠폰이란 것을 발행하고 있었다.

 

1906년 미국을 비롯한 60개국이 로마에서 모여 국제우편회의를 통해 만들어 낸 시스템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우편 시스템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인데, 국제회신쿠폰을 사서 다른 나라의 누군가에게 우편으로 보내게 되면 그 우편물을 받은 사람이 회신을 하기 위해 따로 우표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쿠폰으로 그 나라 우표를 사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 우편물을 보낼 때, 그 우편물을 받고 그에 답장을 해야 하는 사람의 우표값을, 최초 우편물을 발송하는 사람이 미리 지불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국제회신쿠폰으로 우표를 살때 적용되는 국가간 환율이 일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세계대전으로 국제환율체계가 흔들리자 여기서 헛점이 생긴다. 그러니까 인플레율이 높은 나라의 우표 쿠폰을 사서 인플레율이 낮은 나라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이다. 누가? 폰지가. 쉽게 말해 여기서 싸게 사서, 저기서 비싸게 팔자는 것.

 

그의 피라미드 사기행각은 여기서부터 시작댔다. 기법은 이렇다.

 

자기는 국제회신쿠폰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한다음, 투자자로 하여금 액면가 150달러짜리 어음을 100달러에 사라고 한다. 90일이 지나면 투자자는 이 어음을 현금 150달러로 바꿀 수 있다. 은앵이자가 규제되어 있어 4% 이자 밖에 못 받았던 당시에 폰지의 약속어음은 고수익 금융상품인 셈이었다.

 

처음에 투자자들은 믿기지가 않아 10달러나 20달러만 투자하였으나 이윽고 50%의 이자를 몇 번 받아 재미를 보자 점점 마음이 놓여 나중에는 수천 달러씩 투자하게 되었다. 폰지는 투자자들의 구미를 돋구기 위해 현금 찾는 시간을 45일로 줄였다.

 

빙고! 대성공이었다.

 

얼마 안 가 폰지 제국은 엄청나게 팽창했다. 매일 100만 달러라는 돈이 그의 회사로 흘러들었다. 처음에 그에게 투자한 사람들도 돈을 벌었고, 소문이 퍼지자 폰지는 점점 더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 폰지는 금융계의 귀재라고 소문이 퍼졌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된다. 지방 은행을 소유하게 되었고 호화 주택가에 저택을 장만하였으며 위대한 폰지라는 이름으로 두루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딱 한가지 있었다.

 

그게 뭐냐... 폰지는 실제로는 국제회신쿠폰에 투자하지 않았다. 오로지 하위 투자가입자의 돈으로 상위 투자자에게 빚진 돈을 갚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투자하는 사람들이 보낸 돈을 가지고 내일 만기가 되는 상위투자자들에게 약속된 돈을 갚아 나갔던 거다.

 

좀더 설명하자믄 오늘 100달러 투자하고 한달 보름있다가 150달러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달 보름 있다가 투자하는 사람들의 돈을 모아 한달 보름 전 투자자들에게 150달러를 주고.. 또 이걸 반복하고.. 뭐  처음에는 이게 회전목마식으로 잘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폰지 자신은 정작 이 쿠폰을 단 100달러어치도 구입하지 않았다지만.

 

그런데, 1920년 어느 날 이 회전목마는 완전히 멈추어 버렸다.

 

신문에 나는 비난 기사를 처리하도록 채용한 한 홍보 담당 직원이 폰지가 개발한 금융기계의 실상을 알게 되었고, 이것을 외부에 폭로해버린거다. 단 한 방에 산통이 다 깨졌다.

 

폰지는 우편물을 이용한 사기죄로 유죄 선고를 받아 9년 형을 받았다. 그 후 보석으로 풀려나와 플로리다에 가서 늪지대를 팔아 넘기는 부동산 사기를 치다가 체포되어 또다시 형무소 신세가 되었고. 그러다가 결국 이탈리아로 추방되었고, 1947년 무일푼의 거지로 혼자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폰지 피라미드 방식은 돈이 계속해서 들어오면 계속해서 이어져 갈 수 있다. 투자가들도 때가 되면 돈을 받아 누구나 만족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돈이 들어오길 멈추거나, 들어올 돈의 액수가 먼저 투자해서 돌려주어야 할 돈의 액수보다 줄어들기 시작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박살 나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투자자도 돈도 무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 얼마동안 본전과 이익을 챙긴 사람이 떠난 후, 나중에 투자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을 그 뒤에 투자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수에는 당근 한계가 있기에 결국 망하는 것이다.

 

폰지가 한 짓은 어제 받은 청구서를 지불하기 위해, 내일까지 도착할지 않을지도 모를 돈에 근거하여, 모래까지는 현금화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오늘 수표를 끊어주는 식으로 돈놀이를 한 것이다.

 

이게 바로 대표적인 금융피라미드의 원조, 폰지 피라미드의 전모다.

 

 마무리

 

미국에서 시작된 이런 사기극은 자본주의를 잘 모르는 사회주의국가에 수출되기도 했었다. 지난 93년 루마니아에서는 400만명한테서 10억 달러를 털어낸 금융사기사건이 발생했고, 94년에 러시아에서는 엠엠엠(MMM)이라는 피라미드식 투자회사가 파산하면서 1천만 명의 피해자가 생겨났다.

 

같은 해 중국에서도 선타이푸라는 사람이 북경기전 과기산업공사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려놓고 연 24%의 고금리를 미끼로 일반시민 40만 명에게 10억 위안의 돈을 긁어모았다가 파산한 사건이 벌어졌었다. 자본주의에 어리숙한 이들 모두 불법 금융 피라미드의 피해국이 된 것이다.

머리회전이 빠른 분들은 이쯤 읽고나면 우리 나라에도 이런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사업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정부가 버젓이 운용하는... 그게 뭐냐구여? 정답은 바로 국민연금. 

 

오잉 ?  아니 국민연금이?  그렇다. 하위 가입자가 낸 돈을 상위 가입자인 노인들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 기본 골격은 회전목마식 피라미드 구조와 똑 같다. 연금관리공단이 폰지의 방식과 차이가 있다면 폰지가 국제회신쿠폰으로 이윤을 발생시킨다고 사기를 친 반면, 연금관리공단은 실제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사업에 돈을 투자한다는 데 있다. 물론 정말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두고봐야하고 국민들이 감시해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불법 피라미드 = 다단계라고 생각한다. 이거 무식. 나아가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말을 들으면 속으로 오잉? 그게 뭐지? 하면서 걍 "그놈이 그놈이고, 그게 그거여." 한다. 

 

하지만 이거 다 무식과 깡다구다. 이것들은 무늬가 비슷해 보여도 명백히 다른 넘들이기 때문이다. 속 알맹이가 뭔지, 그라고 차이를 현명하게 구별하는 요령을 독자 너거뜰에게 알켜주겠다.

 

본 기자 말하건대, 이런 정보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거 아이다. 그럼 다음에는 다단계,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게 뭔지 알려주겠다. 기대들 해주시라.

투 비 컨티뉴우드.

 

 

 

 

- 사회부 불법 피라미드 폭파해체 및 마케팅 컨셉해부 팀장(djjang@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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