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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석 추천0 비추천0






1999.4.19.월

엽기 의학부 논설우원 심정석



최근 쓰잘떼기 없는 짓하기 좋아하는 넘들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자들은 수영복을 입으면 지적 능력이 평소보다 떨어진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했느냐구? 실험은 그런대로 말되게 했다. 그러니까 평소 공부 잘하는 대학생들 중 지원자를 모집하여 뇬, 넘 모두 수영복을 입혀 놓고 수학시험을 봤다. 그랬더니 남학생들은 원래 나오던 대로 성적이 나왔는데 여학생들은 전체 성적이 떨어졌더라는 얘기.


그러니까 여자들은 수영복을 입으면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시험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을 할 수 가 없는거라나 어쨌다나... 여성운동 하시는 분들한테 조디를 쎄리 얻어 맞을 이야기다만은 여하간 그런 일이 있었다.


실제 수영복 입는다고 뇌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닌 것은 틀림없으니, 이게 다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느라 일어난 일 아니겠는가. 자 그럼 그 아름답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번 알아보자.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 라고 말하면 아마도 많은 이유를 얘기하겠지만 꼭 안 빠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름다와지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 기자가 가끔 주장하다 돌을 맞는 이론이 하나 있는데,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건강, 자신감, 미모 등등을 얻는다는 것은 일종의 수단일 뿐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다이어트에는 실패하더라도 행복해지기만 하면 될 것이 아니냐? 그러니 다이어트 시도하다 실패하여 더욱 불행해지지 말고 차라리 다이어트를 하지 말자 !


이런 주장이다. 뭐 돌 맞아도 싸다는 걸 본인도 잘 안다. 정신이 있느냐는 둥, 저래서 남자랑은 얘길 못하겠다는 둥... 그렇지만 오늘은 매를 맞더라도 평소 본인이 하고 싶던 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미인이란 ?


아마 머리 속에 몇몇 탤런트나 모델들의 얼굴이 휙 스쳐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미인의 조건이 모게? 라고 따져서 물으면? 졸라 생각이 안 날 것이다. 그리고는 기껏해야 이렇게 외칠 것이다.



씨바. 이쁜 게 이쁜 거지!


그러나 이런 비과학적 태도로는 명랑사회를 켤코 이룩할 수 없다. 본 기자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미술가나 성형외과 샘들이 따지는 미인의 조건은 산술적인 것이다. 눈, 코, 입의 길이, 위치, 그리고 이들 서로 간의 비율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미인대회 입상자들의 사진을 모아 놓고 평균을 재어 보고, 컴퓨터 미인이란 걸 만들기도 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미인들의 평균치를 가진 얼굴을 그려낸 것, 혹은 브룩 실즈의 입술에 누구의 코, 모시깽이의 눈 등등 합성한 사진 같은 거 말이다. 가끔 토픽 같은 데 나온다. 그런데 그렇게 합성해 놓은 얼굴이 예쁘던가? 아닐 것이다. 솔직히 귀신같지.


그렇지만 살아있는 컴퓨터 미인들이 있다. 대표적인 두 명이 항신혜와 김히선이다. 뭐 본 기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연예인은 아니니 오해없기 바란다. 하여튼.. 연예인들 중에 예쁜 여배우가 한둘이 아니지만 유독 항신혜와 김히선에게만 컴퓨터 미인이란 애칭이 붙는 것은 이유가 있다.


이들 두 배우는 눈, 코, 입의 크기나 위치, 배열 같은 것이 미인들의 평균치와 거의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형외과 샘들이 특히 미인으로 쳐 준다.









자 요로케 나란히 놓고 함 보시라. 얼굴의 윤곽, 눈, 코, 입의 모양, 크기, 위치 거의 똑 같지 않은가?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본 기자도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하여간 이 두 명의 얼굴이 딱 정답인 것 만은 틀림이 없다. 그러니까 둘이 똑같지.


세세한 미인의 기준치 얘길 하고 싶진 않지만 눈에 대해서만 한마디 하고 가자. 두 사람의 눈에서 가로 길이와 세로 높이의 비는 1.3:1 이다. 이것은 놀랍게도 미국 여자들의 평균과 정확히 일치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신윤복 같은 이가 그린 조선시대 미인도에서는 그 비가 1.7:1이란 것이다. 1.7:1 은 더욱 놀랍게도 한국 여성들의 평균치이다.


즉 한국인들의 미인 기준이 미국 사람들의 기준으로 옮아갔단 얘기가 된다. 씨바. 문화 침공은 이렇게 소소한 데까지 들어와 있다.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 눈의 모양 얘긴데









왼쪽의 것은 조선 사람들의 눈이고, 오른쪽의 것은 서양 사람들의 눈이다. 원래 조선 사람들의 눈은 반원중 아래쪽이 평평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아래 위 길이가 짧아지고, 넓이와의 길이비도 커지는 것이다. 반면 서양 사람들의 눈은 아래 위가 모두 타원이다.


