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5.10.월
그런게 있으면 아마 노벨상을 백번은 탔을 것이다. 그러나 바트. 노벨상을 백번 탄 사람의 얘길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없지? 따라서 그런 걸 발명한 사람은 아직 없고, 또한 그런 음식도 없다. 졸라 애석하다. 그러나,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가장 좋은 해법도 나오는 법. 맘이 아프겠지만 똑똑히 알아두기 바란다. 그런 건 없다. 절대로 없다. 오늘 뉴스에도 나오지 않았는가? 그런 약인척 하고 환각제를 판 쎄릴 넘들이 구속되었다는... 그러니 그런 건 없다는 진실을 머리 속에 숙지하고 앞으로는 절대 속지 말도록하자. 이제 그런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치더라도... 기왕 먹을 거 이 넘을 먹으면 얼마나 살이 찔건지. 이 넘은 칼로리가 얼마나 되는지. 왜 똑같은 칼로린데 콜라나 생크림을 먹으면 살이 더 찐다고 하는지, 왜 자기 전에 먹으면 안된다고 하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소박한 의문에 대한 답을 아카데믹하고 스펙타클하게 디비보도록 하겠다.
혹시 성실한 독자께서 큰 맘먹고 서점에 가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기초 영양학" 이런 책을 살까 싶어 몇 장 넘겨 봤겠지. 근데. 두어 페이지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당신이 태어난 나라가 그런 걸 어찌할꼬. 한글이란 우수한 문자를 쓰는 유일한 나라이니 우리를 위해 책을 써 줄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는데 유감스럼게도 우린 같은 것도 졸라 어렵게 쓰는 걸 좋아하는 민족인 것을... 그래서 여기 딴지가 있는게 아니겠는가. 자...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생기초 영양학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좀 재미없겠지만 잘 봐두기 바란다. 살 빼는 데 아주 필요한 이야기니까. 당질이란 넘이 있다. 탄수화물이라고도 불리는 넘이다. 분자구조가 탄(炭)소와 물(水)로 되어있다 하여 탄수화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당질이란 말을 더 많이 쓰는 추세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당질은 설탕이고, 포도당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과당, 맥아당, 젖당 같은 것도 요리 공부를 좀 하다보면 가끔 들을 수 있는 용어들이다. 얘들이 무엇인지 시시콜콜히 얘기하다간 본인의 실력이 들통날 우려가 있으므로 본인이 잘 아는 얘기만 하도록 하자. 제일 먼저, 포도당과 과당. 얘들이 당질의 가장 기본형이 되겠다. 염주나 진주 목걸이로 치면 구슬 하나에 해당한다. 알갱이 하나짜리라는 의미로 단당(單糖)류라고 부른다. 얘들이 두개 모이면 이당류라고 한다. 반면에 쌀이나 감자 같은 음식에 들어있는 당질은 녹말이라고 하는데 녹말은 단당류를 아주 많이 엮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단당류는 진주 한 알, 녹말은 목걸이,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즉 녹말을 먹으면 입, 위, 소장을 거치면서 단당류로 분해가 되는데 이렇게 작은 알갱이로 쪼개 놓아야 소장에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당류, 특히 포도당은 우리 몸이 가장 좋아하는 에너지원이다. 돈으로 치면 현금이요, 소고기로 치면 소 한마리 잡아서 몇 그람 안 나온다는 안창살 같은 귀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뇌, 심장 같이 인체에서 핵심 기관들이 우선적으로 포도당을 쓸 권리가 있고, 간 같은 하빠리 조직들은 포도당을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어쩌다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될 뻔하더라도 엄청난 수송 시스템을 작동하여 재흡수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인간의 소변에는 포도당이 한 방울도 없다(그러니까 포도당이 소변으로 나오는게 병이지, 바로 당뇨병). 이런 귀하신 존재인 포도당을 보호하기 위한 특전사 경호원 같은 넘들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식후에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 잽싸게 분비된다. 이들의 역할은 혈중에서 방황하는 포도당님들을 친절히 집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포도당님들은 고히 모셔두었다가 뇌나 심장 같은 어르신께 진상해야하기 때문에 함부로 혈중에 떠돌아 다녀서는 안된다. 반면 우리의 인체는 "혈액 속에 인슐린이 있다 = 방금 뭘 먹었다" 라고 해석하게 되기 때문에 배고플 때나 하는 짓인 지방을 분해하는 따위의 일은 일절 하지 않는다. 인슐린이란 넘들이 혈액 속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되친단 말이다. 호르라기를 삑삑 불어대면서.
