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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뷰] 배우, 문소리를 만나다 (2)

2006. 8. 2 (수)
딴지 총수

 






문소리 이너뷰 1탄 보기





 문소리와의 두 번째 이너뷰는, 첫번째 이너뷰로부터 열흘 뒤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뤄졌다.



총 : 얼굴이 많이 빠졌네요.


문 : (웃음) 아파야 해요. 가끔.
총 : 3분의 2가 됐네.


문 : 그 동안 술도 안 먹고 아파 갖고…


총 : 원래 약간… 오아시스에서도 약간 살집이 있지 않았어요?


문 : 오아시스 때도 굉장히 말랐었는데요. 사람들이 제 팔 들고선 이게 모니? 이럴 정도로 말랐었는데. 영화가 사지를 뒤틀다 보니까 살이 있어 보이게 나와요. 근데 굉장히 말랐었을 때도 볼은 늘 통통했었어요.


총 : 살이 되게 많이 빠졌어요. 몇 일 안 됐는데.
문 : 되게 많이는 아니에요...


총 : 열흘밖에 안됐는데…
문 : 벌써 열흘이 지났어요?


총 : 그 때는 화장을 해서 잘.. 뭐랄까… 누군지 몰랐어요.
문 : (피식) 좋은 화장이에요. 누군지 모르게 하고.



정말 몰라보겠더라.





 


당시 그녀를 온통 지배하고 있던 연극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총 : 그럼 연극을 두 달 한 건가요?
문 : 6주, 보통 6주에서 7주 정도 한데요.


총 : 연극을 극단서 하자고 그런 건가요? 그랬겠지?
문 : 제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


총 : 왜?
문 : 원래 그 극단부터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고요. 그 극단 사람들이랑..


총 : 목소리도 코가 막히니까 낫네.
문 : (웃음) 단편도 하면서 친해져서 늘 극단사람들이랑 공연을 보러 가고 그랬어요. 예전부터, 10년 전부터 그 극단의 연극을 좋아했어요.


총 : 그때는 극단에서 연기 안 시켜주고?


문 : 그때는 시켜달라는 말도 안 했고, 그땐 내가 학생 때 그냥 보러 간 거였고, 그리고 7년 전부터 이 극단의 배우랑 알게 돼서 이 극단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하잔 말 못하고 저도 안 했어요. 시켜달란 말 안 했어요. 원래 그런 거 말을 잘 못해요. 깎아달란 말도 잘 못하고 시켜달란 말도 잘 못하고, 그냥 ‘공연 잘 봤습니다.’ 이러고 맥주 한 잔 하고 들어 오고 친하게 지내도 한 번도 그런 말 못하다가..



평균을 현저히 하회하는 절대 둔감의 남사스러움 인지 능력, 아부지 장례식에서도 선글라스 끼는, 한정치산스런 최민수적 자의식 과잉, 이런 게 배우의 유전형질 아닌가...


스스로를 주제넘어 하기. 그를 읽는 첫 번째 키워드다. 


이번에 이 극단 창단 10주년 공연을 했어요. ‘마르고 닳도록’ 이라고, 이 극단 배우들이 총 출동해서 문성근 선생님부터 전부 다 연극을 했는데, 그 때 이창동 감독님이랑 같이 연극을 보러 갔는데, 그 때 술자리가 있었는데 술 좀 돼 가지고 나도 한번 하고 싶은데 못하다가 이상호 선생님이 ‘연극도 하고 그래야 좋은 거다’ 이런 말씀 하시 길래 얼른 ‘저도 되게 하고 싶은데요, 기회만 된다면 어떻게…….’(피식)



되게 소박하게, 소극적으로 얘기했는데 ‘그래. 소리 너도 언젠가 한번 해야지. 왜 말 안 했어?’하면서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요? 되게 하고 싶었는데 못했어요.’ 그래서 그 날 바로 슬픈 연극 어때? 희곡 보내라 그러고, 연출도 있었고, 다 있었어요. 12월 중순이었는데 그 날 얘기되어 가지고 1월부터 연습해서 지금 바로 공연 올린 거예요. <태왕사신기> 들어간다. 그랬는데 내가 연극하고 한다고 배째라 했더니 일찍 안 들어가더라고요.


총 : 그게 어릴 때 짐 날라주면서 했던 연극하고 많이 달라요?
문 : 다르죠.
총 : 어떻게 달라요?


문 : 그땐 내가 몰라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냥 흉내만 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든 잘 어울려 보려고 노력했었고. 근데 잘 안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고, 근데 지금은 하루에 막 20개씩, 30개씩 이렇게... 무슨 시험공부 하듯이 요점 정리 하듯이 배워요.


총 : 뭐를?
문 : 연기하는 거..


총 : 무대 위에서?
문 : 네. 무대 위에서,


총 : 아, 자기 연기가 느는 게 느껴져요?
문 : 네! 진짜 신기해요. 진짜… 영화는...


총 : 영화하고 달라요?
문 : 영화는 알아가는 거죠. 시스템도 알고 카메라도 알고, 뭐 분위기를 알아 가는 게 더 큰데..



오, 연극과 영화는 그렇게 다르단다. 영화는 카메라의 피사체로서 객체이고, 연극은 실시간 무대 행위자로 주체이니 그런가.


총 : 아 내가 이런 각도로 잡으면 저런 그림이 나오는구나… 이런 거..


문 : 그런 것도 있고. 아 이렇게 찍는 거구나, 이 정도로 해야 하는구나 이런 거.. 근데 또 작품마다 많이 다르니까. 그리고 연기라는 것이 내가 굉장히 는다 하는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할 때마다 이건 걱정 되는데, 하고 나서 불안한 적도 많고.


근데 이 연극은, 물론 쪽 팔릴 때도 많죠. 잘 못하고 나면 울 때도 있고 그렇지만 근데 그 다음에 배로 늘어서 관객들 앞에… 저는 지금 오늘 연출도 그랬는데 초반 첫 주에 할 때랑 마지막 주 할 때랑 너무 달라져서 자긴 그게 너무 흐뭇하데요.


총 : 어떻게? 구체적으로…
문 : 관객한테 이제 안 지죠. 휘둘리지도 않고.


총 : 연기를 안 해본 사람 알아 듣게 설명 좀 해줘 봐여...


문 : 150명 정도가 바로 코 앞에 있거든요. 소극장, 나는 그런 소극장에서, 작은 극장에서 하면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 지 몰랐어요. 그게 굉장히 무서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선배들이. 관객들 바로 앞에서 관객들에게 계속 말을 거는 연극이에요. 이 연극은. 그래서..


총 : 예를 들면 어떤?


문 : 음 뭐,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물어보고, ‘XX 가스 마셔봤어요?’ 막 이렇고.


총 : 관객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거네?
문 : 응, 응


총 : 애드리브도 해요? 그럼?
문 : 애드리브는… 거의 없는데, 한번 애드리브를 하면 그게 반응이 괜찮으면 그건 애드리브가 아니에요. 잦은 애드리브는 없어요. 그게...(피식) 굉장히 어려운 거라 그러고 또 2인극이 되게 어렵데요.


총 : 그건 왜?


문 : 명계남 선생님이 옆 극장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습하셔가지고 혼자 연습하시니까 인사 드리러 갔었어요. 박우상 선배랑. 그랬더니 ‘아우~2인극 어려운데’ 그러시더라구요.


실제 연습할 때 좀 어려웠어요. 굉장히 편한 선배였는데도. 연습 하다보니까. 그래서 ‘어려워요~’ 그랬더니 모빌 이론이라는 게 있데요.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데. 모빌 달아놓으면 5, 6개 있으면 하나가 출렁거려도 금방 균형을 잡잖아요. 데미지가 약하잖아요. 4, 5개로 갈라져서 전달되니까, 근데 2개만 달랑 달려있으면 이렇게 되면,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출렁출렁 거리잖아요. 그래서 2인 극이 어렵데요.


총 : 비유는 알아듣겠는데, 실제 연극에선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한 사람이 잘못하면?


문 : 상대방을 너무 민감하게 느끼고, 그 사람의 컨디션, 기분,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서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아요.


총 : 똑같은 대사인데도?


문 : 응, 똑같은 대사인데도. 응, 똑같은 대사인데도 되게 달라요. 한 백 가지 레벨이 있는 거 같아요. 똑같이 해도 ‘어? 오늘 왜 이러지?’ 나한테 느껴지는 것이 다르고 그러니까. 정말 그 사람과의 호흡이 중요하고, 정말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해야 하고, 서로 인간적으로 잘 나아갈 수 있어야 하죠. 진짜 이번 공연 같은 경우는 환상의 부분데… 판타지 부부에요. 너무 사랑하는….


총 : 하하, 실제엔 없는 사기잖아 그건.
문 : 없으니까 연극이라고 올리는 거죠. 그래서 연습 열흘 하는 거 보다 공연 한 번 하는 게 진짜라는 거, 오늘은 딱 관객이 오니까 알겠더라고요.


총 : 맨 처음에는 어땠어요?


