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4.19.월
세간에 화재를 모은 99 DIVAS LIVE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공연내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 공연은 다른 공연과 달리 일반인이 표를 돈내고 사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초대권을 받거나 또는 재단에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에 한해서 관람하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선지 채 십 분이 안 되서 이것은 단순한 유명 여가수들 노래잔치가 아니라 미국인의 무서운 세계정복 음모(?)가 이면에 도사린 일종의 대중집회(?)라는 것을 깨달았고 또 한 번 거대한 벽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얘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몇 가지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 보자. 며칠 전 신문보도에는 또 한 번 거창한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를 보고 많은 이 분야 종사자들이 한 생각은 " 아 드뎌 이젠 해볼만한 환경이 되간다, 신난다~" 였을까? 그보단 아마 상당수가 빛좋은 개살구란 문구를 먼저 떠올렸을 것이다. 무엇이 과연 첨단 문화산업형 벤처기업의 선정기준일까? 기획사나 프로덕션 등 음반/영상을 취급하는 곳이 수백 개에 달하고 게임산업에 도전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는 마당에 이 모든 결정권을 거머쥔 정책을 담당하는 높으신 분들은 과연 일 년에 음반 한 장, 영화 한 편이라도 제대로 감상하시는 분들일까? 무슨 기준을 가지고 이렇듯 수많은 벤처기업 중에 지원기업을 선정하고, 무슨 비전을 가지고 우리 나라의 문화예술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일까? 정작 신문발표 그대로 믿고 괜찮은 아이디어와 기술 하나만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벤처기업 만들어 대출 좀 받으려고 하면 담보물 가져오고 보증인 세우라는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떨어지는 소릴듣는데. 영화 한 편 제대로 감상한 적 없고 음반 하나 사본 적 없는 문화에 관한 한 극도로 초월자적 입장에 있는 높으신 분들, 고작해야 연례행사 겸 단체행사로 세종문화회관에서 클래식 공연이나 보면서 모자라는 수면을 보충하시는 것을 유일한 문화생활로 삼으시는 그 높으신 분들을 앞에 두고 어떻게 영상/음반/게임사업에서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후원금을 좀 받을까? 그분들 눈엔 뭐가 기술이고 아이디어일까? 댄스그룹을 하나 만들어서 빌보드챠트에서 1등한다고 기획안을 올리면 육성자금을 좀 받을 수 있으려나? 헐리웃을 능가하는 초특급 블럭버스터로 아카데미상을 타겠다고 우기면 돈 좀 타낼 수 있으려나?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갑자기 가슴이 탁 하고 막혀 버린다. 무슨 거창한 지원정책, 육성정책은 본 기자가 보기엔 별 실효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천억원에 이를 막대한 지원, 육성기금은 전부 다 국민의 혈세로 충당될 것이 뻔한데도 그 돈의 집행 및 정확한 감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또 한 번, 그리고 늘 그랬듯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갈 여지가 충분하며 그 징후를 대라면 한 둘이 아니다.
그 결과 재투자는 없고 결국은 치고 빠지는 한탕주의식 도박만이 판을 치게 된다. 마치 재벌들이 수출해 번 돈으로 재투자할 생각은 안 하고 땅투기해서 자식들에게 불법증여하는 것과 다름없이 말이다. 여기에 더욱더 기자의 의구심을 더하게 만드는 요소, 얼마전 보도된 웃지 못할 기사가 그것인데 동네목욕탕까지 공무원들의 한심한 행정으로 인해 벤처기업으로 선정되어 각종 세제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말문이 막힌다. 각종 정책을 세우시는 우리의 높으신 분들은 비록 문화하고는 담을 쌓고 살 지언정 그것이 큰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것은 여기저기서 귀에 못히 박히게 듣던 차에 또 한 번 국민들 호주머니털어서 한 건 해보려고 각종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쯤해서 정말 진지하게 총체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해볼 것을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충고하고 싶다.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면 곧 우리의 영화산업은 헐리웃의 완전한 지배 아래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우린 정신적으로 그들의 식민지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의 영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한다. 언론도 미국의 문화패권주의를 연일 맹렬히 비판해 댄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영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한다. 또 한쪽에선 한국시장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데서 벗어나 이젠 우리도 세계에 당당히 우리의 영화를 내걸고 헐리웃처럼 큰 수익을 내야 한다고 한다. 아울러 그전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영화 용꼬리를 만들고 있는 심헝래 감독이 21세기를 이끌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고 그 열기는 언론이 앞장선 덕분에 서서히 고조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음반시장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게임시장은 천문학적인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고 대부분 일본업계가 장악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뛰어난 머리를 가진 한국인으로서 이 거대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상과제는 이젠 여기저기서 하도 떠들어 게임 한 번 안 해본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다 알 지경이 되었다. 이와 함께 애니매이션 산업 역시 단순히 미국이나 일본의 하청국에서 벗어나 세계를 목표로 재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뜨겁다.
