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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한다]를 이제는 말한다(2) 

 


 밀레니엄 시대의 새로운 축제로서의 방학 연대



" 언젠가는 우리가 꾸었던 소박한 꿈이 당연한 현실로 구체화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개혁실천팀이 팀 해체를 선언하며 마지막 남긴 말이다. 그리고 만 1년이 지났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모든 생명체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존재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서 비록 잠깐이나마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정리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이처럼 엔트로피 법칙을 따라 무질서하게 흐르는 시간의 계기 속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말하자면, 우발적으로 발생한 질료 (사건)에 형상(의미)을 부여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네 인생이란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기억이란 물고기를 건져올리는 어부와 같은 존재다. 하루종일 수고하고도 하나도 건지지 못해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오는 귀로에서 예수님으로부터 "더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보지 그러니"하고 책망받던 베드로처럼.

그런데 기념이란 이처럼 과거에 있었던 사건의 의미를 오늘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롭게 조명해 우리 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개혁실천팀의 해체 1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는 <이제는 말한다>의 불방과 개혁실천팀의 해체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개혁실천팀이 해체될 당시, 어떻게 해서든지 팀이 살아서 KBS를 희망 있는 직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던 동료들의 질타처럼, `차라리 그때 사측과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라도 밀어붙였어야 하는 건데, 라고 한탄하며 포장마차를 찾는 것으로 자위해야 할까? 아니면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게 나겠어?라는 식의 냉소를 보내며 다시 무거운 현실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야 할까?

우리는 보통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살아간다. 그런데 하이데거는 거꾸로 인간은 미래로부터 와서 과거를 기억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존재라고 한다. 아마도 하이데거의 이러한 명제는, 우리가 과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야말로 우리가 자신의 미래를 어디에 설정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말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지난 50년간 정치와 권력의 도구로 이용돼왔던 방송의 굴레로부터 탈주를 시도했던 개혁실천팀의 실패에 집착해 패배주의에 빠져들기 보다는(실제로 <이제는 말한다> 불방 이후 KBS에는 뿌리 깊은 냉소주의가 팽배해 있다. 개혁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컸던 만큼, 실패 후 찾아오는 좌절과 허무 역시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꿈꾸었던 "소박한 꿈이 당연한 현실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신나는 탈주를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가뜩이나 더워져가는 날씨에 짜증나는 일만 터지는 요즘, OB라거 CF의 박중훈 최종원 콤비처럼 짜증나는 사건과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뭔가 신나고 재미있는 시원한 축제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명랑 사회로의 도약을 위한.


 고대인들의 칼렌다의 배설 주기에 따른 카니발


고대 사회에서 공동체의 축제를 담당하던 사람들은 다름아닌 제사장이었다. 아직 모든 것이 미분화되어 있던 시절, 그런 까닭에 모든 것이 은유와 상징으로만 통용되던 고대인들에게 하늘은 신비로우면서도 때론 무섭기도 한 경외의 대상이었다. 특히나 쏟아질 듯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들의 운행은 고대인들에게 하늘의 계시와도 같았다. 하지만 하늘의 계시를 나타내는 별들의 운행은 좀처럼 인간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주지 않았다. 특히나 낮의 일상 생활에 지쳐 미처 밤의 별들을 감상할 여유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늘은 별들의 운행을 통한 자신의 계시를 따로 분리된 소수의 거룩한 무리에게만 드러내 주었다. 우리가 흔히 `병신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장애자들은 저주받은 사람과 동일시되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당시 사회로부터 오늘날 장애인이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차별과 박대를 받았다. 그래서 낮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의 사시어린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어스름한 밤이 되면, 사회로부터 거세당한 이들은 하나 둘 기어 나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자신들의 희망없이 암담하기만한 현실을 달래곤 하였다. 비록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낮은 동네 사람들의 세상이었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수 있는 밤만큼은 그들의 세상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별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별들도 그들에게만큼은 자신의 벌거벗은 나신과도 같은 신비로운 운행의 섭리를 드러내 주었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는 사람들과의 사귐을 상실당한 그들로서는 밤 하늘의 별 속에서나마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싶었고, 그런 가운데 매일 `반복되는 별들의 운행 속에서 어떠한 `차이를 발견해냈다고 하는 편이 더 정직한 표현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문화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칼렌다는 이처럼 사회로부터 거세당한 병신들(史)의 별을 헤아리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史의 고대 상형자를 살펴보면 사람이 제기를 받쳐든 형상을 하고 있다. 고대 동아시아에서 역사를 기록하던 사관들은 원래 이처럼 고대 제식을 주관하던 제사장이나 하늘의 운행을 살피던 무당(천문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처럼 변화로 가득찬 자연 현상 속에서 어떤 질서를 발견하고 그 질서를 인간 세계에 부여한 인류 최초의 선각자들은 다름아닌 사회로부터 거세당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저주받은 까닭에 일반 사회로부터 격리되었지만, 그런 까닭에 오히려 사회로부터 거룩하게 분리되어 사람의 일이 아닌 하늘의 일을 살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대 사회에서의 카니발, 다시 말해 개인과 사회에 내재된 폭력성을 정화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고안된 카니발은 이같은 칼렌다의 배설 주기에 따라 이루어져왔다. 고대 사회의 제사장들은 칼렌다의 배설 주기에 따른 카니발을 통해 공동체의 억눌려온 욕구를 분출시킴으로서 공동체의 불만을 제거하고 새로운 단합을 도모했던 것이다.