문 : 심장이 이렇게 뛰어 가지고 진짜 첫사랑 이후 그렇게 떨렸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사를 어떻게 했냐면. 이렇게 배를 꾹 잡고 했어야 했어요. 너무 떠니까… 관객들이 다 봤어요. 내가 떠는 거를…


총 : 하하


문 : 또 평론에 올라왔어. ‘문소리씨 많이 떠는 것 같던데….’ 이렇게.
총 : 목소리도 떨렸어요?


문 : 그러니까 목소리가 떠 있죠. 안 떨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가라 앉지 않고 약간 떠 있는 거에요. 그리고 둘째 날, 금요일 8시 공연이 첫 공연이었고, 토요일 4시 공연이 두 번째 공연이었는데, 그 날 공연에서는 하나도 안 떨리는 거예요.


총 : 한 번 해 봤다고?
문 : 그거 너무 신기해요. 선배들도 신기하데요. 너무 안 떨려 가지고… 어머나, 근데 또 너무 긴장이 안 돼도 showing up 이 안되잖아요. 가라 앉아서, 그래서 공연이 10분 정도 늘어났어요.



showing up... 연극은 좀 북받쳐서 하는 건가.


총 : 푸하하..(박장대소)
문 : 얼마나 느지락 느지락(웃음)


총 : 대사도 천천히 쉬고?
문 : 어~ 생각나면 쉬고~ 그러다가 관객들도 보이고. 그 때는 보이지는 않고 천천히 하면 되지~ 뭐 이러다가 이제는 관객들이 보이고 예전에 한 열 명을 만나서 교감을 했다면, 이제는 한 50명을 딱 만나도 이 50명이 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게 보여요.



어떤 날은 그 기에 눌려 못 할 때도 있는데, 이제는 관객 객석 저 끝까지 보이진 않아도 내 소리가 전달되는 게 느껴지고 내가 여기서는 움직이지 않는 게 훨씬 더 낫겠다 이런 판단도 서고… 또 영화적 연기에서 자연스러운 거랑 연극 무대 위랑은 다르니까. 무대 위에서는 아, 이게 더 사는 거구나 이런 것도 알게 되고... 진짜 틈새 틈새 하나까지 메워 주고 가르쳐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나는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고, 많은 배우들이 해 봤으면 좋겠고. 근데 개쪽은 개쪽이에요. 문소리가 연극한다고 다 보러 왔는데 ‘어머 문소리다~~’ 처음에 이러고 봐요.  사람들이. 근데 그걸 빨리 깨 줘야 돼. 내가 처음에 릴렉스가 안 돼요. 이 사람들 마음이 열리지가 않아. 문소리가 어떻게 하나~ 보고 있는 거예요.



개쪽이란다. 하.


총 : 하하.. 잘하나 못하나 이렇게?


문 : 그래서 그걸 빨리 깨려고 연기 중에 똥침 넣는 걸로 바꾼 것도 있어요. 영화 한 8편 정도 했거든요?


총 : 그렇게 많이 했어요? 벌써?


문 : 예, 개봉 안 한 것 2편 있고. 근데 너무 재밌는 거는 말이 씨가 된다고 오아시스 박하사탕 찍으면서, 일 년에 한 편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한 십 년 그렇게 10편 하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랄 것이 없겠다... 그랬는데.. 주변에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이랬거든요.


지금 한 8년 거의 일 년에 한 편씩 하고 있으니까 거의 비슷해요. 한 7~8편 되니까 연기라는 건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건데, 인간에 대한 애정이 좀 떨어지더라고요. 내가.


총 : 그건 왜 그래요? 나쁜 걸 많이 봐서?
문 : 몰라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좀 떨어지면서..


총 : 영화 하다가? 그 인간은 누구에요? 관객?
문 : 영화 하는 사람들, 영화 만드는 사람들.


총 : 영화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 애정이 떨어졌다?
문 : 싫어하는 건 아닌데, 애정이 좀 떨어지고,


총 : 왜? 그러니까 더 이상 대단해 보이지 않는 건가?
문 : 사실은 내가 문제가 있는 건데 그 사람들을 탓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총 : 그러니까 더 구체적으로
문 : 아우 구체적으론 어렵다니까… 정말 어려운 문제야(웃음)


총 : 하하 그래도 알아 듣게라도 해줘야지.
문 : 어떻게 말해야 하나? 나는 그래도 감독들이랑 얘기도 좀 하고 술도 먹었다고 해서 건방인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진심이 뭔가? 이런 거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되고, 그럴수록 그 진심에 대해서 실망할 때도 있고요.


총 : 생각만큼 아니더라. 사람들이?
문 : 응, 응


총 : 이 정도로 봤는데 그 만큼은 아니더라?


문 : 응, 응, 그리고 나는… 정치적인 거, 비즈니스적인 거, 그런 삶의 태도도 인정은 하지만 썩… 그런 것들이 조금 싫은 것도 있고…….


총 : 그러니까 그들의 속물근성을 발견하게 되는 거구나? 일하면서 점점..


문 : 음 앞에서는 샤샤샤샤샤……. 그쵸. 어떤 사람을 봐도 ‘아우 뒤로는 그러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근데 연극을 하면서 사람이 좋아져요. 좋아졌어요.


총 : 왜 사람들이 좋아져요?
문 : 그냥, 내가 사람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아요. 3개월 만에.


총 : 처음에 영화 하는 사람들을 한 100점으로 보았으면, 실제로는 한 60점 정도다? (웃음)


문 : 흐흐.. 아니 사람은 다 비슷하죠. 영화나 연극이나. 근데 내가 마음의 태도가 좀 달라진 거 같아요. 그 사람들도 뭐 그럴만할 수도 있겠다 싶고 또 다른 장점이 또 보여요. 그래도...내가 못 가진 저런 장점들이 있는데 그런 장점을 느끼는 것도 괜찮다... 그 정도만 느끼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뒤에까지 야 다 까봐 다.. 머 이러지 않아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총 : 사람에 대해 여유가 생겼네?


문 : 예. 그리고 음...뭐라 그러나? 정말 같이 만들어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고 연극을 하면서. 근데 영화 하면서 이제 그렇게 기대하진 않아요.


총 : 사람에 대해 기대치를 좀 낮추게 됐구나?
문 : 내가 마음의 여유가 좀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에 대한 기대치?


총 : 스스로 강해져서 그런 거 아닌가. 그러니까 덜 연약해져서. 스스로 자존감 강하면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대해지는 법인데…


문 : 모르겠어요. 내가 영화 7~8편을 하다 보니까 속에 뭐가 없어졌나 봐요. 내가 팍팍하니까 사람들이 다 나를 공격할 것 같고.. 나의 약점을 야비하게 이용할 것 같고..


총 : 이것밖에 안돼? 이럴 것 같고?
문 : 그랬을 수도 있겠어요. 어쨌든 이제 더 여유가 생겼어요.


총 : 연극하면서 자신이 생겼나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고.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문 : 아니 날 좋아해주고 잘한다는 것보다는 음... 채워진 거죠. 영양소를 좀 채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사실 별거 아닌 데 겪어보지 않으면 굉장히 두려운 거 있잖아요. 별거 아닌 건 아니지만, 겪어보고 이 단계를 거쳐 보고 나니까 또 할 수 있을 것 같고… 뭐... 그렇게... 보약이에요. 보약. 연극이 보약이고, 정신병 치료되고요.


총 : 하하 정신병. 그러니까 사랑을 받은 거네, 관객으로부터 사랑 받고.. 충족되고..


문 : 예, 굉장히 사랑 받고, 상대배우로부터 사랑 받고 연출로부터 사랑 받고~


총 : 그래서 충전된 거네...



대한민국 인간 아무도 그리 여기지 않는데, 제 혼자 자신의 연기가 근본 없을까 봐 불안했단다.


문 : 정말… 백만 스물 하나 , 백만 스물 둘 할 수 있을 것 같애. 드라마 하기 전에 이거 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뭐 11월에 들어간다. 12월에 들어간다, 1월, 2월에 들어간다. 계속 그러는데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몰라. 맘대로 하라 그래. 나는 3월까지 연극하고 간다. 그래’ 그랬더니 우리 매니저가 ‘소리씨 그 쪽에서 난리에요 난리..’.



‘나는 몇 달을 기다렸는데요. 그렇게 말 어기는 사람, 나는 이거면 끝이라고. 이거하고 바로 간다 그래요. 나 26일에 끝나니까 27일에 바로 간다고 그래요. 그거 양해 안 해주면 다시 생각해보자 그래요 ’라고 진짜 배째라 작전으로 나갔는데, 그 쪽에서 하고 오라 그러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하길 천만 다행이죠.


총 :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사람들이 갑자기 유명해지면, 문소리씨도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졌잖아요? 자기가 자기를 감당하기 힘들잖아.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만큼은 된다고 나를 생각해주는 게 있잖아요. 그 게 한편으로는 기분 좋기도 하고 부담도 될 텐데..


영화를 한 편 두 편 하면서.. 뿌듯해 하다가도.. 계속 하다가 보면 그만큼 안 나올 때도 있잖아. 그러면 무섭잖아… 들킬까 봐 무섭기도 하고.. 이 연극이… 혹시 그런 류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문 : 근데 그런 걸 무서워했던 건 아닌 거 같아요. 원래 예전부터 이 감독님이나 경구오빠나 다들 ‘야, 그런 건 좆도 아냐’ (피식) 이런 얘길 늘 들었어요. 그게 가장 불안할 때는 오아시스 끝나고 였어요.


