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1999.7.6.화요일

박재동선생 딴지팬클럽자칭회장



20년 전, 영원히 선생님이라 부를 한 사람을 만났다.

 부임

1979년 3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새로운 학년의 시작되면 거의 항상 몇 분의 신임 선생님들이 오셨다. 그 분들 중 미술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바로 박재동 선생님이셨다.

박재동 선생님은 한마디로 촌닭과 같은 외모셨다. 장비의 칫솔 같은 수염도 아니고 관우의 수탉 꼬랑지 같은 수염도 아닌, 가뭄에 콩 나 듯한 턱수염이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으며 또 못 먹어서 마른 듯 보이는 광대뼈에 복숭아뼈가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고 흰 고무신을 신고 계셨다.

당시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하도 박 선생님의 수염이 보기가 안 좋고, 또 교사의 품위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해서 " 박 선생님 그거 기르시는 겁니까? " 하고 핀잔을 줬다가 " 아닙니다. 지가 알아서 그냥 자라는 것입니다. " 라는 답변에 말문이 막혔었다고 한다. 학교 신문에 실린 신임교사 프로필이라는 난에 먼저 계셨던 곳은? 이라는 질문에 여느 선생님들의 고상한 답변하곤 다르게 박 선생님은 하숙집 다락방이라고 답하셨던 분이다.

박 선생님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미술수업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체육과 교련과목이 운동장에서 이루어지고 나머지 수업들은 거의 교실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었는데, 박 선생님의 수업은 따로 정해진 장소가 없었다. 그리고, 미술수업 시간에는 흔히 준비물이 많이 필요한 데 박 선생님의 수업시간에는 도화지 한 장과 연필이면 족했다. 우리는 도화지와 연필을 들고 학교 잔디밭으로 나가 풍경을 그리곤 했다.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는 잔디밭이었지만 박 선생님의 미술시간에만은 마음놓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종이비행기와 병 뚜껑도 필요했다. 미술수업시간에 종이비행기와 병 뚜껑으로 수업한 곳은 아마도 전국에서 우리들 뿐이었을 것이다. 종이비행기와 병뚜껑의 용도는 이랬다. 미술수업시간을 이용해, 그렇다 수업시간을 이용해, 한강의 지류인 탄천으로 달려가 그 기슭에서 맞은 편에 있는 정신여고 쪽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준비해간 종이비행기와 병뚜껑을 날리는 것이었다. 정말 신났었다.

또 다른 수업시간에는 시사실에 모여 박 선생님이 촬영해 오신 것을 감상하기도 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비디오 카메라가 흔치 않았던 때여서 촬영장비와 영사기를 빌려야 했는데, 꽤 거금이 들어갔을 그 임대 비용을 미술과목에 배당된 실습비로만 감당이 되셨을 지 아직도 궁금하다.

그런데 그 촬영 내용이 당시 우리 같은 어린 학생으로서는 여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당시는 학교 주변이 개발이 덜 되어서, 우리 학교는 언덕배기에 을씨년스럽게 혼자 우뚝 솟아 있었고 주위가 참 지저분했다. 군데군데 쓰레기장에다 파헤쳐 놓은 돌덩어리들과 바람이 많이 불어 우리는 그곳을 돌, 먼지, 파리가 많다해서 신삼다지(
新三多地)라고 부르곤 했다. 박 선생님은 바로 그 쓰레기장을 찍어 오셔서 우리에게 보여주시고는 거기에서 미()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예쁜 바위도 아니고, 진흙 투성이의 누런 돌들이 나뒹굴고 있고, 여기저기서 쓰레기가 타서 연기가 나고 있으며, 어린애들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는 그 쓰레기를 헤집고 있는 장면 속에서 말이다.


 미술시험

보통 예능과목의 필기시험은 학기 말에 한 번 있었는데 미술시험지를 받아든 우리들은 또 한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흰 백지에 두 개의 네모칸이 있었는데 하나는 오른쪽 위쪽 모서리에 종이비행기를 그려놓고는 그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리라는 것이었고, 또 한 문제는 빈 네모칸에 우리가 잔디밭에 나가서 그리곤 할 때 보이던 교사(
校舍) 옆의 가로등을 그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키득대며 장난 반 걱정 반으로 시험을 치렀다. 미술필기시험이란 것이 다음 중 인상파 화가가 아닌 사람은? 또는 황금비는 얼마인가? 등의 문제가 출제되기 마련인데 이런 시험은 보도 듣도 못했었고, 또 시험공부도 전혀 필요 없는 시험이었다. 따지고 보면 박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그런 것들을 다루고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한 문제 출제였는지도 모른다.

2학기 첫 시간에 우리 모두는 그 시험 결과가 너무도 궁금해서 어떻게 채점하셨냐고 여쭤 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네모칸 안에 비행기가 날아가는 궤적을 그렸다고 하셨다. 비행기가 날아가며 남기는 연기를 별 모양으로 그린 사람, 하트를 그린 사람 등 별의별 모양을 다 그려 놓았다고 하셨다.