우리가 누군가. 또 우린 뜨거워졌다. 누구는 일본가요시장에서 음반을 발표해서 일본열도를 장악해버리겠다느니 S.O.S 일본침공 빌보드챠트여 우리가 간다 등등 스포츠신문은 연일 상상의 나래를 펴며 우리들을 또다른 무지개빛 희망의 세계로 안내한다.
웃지 못할 인터뷰 기사들이다. 최근 벌어지는 이런 일들을 아무 생각없이 듣고 있노라면 정말 가슴이 뜨거워질 법도 하다.
감히 그앞에서 노! 라고 외칠 상황이 아니다. 그랬다간 영락없이 사대주의자 또는 패배주의자, 매국노로 낙인찍히고 뭇매를 맞지나 않을까 두렵다. 하지만 우리 모두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문화산업이건 예술이건 우린 세계일류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그리고 진정한 세계일류는 벤처기업이나 선도자라고 일컬어지는 몇몇 가수나 배우들, 제작사들, 기획사들에게 자금지원을 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껏 뒤도 안 돌아보고 헐래벌떡 달려왔듯, 단기간에 이루려고 서두른다고 이뤄질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가 진정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첨단문화산업의 출발점은 그게 아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이다. 문화적 국경이 사라진 첨단 글로벌 사회는 예술이 더이상 예술에 머물지 않고 산업의 일부분이 되게 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위에서 말한 대로 우린 모두 다가올 문화산업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우리 모두 대단한 신념가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린 금새 두 얼굴을 갖는다. 집에 오면 우린 어린 동생들에게 충고하고 때론 윽박지른다.
음악이나 미술, 무용 등을 포함한 모든 예술교육은 중산층 집안 자제가 국민학교 때 잠시 취미생활로 하는것 쯤으로 우린 알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단지 미래의 교수지망생들을 위한 고급문화코스로만 존재한다. 중고등학교 때에 인간은 존재치 않는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인간은 존재해선 안 된다. 다만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해 오늘도 외우고 또 외우는 기계일뿐이다. 소설책 한 권 시집 한 권 제대로 감상하는 데도 눈치를 봐야한다. 무슨 x등급 영화도 아닌데 극장에 갈려고 해도 눈치를 봐야하고. 방과 후에 집에 돌아와 부모님 앞에서 당당하게 기타를 잡는 중고생이 과연 몇 명이 될까. 그들에게 진정한 문화라는 것은 없다. 그나마 문화생활이란 이름하게 접하는 탈출구라고는 한탕주의가 빛어낸 삼류음악, 노래방문화, 바보상자가 만들어내고있는 스타지상주의가 다인 셈이다. 제대로 된 인간대접을 받으려면 그저 교과서에만 매달려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야만 한다. 창의적인 사고가 길러져야 할 나이에 이미 우리의 머리는 굳어지고 획일화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꾹참고 하라는 대로 교과서에만 충실해서 살았다고 하자. 그래서 대학에 가서 비로소 영화를 공부하고 영상을 공부하고 음악을 하고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해도 웬간히 노력하지 않고선 이미 게임은 끝난 상태다. 왜냐면 그것은 단지 자동차운전같은 표면적인 기술만을 단기간에 익혔다고 해서 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획일화 된 입시교육이 이 땅에 계속 존재하는 한 문화산업의 승자는 우리 몫이 아니다. 좀더 극단적인 표현으로 창의적인 사고가 채 길러지기도 전에 이미 획일화된 입시교육으로 굳어져버린 우리의 두뇌에 아무리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봤자 소용없다는 얘기다. 문화산업의 기초는 바로 열린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정부가 선언한 21세기 고부가가치 첨단 영상/음반/게임/멀티미디어 산업 육성책, 날치기공사로 만들어진거나 다름없는 세부정책안과 그에 따른 업자선정에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말도 많고 부정이 개입할 요소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이삼 년 돈을 엄청 부어 몇몇 업체 지원한다고 당장 뭐가 달라질 거라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국민의 세금으로 낭비성 지원만 하고 있을 것인가? 