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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빤히 보이는 위험 )


1999.7.6.화요일

딴지 엽기사극감독 반팔



- #1 -


 


고산의 늪지대에 음산한 바람이 분다..
붉은 노을이 가시기도 전이건만..
지척의 분간도 불가능할만큼 어둡다..
썩은 나무들사이로 끈끈한 숨소리를 내며..
한 사내가 미친듯 헤메이고 있었다..


아.. 그는 누구인가..?
몇 달 전 화류계에서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는 부킹의 황제..
吳都譜理 暴走族’(오도보이 폭주족)이 아니던가..?
초췌한 얼굴.. 너덜거리는 옷차림..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이전의 그가 화류계
고수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불과 몇 개월전만 해도 중원 최고의 무대
<主理亞羅 裸理土場(주리아나 나이토장)>의
부킹황제였던 그가 아니던가..

그는 끊임없이 어딘가를 찾아 헤메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발 아래가 꺼지며 사내는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악....


과연 잠적했다던 그가 왜 이 곳에 나타났던 것인가..?


 





- #2 -


 


이제 정신이 드는가..?


그가 눈을 뜨자 촌로(村老) 하나가 미소를 짓는 모습이 들어왔다.


여기가 어디지요..?


짐짓 놀란듯한 폭주족의 질문에 촌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환락산 마리화나(歡樂山 魔利禍拏)라는 곳이라네..
자네가 절벽 아래에 떨어져 있길래 내가 데려왔네..
환락산에만 서식하는 白蛇인 대웅제약 우루사(大熊製藥 牛淚蛇)를
삶아 먹였으니 몸은 괜찮아질걸세..
정신이 들면 이 아래 샘물인 활명수(活明水)를 마시게..


그런데 무슨일로 이런 곳으로 왔는가..?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환락산에 은거하고 있다는 전설의 부킹 황제..
押具精 吳麟志(압구정 오린지)’先生을 찾고 있던 중이지요..


순간..촌노의 짙은 일(一)자 눈썹이 잠시 떨리기 시작했다..


자네..이름이 무언가..?


폭주족이라 합니다..


촌노는 일순 멈칫했다..


아니..자네가 부킹신이라 불리던
移動通神‘模土勞羅’(이동통신 모토로라)의 자제란 말인가..?


앗..어찌 저희 아버님 함자를..?


촌노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


 





- #3 -


 


10여년전.. 평화롭던 화류계에..
抗國痛辛 ‘卑婢鼠非獸’(항국통신 비비서비수) 共一夷(공일이)..
서역에서 온 마교의 일족이 출현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番號湖黜, 音成錄淫(번호호출, 음성녹음)이라는..
신비의 무기를 가지고 나타나 화류계에 진출하였다...
이들은 척후부대인 배 나온 <樂打伊 部隊(넥타이부대)>와
본대인 <무릎나온 면바지부대>를 앞세우고..
이들의 허리춤에 달라붙어 이들을 조종하였다...


이들로 인해 화류계의 수질이 급격히 악화되자
수많은 킹카와 퀸카들은 환멸을 느끼고..
朝期歸歌(조기귀가)라는 노래를 부르며..
집구석(集求石)이라는 바위 밑에 은둔하게 되었다..


이에 화류계의 왜이타(倭二打)들은 실직의 공포에 떨었고..
평소 킹카들에게 흉물스런 인테리어와 조악한 위생관리로 천대받던..
洞來壓 浩包集(동내압 호포집)과 이모내 포장마차(李毛內 包裝馬車)만이 성공시대를 구가하게 되었다..


물좋던 화류계의 나이토(裸夷土)에는
<오빠.. 오늘밤 죽었어>를 외치는 질낮은 화류계출신인
나가요족(裸加妖族)이 판을 치고..


급기야 수질오염이 극심한 곳에서만 출몰한다는
迅速配達 鐵歌房(신속배달 철가방)과 假水配達(가스배달)이
왕자를 사칭하고 다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때 홀연히 나타나 화류계의 질서를 되찾은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모토노라(謨討勞羅)였다..
그가 검은 색‘택오천(擇吳천 )’이라는 검은 망토를 걸치고 나타나..
당시로선 획기적인 ‘일발통화(一發通話)’와 ‘진동모두(震動母頭)’라는 내공의 극치를 보여주는 비기(秘技)를 통해..