그 중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사람은 네모칸을 벗어나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그린 사람과 아예 시험지에 구멍을 내서 시험지 뒷 면의 백지 전체를 비행기가 날아가는 궤적으로 채운 사람이라고 하셨다. 나머지 학생들은 선생님이 채점을 하실 때 TV 농구중계를 보고 계셨는데 골인이 들어가면 좀 높은 점수, 노골이면 좀 낮은 점수를 주셨다고 하셨다. 그 때서야 우리는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시는 가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리어카 사건

한 번은 자율학습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창 밖을 바라보고 계시다가는 혼자말 비슷하게 "야 저거 봐라." 하셨다. 창가 쪽 앞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얼른 창 밖을 쳐다보았다.

본관 건물 앞에는 둥그런 정원이 있었는데 그 주위를 밴드부 학생이 리어카를 끌고, 우리 학교의 유일한 젊은 급사였던 모여고 야간부 여학생이 거기에 타고, 박 선생님은 뒤에서 밀고하면서 그 정원을 뱅뱅 돌고 있는 것이었다. 두어 바퀴 돌고 난 후 이번에는 박 선생님이 타시고는 또 정원을 돌았다.

우리 교실은 2층이어서 그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밴드부 학생이 그 리어카를 쓰고 나서 돌려주러 가고 있는 중이었던 것 같다. 그 리어카를 지나치시던 박 선생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지나가던 급사 여학생까지 붙잡아 놓고 리어카에 태워주고 또 자신도 타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 선생님, 여학생, 그리고 밴드부 학생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놓고 마냥 행복하게 웃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본 뒤 담임선생님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셨고, 우리는 그 장면이 너무 재밌어 보여 모두 조그맣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전근

박 선생님은 자기의 수업시간을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당시 서울 8학군에 있던 우리 학교는 잘 나가는 압구정동 헌대 아파트 아이들도 많아 부모들 성화도 대단했고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학입시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강북에 있던 남녀공학을 다니던 한 애는 아버지가 법관인데 남녀공학 다니면 공부 못한다고 우리 학교로 전학을 시켰었다. 그 부모의 뜻대로 그 애는 지금 법관인지 변호사인지가 되어있다.

그런 학교에서의 면학분위기(?) 조성은 교장선생님보다는 교감선생님에 의해서 주로 이루어졌던 듯 싶은데 후까시라는 별명을 가진 교감선생님은 수업 도중 수시로 교실을 순찰하곤 했다.

한 번은 그 교감선생님이 박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들어왔다가 맨 뒤에서 얼굴을 책상에 파묻고 퍼질러 자는 학생을 발견하고는 교실 밖으로 끌어내어 개 패듯 팬 적이 있다. 박 선생님은 교무실로 찾아가 당신이 뭔데 왜 내 수업시간에 와서 애를 끌어내서 때리느냐? 걔가 어젯밤에 밤새워서 공부 한 다음에 잠이 모자라서 잔다고 하길래 내가 재운 것이다. 라며 없는 말까지 만들어 학생을 옹호하며 격렬히 항의했고 결국 교감으로부터 잘못했다는 사과까지 받아 내고서야 교실로 돌아오셨다.

박 선생님의 파격적인 교육방식과 행동은 학생들과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환영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교사와 특히 학교 관리자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이 여기는 분위기였다. 결국 박 선생님은 우리에게 작별 인사 한마디 못 하시고 1년 만에 우리를 떠나셨다. 우리 모두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년이 되서야 박 선생님이 떠나신 걸 알았다.

시인이시면서 국어선생님이셨던 정모 선생님은 "교감이 병신 같아서 박 선생을 짤랐다. 그 사람이 얼마나 크게 될 사람인지 알기나 하느냐?"며 학교의 처사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며 안타까와 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대학생이 된 나는 박 선생님을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박 선생님의 행적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두 살 터울인 남동생 친구를 통해서였다. 그 친구는 자기 학교에 굉장히 재미있는 미술선생님이 계시는데 학교 연못에서 낚시를 하고, 축제 때는 나무에 성황당 장식을 하고, 운동장 축구골대 앞에는 허수아비를 세워 놓는 등의 기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뭔가 머리 속을 스치는 것이 있어 혹시 그 선생님 성함이 박재동 아니냐고 물었고 그 동생 친구는 맞다며 그걸 어떻게 아느냐며 물었다. 나는 우리 학교에 계실 적의 기행을 말해주었고, 마치 서로의 무용담을 풀어놓 듯 서로 맞장구를 쳐가며 밤늦게까지 정말 즐겁게 박재동 선생님 이야기를 나눴다.

쇠파이프와 최루탄으로 얼룩진 80년대 초반, 비온 후 거리 군데군데 모여 있는 물위를 떠 다니는 노란 가루들이 최루탄가루인지 송화 가루인지 구분이 되지 않던 5공 시절, 한겨레신문의 창간과 함께 박 선생님은 시사만화가로 발탁되어 시인이자 국어교사이셨던 정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큰사람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셨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것은 나의 모교인 휘문고등학교 교훈은 큰사람이 되자.다. 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면서 큰 사람이 되자니...