근시안적인 육성책은 얼마 가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위에서 말한 대로 이미 나와 있다고 본다. 바로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영어공부에 매달리다 시피하는 초등학교 및 입시위주의 중고등학교 교육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고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지상주의식 교육이 철폐되지않는 한 한국의 문화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본 기자는 입시전문가도 아니고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산업의 육성은 몇몇 업체를 선정, 돈 좀 투자한다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린 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데에서 출발하며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혹자는 말한다.
물론 대단한 기술이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낸 그들의 상상력을 좀 생각해보자. 기술 역시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런 상상력을 화면으로 옮긴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음악을 보자. 그네들의 창조력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락큰롤이 태동한지 얼마 안 가 디스코가 나오고 뉴웨이브란게 나오고 힙합이 나오고 얼터네이티브가 나오고 이젠 테크노음악이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이다 하여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조어는 계속된다. 바로 샘솟듯이 솟아나는 창의력에서 비롯된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유행을 어설프게 흉내내고 따라하기 바쁘다. 따라하기의 지겨운 일례를 또하나 들어보자.
참으로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백인들은 자신의 친한 친구를 가리켜 그렇게 부르지 않는가? 강심장이 아닌 이상 아무리 친한 흑인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를 위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흑인들끼리나 쓰는 말을 그냥 무조건적으로 따라하는 우리의 어린 가수들과 그것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정신 못 차리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저질스런 모방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얘기가 약간 빗나갔지만 무작정 따라하는 것 외엔 좀 다른 것을 시도할 역량도 시간적 여유도 용기도 능력도 어설픈 시도나마 독창적이라 할 수 있는 것도 감싸안을 사회적인 표용력도 현재로서 우리에겐 없다.
어느 현자가 대답했던가,
한국사람의 시각으로 본다면 미국이란 나라는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는 나라다. 아무리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미국의 패권주의는 그 정도가 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만일 그네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미국은 정말로 자랑스러운 그들의 조국일 것이라는 것을 본 기자는 13일 공연에서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문화가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다시피 하는 것에는 그야말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본 기자는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의 두려움을 느꼈다. 미국에 대한... 이 날 공연을 주관한 단체는 미국의 음악전문 방송국인 VH1이다.