지금 옆 사람의 눈을 한 번씩 보시길. 어떻게 생겼나. 왼쪽에 가깝지. 그치? 그런데 위의 항신혜와 김히선의 눈을 보시라. 어떻게 생겼나. 오른쪽에 더 가깝지 않은가.


그러니까 우린 지금 서양 사람들의 미적 기준에 엄청나게 물들어 있는 셈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어쩌다 보니 또 말이 길어졌는데 오늘 할 얘기는 그러니까 눈의 비율을 조선 사람에 맞추기 위해 성형외과로 달려가자 !! 뭐 이런 건 아니다.


그러니까 미인의 기준이란게 시대적, 사회적 관점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단 얘길 하고 싶은 것이다.


 미인 기준의 본능적 요소

오늘 본 기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아름다움이란 가치가 얼마나 이기적이며 생존본능과 직결되어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개념이 웬지 고상한 것 같지만 그러나 인류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생식와 생존의 문제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삼고 싶은 동물적 욕구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 바로 미인의 조건이란 말이다.


태평양의 어느 섬 나라에서 미인은 가장 뚱뚱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섬은 해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한번 해일이 일어나면 1년씩은 굶기를 밥먹듯 해야 한단다. 간신히 1년을 넘기고 수확기에 접어 들었을 때 해일이 한 번 더 일어나면 2년을 굶을 수도 있댄다. 남자들의 눈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란 일차적으로 종족을 유지시킬 수 있는 여자이다.


그렇다면 2년을 굶더라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여자 = 즉 뚱뚱한 여자가 미인이 된 것이다. 이 부족은 이런 현상 때문에 유전적으로도 변화가 생겼다. 선천적으로 당뇨병을 가지고 태어나고(당뇨병 환자들이 비만과 연관 있는 것 다 아시지?), 십대 초반에 성숙한 여인의 몸으로 자란다. 아마 빨리 성장해 자손을 번식시켜야 할 필요에 대한 적응의 결과일 것이다.


이렇게, 고대로부터 인간사회에서 미인의 기본적 기준이 되어왔던 것을 몇 가지 들면,


 우수한 생존능력



얘기한 대로 미인은 그 사회에서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가장 잘 만족시키는 우수한 생존능력을 가진 여인이다. 굶기를 밥 먹듯 해야하기에 굶어도 생존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야 하는 섬나라에선 뚱뚱한 여인이 미인이듯 말이다.


그러니까 우수한 생존능력을 바탕으로 한 종족보존 능력이 미인의 조건이었다는 말. 


 부의 이미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살집이 있는 여인을 보면 부잣집 맏 며느리 감이라고 했다. 기생도를 보라. 하나같이 풍만 하지 않는가. 풍만하다는 표현이 현대에는 약간 우회적인 의미를 내포하지만 당시에는 미인의 조건이었다.



이것은 우리 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의 양귀비나 유럽의 비너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비너스의 떡대를 보시라. 어떤가? 먹을 것이 부족하던 때의 미인은 전부 풍만한 여자란 사실이 와 닿는가? 풍만하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풍만한 여성에게서 부자의 이미지를 느낀 것이다.


 미의 기준의 변화 - 먼로의 시대는 가고..


풍만한 모습으로 남성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마지막 여인은 아마도 마릴린 먼로일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먼로는 모든 남성들의 우상이었다. 먼로가 한번 위문 공연이라도 가면 온 군인들이 휘까닥 했었쟎나. 그 뿐인가? 대통령까지 휘가닥 대열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이런 풍만한 미인이 전세계의 남성들을 사로잡던 시기는 신기하게도 비만이란 병이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하면서 사라진다.


브룩쉴즈, 클라우디아 쉬퍼, 신디 크로포트.. 그림이 그려지시는가?


풍만함이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은 가고 비만함이 게으름, 비 효율의 상징으로 변화해 간 것이다. 반면 바짝 마른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못 먹던 대다수에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돈 많은 소수의 사람쪽으로 바뀌어 갔다.


 수퍼모델 신드롬



여성분들 요즘 더 힘들어지셨다고 한다. 전엔 얼굴만 예쁘면 됐는데 요샌 몸매도 좋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쟎은가. 요샌 몸매만 잘 가꾸어도 웬만큼은 커버할 수 있다고. 어쩌면 다이어트 열풍은 그래서 더 심해지는지도 모른다. 본 기자 이 다이어트 열풍을 수퍼모델 신드롬이라 부른다. 왜? 알켜주게.


우리 나라에서 이런 발상의 전환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수퍼 모델 대회이기 때문이다.


얼굴보다 몸매가 더 잘 팔 리는 시대의 개막을 알린 것이 바로 수퍼 모델 대회였던 것이다.