게다가 인슐린이란 넘들은 일단 한번 겨나오면 두시간 동안 이렇게 순찰질을 한다. 자. 이상의 이야기에 대해 이해를 하셨다면 여러분은 이제 아주 보편적이고,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닦은 셈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왜 콜라는 밥보다 살이 찌는가? 설탕도 당질이요 쌀도 당질인데 말이다. 설탕은 이탄당이다. 즉 단순당 두개가 결합되어 있단 뜻이다. 그러니까 설탕은 딱 한번만 분해하면 두개의 단순당으로 분리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겠다. 아까 소장에서 흡수하려면 단순당으로 분해 되어야 한다고 했지 않는가. 그러니까 단 한번의 분해작용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준비가 마쳐진단 얘기가 된다. 반면에 쌀, 즉 녹말은 단순당으로 분해되기 위해 아주 많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실타래처럼 얽혀진 목걸이를 일일히 분해해야 하니까. 그럼 그게 살찌는 거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씨바 좀 가만좀 있어라. 지금 그 얘길 할라고 하지 않는가. 같은 양의 당질을 먹었을때 (예를 들어 50그람을 먹었다 치자.) 설탕은 아까 말한 대로 단 한방에 흡수 가능한 형태가 된다. 그러니까 50그람이 왕창 한꺼번에 장에서 흡수가 되어 버린단 얘기다. 그럼 혈중 농도가 갑자기 왕창 올라가겠다. 그럼 우리의 경호대 인슐린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이렇게 될 것이다. 속은 셈이지. 왕창 몰려 나왔지만 첨에 몰려든 단순당을 처리하고 나면 할 일이 없다. 떼거지로 몰려 나오긴 했는데, 막상 조금 일하다 보니 더 할 일이 없어진 인슐린들은 다음에 뭔 짓을 하겠는가? 호르라기 질이나 할 밖에.
얘들은 두시간 동안 이 짓을 한다. 깡패들 처럼. 하지만 녹말은 그게 아니다. 한꺼번에 단순당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장에서 흡수된단 말이다. 그럼 인슐린 넘들은 뭐 이러겠지. 고참쯤 되는 녀석이 코를 휘비적 거리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좀 불쌍하지만 칠복이랑 막내는 지들의 수명인 두시간 내내 조금씩 들어오는 포도당들을 쎄빠지게 모셔야 한다. 얘네들은 지금 포도당 모시기에도 벅찬 관계로 지방들 한테 어쩌구 시비걸 여유가 없다. 즉 요약하자면 설탕은 먹는 즉시 인체의 반응을 크게 이끌어 내므로 당장에 저장이 되어 버리는 것이고, 게다가 지방 분해마저 못 일어나게 한단 얘기가 되겠다. 그래서 설탕은 밥보다 살이 찐다. 칼로리가 같아도. 밥을 천천히 먹으면 정말로 살이 덜 찌나요? 정말 진짜 정말이다. 우선 아까 얘기한 인슐린 얘기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천천히 먹으면 당연히 혈중 포도당 농도가 천천히 올라갈 테니까. 게다가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사람이 뭔가를 먹으면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두가지 원인에 의한다. 하나는 위의 물리적 팽창이고, 또 하나는 혈중 포도당 농도의 상승이다. 위만 팽창하면 배가 부르지 않겠느냐고? 맹물 백날 마셔봐라. 배가 부른가? 쓰리기만 하지. 밥을 너무 빨리 먹으면 포도당 농도가 미처 상승하기도 전에 이미 과식을 해 버릴 수 있다. 그래서 천천히 먹길 권한다. 천천히 먹으면 먹는 동안에 포도당 농도가 상승하여(약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포만감이 느껴지므로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진단 설명이다. 실제로 누군가는 자기가 먹던 음식의 양을 반으로 나누어 앞의 반을 먹고 난 뒤 정원을 산책하고 나머지 반을 먹기로 했단다. 그는 뒤의 반중 대부분을 남기게 되었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단다. 위에 적은 논리에 따르면 당연 운동하고 나서 밥을 먹어야한다. 밥 먹고 나서 인슐린을 분비시켜 놓은 상태에서는 백날 운동해 봐야 지방이 분해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나서 밥을 먹으면 안 좋다는 또 다른 이론도 있다. 따라서 혹자는 이렇게 권하기도 한다. "운동 전후 두 시간씩은 음식을 드시지 마십시요." 아니 그럼 바쁜 사람은 운동하지 말란 얘긴가? 요즘처럼 바쁜 시간에 운동 전후 두 시간을 식사 안하고 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본인은 이렇게 말한다.