그 주요 발기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BABYFACE, JON BON JOVI, DAVID BOWIE, PHIL COLLINS ,SHERIL CROW, STING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후원인으로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비롯, 콜린 파웰 전 합참의장,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등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이 이 단체를 만든 목적은 다름아닌 미전역 공립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지원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 공립 초등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예산책정이 동결 내지는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한 민간적인 측면의 지원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수년간 이미 미국의 각종 문화산업 관련 조합들, 예를 들면
등을 대상으로 수백만 불의 후원금을 지원받아 사립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미국 공립초등학교에 각종 악기 지원 및 쟁쟁한 뮤지션들을 선두로 한 음악 인스트럭터들을 파견해왔다. 작년서부터는 모금 액수를 좀더 넓히고자 이른바 DIVAS LIVE 를 기획, 역시 비컨극장에서 제1회 공연이 있었는데, 이 때에는 머라이어캐리, 셀린디온, 글로리아 에스테판 등 초호화급 여성 팝 수퍼스타들이 모두 노 개런티로 출연한 바 있고 이때 VH1은 생방송으로 미 전역 및 전세계의 위성을 통해 중계한 바 있다. 생방송중에 실시된 ARS 전화모금 및 이때의 광고 수익료는 말 안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모인 것은 자명한 일. 뿐만 아니라 EPIC 레코드사를 통해 발매한 실황음반 수익금 전액 ( VH1에 따르면 지난 4월 초순까지 발매한 지 채 한달도 안 되어 전세계에서 총 250만 불 정도의 수익금을 냈다고 한다.) 역시 전액 후원금으로 전달된 바 있다.
특히 셀린디옹은 타이타닉 주제가가 전세계에서 히트하는 중이라 가장 바빴다고 하는데... 내노라 하는 수퍼스타들이 노 개런티임에도 불구 한 날 한 시에 이 공연을 위해 모든 스캐줄을 취소하고 모였다고 한다. 본 기자는 작년 공연을 TV를 통해서 봤는데 당시 그런 의도를 자세히 모르고 그저 초청된 여가수들의 몸매와 노래솜씨를 비교 분석하는 데만 온 신경을 기울였다.
1층 객석은 모델, 영화배우, 가수, 스포츠스타 등 미국을 대표할 만한 초호화스타들로 꽉 차있었는데 모두가 명성에 걸맞게 만 불 이상 기부금을 내고 이날 공연을 보러 왔다고 한다. 본 기자가 자리했던 2층은 후원받은 뉴욕에 위치한 공립 초등학교의 아이들 중 몇 명이 초대되었고 후원금을 낸 단체에서 온 인사들로 메워졌다. 초대가수 각자의 열창과 함께 이날 사람들의 뇌리에 못이 박히게 반복된 구호는
초대가수 및 무대 게스트들 너도 할것없이 그 말을 외쳐댔고 극장내 멀티비전에서는 휴식시간이면 내내 이 구호가 번쩍거렸다. 또 다른 미국 최고주의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공연 팜플렛에는 작년 기금으로 모인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가가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올해의 모금 예상액과 더불어 예상 사용내역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또 막간에 단상에 올라온 게스트가 그것을 읽으면 곧바로 터져나오는 박수와 환호... 그저 유명여가수들의 합동공연인줄만 알았더니 그 공연 뒤에는 철저하고 무서운 프로페셔널리즘, 나아가 미국최고주의가 숨겨져 있는게 아닌가?
멀티비전을 통해 베이비페이스가 남긴 인사말의 원문인 동시에 이날 공연 팜플릿에 기재된 문구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미 영부인 힐러리의 멀티비전을 통한 메시지가 있자 모두들 열광했다. 도데체 왜 한낱 공립초등학교에 악기를 공급하는 일에 대통령에서부터 가수 영화배우, 모델, 스포츠스타, 일반 시민들 할 것 없이 나서는가? 왜 별 일 아닌 일 가지고 축제라도 되는 양 발광을 하고 지네들끼리 박수치고 흥분하고 환호해 대는가? 정확한 해답은 동석했던 프로엔지니어인 맨델슨이 말해주었다.
