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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자들아, 깔 건 까자

이 사안에서 분명히 문제가 된다고 짚을 수 있는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취재윤리’다. 제보자의 자격, 순수성을 따지며 MBC 보도를 채널A와 동급에 두고 비교하면서 물타기 하는 많은 잔기술이 오가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이건 ‘취재윤리’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거, 맞다.

두 번째는 검찰과 언론의 유착 부분인데, 이 부분은 검찰이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어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독자 여러분도 알다시피 기자는 수사권이 없다. 단지 진실을 묻고, 알아내고, 보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특정인을 언급하면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수사에 협조하라는 ‘공작’까지 할 권한은 없다.

다른 기자들도 그런 ‘공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못 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 안 되니깐 안 하는 거다. 

여기에서는 기자들이 동료의식 발휘해 감싸줄 때가 아니라 더 분노해야 할 때가 맞다. 그게 기자 가오라면 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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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기자도 많지만...)
 

MBC 뉴스데스크 첫 보도가 나간 3월 31일과 4월 1일에 대다수 언론들은 한발짝 물어선 상태에서 중계보도를 하거나 보도에 나온 등장인물 또 이 사태를 바라보는 유력 인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기사들만 내보냈다.

언론사 혹은 언론인의 비위 사실에 대한 기사가 아니라 정치적인 밑그림이란 얘기로 넘어갔는데, 스스로 엘리트라는 의식으로 똘똘 뭉친 기자 집단이 이런 깡패 같은 짓에도 동료의식으로 보호해주며 제대로 된 심층취재는 별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 실정이다.

MBC 최초보도가 나간 뒤, 아직까지 기자단체에서 비판 성명을 냈다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일부 소수의 기자만이 나름의 심층취재를 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국민들은 민족정론지는 없고(있다면 딴지일보 뿐이겠지) BBC 코리아를 비롯한 ‘이민족 정론지’만 존재할 뿐이라는 깨달음만 얻는 상황, 이번 사안마저 기자들이 동료의식을 발휘하며 유야무야 넘어가려 한다면 그거, 가오 엄청나게 깨지는 일이다.

가오 좀 지키며 살자. 



2. 검찰아 본질을 봐야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자체 감찰 등 여러 가지 방식의 조사 및 진실규명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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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에서의 감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검언유착 ‘공작’사건을 살펴보자. 최근 민주언론시민연대는 이동재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성명 불상의 현직 검사장(이라고 하지만 한동훈 검사)을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을 했다. 물론, 이 사건이 감찰 혹은 수사에 들어가면 윤석열 총장까지 타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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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보도에 따르면, 대검의 감찰부장은 윤 총장에게 감찰 개시를 하겠다고 문자로 보고했고, 윤 총장은 근거 자료 없이 감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컷! 했다.

한동훈 검사에 대한 직접적인 감찰은 아니지만, 이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대검 기획조정부에서 하고 있었는데, 윤 총장은 이 사건을 기획조정부에서 인권부로 넘겼다. 인권부라는 건 검사가 범죄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런 부분을 예방하고 시정하려는 부서이다.

이 검언유착 사건 속에 이철 전 대표에 대한 인권침해 부분은 있었지만, 이건 사건 전체에서 극히 일부다. 사건의 본류는 그것이 아니다. 

이 사건의 본류는 검언(검찰+언론)이 합작하여 이철 전 대표를 가족의 안위까지 들먹이며 협박하고, 모해위증을 강요한 모해위증 교사를 한 것, 서로 내부정보를 주고받으며 유착한 것이다. 심각한 범죄혐의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감찰,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인권부로 사건을 넘긴 속뜻에는 이런 의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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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동훈 검사가 아니라면, 다른 검사의 목소리도 아니라면, 채널A의 독고다이 작품이라면, 감찰을 못 할 이유가 없다. 감찰을 해서 검찰을 농락한 채널A를 치면 되는 거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이 한동훈, 혹은 다른 검사라면, 윤 총장은 감찰할 수 없다. 윤 총장은 현재 장모, 부인이 관련된 의혹들로 사실상 식물 총장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동훈을 잘라내려면 할 수 있겠지만, 안 그래도 식물 총장 상태인 윤 총장에게 한동훈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3. 사고 쳐놓고, 동재야 지금 뭐하니

수사, 기소권도 없이 함부로 현직 검찰총장 최측근 검사장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이철 전 대표에게 ‘유시민 비위를 불라’며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쉽게 말해 ‘딜’을 친 채널A 이동재 기자는? 채널A가 내부 자체 조사 중이니 기다리라면, 하염없이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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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유 이사장이 아무런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을 거라 하니, 그걸로 끝인가? 자, 이 기회에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 요강을 보자. 