음양감식 음양감식이란 식사법이 있다. 간단히 얘기하면 하루 세끼 식사를 하되 식사 중과 이후 2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는 방법이다. 대신 식사의 종류나 양에는 그다지 제한을 두지 않으며, 그 이외의 시간에는 물을 많이 마시도록 권한다. 이 방법은 사실 다이어트를 위해 고안된 법은 아니다. 음양오행의 철학이 깃든 건강식사법인데 일부의 사람들에게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원리에 대해서는 삼라만상의 진리와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본인이 설명하기는 벅차고 다만 양의의 입장에서 다이어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인슐린의 논리이다. 녹말이 분해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물이다. 그래서 녹말이 단순당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가수(加水)분해라고 한다. 즉 녹말에 물을 타야만 단순당이 된다 이런 얘기가 되겠다. 그런데 식사 중 물을 마시지 않으면 당연 녹말이 분해되는 속도가 더 늦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슐린 분비량은 더 적어지겠지. 음양 감식에서 식후 두시간(일반적으로 식사한 음식이 흡수되는데 걸리는 바로 그 시간이다.)동안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참고로 음양감식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원하는 분들은 이 곳을 방문해 보시기 바란다.
밀려드는 메일에 답신 못해 죄송하다. 아래 멜들은 답신을 안했다가는 키보드를 놓아야 할 것 같은 위협이 느껴진 것들이다. 이 것으로 답신을 대신 할까 한다. "수많은 독자" wrote: 왜 다이어트 얘기만 쓰는 검까? 대한 민국 남성들 중 비쩍 마른 갈비씨가 챙피해 목욕탕도 못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들을 위한 글은 아무데도 없는 검까? 소수를 위한 글을 딴지가 써야 하는 거 아님까? 살찌는 법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주십쇼.
독자 "김찬우(실명)" wrote: 씨바, 신경질 남다. 다름 아니라 샌달에 관한 이야기 좀 해 주십사 함다. 요즘 날씨가 거의 초여름 날씨 아님까? 그래서 샌달을 신었는데... 같이 공부하는 뇬들이 글쎄 샌달을 신으면서 양말을 신었다고 촌스럽다고 놀리는 검다. 저는 반바지를 입은 것도 아니고 청바지에 입었고 또 샌님이 앞에서 수업을 하시니까 양반으로써 나의 속살을 보이면 안되겠다 싶어서 양말을 신었는데 글쎄 샌들을 신은 뇬넘들을 보니 모두 맨발이지 않숨까.(그때 받은 충격이란...) 그래서 대전 시내를 나갈때 샌들을 신고 맨 발로 나가니까 글쎄 거기선 또 모두 양말을 신고 있는것 아님까. 그래서 현재 본인은 졸라 머리가 복잡하여 샌달 신는걸 포기했음다. 엽기의학부에서 샌들과 양말과의 건강관계와 반바지를 입었을때 양말을 신어야 되나 하는 세세한 것까지 밝혀 주십사 해서 이렇게 편지를 씀다. 이거에 대하여 이렇다할 논설이 없을 경우 씨바 용서 없어 ... (참고로 본인은 현재 대전에 있는 유명한 조폭에서 중간 보스 노릇하고 있으니 알아서 하쇼..)
- 엽기 의학부 논설우원 심정석( simjsmc@medikorea.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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