‘어머 어떡하지? 상 받아서 어쩌라고? 시나리오도 안 들어오는 데?’ (웃음) 그랬는데, <바람난 가족> 끝나고 ‘아, 그냥 상관없이 그냥 하던 대로 들이 파면 뭔가가 나오는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여기까지 온 거고, 뭐 중간에 <효자동 이발사> 끝나고 <사과>도 어렵게 영화가 들어가서 개봉도 못하고 이런 일 년 넘는 시간이 있었어도, 저는 그럴 때 오히려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려워? 그럼 어디까지 어려운가? 가봐.’ 어려워서 안정적인 영화 택하는 게 더 싫고, 그래서 더 이상 문소리 안 찾고 끝이면 그만 두면 되고, 여기서 더 새롭고 이상한 영화 한들 ‘좋고 낡은 것 보단 나쁘고 새로운 거’ 이런 말 있잖아요? 누가 한 말이지?


총: 유명한 사람이 한 말 아닌가 봐.(웃음)


문 : 유명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 브레히트. 확실하진 않아요. (폭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가족의 탄생도 했고. 그런데 어떻게 근근이 이어져 오더라고요. 그런 내 힘을 내가 확인하고 다시 그래서 갈 수 있는 거고, 저는 연기라는 걸 공부해 본적이 없잖아요.


학교도 안 나왔고, 빽도 없고, 줄도 없고, 뭐도 없고 (웃음). 연극하는 극단에서 오래 활동 했던 것도 아니고, 너무 일찍 상도 받았고, 그래서 늘 불안감이나 갈증이 있었어요. 내가 뭔가 기본이 안 되어 있지 않을까?


총: 불안감..



역시, 그랬다.


문 : 1,2,3도 모르고 그냥 내가 기본도 없이 혼자 너무 들이 파는 건 아닐까? 근데 주위에선 그런 건 없다.. 주변에서 늘 얘기해도. 원래...어디 가서 해봐도 그런 거 없는 거고.. 그래도 늘 자격지심 같은 걸 가지고 있었어요. 난 공부한 것도 없잖아. 가진 것도 없잖아.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 이번 연극하면서 호평 받고 이랬던 것으로 많은 부분에서 그런 걸 해소한 것 같아요.


총 : 치료가 됐구나.
문 : 치료가 됐죠.


총 : 뭐랄까요? 본전의식이 없는 거잖아요. 이제, 난 이만큼은 본전이기 때문에 이 이상으로 내려가면 안 돼.


문 : 잃을 게 없어, 원래, 원래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원래 밑천이 없어요. 저는.(웃음)



원래 밑천 없다. 그녀 곤조의 원천.


총 : 영화하고 연극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게 있어요?


문 : 다른 게 있어요. 연극은 무대에서 노는 것이에요. 관객을 즐겁게 해주고, 관객과 함께 노는 것, 아무리 심각하게 얘기를 해도 그런 거 하면서 노는 거고, 영화는 놀기만 하면 안 돼요. 그건 좀... 살아야 해.


사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물론 노는 게 더 두드러져야 하는 캐릭터도 있지만. 여교수 같은 건 사실 노는 거에 더 가깝긴 한데, 그 인물이 돼서 사는 게 더 중요한 포인트에 가 있다면, 연극은 그 인물이 되는데 되어서 그 다음에는 노는 거죠. 무대 위에서. 완전히 다른 거예요.


총 : 안 해봐서 난 잘 모르겠네. 영화는 촬영이 불연속적이고 기간이 길잖아요. 그러니까 영화는 촬영 내내 그 사람인 것처럼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살아야 하는 건가.


문 : 꼭 그것만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도…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연극에서는 내가 아무리 쓰레기 같은 나약한 연기를 하고 있어도 나 무대 위에 섰어. 나 이렇게 놀아 멋있지? 이런 관객을 압도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되죠.


총 : 일정 정도의 자아도취가 있어야 하는 구나.


문 : 있어야죠. 섹시할 수가 있어야 하고, 에너지가 나와야죠. 그래야 무대에서 배우로 보는 거잖아요. 어떤 캐릭터든 상관없이, 어떤 장면이든, 상황이든. 상관없이 노는 거죠. 그것을 영화에서는 다 싸서 딴딴하게 묻어 놓고 그 위에서... 다 빼놓고... 살아야 될 때가 많아요. 그런 게 드러나는 순간 영화에서는 오히려 ‘쟤 뭐하니?’ 이렇게 보이죠 .


딴 : 음. 그럼 이런 건가? 영화는 어떤 캐릭터가 되어 그 사람이 일상을 살듯이 연기하고, 연기한다 싶지 않게. 실제 그 사람인 것처럼. 카메라 앞에서.


문 : 꼭 그런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만이 최고는 아닌데, 어쨌든 영화 연기는 일회성을 딱 캐치하는 그런 게 있죠. 근데 여기 연극은 수백 번의 연습이 하나로 모아져서 던져 지는 거고,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근데 굉장히 달라요. 연극이 기본이 돼야 될 것 같아요. 베이스가 돼서. 그 위에서.


총 : 텔레비전을 하는 것도 새로운 종류의 연기를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런 건에요?


문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새로운 종류의 연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나는 드라마 연기가. 새로운 동네에 가서 한 번 적응해보자. 나이 들어가지고 잘 안 팔릴 때 드라마 가서 연기하는 것도 쪽 팔리잖아요. (폭소) 그건 농담이고 (웃음) 경험할 수 있을 때 한 번 그냥 새로운 작품 한번 해 보자…


총 : 연기가 나한테 굉장히 숙명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직업 중에 하나인가…



배우는 배우가 숙명이라며 지구가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렇게 두 종류로 나뉜다.


문 : 직업 중에 하나 인 것 같아요. 근데 약간!! 내가 처음에 이걸 기어이 하려고 막 애를 쓰고, 기를 쓰고 쫒아 다니면서 한 건 아니었는데.. 이렇게 오게 된 걸 보니 무슨 연이 있나 보다~ 얘랑 나랑…


그리고 내가 내 안에 굉장히 숨겨 두었던 것, 감춰뒀던 것을 이렇게 풀어낼 팔자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러기 위해서 태어났고 이게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순 있겠지만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것만으로는 그렇게 인생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요. (피식~) 연기만 해서 말년에 아름다운 사람 보셨어요? 난 못 본 것 같아.( 폭소)


총 : 여하간 연기만 하고 살진 않을 거다.
문 : 그건 확실해요.


총 : 그럼 이건 어떻게 해결해요? 연기 속에서 그런 사람이 됐다가 그 인물에서 금방 빠져 나와요? 그거 잘 안 빠져 나와지는 사람도 있다던데?


문 : 나는 금방 집에 가고,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그냥 맛있는 거 먹으러 빨리 가고…. 그게 금방.


총 : 일상으로 금방? 즉각?


문 : 금방… 되게 헛헛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무기력, 연기 하다가 촬영 끝났어요. 끝나고 집에 왔는데 딱 아침에 눈을 떴는 데 갈 곳이 없어요. 오후 4시~5신데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누구도 나한테 밥 먹자는 연락도 안 오고. 현장에 있으면 하루에 열 번 이상 밥 먹었냐고 물어 보는데.. 여러 명이 다 같이 밥 먹고, 담배 필 때 옆에서 커피 들고 농담 떨고, 일 끝나고 저녁에 맥주나 한 잔씩 하고..


이런 생활 몇 달씩 하다가 매니저도 전화없고 쉬라고 이제. 그 전에 친구들도 얘가 촬영 중이려니 하고 연락도 없고.. 해가 지면 진짜 침대 위에서 손 까딱 하기도 싫고, 아무 것도 재미가 없는 거죠. 다른 거는, 하기도 싫고, 그럴 때 저는 빨리 집에 가서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온천이라도 가고, 같이 식구들이랑 맛있는 밥이라도 먹으러 가고, 뭐 악기 레슨 받아야지, 영어공부나 해야지… 이러면서 계획을 빨리 세우는 편이에요.


총 : 보통사람이 배우가 된 거네..



보통사람, 배우 되다. 오늘의 주제어다.


문 : 어떤 사람이 보통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보통사람이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총 : 그냥 그렇게 순간적으로 느껴졌음.. 보통사람이 배우 된 거잖아. 갑자기. 그리고 사실 잘 할지도 몰랐는데 지금 잘 했단 소리를 듣고 있잖아요? (웃음)


문 : 진짜 보통 아니다. 나 그런 소리 많이 듣고 자랐는데..(웃음)


총 : 푸하하.. 오아시스도 그랬지만, 오아시스는 운이 좋았다고 쳐요. 그 뭐야? 임상수 감독, 영화제목이 갑자기 생각 안 나네.


문 : <바람난 가족>


총 : 나는 그 <바람난 가족> 연기 참 잘했다고 생각 했어요. 인상적이었어요. 저 여자가 연기를 잘하는구나. 그러면서 궁금했던 게 ‘저 여자는 왜 연기를 잘할까. 자기가 연기를 잘 하는 줄 알까? <바람난 가족> 연기를 잘 했단 소릴 많이 들었죠? 거, 연기 잘했어요.