3번, 품위유지(취재 보도의 과정에서 기자의 신분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으며,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 거절)
4번, 정당한 정보수집(취재 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다)
5번, 올바른 정보사용(취재 활동 중에 취득한 정보를 보도의 목적에만 사용한다)

규정이 이렇댄다. 그렇다면 한국기자협회에서 회원사 채널A와 회원인 이동재 기자에 대한 조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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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

 

역시나 일까. 아무 입장 표명이 없어 본 기자,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에게 물어봤다.  

  
“채널A가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 결과를 토대로 채널A에 대한 징계 여부와 해당 기자에 대한 회원 징계 여부도 결정하려고 한다. 협회에는 <자격징계분과위원회>가 있다.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자격을 논하는 분과인데, 거기서 진상조사와 함께 징계 여부, 징계 수위까지 결정할 생각이다”

... 라고 밝혔다. 현재 이 자격징계분과위원회 위원에는 동아일보나 채널A 소속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언론시민연대는 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채널A 이동재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성명 불상의 현직 검사장을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4. 언론 밥 30년, 선배에게 묻는다 

기자로,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의 편집장으로, 시사평론가로, 공중파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소위 언론 밥만 30년 먹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의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에게 작금의 사태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번 검언유착을 보도한 MBC 장인수 기자와 유시민 이사장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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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시사평론가>
 



Q. 기자 선배의 입장에서 이번 채널A의 취재윤리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일단 취재윤리 관점에서 보면 ‘강압적인 방식’, ‘특정 집단의 이익에 복무하는 취재’는 금지되어 있다. 이 건은 ‘신라젠’과 연관되어서 (채널A 기자는) 최경환이라는 이름이 애초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팩트가 수집이 안 된 상태에서 가치를 차등적으로 접근했다. 이미 거기서 선입견이 작동한 것이다. 그 선입견의 근저에는 정파적 시각이 깔려 있다. 정파를 특정집단이라고 보면 이것도 결국 취재윤리 위반으로 볼 수 있다. 기자는 팩트에서 야마(스토리)를 도출하는 게 기자의 역할인데, 채널A 기자는 거꾸로 갔다.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Q. 채널A에서 이번 건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결과 발표를 한다는데 제대로 된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보나?

“채널A 자체 조사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발표가 나온다고 해도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차로 갈 가능성이 있다.”

Q. 시간차라 함은? 이번 4.15 총선 끝나고?

“그렇다. 채널A 재승인 결정 여부가 보류된 게 선거 직후 최종 결정이 될 텐데, 채널A는 그거까지 볼 가능성이 있다. (채널A 재승인 만료일 21일)”

Q. 기레기라는 소리가 이제는 보편화 되는 거 같다. 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조작하려는 수준이 점점 강해진다. 자정 노력이 없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내부적 폭발 아니면 강한 외부적 충격을 받고 언론이라는 존재 자체가 사회에서 사장 당할 거 같다. 언론도 기본적으로 사업이라 ‘이윤 추구’가 기본이긴 하다. ‘오직 저널리즘’만을 요구할 수 없는 건 현실이다. 그렇지만 언론 또는 언론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떤 자정 노력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까?

“이건 거대 담론이라서 논의를 길고, 깊게 해야 한다. 짧게 말씀드리면, 지금 윤리적이나, 규범적 차원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이것은 미디어 판 구조 전체의 대변동에서 나오는 것이고. ‘기레기’니 이런 문제가, 용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실은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과 용도폐기 경향은 지금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디지털미디어 시대가 나타나는 언론기능 축소라는 큰 흐름에서 나와서 간단히 이야기할 성질은 아니다. 기계적으로 이야기하면 두 가지가 있다. 언론의 장사라는 입장에서 볼 땐 정파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의 언론의 배포 방식은 무작위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정방위 방사형이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직진성이 나온다. 소구점을 정확히 타깃 하는 마케팅이다. 이게 규범적으로 이야기하는 정파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장사로 하려면 그렇게 가든지. ”

“근데 이건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이탈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방법이 없다. 대중성을 포기하고 (언론이) 저널리즘 본령에 충실해야 하는데,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건 (언론 더러) 죽으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성하면 성할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게 팩트체크다. 레거시 미디어가 그쪽으로 가주면 좋은데, 그게 잘 실현될지는 모르겠다.”



5. 기자들의 빙의 (feat. 그들이 사는 세계)   
 

본 기자, 여러 매체 돌아다니며 언론계 짬밥 10년 넘게 먹었다. 해서 이번 건을 보면서 많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검찰과 언론이 연합해 누구 하나 ‘조져버리겠다’고 작정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린 필요 이상 많이 봐왔지 않은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대표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어떻게 엮었는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어떻게 구워삶아 한명숙 전 총리를 실형까지 살게 했는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 사건과 김경수 경남지사를 어떻게 묶었는지, 지난해 동양대 최성해 총장을 회유해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어떤 식으로 사냥했는지를.