미국의 팝음악과 영화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모두들 짐작하시겠지만 년간 수백억 불 이상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셀린디옹이 부른 타이타닉의 주제가는 전세계적으로 음반판매 및 저작권료로만 일년 새에 12억 불을 벌어들였고 영화, 비디오, 캐릭터 흥행수익액까지 합치면 총 수익금은 40억 불을 훌쩍 넘어간다. 기자가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 미국의 팝음악이 이것 한 곡이 아닐진데... 이것은 더 이상 돈이 되는 정도가 아닌 세계 최고의 머니메이킹 산업인 것이다. 20세기 내내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영화와 음악의 힘의 실체를 13일 저녁 본 기자는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공통된 목표 아래서는 상류층이건 하류층이건 강한 단결력을 보이는 미국인들. 자신들의 영화, 자신들의 음악이 세계최고라고 어디서나 큰소리치는 미국인들, 때때로 그것이 너무 보기 싫었고 역겹게 느껴졌던 때도 많았지만 이 날만큼은 이들 앞에 고개가 숙여질 수 밖에 없었다. 세계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내는 이면에는 무서운 원동력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교육이었다. 모두가 서울대학교를 목표로 시작되는 우리네의 초등학교 교육. 모두가 대학에 들어가야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우리의 중고등학교 교육, 또 수십 년간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된 구조. 거기에서 파생된 인맥과 파벌주의, 학연주의. 대학을 못 가면 뭐 하나 제대로 할 것도, 남들보다 특별히 인정받을 것도 별로 없는 사회. 자신도 모르게 낙오자가 되는 사회.. 그런 와중에 우린 미국문화의 막강한 파괴력을 보았고 또 뒤늦게나마 그들이 이렇듯 심혈을 기울여 매달리는 그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차분한 연구, 냉철한 계획이나 판단없이 그냥 큰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후끈 열이 올라 보낸 세월동안 달라진 것이라고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대학교에 영상이니 멀티미디어니 대중음악이니 하는 학과를 좀더 만들었다는 것과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일순위가 판검사에서 연예인으로 바뀌어져있더라는것 외엔...
사회구조는 여전히 변한 게 없다. 높으신 분들은 그저 잘 만하면 큰돈이 되고 IMF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니까 영상, 음반, 게임산업을 육성한다는 미명 아래 돈을 벌 몇몇 기업만 선정하고 용산전자상가같은 단지 하나 만들면 그뿐이다.
상당수 많은 젊은이들은 잘못된 입시교육의 덕택으로 문화적으로 거의 백지 상태에서 사회에 발을 내딛는다. 자신의 적성과 역량을 재볼 수 있는 기회조차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것은 물론, 첨단 문화산업에 대한 올바른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채 단지 우리의 냄비언론매체가 심어준 잘못된 환상 - 그저 세련되고 자유스런 직업인 동시에 경제적 부를 손에 쥘 수 있는 신세대 직업 - 에 기댄 채 무작정 최고의 음반기획자, 영화기획자, 영화감독, 가수, 탤런트, 게이머, 프로그래머, 멀티미디어 아티스트가 되겠다며 뛰어들고 있다. 교육환경은 그대로이고 사회는 여전히 학벌지상주의인체로 말이다. 많은 대기업이 손을 댔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이젠 썰물빠지듯 손털고 있는 영상/음반산업의 실패원인은 무엇일까. 본 기자가 보기엔 원인은 간단하다. 학과에 관계없이 국영수 시험 잘 봐서 일류대학 들어가고 졸업한 수재들을 위주로 영어시험 보고 뽑았고 그 사람들을 시켜 소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란 것을 담당하게 만들었으니 이게 될 리가 있는가? 대부분 학창시절 공부하느라고 만화책 한 권, 음반 한 장, 영화 한 편, 소설책 한 권 진지하게 감상하지 못한 공부기계가 갑자기 역작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첨단 문화산업과 관련된 대학교나 몇몇 기업에 돈 대주고 비싼 장비 몇 대 사게 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높으신 분들은 왜 모를까? 창의력과 사고력, 상상력을 길러주는 열린 교육만이 우리를 문화강국뿐만 아니라 진정한 선진국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길인데 말이다. 우린 입시위주의 교육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무슨 크고 작은 시험때만 앞두면 음악, 미술시간은 어디론가 실종되는 한심한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는한 우리는 언제까지나 미국 문화의 식민지에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것이라 봐야 고작 남의 것이나 줏어먹고 안 들키게 몰래 배껴먹고 얄팍한 모방이나 하는... 씨바.... 소주나 한잔하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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