그동안 화류계를 어지럽히던 무리들을 모두
水豚豆普(수돈두바)로 내쫒고 화류계의 평정을 회복하였다...
이에 모든 화류계원들은 모토로라를 신령시하여
밤의 大通靈(대통령) 칭하며 존경을 표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모토로라가 화류계를 평정했을때
택오천을 입고서 이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여부세여


(與富世女-부를 나누어 세상의 여자를 얻는다는 극고수의 권법)


 





- #4 -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비로소 촌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바로 자네가 찾던 압구정 오린질세..
자네 아버지와 친한 친구이기도 하지..


아...


자네 아버지가 나타나기 바로 전..
난 우리나라의 화류계를 평정하고..
세계로 나서고자 미국의 라수배가수(羅手輩歌水)로 떠났었지..


그 곳에서 도색잡지(挑色雜誌)와 비아구라(肥亞口裸)
내공을 길러 그 곳 고수인 陽葛寶(양갈보)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려는 중..


고국의 화류계가 엉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색동날개‘아시안하(亞市安河)를 타고 급히 귀국했지..
그때 자네 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우린 친한 친구가 되었지..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나 할까..?


전 아버지를 뵌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어디론가 사라지셨다는 말 밖에..
아버지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내가 화류계를 떠나 이 곳에 은거한 것도..
사실 자네 아버지 때문일세..


20년전 자네 아버지는..
마구관엽 동물원(馬究館獵 動物院)이란
사찰에 탑돌이를 하러 갔다가 만난..
음주운전 심운화 (飮酒運轉 心蕓花)라는 여인과 사랑을 빠졌다네..


헌데 이를 질투한 지방영주인 浦主의 꾐에 빠져
美亞理 宅死水(미아리 택사수)라는 독극물을 마시게 되고..
화대요구(花代妖口)라는 극악한 독공(毒攻)을 당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져 반신불수가 되었지..


그후 내가 그를 데리고 이곳에 온 건..
황제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네..
그게 사람들이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지..


그럼 저희 아버지는 어디에 계십니까..?


폭주족은 놀라 소리쳤다..
이제야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알게될 것이라는
기대와 흥분이 밀려오고 있었다..
천천히..아주 천천히 오린지는 입을 열었다..


날 따라오게나..보여줄 것이 있네..


오린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고..
폭주족은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 #5 -


 


여길세..


한 식경을 걸었을까..?
그가 멈춘 곳은 산 중턱의 자그마한 돌무덤 앞이었다..


자네 아버지는 2년간 나의 간호를 받으며 투병하다 결국 세상을 등졌다네.. 그나마 그의 내공이 극강했기에 그때까지 견딜 수 있었다네.. 숨이 끊어지면서 그가 말했지..


자신의 아들을 최고의 고수로 만들어달라고 말일세..
언젠가 자네가 내게 오면 이리로 데려와 달라고 했네..
그리고 저 비석에 새긴 자신의 마지막 말을 가슴에 새겨 달라했네..
아마도 자네가 올 줄 알고 있었던 모양이야..


아...


폭주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탈한.. 그리고 깊은 슬픔.. 초라한 돌무덤..
한 시절을 풍미한 황제가 여기 잠들어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끝없는 분노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아버님..


건조한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돌무덤 한 구석에 서있는 묘비에는 ..
오랜세월을 말해주듯 흐릿해진 글씨가 쓰여있었다..


 








捺大富土 不良甘殘 我尼於短多
(날대부토 불량감잔 아니어단다)


怒勢 怒勢 絶謀庶 怒勢
(노세 노세 절모서 노세)


크고 기름진 땅에 손을 대고..
남겨진 아주 달콤한 것들을 부정하며..
모자란 것이 많음에 나는 부끄러워한다.


노한 기운이여.. 노한 기운이여..
모든 모략을 끊어라..노한 기운이여..


 





 


비가 내린다..
검은 비가 내린다..


앞으로 있을 화류계의 처절한 복수를 예고라도 하는 것일까..?
오늘 흘리는 사내의 뜨거운 눈물은 새로운 파국을 부르고 있었으니..



 


- 딴지 엽기사극감독 반팔 ( banpal@samsu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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