그 과정에서 언론은 무얼했나. 검찰이 던져주는 걸 무비판적으로 받아먹는 정도다. 헌데 이번 채널A 기자가 취재한 방식은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다. 검찰이 교사하고 기자는 행동하고, 말 그대로 연합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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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언론 밥 먹으면서 국회, 감사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조세심판원 등 상당히 많은 국가기관에 출입했다. 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번 채널A 기자의 취재방식은 나가도 너무 나갔으나 어떻게 그리 됐는지도 보이기 마련이다.  

검언유착 사건이 터진 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유시민 이사장이 한 말이다.

“국회에 막 출입하는 기자 분들은 국회의원처럼 된다. 그리고 여당 출입하는 기자들은 여당 국회의원처럼 되고. 야당 출입하는 기자분들은 야당 국회의원처럼 된다. 법조 출입, 검찰 기자실 출입하는 기자분들은 검사가 되는 것 같다”



6. 나도 국회 상주 기자였다
 

국회 출입해서 3선 국회의원을 선배라 칭하며 그들과 점심이고 저녁이고 가리지 않고 일주일에 서너 번, 많으면 여섯 번은 밥 같이 먹고, 소맥 말아 마시니, 자기가 국회의원과 맞먹는 위치에 있는 줄 착각하게 된다.

검찰 출입하면서 대검 상주 기자단에 들고, 대검 공보실 뿐만 아니라 각 부서에서 누가 주최하는 오찬, 석찬 자리에 초대받는다.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며 학연 따져 선배니, 후배니 부르게 되면 기자들의 검찰화가 진행된다. 이번 이동재 기자도 검찰에서는 ‘한동훈 키즈’로 알고 있을 정도다. 

이렇든 검찰 출입 기자가 검찰에서 승진 잘하고, 잘나가는 주류검사들과 친하면, 자기들도 그 주류가 되어 ‘이너서클’에 속하는 줄 착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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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국회 상주할 때다. 낮부터 국회의원들과 여의도 식당에서 밥 먹고 반주로 소맥 말아 마시고, 식탁 밑에 수첩과 볼펜 가지고 가 국회의원 하는 말 받아 적어 보도했다. 저녁에는 본격적으로 술판 벌어지니 발목에 녹음기 달고 들어가 녹음해 다음 날 보도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색다른 내용이라고 보도했던 기사들은 독자들에게 단 몇 분 소비되고 마는 텍스트였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 한 권 더 보고, 국회 의사록을 뒤지던가,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발의한 법안들을 찾아 비교분석해서 보도하는 게 훨씬 값어치 있는 보도였다.

SNS 발달로 열린 세상, 정보의 수평화가 이뤄졌기에 국회의원도 이제는 국민 눈치 보면서 SNS와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 자신의 의정 활동 보고를 비롯한 개인 홍보와 해명까지 하니 과거보다는 언론사 기자와 유착이 많이 흐려진 게 사실이다. 예전보다 언론 눈치를 덜 봐도 된다는 말이다. 


국회의원과 유착해 얻은 정보에 의한 단독, 특종도 옛날보다 많이 없어졌다. 국회에서 나오는 특종이나 단독은 탐사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심층 분석이 많다.

그러니 언론사들도 국회의원에 대한 어느 정도 견제는 가능하단 말이다. 나서서 누군가를 공작할 필요도 없고, 점점 공작이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국회의원 스스로 모든 발언, 모든 정보를 대놓고 공개하기 때문이다.



7. 정부 기관 상주 기자는 어떻게 망가지나 

문제는 인사에 목매는 공직 사회, 고시를 통해 고위공직자들로 진출하는 정부 기관의 공직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사정기관 또는 4대 권력기관이라고 부르는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은 아직도 많이 폐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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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은 출입기자단 운영도 까다롭다. 매일 같이 빠지지 않고 해당 기관 기자실에 일정 기간 출석한다거나, 기사를 일주일에 몇 꼭지 이상 써서, 기자단등록 요건이 충족되면 기존 기자단이 투표를 통해 일정 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신규 기자단은 해당 기관의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아 가입된 기자들에게 피자나 치킨 같은 걸 쏘기도 하고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그렇게 어렵게 기자단에 가입하게 되면 그 기관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 메일링 서비스를 받거나, 간사단을 통해 연락이 오는, 기관 내부자들이 주최하는 식사 자리나, 그 기관에서 주최하는 취재가 허락된 공개 행사 등 취재 우선권이 주어지거나 취재편의를 받을 수 있다.

