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5.31.월

딴지 수석 논설우원 안 동 헌

봄이 왔다. 패션의 계절, 봄.

겨울내내 블랙 아님 회색으로만 일관해 오던 거리에 이제 서서히 원색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제 좀 있음 쭉쭉빵빵한 뇬들이 아래통 벗구 쭉쭉딴딴한 넘들이 윗통 벗구 돌아다닐꺼란 생각을 하니 본 우원 상당히 흡족하다.

버트 이러한 패션의 바람이 비단 십대 양아치들이나 개성파 대학생들에게만 불어 오는것은 아니다. 언제나 와이셔츠 차림만을 고수해야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도 패션의 변화는 온다. 바로 넥타이 패션.

빨주노초파남보 다양한 색상의 넥타이가 음침하고 괴기스럽던 사내 분위기를 깔쌈하게 장식하고 있다. 닥수에서부터 아쿠아스쿠똥까지 니나리쮜에서 베르사치까지. 다채롭고 화려한 칼라의 넥타이를 너두나두 하나씩 매보자. 두 개 맬려면 두 개 매든지... 그딴거 안말린다.

근데, 흔히 회식이다 뭐다해서 단란이나 빠에 가보면 본우원 심히 한심스러움을 느낀다. 술 잘 먹고 한댄스 해보겠다고 무대로 뛰쳐나가는 넘들마다 어쩜 하나같이 넥타이를 풀어 머리에 두른 일명 마빡두른 넥타이 패션이냔 말이다. 봄이 왔다는데, 저기서 봄처녀가 살랑살랑 꼬리치며 온다는데, 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지 않고 구습에 젖어 현실안주 하느냔 말이다. 그러니깐 어쩔수없는 쉰세대 소리를 듣는것 아닌가.

이에 본우원 가열차게 키보드를 들게 되었다. 요번엔 식상한 매듭법을 과감히 탈피하여 넥타이 하나로도 표현 가능한 멋진 댄스복장을 창조하여 보자는게 본우원의 주장 되겠다.

마빡두른 넥타이 만으론 다원화의 패션나라에 살 자격이 없다. 항상 새로운 것, 진일보 한 것만을 추구하는 개성파 댄서. 그 꿈은 어렵지 않다. 여기 본우원이 십수년간 댄스계의 패왕으로 군림할수 있었던 몇가지 비결을 공개한다. 눈여겨 보시라. 이것이 패션이라는 것이다.

 마빡 세로둘러 넥타이법

일명 머리붕대형 이라고도 한다. 기존의 가로두른 넥타이에 식상하신 댄스족께서 함 해볼만한 방법이 되겠다.

턱 아랫쪽으로부터 비스듬히 감싸올려 머리 정수리에서 매듭을 틀어 포인트를 주는 형식으로서 상당히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패션을 보여준다. 특히 정수리의 돌출부분은 성적인 매력까지 물씬 풍기게 한다. 아님 말구...

또한 마빡 세로둘러 넥타이법은 과도한 열창시 허거덕 빠지기 쉬운 턱을 안정되게 고정 시켜주며, 심한 요동으로 인한 안면 분비땀을 상당량 흡수해주어 깔끔하고 쾌적한 댄스환경을 만들어주는 부수적 효과까정 갖추고 있기땜시 땀이 많은 댄서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방법이 되겠다.

다만 한가지 주의사항. 이 넥타이법을 시행하면 당근 한쪽눈이 삐꾸가 되므로 왠만하믄 사방팔방 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한자리에서 댄스 해주시기 바란다. 거리감 상실해서 자빠지면 돋된다.

 쥐도새도 넥타이법

아무리 기분좋은 회식 자리라도 왠지 직장상사의 눈치가 보이시는 소심한 분, 되도록 점잖게 그러나 튈때는 확실히 튀고 싶으신 분, 외근 핑계대고 업무시간에 놀러나오신 강심장 분들께 권장하는 방법이다.

쥐도새도 넥타이법은 그 이름에 걸맞게 방법 또한 간단하다. 일반적인 매듭법으로 넥타이를 매준 후 늘어뜨린 부분을 살짝 뒤로 돌려주면, 어머? 그냥 끝이다.

착석시엔 평상때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본격적인 댄스로 접어들면 죽었던 넥타이가 무섭게 휘날리며 펄럭인다.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갑자기 상사가 쳐다본다 싶을때, 또는 품위를 지키고 싶을때. 잽싸게 다시 앞으로 돌려만주면 정상적인 넥타이 차림이 되기땜시 당당히 사회적 체면을 지킬수 있다.

