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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에 일어난 화재가 수십명의 아까운 어린 생명을 앗아가 버렸다. 어린 자식의 유골조차 수습하지 못한 부모들의 슬픔과 절망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소방차의 늦장출동,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업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냄비언론의 도마위에서 요리되고, 당국에선 대형사고때마다 으레 그랬듯이 부패한 몇몇 공무원과 책임자들을 수사, 구속하는 것으로 서서히 사건이 종결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형사고 때면 으레 밟아가는 수순 그대로였다. 이 사고가 당국의 관리소홀과 업자와 뇌물받은 공무원의 결탁이 빚어낸 사고였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관리가 철저한 시설은 얼마나 되며, 커다란 공사에 떡값 받지 않는 공무원은 얼마나 될까.. 이것이 인재였다면 우리 나라의 어떤 사고도 인재일 수 밖에 없는게 우리의 참담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들 유족들은 당국의 끼워맞추기식 수사와 언론의 작위적인 추측기사에 더욱 더 깊은 상처받고 있다. 이젠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점점 줄어들 것이고 이들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 외롭게 싸워 나가야 할 것이다..


딴지에서는 쌍둥이 두 딸을 잃은 장정심씨가 모든 네티즌들께 호소하는 글 3편을 전문 공개한다.


딴지독자들의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첫번째 알림글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사랑하는 두아이를 화재로 잃은 쌍둥이엄마 장정심입니다.


그동안 저는 경황이 없는 관계로 신문이나 방송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쌍둥이 사진이 나온 지난 신문들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객관적인 사실 몇가지로 이야기를 꾸며서 적어놓은 기사가 대부분이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아예 내가 직접 우리 쌍둥이와 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온라인상에 올리고, 또한 지금 우리 유가족들이 처해진 상황들을 연속해서 네티즌들에게 알림으로써 계속되는 추측기사와 오보들로 부터 저희 모두를 스스로 보호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희 가족이야기는 국민일보에 가장 사실에 가까운 기사가 나온것 같고, 조선일보는 여러가지로 엉터리 기사가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내딸 나현이가 재혁이엄마가 아파서 돌아가시고 안계시고, 아빠와 할머니랑 함께산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아빠가 가출했다는 기사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더군요.구성욱이라는 아이도 엄마가 안계신 아이입니다. 그아이는 아빠가 밥을 해 주고 형과 함께 산다더군요. 성욱이는 개구장이였던가 봅니다. 우리 쌍둥이가 성욱이엄마는 성욱이가 말을 안들어서 돌아가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모두 이제는 없습니다.


제 가족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와 제 남편은 전남대학교 화학과 과커플이었습니다. (이 기회에 분향소에 다녀갔다는 화학과 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92년에 결혼해서 93년 7월 3일에 쌍둥이를 낳았고, 그당시 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쌍둥이를 친정이모에게 맡기고 엄마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아기때부터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것이 이제는 정말 한이 됩니다. 94년말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했지만 저와 제 남편은 그동안 둘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관계로 아이들을 너무 버거워 했습니다.


제가 우리 쌍둥이를 남들처럼 애지중지 키웠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후회스럽지는 않을텐데...


우리부부는 쌍둥이만 키우기로 했습니다만, 어쩌다가 제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남편은 그냥 낳지 말자고 했지만,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차마 버릴수 없어서 낳은 아이가 지금 내가 이를 악물고 버티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막내는 지금 18개월째인데, 언제나 자기를 잘 돌보아 주던 언니들이 보이지 않자 무언가 자꾸만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인지 쌍둥이는 막내를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했습니다. 한달전쯤 롤러블레이드를 안전보호구와 함께 사주었을때 이제는 소원을 풀었다고 서로에게 말하며 활짝웃던 우리 쌍둥이!


아이들이 몇개월을 졸라대서 할수없이 사주었던 그 선물이 우리 쌍둥이에게 한동안 가장 큰 소원이었던가 봅니다. 우리 쌍둥이는 수영을 다니고 있었고, 학교에 가게 될 날을 손꼽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학교에는 가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지만...


나는 아이들을 소망유치원에 2년째 보내고 있었는데, 그 유치원은 상가건물 2층에 있는 환경이 그리 좋지않은 곳이었습니다. 엄마들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유치원에서 자꾸만 잡비를 요구하는데 소망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원장선생님은 자신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유치원을 운영한다고 이야기 해왔고, 실제로 내가 아는 많은 엄마들이 그렇게 알고 원장선생님을 보고 유치원에 보낸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중에 한사람이고, 원장선생님을 존경했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정직하지 못하고 무책임할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콘도로 캠프를 갔었고, 올해는 원장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컸기때문에 장소에 대해서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습니다. 어쨋든 이제 오후 2시15분에 어김없이 "엄마 다녀왔습니다!" 라고 외치며 유치원에서 돌아오던 내딸들은 이제 정말 내곁에 없습니다.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 !!


지금 저희 유가족들은 언론에 시달리고, 믿을수 없는 수사과정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차후에는 저희들의 어려움을 계속해서 국민여러분들에게 알리겠습니다. 앞으로 저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올바른 수사가 이루어질수 있도록 계속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언론은 이제 점점 조용해지고 있지만, 저희 유가족들의 어려움은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정말정말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많은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가현, 고나현 엄마 장정심 올림


 두번째 알림글


저는 요즘 날마다 청심환을 몇병씩 마셔가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그날 아침, 그러니까 6월30일 새벽 6시 15분이 막 지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남편은 그시간에 영어회화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남편이 나가자마자 시어머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캠프장에 불이 났다는 뉴스가 나온다며, 우리 아이들이 어디로 캠프를 갔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전 아무생각없이 TV를 켰고 씨랜드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숨이 멈추는것 같았습니다.


