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하나만으로 당 영화에 대한 기대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슐러 르 귄의 원작 소설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 다음에 이어지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라는 점 또한, 본 기자의 기대를 끌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껄쩍지근한 점이 있었던 바, 그것은 다름아닌, 당 영화의 감독이 애니메이션 연출 경력이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당 영화의 제작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남을 감독으로 밀어주면, 이것 자체가 다소의 미숙함을 카바할만큼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고, 그런 계산이 일본에서는 충분히 먹혀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러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왜냐. 영화가 매우 꾸이꾸이하거덩. 일단 주인공의 행동이 앞뒤 없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끝까지 충분히 않아 이해해먹기 어렵고, 또, 캐릭터에 대한 설정과 묘사 또한 훌륭치 못하여, 아버지의 작품들에서 그대로 빌려온 듯한 캐릭터 몇 명이 별다른 인상도 남기지 못한 채 지루히 노닐다, 지루히 얘기를 마무리 짓는 방향으로 간다. 뭔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철학 등등을 얘기하고 싶어했던 것 같더라만, 그 또한 주제문의 반복 낭독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지루하기 짝이 없음이다. 그래도, 그림 하나는 멋지지 않냐고. 하지만 그 또한 이미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들에 비하면, 그것의 밋밋한 버전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지라 별다른 감흥이 없음이다. 뭐, 완성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었더라면 괜찮았을텐데, 결정적으로 미야자키 고로만의 개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일 수가 없음이지. 특히나 애니메이션에서, 감독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아니다. 생각해보면 마지막 장면, 마녀 거미가 죽는 대목에서 마침내 미야자키 고로만의 개성이라 부를 수 있는 그림과 설정이 등장한다. 등장하긴 하는데, 그는 차라리 등장 안하느니만 못하였다. * 결론을 말하자. 미야자키 고로의 데뷔, 아버지가 쌍수들어 뜯어말릴만 했다. 그리고 좀 더 확실히 뜯어말렸어야 했다. 근데 어쩌면,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당 영화는 忠孝사상이 날로 희박해져만가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던, 매우 교훈적인 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 그렇게 봐야 되냐구.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어. 러닝타임도 115분이나 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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