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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좃선, 아직도 멀었다 

2006 8. 18 (금)
딴지 정치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전시 작전통제권은 언제든지 행사할 수 있다" 라는 간뗑이 과다 팽창성 발언을 해 국민들에게 안보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발언은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괴기영화 이상의 스릴을 주기 위한 대통령의 계산된 대국민 쪼크가 아니겠냐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최근 전직 국방장관들이 보인 행보는  이것이 단순 쪼크가 아님을 드러냄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대통령의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라는 말에 전직 국방장관들은 일제히 화들짝 쪼그라든 부랄을 움켜잡은 채 현 국방장관을 찾아 해명을 요구하면서 파장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50여 년간 맺어진 한미간의 혈맹관계의 파토는 물론이요, 전쟁발발시 거의 람보적인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주한 미군이 몽땅 철수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하에, 구국의 단식농성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좃선일보는 싱가포르 대사, 세종연구소 연구원, 라이트 코리아 대표, 전 국정원장 등 각계 전문가 겸 멸공우국 지사들의 고견을 인용하며 작통권 단독 행사 불가 입장의 근거를 역설했다.


"한국군이 단독적으로 전쟁방어태세를 갖추려면 아직 졸라리 멀었어여" 같은 이들의 전문가적 주장에, 좃선일보는 한 술 더 떠 작통권 행사는 자존심의 문제라기보다 효율의 문제라며, 효율성만 보장된다면 미국 아니라 일본의 똥꼬도 능히 핥아줄 겸허한 자세가 되었음을 넌지시 비췄다.


즉, 1950년 한국전쟁 중 이승만 대통령이 당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서한을 보내 현재의 적대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아 위임했던 지휘권을, 이제와서 국방력 좀 나아졌다고 도로 빼앗아오는 배은망덕 행위를 해서야  되겠냐는 것이다.


본지는, 왕년 5.18 당시에 좃선이 "폭도", "남파간첩" 등의 단어를 적절히 구사하며, 군바리 정권에 저항하는 광주 시민은 웬만하면 전부 빨갱이화 하였던 과거의 호방함에 비하면, 이러한 주장은 상당히 그 완성도가 다소곳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한편, 본지는 좃선이 그나마 이만한 안보의식을 회복한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 판단하는 바이다. 왜냐.


씹다보면 닮는다고, 한 때는 좃선일보 역시 빨갱이 성향에 물들었음을 은연중 내비쳤던 듯한 어두운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 보자.


작전통제권 환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민족자존을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한 노태우 옹이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좃선은,



"열세한 병력으로 적군을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같은 능력과 지략이 있다면 전시라해도 굳이 미군측에 작전통제권을 의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90. 2.17 좃선 사설)


라는 위험천만한 이적성 발언을 했고,


전시 작전통제권이 아니라 평시 작전통제권만을 이양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2의 창군 어쩌고 하며 잔치집 분위기를 연출했던 추억스타 김영삼 옹이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좃선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환수하는 것이 다음의 과제다.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만으로는 우리의 안보를 우리가 완전히 책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94. 12. 1 좃선 사설)


라는 반미친북 빨갱이 세력적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좃선의 지난 시뻘건 과거를 돌이켜보면, 본 기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보시다시피, 당시의 좃선의 논조는, 좃선일보의 그 좃선이, 북조선의 그 좃선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위험하기 짝이 없지 않았던가 말이다.


만약 그 때 한미 연합사령관이 우연히 이 기사를 보고 순간적으로 빡이 돌아, 미국에 가서 자신들의 령도자에게 꼰질르기라도 했으면... 아, 이건 상상조차 하기 두렵다.


더구나, 이러한 남측 동태를 염탐한 북한 괴뢰가 만약 맞짱뜨자고 남침했는데도 미국이 언제그랬냐는 듯이 나몰라라 생깐다면... 아,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통권 환수 발언에
화들짝 놀라는 한미연합사령관


그나마 좃선이 이러한 어두운 과거를 반성하고, 작금에는 "무너지는 동맹, 흔들리는 안보", "반세기 동안 전쟁 막아온 한미연합사 왜 허무나" 같은 기사를 연재라도 하니 천만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좃선일보가 다음과 같은 칼럼을 실어 과거에 대한 회개의 뜻을 비춤과 동시에 노무현을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의 국운이 다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고 큰소리치는 노 정권의 자주, 자주국방은 당장 박수를 받을지 모르나 손에 잡히는 실속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자존심과 체면이 실속이 될 순 없다." (05. 11. 16. 좃선 칼럼)


온 나라의 멸공우국적 인사와 언론들이, 도대체 내 나라를 내 손으로 직접 지키는 비효율을 저질러서야 되겠느냐는 실속 중심적인 철학을 누누히 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대통령의 자주국방이라는 말 한마디에 실속은 내팽개친 채 별로 실용적이지도 않은 주권 따위를 회복하자고 주장할 어리석은 자들 사전에 교화하는 데는 좃선만한 신문이 없음을, 이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좃선이 어떠한 신문이던가.


일제시대나 군발정권 시대나, 대세와 시류에 부응하여 초지일관 실속만을 따르는 데 있어서는 국내 최고의 공력을 보여온 신문이 아니던가.


그러한 좃선의 일관된 자세는, 다음과 같은 논지로의 발전을 이루어냄으로써, 과연 좃선이 아직 죽지는 아니하였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노 대통령의 회견 내용을 보면 거기에서 ‘대한민국 지키기’의 간절함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까봐, 더 구체적으로는 북한에 어떤 무력행사를 할까봐 그것을 막으려고 작전권을 가져오려고 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06. 8. 10. 좃선 칼럼)


일단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행사를 할까봐 쫄아있는 노대통령의 심중을, 예의 그 강력한 독심술로 캐치해 낸 좃선의 가공할만한 염력에 감탄치 않을 수 없다.


또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고자 하는 따위의 행위는, 우리의 절대 형님이자 혈맹인 미국의 갈 길을 감히 막아서는 불경하고도 의리없는 행위라는 것을 똑똑히 짚어낸 그 당찬 기상 역시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작금 좃선일보가 노대통령의 작전통제권 환수발언을 전기로 삼아, 한때나마 불순한 반미친북세력에 호도되었던 과거를 뉘우치고, 일부 빨갱이들의 주권회복 주장과 이에 호응하는 안보불감증 세력에 경종을 울리는 기사를 싣고 있는 것은, 과연 개과천선의 훌륭한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본지, 좃선의 뒤늦은 안보의식 회복에도 불구하고, 왕년의 호방함에 비해서는 턱없는 부족함을 느낀다. 이 정도의 뜨뜻미지근한 주장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경각심을 제대로 일깨울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좃선의 일대 분발을 촉구한다.


지금은, 노무현의 작통권 환수 발언으로 인해 우리의 안보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매우 급박한 상황이다.


그러니 좃선일보는 매 지면마다, "격정토론 - 레바논 학살에 비춰본 한국인명살상 예상도", "충격고백- 총알 맞으면 실제로 어느 만큼 아프나",  "전문가 조언 - 전쟁발발전 미국 알뜰 도피법", 혹은 "특강 -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했던 장동건 같은 국산 람보형 군바리 되기" 등등의 기사를 연재해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미운 놈 끝까지 아작내기 - 노무현 편" 같은 기사도 가끔 실어주고 말이다.


좃선아. 지금은 한미 동맹 붕괴, 안보 위협 고조 따위의 실용성 없는 추상적 기사나 흘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본지가 이런 거까지 일일이 얘기해줘야 하나.





- 딴지 정지부
술탄
(sultan@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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