요즘 날씬한 여성이 인기 있는 이유?


그건 날씬함이 부의 이미지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돈이 있어야 날씬해 질 여유가 있고, 지금 부자가 아니라도 날씬한 사람은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매스컴이 그렇게 세뇌를 했다.


그러니까 과거의 풍만함을 날씬함이 대신했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미인의 이미지는 그 시대 부의 이미지와 일치한다는 본 기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 지시는지.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엄청난 미디어의 공세 속에 혹시 날씬해지지 않으면 낙오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 잡혀 있지는 않으신지? 바로 이 순간도 젊고, 예쁘고, 날씬한 스타들이 브라운관을, 잡지를 누비고 다닌다.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으신가? 지금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1. 남들이 만들어 놓은 미인의 조건에 내 몸을 맞추는 길
2. 내 몸에 맞는 조건을 미인이라고 주장하는 길


2번이 가능하겠느냐구?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다. 미인의 조건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국, 연예계... 이들의 공통점은 매스컴이라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 수단을 독점한 계층들이었다. 개인은 아무리 자기 주장을 펴고 싶어도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인터넷이 열어놓은 세상을 생각해 보자. 솔직히 우리 본지도 인터넷이 없었으면 화장실에 갈겨 놓은 낙서와 무엇이 달랐을꼬. 이제 당신의 개성을 주장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키는 175에 몸무게는 50킬로인 사람만 수퍼로 쳐 주는 인간들이 장악해 버린 매스컴의 시대에서, 각자 자신의 기준을 주장 할 수 있는 인터넷의 세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니까 몸무게 50킬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이제 내가 바로 미인의 전형이라고 새로운 미인상을 주장하는 편이 빠를지도 모르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씨바, 인터넷 세상이 왔다고 미인의 기준이 변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 라고 반박하실지 모른다. 그게 아무런 상관이 없게 느껴지겠지만, 그리고 당장은 피부로 느끼기 힘들겠지만 분명 세상은 변하고 있다.


앞에서 길게 설명했듯이 미인의 기준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을, 자꾸 보여주고 그런 형이 미인이라고 주입시키면 그 형이 그 사회에서는 미인이 되는 것이다.


그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을 <선정하는 힘>과 그것을 대중들에게 <자꾸 보여 줄 힘>, 그것들을 지금까지는 방송매체가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인터넷이 등장해 그 힘을 방송매체에 필적할만한 크기로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미인


이미 말했 듯이 워낙 미인 조건의 본질은 결코 고상한 것이 아니다. 지극히 동물적이고, 이기적인 것이다. 강한 여성, 능력있는 여성, 부라는 이미지에 부합되는 여성. 이것이 바로 미인의 조건이다. 이것을 생물학적 기호로 풀어보면 남자들아. 나는 니 후세를 훌륭하게 낳아 길러줄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나에게로 오라! 라고 주장하는 것이 되는 것이고.


작년, 우리 나라에 새로운 미인이 한 명 떠올랐다. 냄비 언론 덕택에 약간 맛이 간 느낌이 들지만, 박세리는 분명 새로운 미인상을 제시했다. 박세리가 쭉쭉 빵빵인가? 박세리의 눈이 1.3:1 인가? 아니지 않는가?


착해 보인다. 귀엽다. 등등. 사람들은 박세리의 미모을 수식하기 위한 말들을 이렇게 갖다 붙힌다.



박세리의 미모는 기존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 -> 그러나 박세리는 미녀이다. -> 그러므로 박세리를 위한 새로운 미인의 조건이 창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박세리는 새로운 유형의 미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 박세리의 햇볕에 그을린 튼튼한 다리가 그냥 무우.. 라고 표현되지 않고, 건강해 보인다.. 심지어는 쉑쉬해 보인다고까지 불리게 되는 매커니즘이 바로 미모의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는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박세리가 계속해서 수퍼스타로 군림하고, 그녀의 모습을 매스켐에서 계속해서 아름답다고 추켜세우고 또 그걸 사람들이 계속해서 보다보면 틀림없이 박세리의 다리처럼 그을리고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만약 박세리가 골푸는 뒷전이고 오로지 자신의 종아리 살을 빼려고 매일 다이어트에만 매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그냥 무우다리 되는거지.


자 여기서 우린 미래의 미인상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기가 잘하는 것 열심히 해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는 여성. 바로 그 여성이 미인이 되는 세상이 온다. 그런 여성이 인터넷의 힘을 타고 당대의 미인이되는 시대가 우리 앞에 반드시 펼쳐질 것이다. 두고 보시라.


그러니 당신도 다이어트에 목숨 걸기 보단 자기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시라. 그게 바로 미인되는 길이라니까.


생각보다 그런 날이 빨리 안 오면 어떡하냐고?
그게 내 탓이냐..



 


- 엽기 의학부 논설우원 심정석( simjsmc@medikorea.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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