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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괴물>

200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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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괴물>


2006 7. 27 (목)
딴지 영화부



드디오 오늘, 수많은 이들의 모가지에 고도의 인장하중을 가했던 그 영화 <괴물>이 개봉한다.


국내에서 시사회를 갖기도 전에, 칸 영화제에서 날라온 각종 소식들 덕분에 지금까지 사방에서 얘기될대로 되고, 찬양될대로 찬양된 당 영화.


그리하여, 본지 통계청 조사 결과, 50%를 가볍게 상회하는 압도적인 예매율을 자랑하고 있는 당 영화.


상황이 이러한지라, 본 기자는 평소대로 안빈낙도 청풍명월 무위자연 무사안일적 편집 철학을 유지하며 야동 사이트 검열 순시를 일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여, 리뷰 간다.



 어떠냐, 재밌냐


"<괴물> 어떠냐, 재밌냐."


본 기자가 시사회장에서 <괴물>을 목격하고 돌아온 그 날부터 가장 많이 들어왔던 질문이다.


뭘 물어들.


어차피 볼꺼믄서.


그래도 일단 답을 하면, "재밌다" 다.


근데, 문제는 그 정도다.


과연 당 영화는, 인종과성별과민족과국경과대륙과계파와종파와정파와영남과호남과여당과야당을 초월한, 전 언론에서 포문 일제히 열어제껴 발포하였듯 세계시민 사해동포 제위께서 누구나 별 네개 이상 때려 줘야 마땅할 "2006년 최고의 영화"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다소 오바스런 반응이라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살인의 추억>과 <괴물>


적정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느낌상으로 비유해보자면 이렇다.



<살인의 추억> : <공동경비구역 JSA> ≒ <괴물> :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은, 곁다리로 빠지지 않고 한 곳에 촛점을 맞춘 상태로 직선 코스를 전력 주행한 영화였다.


해서 <살인의 추억>에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기하급수적인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고, 이 가속도는 막판에 충돌 에너지로 전환되면서 관객들에게 감정 동시 발파의 쾌감을 엥겼더랬다.


송강호의 "밥은 먹구 다니냐"가 그리도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영화의 속도 에너지를 충돌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급브레이크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니던가.



하지만, <괴물>에서 이런 파워는 많이 약해졌다.


<괴물>은, 직선으로 달리기보다는, 굴곡 코스로 달리면서 이거저거 여기저기 두루두루 다 섭렵하며 돌아다니는, 그리하여 각종종합 재미를 주는데 초점을 맞춘 영화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킹콩> 등의 피터 잭슨의 영화들의 작업을 한 특수효과 회사(웨타 워크샵)까지 참여해서 만들어낸 CG 티 거의 안나는 괴물부터, 봉준호 영화 특유의 발냄새 나는 캐릭터들, 그 캐릭터들을 실현해 낸 노련한 배우들, 그들을 통해 곳곳에서 튀어 나오는 기습적 쪼크 등등...


<괴물>은,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런 사항들을 충분한 양으로 갖춰두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미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미국넘들의 협잡, 이를 돌파하려는 가족애(라기보단 부성애), 나름대로의 액션, 보통 사람들과 밑바닥 인생의 애환 등등 관객들이 예상한 것 이상의 각종 요소들을 두루두루 다 섞어 넣고 있다.


진정한 괴물은, 괴물이 아닌 인간(또는 미국)이었다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의식은 물론이고 말이지.


 다목적 종합 만능 영화


허나, 수많은 재래식 언론들처럼, <괴물>의 이러한 다목적 종합 만능 영화적 필에 대해 마냥 환호만 일삼는 것은 꽤 문제가 있다.


단편 <지리멸렬>시절부터 봉준호 감독의 영화의 큰 힘이자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잡스런 것들에 주섬주섬 신경쓰지 않고 본론을 향해 냅다 달리는 데 있지 않았던가.


헐리우드 풍의 뺀들뺀들 번쩍번쩍한 초첨단 미래형 세트장에서나 찍을 수 있을 줄로만 알았던 SF적 스토리가, 빠다향을 완전 제거한 우리나라스러운(그리고 봉준호스러운) 버전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나라를 배경으로해서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지나치게 필 받아 환호치만 않는다면,


<괴물>은 걸작 아닌, 수작 정도의 영화라 보는 게 적당한 평가라 사료된다.


그럼 어떤 영화가 걸작인거냐구. 당연히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지.


사실 <괴물>에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특수효과의 완성도 등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괴물은 이 대목에서 다소의 무리수를 두고 있다. 아무리 만화적 감수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려고해도 목에 턱턱 걸리거나 구려뵈는 작위적 오바가 군데군데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 기자, 이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논하고 싶다만,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일단 자제토록 한다)


그리고 이는 다목적 종합 만능 영화가 필연적으로 안게 되는 산만한 필과 맞물림으로써, <괴물>을 <살인의 추억> 보다 약 0.73 끗발 정도 떨어지는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선택 1 - 제작비



하지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떠난, 외적인 부분을 본다면 이러한 선택은 여러모로 머리 잘 굴린 선택이었다 사료된다.