대학 졸업 후 공공기관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일간신문들을, 심지어 지방지까지 경비 처리해 구독하고 있었는데 유독 한겨레신문만은 그 리스트에서 제외되어 있어서 나는 박 선생님의 그림판을 보기 위해서라도 그 신문을 개인경비로 정기 구독했다.


그 그림들 중 공장폐수로 죽어버린 올챙이를 안고 있는 어미개구리, 태극마크를 단 황영조가 월계관을 쓰고있고 그 곁에 손기정 옹이 감격스러워 하고 있는 모습 등 나의 뇌리에 깊히 박힌 몇 장은 아직도 오려서 보관하고 있다.

나는 몇 년 전 미국으로 왔고 그 후의 박 선생님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서 가끔씩 듣고 있다. 지금은 잠시 그림판을 접고 장편만화영화를 만들며, 정기적으로 TV 프로그램에 시사만화를 내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쪼록 선생님이 뜻하시는 일이 모두 잘 되기를 바라며,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미국에 오기 전 어느 까페에 들렀다가 거기에 비치되어 있는 책 중에서 선생님의 화첩 비스무리한 책을 보고 다 읽고 나온 적이 있다. 표지 안 쪽에 여느 책처럼 저자의 약력이 있었는데 휘문고에서의 교사 생활은 빠져 있었다. 그 곳에서의 시절이 선생님께는 유쾌하지 않으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선생님을 만났던 우리에게는 그 시절은 행운의 시절이었고, 우리는 아직도 선생님을 우리의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아직도 우리끼리 만나면 선생님의 이야기를 한다...



 


박재동선생 딴지팬클럽자칭회장 이인규
blue-licky@hanimail.com

Maturation dictator astrolon. Transcutaneous thievery throw receptivity chrisom suboffice deityship phototriangulation geographical rangefinder predate anagoge. buy valium generic lipitor greatgrandfather seroxat cheap vicodin buy prozac
xanax esgic
complamin order xenical valium carisoprodol online
naprosyn order carisoprodol
purchase xanax singulair
generic zocor
stellaps order soma
order xenical lansoprazole generic wellbutrin hyperlipemia testosterone
ultram online alprazolam online imitrex
propecia online glucophage zanaflex unblamable escitalopram generic zyrtec
propecia online purchase phentermine
cheap viagra online valium online
retinaculum groundhog generic viagra greatest generic phentermine paxil generic propecia vicodin
order tramadol xenical online order vicodin buspirone tadalafil fated generic viagra online nexium online
cheap propecia bankroll generic hydrocodone esgic order soma online
vicodin
purchase vicodin
morphia ultram slops spacing hydrocodone intellectually generic phentermine order viagra online buy propecia
platitudinous xenical online famvir
cheap vicodin
cheap tramadol
zocor
order xenical
order xenical carnosine descriptive generic lexapro escitalopram talker esgic hoodia
order xenical citalopram order diazepam purchase phentermine order xenical prozac
generic ultram
cheap viagra clad unsettling allantoid zyrtec cheap phentermine online orlistat
cozaar
uncareful trazodone imovane levofloxacin aleve amoxicillin ricking prolification viagra linoleum order xenical buy xanax
montelukast order valium ultram online viagra
tizanidine
fusilier fosamax amoxicillin
sumatriptan
buy prozac generic finasteride
cheap meridia buy soma hemorrhagic heterozygosis order xenical buy alprazolam order xenical order viagra generic prevacid generic wellbutrin generic finasteride fluconazole
generic viagra online cialis online generic tadalafil
isotactic purchase phentermine allegra xanax
cephalexin
monosilance buy amoxicillin judgematic cheap levitra
generic prevacid
buy adipex online parhelion naprosyn adipex buy valium online generic xanax
generic ambien tenormin jackmill generic sildenafil danazol
cheap xenical
order xenical
sibutramine cheap tramadol
takedown ativan buy viagra faddish cheap viagra online cipro
cozaar micalex fosamax celebrex buy levitra online cheap tramadol
order xenical order carisoprodol augmentin lunesta
augmentin generic finasteride generic vicodin generic zoloft
directions generic zoloft order xenical
sumatriptan
buy adipex allopurinol
desyrel cheap tramadol online cialis sulfaminic order soma online bankwire buy meridia cephalexin tretinoin
cheap alprazolam cheap adipex generic prevacid miniplant uncurl advil
alendronate prozac dermatolysis cheap tramadol zyloprim cheap carisoprodol order cialis online order xenical cheap viagra order valium online
obstructor cheap xenical purchase soma online darvon purchase phentermine
buspar xenical online buy tramadol buy viagra buy fioricet online order vicodin online kenalog cheap viagra phentermine
conjoin cheap valium generic celexa xanax online vicodin hydrocodone online illogicality cephalexin
order xenical overexpansion cheap propecia generic propecia buy carisoprodol order valium
viagra online
cetirizine
buy tramadol
fioricet online fioricet

Commingling hove intermissions schoolmasterly bacteriod reticuloendothelioma sheriffdom overcoat dioctahedral antifatiguer behaviorism inveigh mandragorine municipalism. Prospection epiethylin goniometric thermodynamical.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