본 기자도 감사원 출입할 때 출입기자단에 속해, 신규 기자단 가입 가부 결정투표에 참여해봤고, 감사원에서 주최하는 여름밤 바비큐 파티에 초대받아 감사원 건물 뒤 야외에서 하얗고 높은 모자를 쓴 요리사가 구워주는 고기를 먹으며 생전 처음 보는 타 매체 기자들과 여러 구호를 외치며 소맥을 마셨더랬다(그 시간에 책을 읽고 공부나 더 할 걸!).

기자단에 속하는 기자들만 초대된 오찬 자리인 줄 모르고 국세청 고위인사가 초청된 오찬에 참여해 의도치 않은 불청객이 되어 기자단 간사에게 ‘여기는 기자단 소속 기자들만 올 수 있습니다. 기왕 오셨으니 식사나 하고 가세요’라며 공개적으로 무안을 당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좌불안석 눈칫밥을 어쩔 수 없이 먹고 돌아온 적도 있다.

그렇게 기관 내부자들과 대면할 기회를 얻는 게 정보를 얻는 절대적인 루트라고 여겨진다. 혼자 기존 기자단이 해온 관례를 무시할 수도 없고, 모난 짓도 하지 못하고, 미움 살 일도 만들지 못한다. 기자도 한 언론사의 일개 구성원일 뿐이니 기자단에 밉보여 쫓겨나거나, 기관 내부자들에게 찍혀 정보 접근이 배제된다면 개인이 기사 물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회사에 폐를 끼친 게 되기 때문이다.



8. 언론의 냉철한 감시, 가능한가  

친분 생기는데, 감시가 가능해질까? 내가 어제 같이 밥 먹고, 나한테 다정히 술 따라준 검사장을, 언론이 흔히 하는 말처럼 ‘조질’ 수 있을까? 여기서 ‘악의 카르텔’은 생겨나는 것이다. ‘악’에 대해 무감해지고, 비판의 칼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신세 지면 갚아야 하는 게 또 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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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당거래>

 

특히 검찰, 국세청, 감사원 같은 곳은 국회처럼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출입처도 아니다 보니 더더욱 내부자들의 일방적인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대부분 그것이 그 조직의 인사, 승진과 관련한 사안이다. 이것은 나중에 모두에게 공개되니, 몇 시간 더 빨라 봐야 하루 정도 먼저 아는 것에 불과하다.

그 밖의 것은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밀접한 사안을 다루는 기관인만큼 대개가 인권침해와 관련한 정보다.

그 정보를 받아 누구보다 먼저, 빠르게 보도하는 기자는 그만큼 기관(특히, 검찰)이 저지르는 범죄행위에 가까운 수많은 인권침해의 공범이 될 수밖에 없다. 해서, 이런 언론의 속성을 아는 검찰에 쉽게 이용당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어느 대기자는 검찰청의 최고위직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한 데다, 그 권력들 편에 서서 기사를 많이 써 법조계에서는 ‘대기자’가 아닌 ‘누구누구의 대기자’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 대기자가 지난 조국 대전에서 보여준 보도는 그야말로 윤 총장 대변인에 다름 아니었다.

한 검찰청 인사는 이번 채널A와 검찰의 협잡에 대해서도 “한동훈이 윤석열 브레인으로 한 것”이라며 “욕심이 지나치면 어리석어진다”고 혀를 찼다.



9. 선거를 잘해야 하는 이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실 폐쇄하려던 것도 기자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뻔히 알아서였다. 그때는 그렇게 기자들이 전사적으로 들고 일어서 거품 물고 반대하더니, 언젠가부터 언론인들 사이에서 출입처 기자 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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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는 여름 한 철 매미 소리처럼 지나면 사라지고, 때 되면 다시 나오는 그야말로 ‘소리’에 불과할 것이라 짐작한다. 왜? 악의 동맹은 그리 쉽게 깨지지 않으니까. 관성의 법칙은 무서운 법이다. 특히 거기에 이윤, 거래가 엮여 들었을 땐 더욱.

이번 채널A와 검찰의 유착 건에 대해서도 MBC가 최초 보도한 후 받아 쓴 기성 언론들, 추적 보도하는 주류 언론은 없었다.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고, 전직 장관이자, 아직도 이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감히 ‘공인’인, 한 시민에게 없는 죄를 만들어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손보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보도가 나오고 유 이사장이 직접 언론에 나와 이동재와 한동훈이라는 실명을 공개하기 전까지, 모든 언론에선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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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좌) / 채널A 이동재 기자 (우)>

 

 

‘무법’,‘비법’,‘불법’ 말은 다르지만, 현실은 같다. 정(正)을 행하지 않다 보면, 어느덧 불법의 경계에 서게 되고, 그 선을 넘는 건 한순간이다. 거기서 부턴, 눈덩이처럼 커진다. 

 

검찰의 셀프 개혁? 채널A의 셀프 조사?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너네도 알고 우리도 안다.       

이번 선거를 잘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