 재갈형 넥타이법

파격과 호러를 좋아하시는 분께 권해드리는 모델. 특히 새디스트 기질이 있는 분이 이런 차림으로 댄스를 출 경우 완전히 뿅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본우원의 단골인 당산동 쉬리 룸싸롱 미스박은 증언한다. (광고 해주는거 절대 아니다. 믿어주시라 씨바)

또한 복잡한 댄스홀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권할만 하다. 재갈을 물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흡사 짝퉁 쾌걸조루나 일본 닌자의 모습과 비슷하기 땜시 공주병 말기쯤에 도달한 아가씨들이나 평범한 일상에의 변화를 갈구하는 복부인 아줌마들은 단박에 껍벅 죽을지도 모른다. 기혼이신 분들, 특히 조심해서 사용해주시기 바란다.

재갈형 넥타이법에도 당근 단점은 존재하는데 타인에게 심각한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과격한 댄스시 산소의 공급이 원활치 못하여 호흡곤란 증상을 보일수 있다는 점 정도다.

 완장형 넥타이법

원래는 덜떨어진 십대 양아치들이나 터프해 보인답시고 폼 재며 깔짝대는 근육질의 남성들이 한여름철 나시티를 입고 팔뚝에 두르는 매듭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진정한 프로는 국방색 어깨띠기 런닝구를 입은채 둘러줘야 한다는게 댄스계의 불문율 이다. (다만 와이셔츠 착용이 의무화 된 직장인은 열외 되겠다)

특히 팔의 움직임이 격렬한 힙합댄스를 출 때 그 미적효과를 극대화 시켜주며, 부수적으로 평소 맘에 안드는 상사가 옆에 있을때 춤추는 척 하다가 슬쩍 팔을 휘둘러주면 넥타이에 정통으로 쌔리맞는 고통을 안겨줄수 있어 가히 일석이조의 넥타이법이라 하겠다. 한쪽 팔에만 차는 외팔형과 양쪽 팔에 차는 쌍끌이형이 있으나 당근 선택은 니 자유다.

 배둘러요 넥타이법

튀어 나온 부피만큼 곧 인격의 성숙을 의미한다는 설이 유력한 똥배. 바로 이 똥배의 포인트를 살짝 살려주어 섹시함과 근육미를 돋보이게 하는 넥타이 매듭법이 되겠다.

단아하면서도 엘레강스한 모델형으로서 한때 노블리스족 직장인 사이에 열병처럼 유행하기도 하였으나 최근 암에푸 이후 단란과 빠를 장악한 중년의 간부급 비만족들에 의해 주도권이 넘어가버린 안타까운 상태다.

과도하게 배가 나온 부류들은 넥타이 하나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료의 넥타이를 뺏어 한꺼번에 두세개씩 묶어 차주면 적절한 효과를 발휘할수 있겠다.

또한 자신의 똥배를 한탄하여 감히 댄스계로의 출두를 거부하는 상사에게 아첨용으로 한번 사용해주면 그 기대효과가 가히 놀랍다고 하겠다.

 꼴려요 넥타이법

꼴려요 넥타이법은 최근 남녀평등과 여권신장을 부르짖으며 기존 남성들만의 유희문화였던 단란 및 빠의 회식자리까정 용감하게 참여해 주시는 여성 직장 동료들과의 우애를 다지기 위해 본우원이 급히 개발한 새로운 넥타이법이 되겠다.

꼴려요 넥타이법은 상대의 마빡과 자신의 마빡을 사이좋게 하나로 묶어준뒤 예의 댄스를 즐기는 것으로, 상호간 긴밀한 협동심과 유대감을 형성할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과도한 밀착이 지속되는 경우 말그대로 꼴려주는 기대 이상의 효과까정 창출이 가능하겠다. 글타고 뇨성분들, 본우원에게 돌 던지지 마시라. 남자 혼자만 좋은거 아니자너...

이상의 모델 중 자신의 체질에 가장 알맞는 방법을 선택해 매듭을 매주시면 올봄 어느 댄스장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빛낼 수 있으리라고 본 우원 확신하는 바이다. 아님 말구...

이외 자신만의 독창적인 넥타이 법을 보유하고 계시는분은 즉시 본지에 투고 바란다.

직장인의 변신은 무죄다. 변신하자.

- 딴지 수석 논설우원
안 동 헌 ( p7170@hite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