그런데 고대 사회에서의 칼렌다의 배설 주기에 따른 카니발은 오늘날 방송의 편성 시간표에 따른 프로그램으로 대치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사회의 칼렌다의 배설 주기에 따라 공동체의 축제를 주관하던 제사장은 오늘날 방송 편성 시간표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로 대치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고대 사회의 제사장들처럼,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억눌려온 욕구를 방송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분출시킴으로써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 바로 여기에 오늘날 방송 제작자의 사명이 있는 게 아닐까?


 밀레니엄 시대의 새로운 축제 - 방학 연대


다가오는 새천년을 맞이하는 오늘날, 지난 20세기까지 인류가 역사를 통해 경험했던 물리적 혁명/축제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남은 혁명이 있다면, 방송을 통해 오는 혁명이 있을 뿐. 방송과 지식인 연대에 의한 혁명. 그런 의미에서 이제 지식인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고 본다. 과거 방송을 가볍게 보던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방송을 이용하는 것. 80년대 `노학 연대를 넘어 밀레니엄을 맞아 새로운 `방학(放學) 연대로. 이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지식인의 구체적인 현실 참여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방학 연대를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를 억눌러왔던 대상들을, 과거 `혁명의 이름으로 자행되던 그 끔찍한 `피의 숙청이 아닌,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즐겁게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심판하는 즐거운 축제를 벌이는 것. (예컨대, 조선일보의 권언유착을 다룬 프로그램의 폭발적인 시청률로 발행 부수가 급감한 조선일보가, 또는 재벌의 비리와 선단 경영을 비판한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한 재벌들이 개혁 프로그램을 전후해 이미지 광고의 한 형태로서 사과 광고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하는 모습. 이것을 바라보는 것보다 유쾌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새천년을 맞아 우리가 벌어야 할 새로운 축제/혁명의 모습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처럼 즐거운 방학 연대의 축제에 쓰일 제물은 준비되어 있는가? 두말하면 잔소리. <이제는 말한다>의 아이템에서 드러났듯이, 우리 사회의 성역으로 여겨져온 대상이 바로 그 제물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방학 연대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는 밀레니엄 축제의 오프닝 세레모니를 장식할 첫 제물은? OK! 오직 이 날을 위해 그동안 단 한 번도 비판의 도마(제단) 위에 오르지 않고 `여호와 이레로 예비된 거룩하고 흠없는(?) 제물이 있다.

대중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일국의 대통령조차 공공연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리면서도, 정작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용납치 않고 신문 이상의 그 무엇이 되고자 애쓰는 조선일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제사장들은 일단 희생양을 잡으면, 그 희생 제물을 부위 별로 각을 떠 제단에 바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노암 촘스키가 말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사기업에서 나타나는 파시즘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조선일보의 행태를 철저히 해부한 프로그램을 방송함으로써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 운동을 벌여나가는 거다. 그래서 마침내 조선일보를 방학(?)시키고, 조선 일보에 기고하는 폴리페서와 거기에 기생하는 지식인들을 방학시키는 거다. 그리고 우리가 이처럼 신나게 방학 연대하는 사이, 그들로 하여금 방학 기간 동안 충분한 심신의 단련(?)을 통해 `울며 이를 갊이 있을 때까지 푹 쉬게(?) 하는 것. 이게 우리 사회의 방학 연대를 알리는 축제의 오프닝 세레모니이자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 운동 전략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단지 방학 연대의 시작을 알리는 제물에 지나지 않을 뿐, 우리의 축제를 더욱 즐겁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준비된 제물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예컨대 얼마전 고급옷 로비 의혹 사건과 병역 면제로 도마 위에 오른 우리 사회의 특권층, 진형구 공안 부장의 공기업 파업 유도 발언 파문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공안 검사, 여전히 선단식 경영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구조 조정을 뒤로 미루는 재벌, .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일주일 동안 일에 찌들렸다가 모처럼 온가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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