문 : 난 바람난 가족의 연기는 잘 한 연기라기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연기라고 생각해요. 그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슨.... 클로저의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라던가… 요즘 쿨 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 트렌드와 맞았고, 그런 세련된 취향의 사람들과 맞았다고 생각해요.


총: 본인 연기 잘하는 게 신기하지 않아요? 스스로?
문 : 사람이……. 연기...


총 :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많잖아.(웃음) 연기 하고 싶어서 어렸을 때부터 그런 학과도 가고 학원도 가고 열심히 노력하고 근데 해도 안 되는 사람 많잖아요?


문 : 그런 면에서 나는 좀... 약간... 내가 타고난 거가 있다면 유연한 거…


총: 어떤 유연함?


문 : 몸도 유연하고, 말 타는 데도 금방 리듬을 타는데, 몸도 유연하지만, 마음이나 정서적으로도 나는 굉장히 겉은 딴딴한 껍질 같은 게 있어 보이지만 속은 유연한 것 같아요. 영향을 잘 받고 이렇게 하라 하면 이렇게 잘 되는 편이에요.


총: 성대모사도 잘 해요?
문 : 성대모사도 쪼끔 (박장대소)



총 : 푸하하
문 : 어렸을 때 선생님 성대모사도 잘 했어요.


총 : 앞에 나가서 막 하기 보단 그냥 혼자 해보고 뭐 그런 애였구나.


문 : 응. 응. 내가 하면 ‘야, 똑같애 똑같애’ 몇 명 애들이 막 잘한다고 좋아하고. 우리 집안이 좀 감수성이 남 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병력도 좀 있지만…….


총: 병력?


문 : 뭐 심한 건 아니지만 예민하거나 이런 감정의 폭이 약간 좀…….다르긴 해요. 나는 옛날에 문씨들은 다 그런가 생각했었어요. 우리 식구들이 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모르죠.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근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끝까지 가서 극복이 안 되는 건 없겠지’ ‘어우 안 되겠어’ 이러고 금방 포기한 게 별로 없어요.


총 : 그건 왜 그랬을까?


문 : 아무리 내가 몸이 약하고 비실비실 꼬쟁이처럼 말랐어도, 100미터처럼 극복이 안 되는 코스도 있지만 오래 달리기는 잘했어요.


딴 : 그럼 언제 좌절해요?
문 : 좌절 매일 해요. 매일 (웃음) 공연 끝나고… 내가 하도 좌절을 많이 해 가지고 남자친구가 연기하지 말라고..


총 : 너무 못했다고 연기를?


문 : 뭐 하다가도 그러고. 끝나고 나서도 그러고. 하여튼 뻑 하면 징징대며 울고 어떡하냐고 어떡하냐고? 발 동동 굴러가며 그러니까 벽에 머리를 박고 ‘걔 미워 걔 미 걔 나빠 걔 나빠’ 막 이러니까.(웃음)


남자친구가 ‘너 이러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고, 행복하게 어디서든 야무지게 잘 할 수 있는데 왜~ 넌 성격에 안 맞는다’ 이러면서 하지 말라 그랬어요.


총 : 오랫동안 사귀었던 그 남자친구가?


문 : 응. 그래서 그 사람 또 달래주고, 개새끼 막 이러고.


총 : 어떨 때 울었어요?
문 : 저 잘 울어요. 되게 잘 울어요.


총 : 그러니까 그 나를 괴롭힌 사람이 어떨 때? 예를 들면?
문 : 예를 들자면? 누구 예로 들어 드릴까요? 하하


총 : 기억에 남는 케이스. 감독 욕 좀 해보세요. 그러면 이창동 감독에 대한 찬사는 지난 번에 내내 했으니까, 이창동 감독의 흉을 좀 해봐요.


문 : 내가 그랬어요. 감독님 우리 후생에 부부로 태어날 지도 모르겠어요. 전생에 악연이 부부로 태어난다면서요. 우리 너무 악연이라고 이럴 때도 있고..


총 : 왜, 어떨 때?


문 : 그 분 굉장히...나랑 비슷한데. 비관적이시고 너무 자학스타일이고.


총 : 비관적이고...자학? 어떤 의미에서?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이런?


문 : 아니에요. 자기가 하는 건 다... 굉장히 아우... "괜찮아 잘 했어." 이런 게 한 번도 없으신 분이에요.


총 : 항상? 계속....


문: 아.. 그거 따라 가려다간 살기 싫어져요. 진짜. 항상 더하려고 해요. 제일 괜찮은 표현이,



"다음 꺼 찍자."


죽어요~ 맨 날 찍고 집에 가서 우는 거예요. 오케이 소리 한 번도 못 듣고. 그러면 난 또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이러고. 어떡하냐 그러면 잘 말도 해주지 않고. 그리고 매우 매우 염려하고.... 임상수 감독님은 많이 하다가도 ‘아 이거야 됐어!’ 이러면서 끊는 면도 있는데, 이창동 감독님은 안 그래요.


총 : 완벽주의자구나. 비관적 완벽주의자.


문 : 어떻게 보면 고문관 스타일이에요. 여기서 뭐가 잘못되어 있으면 그것만 해결해서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하셔야 해요. 이래서 미안하다 이러면서 다시 해요. 근데 왜 거기서부터 다시 해야 되는지 못 받아 들이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아무도 이해 못해도 다시 시작한다는 게 대단한 거 같아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감독은 현장에서 왕이잖아요. 총 지휘자가 그걸 스스로 다시 처음부터 하려고 한다는 게... 그렇게 멈춰서 잘못된 걸 처음부터 바꿀 수 있는 힘이… 그때는 그게 너무 억장이 무너지고 뒤로 넘어가겠고. 막.....


총 :  몸 다 뒤틀고 다 했는데..


문 :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걸 갈 수 있다는 게, 남들이 감독이 이거라고 하면 기껏 생각해봐야 그 안에서 생각해요. 감독이 이렇게 가자고 하니까. 근데 자기가 여기라 해 놓구선, 이렇게 가자고 해 놓구선, 다시 180도 생각해보는 그 힘...


총 : 임상수 감독은? 흉 좀 봐봐.


문 : 아~ 임상수 감독 진짜……. 술 먹으면 깐쭉대잖아요. 말. (폭소)


총 : 푸하하하


문 : 근데 임상수 감독님은 거기에 막 받아 치려고 하면 더 그러세요. 근데 제가 아우 그러세요~ 이렇게 받아주면. ‘저 인간이 괜찮은 인간인가?’ 이러면서(웃음).. 좀 어른스러운 태도에 약하신 거 같아요.


총 : 깐쭉댄다는 게 뭐에요? 좀 시비도 걸기도 하고.. 씨니컬 하게.


문 : 응. 괜히 남의 약점 톡톡 잘 건드리고 긍정적으로 대화하기보단 이렇게… 대화하는 태도가 그렇게 썩 좋으신 분은 아니잖아요?


총 : (박장대소) 시비도 좀 걸고.


문 : 그래서 어디 가서 맞지나 않을까 걱정 되요(웃음). 나이 들어서  맞으면 안쓰럽잖아요. 젊은 나이도 아닌데 (포복절도)


총 : 하하하하


문 : 근데 어느 날 제가 <바람난 가족> 찍다가 생일 맞이했어요. 그래서 아~ 한 살 더 먹었다. 이랬더니 ‘올 해 몇 이유?’ 이러시길래 "서른 됐어요." 이러니까 "당신 서른 밖에 안됐어? 근데 왜 이렇게 어른인척 해? 웃긴 여자네?"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언제 어른스러운 척 했어요?" 그러니까 "아니 근데 어쩌면 그렇게 어른스러운 거야?" 이렇게 말을 바꾸더라고요. 오히려 그냥 그러시구나… 하고 받아주면 오히려 재밌고 귀여우신 면도 있으시고.. 그 원래 <바람난 가족> 엔딩장면 있잖아요.


원래는 춤을 춘다.. 에요. 원래는 그냥 몸 푸는 동작과 유사해요, 그건 춤이라고 하기보다 그냥 몸푸는 동작들, 국민체조 같은, 그런 동작을 이어서 만든 거예요. 혼자 물구나무 이런 거였어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 멋있게 춤 좀 춰봐야 되지 않겠어?" 이러시는 거에요.


그런데 뭐 실력이 되나~ 좀 유연한 편이긴 해도, 춤을 추려면 파워도 있어야 하고, 기술도 있어야 하고. 또 그 무용실을 빌리는 시간 내에 촬영을 해야 한데요. 근데 뭐 무용실에서 밤낮으로 연습하고 짜고 그래 가지고 감독님한테 어떤 춤, 어떤 느낌 전화해서 아무리 물어봐도 별 얘기가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촬영 전날인가 전전날인가? 내가 감독님께 전화해서 그래도 한 번 봐 달라고, 어떻게 선생님과 만들었는데 그래도 봐야 하지 않겠냐고해서 왔어요. 무용실에… 그래서 감독님 앞에서 "보세요 " 이제 보여 드리려고 하나, 둘, 셋 하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아, 잠깐!" 이러더니 꿈지락 꿈지락 거리는 거에요.