곧바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현이네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이현이 언니가 부모님은 병원에 가셨고, 이현이가 병원에서 깨어나서 전화번호를 말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만 엄마, 아빠가 오지않아서 울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재빨리 남편에게 핸드폰을 했지만 이미 수업이 시작된 시간이었습니다.


가깝게 사는 형부에게 전화를 해서 남편에게 연락해줄것을 부탁하고 다시 시누이에게 전화를 해서 막내 지윤이를 돌봐줄것을 부탁했습니다.


막 집에서 나오려는 순간 뉴스에 나오는 사망자 명단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믿을수 없었고, 곧바로 이현이 엄마에게 핸드폰을 해서 그 병원으로 달려 갔습니다. 내 아이들은 없었고 어렵게 찿아간 현장에는 앙상한 양철판들만 남아 그곳이 사람이 잠을자는 장소였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포기할수 없었던 나는 또다시 쌍둥이를 찿기위해 살아있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여관으로 갔습니다. 얼굴이며 옷이 지저분해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지만 거기에도 쌍둥이는 없었고, 시체라도 찾기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날 새벽 이현이 엄마가 가현,나현이의 소식을 묻자 전화를 걸어주었던 그사람은 아직 그집에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도대체 그새벽 몇시간동안 경찰서, 소방서, 그리고 화성군측에서는 무엇을 하느라고 부모들에게 알리지 못하게 했을까요?


엊그제 수사과정 브리핑을 하겠다며 화성경찰서 수사과장이 분향소에 왔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저는 멍하게 그사람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저는 분개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유족중 한사람이 "수사가 주로 구속되어있는 사람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것 같은데, 살아있는 아이들과 직접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느냐?" 라고 묻자 수사과장의 대답은 "그 아이들의 연락처를 알면 좀 가르쳐달라" 였습니다.


도대체 그사람은 수사를 제대로 하고있는건지, 이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있기는 한건지 정말 너무나도 기가 막혔습니다.


원장의 남편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사과장은 그 남편이 발바닥에 3도화상을 입었다고 했지만, 유족중 한사람이 "맨처음 도착했던 동수원남양병원에서는 경미한 화상으로 다음날 바로 퇴원했다고 하던데 3도 화상이란 진단은 어디서 받은것입니까?" 라고 묻자 "분당에 있는 병원입니다." 라고만 이야기했고, 그 병원의 연락처를 다시묻자 그건 기억이 안난다며 알아봐야 겠다고 그자리에서 전화를 하더니 확실하게 대답해 주지 않고 브리핑을 끝냈습니다.


결국 그 시간이후 유족들은 수사에 대한 강한 의혹을 갖게 되었고, 어떤 엄마는 저더러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고 싸워야 할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정직하게만 살아왔던 우리들은 국가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생명에 대한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이런식으로 수사가 계속 되어진다면,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은 끊임없이 죽어갈것이고 자기 잇속만 차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계속 늘어만 갈것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죄악이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이 끔찍한 세상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희생양으로 갔으니 이제 더이상 이런 참혹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


언론은 이미 잠잠해지려하고 있지만 저희 아이들을 계속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번째 알림글


오늘 아침 뉴스보도에 화성군수를 귀가시켰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사람은 혐의점을 찾을수 없었다는군요. 화성경찰서에서 화성군수를 조사하고, 단 하루만에 그냥 돌려보내버리고 마는 이런 아전인수격인 수사과정을 보고 우리는 더이상 도저히 참고 있을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중 누구 한사람, 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모기향 하나가 스무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고 하면, 온세상이 모두 웃을겁니다. 아이들이 불에타고 있는동안, 바로 앞방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오랜시간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하고 있었다면 도대체 누가 믿겠습니까?


이글을 읽으신 분들중에 혹시 번역가가 계시다면 지금부터 제글을 번역해서 인터넷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딴지일보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통신에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방금 저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다녀왔습니다. 시신확인작업을 하라고 해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보러 갔던것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사람들은 수많은 경찰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까맣게 타버린 시체라도 내자식을 확인해보겠다고 갔던것 뿐입니다. 하지만 그사람들은 경찰부터 철수시키고, 시신확인작업에 기자를 참석시키겠다는 우리 유가족들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딴지일보 독자 여러분!


만약에 내자식이 어느날 갑자기 숯덩이가 되어서 돌아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나라 이땅에서 자라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식들의 안전하게 잘 성장하기를 바라신다면 지금 이사건을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합니다. 더이상 우리는 화성경찰서의 수사과정을 보고만 있을수 없습니다.


정부당국에서 직접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처음부터 다시 전면 재수사 해줄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


국민여러분! 힘을 모아주십시오.


우리의 힘만으로는 너무나도 미약합니다.


이나라 이땅에 있는 모든 시민단체, 자식을 키우고 계시는 우리 모든 부모들이 함께 나서서 전면재수사를 촉구하는데 힘을 모아주십시오.


너무나도 비참하게 고통받으며 죽어간 우리의 작은 영혼들이 더이상 눈물흘리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이제는 더이상 이런 불행이 계속되어서도, 세계의 조소거리가 되는 일이 결코 또다시 일어나서도 안되지 않겠습니까?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


부탁합니다.



- 쌍둥이 엄마 장정심 ( nepertar@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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