일단 다들 아시다시피, 당 영화에는 많은 돈이 들었다. 그리고, 그리 큰 돈 든 영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감독이라면, 대부분 이 정도 규모의 제작비를 직면하면서 본전 회수의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대목이 영화의 승부가 갈리는 결정적인 지점이다.


대부분의 내공 미달의 감독들은 이 대목에서 주로 이미 검증된 것들, 즉 헐리우드 대박영화나 국내에서 히트친 영화들이 써먹은 수법을 그대로 갖다 베끼는 안전빵을 택한다.


물론 그 결과는 영화를 제대로 말아먹는 쪽으로 귀착되고 말이지.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오히려 여기에서 자신의 공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즉, 제작비에 눌려 영화를 말아먹지 않으면서도, 여러가지 재미스러운 요소들을 최대한 깔아넣는, 즉,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본전 회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결과, 영화는 필연적으로 <살인의 추억>에 비해 산만한 구조를 취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왜.


많은 사람을 염두에 두는만큼 이거저거 해줘야되는 게 많으니까.


 선택 2 - 국제적 주목


그리고, <괴물>의 다목적 종합 만능 필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가설이 가능하다. 보자.


최근, 본 기자는 영국에서 개봉된 <살인의 추억>을 영국인들과 같이 관람했다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근데 이 냥반의 얘기를 들어볼작시면,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이 <살인의 추억> 특유의 감수성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영화 자체를 흥미롭게, 그리고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수사반장> 주제가 장면이라던가, 시위 진압 때문에 수사를 위한 경찰병력이 몽조리 빠져나가는 등등 <살인의 추억>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대목들에서 우리가 느끼는 절절한 필들은 대부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긴, 당연하다. 우리가 수리남의 정치사회경제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범죄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 진정한 필이 그리 쉽게 이해 가겠는가. 수리남 씩이나 가지 않고, 싱가폴이나 말레이지아나 태국이라도 말이지.


여튼 그리하여 <살인의 추억>은 분명 잘 만든 영화였음에도,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데는 실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살인의 추억>과의 비교하에, <괴물>을 함 보자.


당 영화가 서양애들(최소한 유럽애들)이 재미있어하고 이국적으로(exotic) 느끼는 우리나라 뒷골목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 <살인의 추억>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얘기는 거의 배제하고, 가족애, 미국 비판, 전체주의 비판 등 걔네들의 관점에서 충분히 이해가능한 요소들을 전면으로 밀어놓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시위문화를 꿰고 있어야만 박해일의 화염병을 이해하는 건 아니고, 우리나라의 양궁사를 알아야만 배두나의 활쏘기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리고 <살인의 추억>에 비해 훨씬 보편타당한 <괴물>의 이러한 면은, 칸 영화제에서의 상당한 주목과 환호를 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감독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다용도 종합 만능영화 작전은 영화외적으로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그것도 대단히.


 관점


그리하여, 칸 영화제에서 <괴물>은, <살인의 추억>이 끌어내지 못했던 큰 호응을 끌어내는데 마침내 성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호는 국내 언론을 통해 열심히 역수입되었고, 덕분에, 안그래도 봉준호 감독의 SF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었던 <괴물>에 대한 기대는 大 폭발해 버린다.


하긴 왕년, <용가리>가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상당 액수의 가계약을 맺었을 때 국내 언론의 지랄에 가까운 폭발적 반응을 떠올려 보신다면, 뭐 이건 전혀 새로운 일이라 할 수 없을게다.


여튼, 지들 생각이야 어떻건, 외국에서 좋다는 소리가 나오면 어쨌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쌍수 이빠이 들어주는 재래식 언론 애들의 고질적 증상이야 하루이틀의 일도 아니니 그냥 냅두자.


하지만 이런 역수입된 평가가,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상황에서 생각나는 얘기가 하나 있다.


예전, 한 프랑스 영화 기자가 했던 얘기 말이다.



"한국 영화는 결코 억지로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해서는 안된다. 한국인들이 좋아하고, 한국에서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외국인들의 평가는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언 넘이 뭐라고 하건간에 우리 영화는 우리의 눈으로 보고 평가하고 즐겨야한다는, 구구단 1단 만큼이나 명백하고도 뻔한 이 얘기가, <괴물>의 개봉일인 오늘엔 그닥 뻔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잘못된 칭찬은, 당사자로 하여금 잘못된 노력을 하도록 부추기기에, 잘못된 비판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법이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해외산 호평을 먹고 자란 국내 언론의 과열된 호평이야말로, 미국산 포르말린을 먹고 자란 <괴물>의 괴물과 가장 닮아있는 진정한 괴물이라 할 것이다.



 결론


아 근데.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


<괴물>, 괜찮은거냐구.



괜찮다. 꽤.



하지만, 그럴 정도까진 아니야.




 


  
- 딴지 영화부
한동원
(www.handongw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