그러더니 "청소나 할까?" 이러는 거예요. 갑자기. 마지막 장면이 춤이 아니라. 그 말 듣고 내가 주저 앉아서 막 엉엉 울면서 "뭐하는 거야? 지금!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 동안 걱정이 돼서 스트레스가 됐던 거야. 그렇게 막 울고 불고 그랬더니 깜짝 놀란 거야. 이 사람이.


"맘대로 하라고. 지금 똥개 훈련 시키냐고!!!!" 무용선생님도 열 받았죠. 갑자기 청소하자는데… 그러고 있는데 임상수 감독님이 술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서 술자리에서 앉아서 얘기하는데 술을 딱 마시고 나니까.


내가 오히려 아까는 막 울다가도 "진짜 청소해요? 아니, 내가 오아시스 때도 청소하는 걸로 끝났는데? 괜찮을까? 청소 어떻게 할까? 신나게?" 이렇게 막 얘기하니까 무용실에서는 내가 지랄 다 했잖아요.그러니까 그 옆에 무용선생님도 벼르고 있었나봐. 근데 내가 갑자기 "어떻게 할까?" 이러고 있으니까 선생님은 속으로 ‘저 년은 더 미친 년 아니야?’ 이랬을 꺼에요. (폭소) 갑자기 둘이 합이 맞아 가지고 "그러니까 청소를...’ 이러고 있으니까"


총 : (박장대소)사람이 뒤 끝이 없구나.


문 : 임상수 감독님은 일 하는 데는 뒤끝이 없는 편인 것 같아요. 컷! 하고 나서 표현이 너무 적나라해요. 잘 하면 "잘했다. 와~최고로 섹시하다~ 와~"이러고 어쩔 때는 "뭐야~ 어? 거거 너 뭐야!!" 막 이러고, "아씨~ 창녀 같잖아~" 막 이래요.


나는 기억을 못했는데, 우리 촬영감독님이 어느 날 말씀이 굉장히 없으신데. 카메라 뒤에만 계시고 말씀이 굉장히 없으신 분인데 그 표현 듣고서는 "감독님 그것은 좀..." 뒤에서 감독님을 제어를 하더라고요. 나중에 "어 내가 그런 얘길 했나..." 그런 건 좀 나빠요. 아무리 자기 느낌이라지만…….


총 : 하하 상대 배우 중에 흉 볼만 한 사람 없어요? 배우 중에는 상대 연기를 먹어 버리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무슨 표현인지 잘 모르겠던데 난.


문 : 어떻게 흉을 봐요? 여기서. 흉 볼 사람 있어도. 인터뷰에서…
총: 그래도 한 사람만.


문 : 아 흉 볼 사람이 거의 없어요. 나. 난 솔직히, 남자 복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연기 먹어 버린다거나, 날 못하게 한다거나. 물론 못하진 않았겠지만... 없어요. 같이 잘... 근데 여기서 어떻게 흉을 봐요? 기사가 날 건데


총: 흐흐.. 한 사람만..


문 : 흉보는 거 좋아하나 봐요? 딴지일보는?
총 : 아주 미운 사람 한 명만. 그때 왜 울고 뭐 이랬다면서요?


문 : 그렇게 미운 사람 없어요.
총 : 하하 있긴 있구나? 배우가 되고 나서 자기가 변했어요?


문 : 변했겠죠. 얼굴도 변했는데. 저 옛날에 얼마나 착하게 생겼었는데요. 20살 때 (웃음) 지금 거울 보면 되게 못되게 생긴 거 같아. 거울 보면.


총 : 배우가 되고 나서 7~8년 동안 뭐가 제일 변했어요? 사람들이 대우해 주는 거 말고. 자기가 느끼기에?


문 : 많이 넉살도 좋아지고. "아이고 그러세요? 살펴가세요~"(폭소) 이런 것도 하고. 뭐 이상한 사람 만나도 잘 받아들이고. 옛날에는 사람 가리고 그랬죠. 그런 건 많이 늘었죠. 다른 건 특별하게 안 변했어요. 사는 환경도 특별히 안 변했고요.


총 : 감탄하게 하는 배우나 감탄하게 하는 감독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그 사람의 연기나 영화를 보고선 감탄하거나 저 사람과 한번 해보고 싶다. 아 어떻게 저렇게 될까? 배우가 있어요? 남자건 여자건?


문 : 전 송강호 선배님 코미디 좋아해요.
총: 왜죠?


문 : 강호 선배님 되게 웃겨요. 되게 웃기고. 옛날에 내가 웃긴 연극에서 봐서 그런가? 나는 김수로보다 송강호가 훨씬 더 웃기다고 생각해요. 그걸 특화 시키기 싫어하고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감탄한 배우라… 그렇게 감탄한 배우 있으세요?


총 : 글쎄… 난 뭐 배우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니까.


문 : 그 저 번에 그 분 좋았는데… 성함이 뭐더라?. 나이든 배우. 그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술 먹어서 그런가? 그거 보셨어요? <너는 내 운명>? 그 엄마로 나오는 황정민씨 엄마. 갑자기 왜 생각이 안 나지? (나문희씨다)


총 : 또래에서. 20, 30대에서.
문 : 또래에선…


총 : 하하


문 : 감탄할 자세가 안돼 있나봐. 나. 푸하하하..


총 : 하하하


문 : 감탄을 안 했네. 아직? 음… 마음가짐의 문제가 있다. 한 번도 감탄을 안 했다니. 감탄을 하기 싫었던 걸까요?


총 : 푸하하 라이벌 의식 느끼고 있는 사람 있어요? 혹시?


문 : 없어요. 독고다이 인생으로 지금까지 그 의식으로 왔잖아요. 근데 무슨 라이벌 의식. (웃음)



독고다이. 왜. 남사스럽잖아.
그녀를 읽는 또 하나의 키워드.   


총 : 그러니까, 저 사람이 잘 되는 게 싫은 거나…
문 : 없어요. 아무리 잘 되도 저랑은 뭐....


총 : 상관이 없다?


문 : 상관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굳이 뭐 내가 큰 영향을 받을까? 괜찮아요. 받아도.


총 : 감독은? 저 사람하고 일해보고 싶다.


문 : 봉 감독님. 봉 감독님 영화, 웃겨요. 재밌어요.


총 : 박찬욱 감독 보다 봉준호 감독하고 해보고 싶다.


문 : 응. 나는 봉 감독님 하고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봉 감독님 영화가 은근히 웃겨요. 그러면서 힘 있고. 그래서 봉 감독님 영화 좋아하고. 장준환 감독도 좋아하고. 희한한 이야기 가져와서 영화라고…….


총 : 장준환, 진짜 재밌잖아.


문 : 응. 재밌잖아. 진짜 외계인이잖아. (둘 다 박장대소)



이건, 영화를 봐야 무슨 이야긴 줄 안다.









<지구를 지켜라> 중에서


문 : 장 감독님 영화 좋아하고. 김지운 감독님이 코미디 하면 같이 해보고 싶어요. 폼 잡는 거 말고. 웃긴데~, 김지운 감독도.


총 : 개인적으로 감독으로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에요?


문 : 감독으로서요?


총 : 감독으로서. 남자로서 말고.


문 : 다 감독으로 좋아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 남자로가 아니라.


총 : 아니 저 감독은 영화는 별로지만 저 감독은 매력적인 남자다. 이럴 수 있잖아.


문 : 감독을 매력적이다. 라고 웬만하면 여기지 않아요. 남자 배우도 그렇고. 그냥... 이 쪽 판에 있는 사람이 썩.. 그런가 봐요.


총 : 남자 배우는 왜 매력적으로 안 느껴요?


문 : 몰라요. 내가 끼 있는 남자들을 별로 안 좋아하나 봐요. 내가. 그냥 배우니까 그런 척 하는 거지 원래 저렇지는 않잖아... 뭐 이렇게 생각하나 봐요.


총 : 하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남자 배우는 없고?


문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남자 배우?


총 : 그러니까 배우가 연기 잘한다 말고 남자로서 괜찮다.


문 : 남자로서 괜찮다... 별루 없어요.


총 : 별루 없음은 있긴 있는 거잖아.(웃음)


문 : 지금 한 사람이 떠올랐는데(웃음) 근데 그 사람을 너무 몰라요. 나는.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까 배우로서 좋아하는 거 같아.


총 : 그게 어때서. 그 사람이 누군데?


문 : 아니 다들 좋아하는데, 잠깐, 푸하하하하 나 몰렸어. 몰렸어. 안되겠다 말하믄.


총 : 하하하 배우로써 좋아하는 그 사람이 누군데.
문 : 아니 다 좋아요. 창피하게. 뭘 물어봐


총 : 이번에 같이한?
문 : 아니요?


총 : 같이 해본 적 없는?


문 : 응, 영화에서... 발견하지 못한 아쉬운, 괜찮은 배우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총 : 무슨 영화인데.
문 : 에잇! 그만!


총 : 나이는 몇인데.
문 : 몰라요~ 나이는. 나도.


총 : 아, 주연급 배우는 아니구나.
문 : 난 모르겠네~~


총: 하하하 아니 그 사람이 누군지 말해줘야 취향을 알지.
문 : 아니 내 취향하고는 상관없어요. 그냥.


총 : 30대?
문 : 드세요. 맥주나~헤헤(웃음)


총 : 황정민?
문 : 푸훕..


총 : 황정민은 아니고..


문 : 근데 진짜 다들… 나는 내가 만나 본 남자배우들 중에서 그 사람들이 날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참 다들 괜찮았던 것 같아요. 지진희씨도 저는 예상 못했어요. 그렇게 괜찮을 줄 (웃음) 그냥 만나보니까.


총: 연기를?
문 : 아니, 연기도 괜찮았어요. 지진희씨 연기 중에 나는 여교수가..


총 : 연기도? 라면 뭐가 또 괜찮았어요? 사람은 신사라고 하드만?
문 : 누가?(웃음)


총: 푸하, 그건 아니고?
문 : 괜찮아요. 진짜.


총 : 신사는 아니고?
문 : 신사 과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총 : (박장대소)
문 : 젠틀맨 이미지 일뿐.


총 : 그럼 어떤 거에 가까워요. 스포츠맨? 한량?
문 : 아니 굉장히 털털하고, 솔직하고 과감하고.


총: 그래서 맘에 드는 배우는 누군데요?


문 : 남자로서 배우가 별로 안 좋다니까. 제발 배우나 감독이 아니었으면 해요. 나의 남자는.


총 : 그러면 남자는 언제 섹시해요?
문 : 남자는…….?


총: 참고로. 참고로 예전에 우리 여직원들에게 ‘니들은 언제 남자가 섹시해?’라고 물어봤는데. 하나는 남자친구가 허리띠를 한 번에 확 땡겨 풀 때 멋있데, 섹시하데. 희한한 것.


또 어떤 애는 한 번도 남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대머리 부장과 같이 차를 타고 퇴근하다가 비가 막 오는 날이었는데 타이어가 펑크가 났데요. 그 사람이 비를 맞으면서 타이어를 고치는데, 자기는 우산 들고 있고. 한 번도 남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게 너무 섹시하더래. 섹시하다는 건 사람마다 다 다르고 거기서 그 사람의 생겨 먹은 대로의 본능과 취향이 드러나는데.


문 : 웬만하면 섹시하다고 잘 안 느끼는데. 내가 기억에 남는 가장 남자가 섹시하다고 느낀 순간은. 어떤 남자가… 음 그때는 섹시하다는 것도 잘 몰랐던 때에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굉장히 섹시했었나봐. 어떤 남자가 나랑 같이 있는데 눈도 잘 안 마주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왜요? 창피하세요? 부끄러워요?’ 그랬더니. 긁적긁적 하더니 씨익 웃으면서 머리가 생머리였는데 머리를 넘기면서 ‘저는 사는 게 쑥스러워요’ 이러더라고요.


총: 응?


문 : ‘사는 게 쑥스러워요‘이러는 거예요. 굉장히 자신감 있어도 될 사람인데. 그냥 슥 웃으면서 쑥스럽다고 하는데 굉장히 그게… 그리고 그 사람이 또 두 번째 기억나는 순간이. 제가 술을 많이 먹어서 짬뽕을 시켰어요. 사람들은 뭐 자장면 시키고 시켰는데.


근데 제가 국물만 몇 스푼 먹고 못 먹겠더라고요. 그냥 국물만 먹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 더 먹어요~"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면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만뒀는데. "더 안 먹어요?" 이러더니 아무 말도 없이 자기가 쓱 먹어요. 내가 먹던 거를. 되게 맘이 이상하던데?


총 : 침이 섞였으니까?
문 : 아니 몰라. 이게…


총 : 그 남자랑은 머야… 안 사귀었어요?
문 : 사귀었죠. 그 남자랑. 안 사귀었겠어요?


총 : 하하하 아 그 사람이 그 오래 사귄 남자구나.
문 : 음....근데 그 사람도 처음 날 딱 보고……. 좋았었데요.(수줍게)


총: 푸하하


문 : 난 진짜 안 믿었어요. 안 믿었는데, 근데 내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무슨 말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뒷모습까지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


총 : 그렇겠지. 좋았으면.
문 : 그때는 나랑 눈도 안 마주쳤는데 그걸 다 보고 있었더라고요.


총 : 근데 왜 헤어졌어요?
문 : 헤어질... 운명~


총 : 운명 같은 거 안 믿잖아요.
문 : 팔자고 그럼. (웃음)


총 : 싫어진 건 아닌 거 같은데.(웃음)
문 :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총 : 그러니까 왜 헤어졌냐고?
문 : 물어보지 마요. 뭔 이유가 있겠지.


총 : 구체적으로 말고, 그냥 두루뭉술하게.


문 : 두루뭉술하게? 그냥… 너무 오래되기도 됐고 사귄 게. 그리고 나는… 일을 더 해야겠다. 라고 생각을 했고.


총: 결혼하자는 데? 결혼해주지 않는다고, 남자가, 나랑 결혼할꺼야? 일을 더 할꺼야? 이런 남자는 아닐 거 같은데.


문 : 응, 근데 너무 징글징글한 인연이어서 결혼을 해서도 썩 좋을 것 같지 않았어요.


총: 징글징글한 인연이라는 게 어떤 건데?


문 : 너무 좋아 죽고 못 살았어. 헤헤……. 그렇게 악연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좋은 인연인 것 같지 않았어요.



총 : 좋아하면 좋은 인연이지.
문 : 아니에요~. 그냥 절절히 사랑하지 않아도 좋은 인연이 있잖아요.


총 : 절절히 사랑했다며?


문 : 그러니까 그 사람을 절절히 사랑했는데, 결혼해서 평생을 살아야 되는 사람이 절절히 사랑해야 되는 사람이랑 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총 : 그건 아니지만 절절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못할 이유는 또 뭐냐고?


문 : 그냥 넘어 갔어야 하는데 또…
총 : 그러니까 두루뭉술하게.
문 : 하하하하하



굳이 끝까지 물었다.
사랑과 이별은 그의 경계를 드러낸다.


총: 지금 그건 이유가 안 되고.
문 : 내가 이기적이어서 헤어졌나?


총 : 그 사람이 원하는 걸 못해준 건가?


문 : 응. 못해줬고요. 아우~ 내가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옆에만 있고. 떡볶이 집 해서 살자 그러면 그렇게 살고, 산속에서나 살자 그러면 산속에서 살고 그러면 백년해로 좋았을 텐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헤어졌죠.


총 : 많이 싸웠구나?
문 : 그렇게 싸우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속상하고 아픈 기억들이 많아요. 너무 좋아해서.


총 : 너무 좋아하는데 왜 속상해?
문 : 힘들 때 만났잖아요. 연기 처음 시작하고 그럴 때. 그래서……. 딴 얘기 합시다. 아우…


총 :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헤어지고 하는 데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난다 말이지.


문 : 난 그 사람 만나면 연기고 뭐고 다 하기 싫어져요.
총 : 그러면 그 사람이랑 그렇게 지내면 되잖아.


문 : 싫어요.
총 : 그 사람보단 연기가 더 좋았어요?


문 : 하~ 그렇게 유치한 말이 어디 있어요?
총 : 그러니까. 근데 지금 그렇게 말하잖아. 하여간 그래서.


문 : 그런 건 아닌데. 되게 맘이 약해졌어요. 약해지고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되게 약하고 어리고 그렇게 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기도… 아우 무슨 말이야. 말을 하면 할수록 진실에서 벗어나고 있어.


총 : 하하 대충 무마하려니까 그렇지.
문 : 응, 그러니까. 그만~


총 : 그래서 2년 전에 헤어졌다고?
문 : 아씨~ 몰라요~ 정말.


총 : 그럼 어떤 남잘 원해요?
문 : 이제?
총 : 이제.


문 : 이제? 음… 그냥 친구 같은 사람 가끔 만나서 소주 반 병씩, 한 병씩? 크흐~ 할 수도 있고 가끔 틈나면 여행도 갈 수 있고 영화일도 할 수 있고. 친구 같은 사람. 따뜻한 사람, 불 같은 사람 말고 따뜻한 사람. 그리고 재밌고 긍정적이고.


총 : 그 사람은 긍정적이진 않았나봐?


문 : 좀 어두운 면이 있는 사람은... 정도껏 긍정적인 그런 사람. 그리고 부드러운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요.


총 : 그럼 지금 상대를 열심히 찾고 있고?


문 : 저요?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나름대로 찾을 마음은 있어요. 하하 진짜 너무 시간이 없어서. 저는 놀지 말아야 할 때 놀면 불안해서 못 놀아요. 놀아! 그러면 끝까지 놀고. 근데 요즘 너무 시간이 없으니까.


총 : 시간이 왜 없어?
문 : 그 연극도 해야 하고, <여교수>도 홍보해야 하고.


총 : 그 영화는 잘 안 되죠?
문 : 생각보다 잘 되요~ 대박 기대 안 했었어요.


총 : 이게 무슨 영화인가~ 하고 처음에 왔다가..
문 : 응, 진짜. 첫 끗발이 괜찮긴 한데. 오래 안 갈 거 에요.


총 : 영화는 어떻게 골라요?
문 : 그냥 시나리오 보고.


총 : 그러니까 시나리오에서 뭘 보냐고?


문 : 음, 그 당시 어떤 마음이냐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고 사실. 시나리오가 재밌나 어떤가? 완성도가 괜찮나? 그런 건 기본이고. 그 당시 내 마음이 어떤가가 제일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감독님이 어떤 사람이냐,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도 보고. 하지만 그게 어려워요. <여교수..>는 큰 모험이었어요. 근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새롭게 나쁜 게 낫다니까요. 그나마 좋고 낡은 것 보단, 그렇게 생각해요. 하하 브레히트 말이니까. 하하 맞을 꺼야.


총 : 연애는 어떻게 해요?
문 : 연애는 은밀…아니야. 은폐수준이다. 헤헤


총 : 몰래?


문 : 몰~~래. 남몰래. 그리고 왠지 나는 동네방네 소문나면 안 될 것 같은 이런 마음이 있어요. 뭐를 하든.


총 : 그럼 주변 사람도 잘 모르겠네요.


문 : 응. 잘 모르고. 나 영화 처음 시작할 때도 아무도 몰랐어요. 박하사탕 오디션 다 되고 영화 캐스팅, 찍기 전전날 까지 아무도 몰랐어요. 그러니까 중요한 일은 좀 숨기는……. 정말 잘 되고 나서...


총 : 근데 얼굴이 좀 알려지고 난 다음에 한 연앤데 어떻게 해요?
문 : 그냥 몰래.


총 : 주변 대부분 다 모르고?
문 : 주위 사람들 잘 안 만나고. 둘만 만나고.


총 : 그래도 같이 영화 보기도 싶기도 하고 그럴 텐데.
문 : DVD방 가면 되죠. 헤헤


총 : 공개적인 장소는 안 갔겠네?


문 : 안 갔어요. 나는 뭐 둘이서 막 뭐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조용히 밥 먹고 조용히… 그래서 사람들이 잘 몰랐죠. 그래도 한 7년 되니까 알긴 알더라. 6년 정도부터는... 한 몇 명 알았는데 많이는 몰랐어요.


총 : 천진한 거네. 천진.


문 : 천진? 천진난만할 때 천진?
총 : 천진.


문 : 저요? 왜 이러세요~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총 : 순진은 아니고 천진한 것 같아. 악의가 없고 천진한 것 같아. 샘이 없진 않겠지만 계략도 없고. 


문 : 계략? 계략 그건 진짜 안 좋아해요. 처음에 심재관 대표님이 날 보고 "저거 진짜 대단한 여우 아니야?" 이랬데요. 근데 나중에 "곰이었어?" 나한테 이러더라. (웃음) 약은 머리 써 가지고 이길 자신도 없고 머리 좋아하지도 않고, 그런 사람들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럼 안 된다고 배우지 않았나? 우리? 계략 이런 거 좀 안 좋아해요. 하하.. 그렇다고 천진까지야… 나이가 몇인데?


총 : 나이가 몇이죠?
문 : 서른 셋이요. 삼땡. 벌써 스물 둘이에요~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으...


총 : 알기가 쉽지 않겠어요.
문 : 저요?


총 : 사람들이 문소리씨 어떤 사람인지 알기 쉽지 않겠어요.


문 : 저요? 연애하면 남자들이 그래요. 한 1년 반 지나면 그래요. "야… 니가 이런 사람인 줄은 아무도 모를 거다.. " 이래요. "몇 명 알아. 이 전에(웃음)". 그런 얘기 많이 해요. 생각하고, 주위에서 지켜본 거랑 사귀어 본 거랑 많이 다른 가봐요.


총 : 그러니까 천진이야. 내가 볼 때.
문 : 욕이죠? 이 나이에 천진하다는 건?


총 : 좋은 거지. 그러니까 나한테 사전에 유불리 별로 안 따지고.


문 : 뭘 안 따져요? 근데 순간에 내가 불리한 거 같고 유리한 거 같고 그게 다가 아니지 않나?


총 : 아, 칭찬하는 건 이제 그만. 하하


문 : 그래. 여기까지. 서로 무안하니까. 근데 누가 "어머 되게 아름다우세요. 어머~ 예뻐요." 이러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어떤 친구들은 "어머~감사합니다~" 되게 잘 하잖아요. 근데 요즘은 "어 감사합니다." 그러거나 "그러니까요. 널리 알려주세요. 아우~ 모르시더라고요." 여기까지 늘었어요. 하하



그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여기게 만든,
민노당 이야기를 꺼냈다.


총 : 민노당은 어떻게 된 거에요?
문 : 그러니까요. 어떻게 된 거에요, 그게… 나 많이 엮였어요. 정말.


총 : 거절을 잘 못하는구나? 애초에 왜 엮였어요?
문 : 애초에는 선배들 때문에 엮였죠. 맥주 마시니까 자주 가네.(화장실)


총 : 학생운동 하셨어요?
문 : 그런 사람들하고 어울렸던 것 같아요.


총 : 왜? 뭐가 있어 보여서?


문 : 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그때는 해야 되는 건줄 알았어요. 그리고 재밌었어요. 내가 막연하게 감정적으로 느꼈던 것들이 체계적으로 되어있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총 : 몇 학번이죠?
문 : 93학번.


총 : 운동 끝물이잖아.


문 : 그게 다 대학생활이고, 다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네? 헤헤.. 동의하는 면도 있었고.


총 : 남자친구랑 있으면 장난 많이 하죠?
문 : 장난? 그렇죠. 헤헤헤.. 장난 많이 치죠.



그의 가드, 내려갔다.
문소리가 보인다.


총 : 음, 민노당 얘기를 끝내면?


문 : 그래서 그렇게 어울렸던 선배들이… 그때 배우고 했던 일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지금도 어떤 일을 하거나 뭐를 할 때 그때 만났던 선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마음으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되게 소중한데, 그런 사람들이 민노당에 있어서 많이 활동했고, 도움이 되고 싶었고 얘기하는 것들이 가능할까도 싶었지만….



난 되게 일찍 가입한... 번호가 있더라고요? 앞 번호에요. 나는. 근데 나중에 진보정당으로 사람들한테 인식되고 자리 잡아서 국회에....그런 게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대신 도움이 더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갈수록 더 들고 그랬는데!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에 탈당하고 싶다는 생각도…


총 : 탈당은 왜?
문 : 말도 안 되는 소리 할 때도 많아요~(폭소)


총 : 푸하하하


문 : 아 무슨 독도문제 일본이 독도는 지네땅이라고 그러니까 독도에 고추장을 보내자라던가? 김치를 보내서 매운 맛을 보내주자고 허어억..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총 : 본인은 좌파에요?
문 : 뭐 좌파까지야.


총 : 좌파까지야~



사실 자신이 좌파라 대놓고 말하는 이 중, 좌파 못 봤다.


문 : 뭐 그 안에서 또 정파싸움 하고 뭐 그런 것도 얘기 듣고 보이기도 하면…


총 : 본인의 정치색깔은 어때요?
문 : 별로 색깔 생각 안 해 봤는데…


총 : 노무현은 어떻게 생각해요?
문 : 노무현이요? 답답하다고 생각해요. 푸허허허


총 : 하하하하 어떤 면이 제일 마음에 안 들어요? 투표는 노무현에게 했을 거 아냐?


문 : 아 막판에 정몽준만 그렇게 안 했어도 그렇게 안 했었을 텐데. 간이 철렁해서 노무현 찍어버렸네. 허허허. 근데 뭐 개인적인 사정이긴 하지만 나는 그게 제 주변에 스크린쿼터 얘기하면서도 그런 것에 대한 힘을 크게 느꼈는데.


몇몇 재벌과 친미적인 관료들과 몇몇 대학의 학연들이, 이 견고한 커넥션이 대단한 거구나, 내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크고 견고하고 뭔가를 좌지우지하고 있구나 라고. 스크린쿼터 자료화면을 보면서 많이 느꼈는데. 노무현 대통령 측근에도 그런 사람들 많은 것 같고. 아휴. 몰라요.



알겠다.


총 : 좋아하는 정치인 있어요?
문 : 좋아하는 정치인이요? 아! 얼굴 있어요. 좋아하는 얼굴 있어요. 그 사람이 정치를 해서가 아니라 그런 얼굴을 좋아해요. 문재인.


총 : 음 왜요?
문 : 난 그냥 그런 얼굴 보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에요.


총 : 좋아하는 정치인은?
문 : 음 민노당에서는 심상정.


총 : 박근혜는 어떻게 생각해요?
문 : 박근혜요? 생각 안 하고, 마음으로 안 좋아하죠. 흐흐.


총 : 하하하.. 지금 대선 후보에서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 이명박 이라든지, 정동영 이라든지.


문 : 전 강금실 좋아해요.
총 : 대통령 후보로는 안 쳐주잖아.


문 : 응. 난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면 찍을 것 같아요.


총 : 정동영은 어때요?
문 : 음……. 썩 좋은 것 같진 않은데?


총 : 이명박은?
문 : 별로 안 좋아해요.


총 : 왜 싫어해요?
문 : 뭐라고 하지.. 몇 번 만나보기도 했어요. 난. 같이 밥도 먹고.


총 : (폭소)
문 : 힘들었어요. 헤헤  


총 : 나도 인터뷰 해본적이 있긴 한데.


문 : 쇠가 이게 일자로 이렇게 되면 좋잖아요. 근데 이렇게 구부러져 있으면 이걸 이렇게 펴기 위한 힘이 필요하다면서요. 그래서 좀 더 이런…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문화의 세계도 굉장히 보수적인 것 같고. 그런 게 참 싫고.


총 : 그나마 김근태는 그 사람들보단 낫다고 생각하겠네?
문 : 조금… 아 근데 이런 얘기 쓰지 마요. 연락 올라. 또 으허허허


총 : 전 개인적으로 김근태를 좋아하는데. 근데 8월 16일날 독립운동 시작하시는 분이라.  (웃음)


문 :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 때도 오시고 몇 번 뵈었어요. 김근태 의원도. 그때 외국인 노동자 복지관 만들었어요. 신부님이. 거기 개관식 할 때도 와 가지고 사회 봤는데 그때도 뵙고. 그때 경기도 지사 손학규! 랑 김근태 의원이랑 몇 명 시의원, 국회의원이 왔었는데.


내가 사회를 보는데 손학규 보좌관이 와서는... 어디 정치인들 줄줄 나와 얘기하는 거 너무 싫은데… 파리에 갔더니 문화예술인들 선언할 때,  앞에 나와서 막 연설하고 질문하고 그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앞에 전 문화부장관, 전 보건복지부 장관부터 해서 현 차관들이 꽤 앉아 있는 거예요. 그냥 앉아서 보는 거에요. 보고 듣고 나중에 다 끝난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코멘트 달아주고 그런 거… 너무 멋있더라고요.



근데 우리 정치인들 무슨~ 별 내용도 없는 얘기를 다들 앞에 나와서 순서대로 서열 별로.... 그게 너무 짜증나는데. 몰라, 어쨌든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 하는 거지만. 날도 추웠어요~ 덜덜 다 떨고 있는데. 줄줄이 나와서 다 얘기하겠다고...순서가 이 만큼인 거에요. 이게 무슨 식이라고…


그래서 내가 사회를 봐주기로 했고 해서 얘기했어요. "날도 춥고 빨리 빨리 우리 뭐라도 먹으면서 따끈하게 들어가서 더 좋은 얘기합시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그때 손학규… 경기도 지산가? 보좌관이 와서는 손학규 경기도 지사 올라오실 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멘트를 해달라는 거예요. 기분이 팍 상하는 거에요. 그 추운 사람들 보이지도 않나 봐.(웃음)


총 : 푸하하하..


문 : 자기가 멘트 잘 하면 박수 받겠지. 뭘 해달라고 나한테. 그래서 내가 안 했어요.


총 : 푸하하하하하하


문 : 당연히 안 했지. 안 했어. 멘트도 무지하게 길게 해요. 별 내용도 없는데. 근데 그때 김근태 의원이 복지부 장관 이었나 봐. 굉장히 짧게 했어요. ‘춥죠~?’ 이러면서 굉장히 짧게 하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짧게 얘기해 주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넓으신 우리를 배려하는 마음에…  참 감사드린다."고 이렇게 했어요. 그러니까 보좌관이 막 째려보더라고요. 분위기 안 좋더라고요. 하하


총 : 유시민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 : 안쓰럽지 않아요? (폭소)


총 : 하하하


문 : 좀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총 : 혼자 달리잖아?


문 : 개인적으로 힘들겠어요. 좀.... 전 그런 사람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총 : 고건은?
문 : 고건? 뭐 그냥… 특별한 생각이 없네요. 그 분에 대해선


총 : 누굴 찍을 거 에요? 그럼?
문 : 그러니까요 누굴 찍을지 고민이에요. 고민이네.


총 : 전여옥씨는 어때요?
문 : 전여옥씨요? 언니 미워.


총 : (폭소)


문 : 저는 옛날에 (전여옥씨가) 책 쓸 때 그 책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다 보지도 않았지만.


총 : 그럼 정치인든 문화인이든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에요? 심상정 의원처럼?


문 : 글쎄… 좋아하는 사람? 웬만하면 다 좋아해요. 미워하지 않아요. 아우..근데 참... 나는 진짜 몰랐어요. 민노당 당원이라는 게 크게 이슈가 될지 몰랐어요.


총 : 자기는 연예인으로 분류가 되잖아요. 본인은 연예인이란 자의식이 크게 없을지 모르겠으나 분류는 그렇게 되요. 그렇게 분류가 되는데. 그나마 뭐 감독들은 그럴 수 있을 거라고는 막연히 생각하는데… 배우가 그것도 여배우가 다른 당도 아니라 민노당이라고 하면 이슈가 되죠. 자체로도.


문 : 난 놀랐어. 그게 뭐 그리 큰일이야? 이러고. 그런데 민노당에서 나한테 백 가지 해 달라 그러면 백 개 중 하나 해줄까 말까. 대부분 거절해요. 저는. 진짜 한 개 해준 게 "민주노동당을 지지해 주십시오." 라디오 CF 녹음 하나 한 거. 그것 말고는 진짜 어디 오라 그래도 잘 안가요. 문성근 선생님이나 명계남 선생님도 정치인 보듯 하잖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보여지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총 : 정치할 것도 아닌데.


문 : 정치인 전혀 뜻도 없고. 그냥 어쨌든 도움이 된다면 하는 마음에 한 건데. 아직까지는 견딜 만한데,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어? 민노당 당원인데, 무슨 저런 영화를?‘ 라고 생각하거나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총 : 그렇게 까지 생각하지는 않죠.


문 : 그리고 여기저기 강의 제의 제의가 많은데 거의 안 해요. 강의는 일단 안 해요. 우선 예전에 멋 모르고 2번 정도 해봤는데 뭐 특강 문화연대. 아 해봐야 그리 길게 인생 산 것도 아니고 가장 깊이 있게 얘기 해봤자 스크린쿼터 얘기에요.


그 사람들도 강의가 아니라 연예인 얘기 듣는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진짜 40대에 일가를 이루고 나서 후일담을 얘기하는 거 아니면 강의 하지 말아야겠다. 무슨 홍보대사도 문화연대 홍보대사 1년 한 것 말고는 모든 홍보대사는 안 해요. 웬만하면 안 해요.


총 : 자기가 연예인이라는 자의식은 있어요?


문 : 없나봐. (웃음)헤헤 아니 없나 봐는 아니고 강하지 않나 봐요. 그런 자의식이 내가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이 들고... 그건 안 가지려고…


총 : 결혼은 꼭 할 거예요?
문 : 네


총 : 그냥 한번 경험 해 보고 싶은 건가.
문 : 네.


총 : 이혼은 어떻게 생각해요?
문 : 이혼은, 뭐 할 수 있는 거죠.


총 : 종교는?
문 : 없어요.


총 : 무신론자에요?


문 : 가끔 절에 가는 거 좋아해요. 편안해 하고 그냥 가면 절도 하고. 스님들 만나면 이렇게 인사도 해요. 내가 한번 힘들 때 법당에서 불상을 보고 엄청 운 적이 있어요.


총 : 무신론자는 아니네.


문 : 신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데. 그래도 이렇게 보면서 어떤 경지에 오른 분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불상을 보면서 한 한 시간 울은 적이 있어요. 그래갖고 그때부터 절에 가는 게 마음이, 우선 산에 있으니까… 좋아해요. 그래서 절에 가면 꼭 절도 하고 ...근데 뭐 종교라고까지…….


총 : 돈 벌어서 좋은 건 뭐에요?
문 : 빚 갚은 거?


총 : 빚 다 갚았어요? 이제?
문 : 대충 갚은 것 같아요.


총 : 돈 벌어서 언제 잘 써 봤어요? 뭐로 써요?
문 : 그냥 뭐……. 웬만하면 식구들한테 다 써요.


총 : 뭐 꾸미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요? 화장을 한다거나. 누군가 앞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남자가 맘에 들면?


문 : 말수가 좀 줄어들 걸요?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난 내가 말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나 봐요. 또 내가 예쁘게 말하면 재수없을 꺼야 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금희 아나운서는 말할 때 되게 예쁘잖아.


예쁘게 말하는 사람들 보면 말투가 예쁘고, 목소리가 예쁘고. 굉장히 여성스러운 사람들 보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헤헤 나는 예쁘게 보이고 싶으면 말을 줄여요. 데이트를 하러 갈때도 화장 안하고. 나는 운동하고 목욕하고 나오면 화장 안 했을 때 젤 나은 것 같아요. 푹 자고. 웬만하면 그냥 말수를 줄여요. 방긋 방긋 웃고 하하하하


총 : 남사스러운 걸 잘 못 견디는구나?
문 : 어우 남사스러운 건……. 좀.





 




주제넘어 하기, 남사스러워 하기. 자기객관화 능력이다. 지성은 거기서 출발한다. 그 정도 지명도에, 여전히 배우라는 직업과 객관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그리고 그 덕에 가상현실적 이미지 편린의 산술합인 대다수 여배우들과 다르게 그, 그냥 사람 같다. 바로 그 점이 문소리를 문소리답게 한다.


그녀 또래에 그녀 비슷한 여배우도 없다.  
 


문소리, 연애 대박 나시라.




 

 


-딴지 이너뷰 위원장
딴지총수 (chongsu1@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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