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홀짝 추천64 비추천0

 

 

 

 

 

편집부 주

 

본 기사는

황교안의 텅 빈... 정치사를 정리, 

고별을 전하는 기사입니다. 

 

4월 9일 송고했으나 

설레발 방지의 대의를 지키고자 

투표가 끝난 시점에 공개합니다.     

 

 

 

 

 

 

20200412104824175bdme.jpg

 

 

불가능에 도전하는 자 

아무래도 그와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총선이 끝난 후 불어닥칠 폭풍 속에서 그를 고이 보내드리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조금 이르지만, 그래서 더 슬프고 아쉽지만 미리 안녕을 고해야겠다. 정치인 황교안의 입지는 딱 이번 총선까지 일테니.

 

아직 결과를 까보지도 않은 선거인데 벌써부터 김칫국 드링킹이냐는 우려가 있을 줄 안다. 여전히 박빙 선거구가 꽤나 많아서 막판 변수에 따라 의석수가 뭉텅이로 움직일 여지가 있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박빙 구도의 선거구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정확하게 반띵한다고 해도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130석을 차지하기 어렵다. 선거 결과를 놓고 어떻게 정신 승리를 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좀 다를 수 있지만 황교안 당대표가 체면 치레라도 하려면 지역구에서 120석은 가져가야 할텐데 과연 가능할까.

 

 

황교안의 길바닥 여론? 

4월 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통합당 이진복 선거대책본부장이 밝힌 목표 의석은 ‘110~130석’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대표가 자신한 130석 이상과는 괴리가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 터진 돌발 악재는 통합당이 거의 독식을 하다가 사전 투표 하루 전인 8일 오전에는 급기야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대국민사과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통합당의 선거 전망은 조금 더 어두워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전투표가 끝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통합당 지도부는 대놓고 읍소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본 투표일이 다가올 수록 보수 언론까지 총동원되어 여당의 논란을 어떻게든 확대, 재생산하려고 애쓰는 중인데, 막판 유일한 변수가 되겠다.

 

통합당이 120석, 130석 이상 할 가능성, 없지 않다. 다만 통합당이 120석 이상을 가져갈 가능성 보다 황교안 ‘후보’의 지역구 당선 가능성은 훨씬 낮다는 게 문제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가 종로에서 맞붙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주목도는 높지만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줄곧 적게는 15%대에서 많게는 20%이상 황교안 후보가 뒤지는 결과만 주구장창 나오고 있다. ‘길바닥 여론은 내가 이기고 있다’는 황교안 대표의 이른바 ‘길럽 조사’결과로 애써 긍정하는 모양이긴 한데 글쎄다. 만약 황교안 대표가 종로구 선거에서 이기면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앞으로 다시는 딴지일보에 글을 싣지 않겠다.

 

981749_196282_4551.jpeg

 

문재인의 라이벌이 되고 싶었던 남자

황교안 아니고 누구든 선거에서 참패한 당대표는 자리를 보전하기 어렵다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는 결과를 떠나 과정에서 이미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하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vs 황교안’은 총선 모드에 돌입하면서 황교안 대표가 만들고자 했던 총선의 핵심 구도였다. 정권 심판론에 황교안 대안론까지 얹어 ‘총선 받고 대선까지’라는 부푼 꿈 한껏 꾸었겠으나 현재 스코어로는 ‘이낙연 vs 황교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 애초부터 무리수였던 이 구도는 총선 모드 돌입과 동시에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아예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다. 연일 고공행진하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여당 지지도 보다 한참을 앞서 나가면서 여당의 외연 확장을 대통령이 이끌어가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반면 황교안 대표는 시작부터 종로 출마를 속 시원하게 결단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다가 결국 제 앞가림하기 급급한 처지가 된 것이다.

 

황교안 대표는 선거 내내 종로에 발이 묶였다. 다른 지역구 지원 유세를 돌기에는 제 코가 석 자라서 도저히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상대 후보이자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의 적극적인 타 지역 지원 유세 활동을 겨냥하여 ‘벌써부터 대권 놀음’이라는 화살을 날리고는 있지만 왠지 초라한 기분. 설사 미래통합당이 선거 막판 분전하여 생각보다 선전했다 자평할 만한 결과를 얻는다 하더라도 이래서는 황교안 대표가 자기 지분을 주장하기 몹시 민망하다. 

 

공천 잡음은 두말할 것도 없겠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을 모시면서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하더니 막상 "종로 안 나갈 거면 불출마하쇼"라는 역공을 당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사지로 끌려간 건 그렇다치고, 당대표의 정적이라 할 만한 홍준표, 김태호 같은 당 중진의원들이 험지 출마를 거부하자 끝내 컷오프되면서 황 대표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근데 이걸 어쩌나. 황교안 대표보다는 무소속으로 나선 홍준표, 김태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게 현실. 홍준표, 김태호 후보는 벼르고 있을 것이다. 당선증을 들고 통합당에 금의환향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칼 날이 된 당선증으로 누굴 겨누고 싶어할까.

 

당대표로서 리더쉽의 ‘ㄹ’이라도 발휘하려면 이러나 저러나 본인이 한 말이나 행동은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하는데 그마저도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사퇴하고 몇몇 공천 결과를 뒤엎으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대표적인 친황 인사인 민경욱 의원이 컷오프와 경선을 뚫고 부활했다. 황교안은 이 대목에서 민경욱을 얻고 명분을 잃었다. 본인이 철썩 같이 믿고 위성정당에 꽂았던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거하게 뒤통수를 치자 겨우 진압. 여기서도 공천 갈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여론 조사 결과에서 미래통합당의 지지도가 일거에 하락했는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원인을 공천에 대한 실망 표출로 보았다.

 

그럼 황교안 대표가 총선의 얼굴마담, 메신저 역할을 잘 수행했느냐. 여기서부터는 그의 화려한 실언, 망언 퍼레이드가 빛을 발한다. 이미 대형교회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사례가 나온 마당에 ‘교회에선 감염없다’는 발언으로 총선 최대 이슈에서 시원하게 헛발질 하시더니 코로나19 이외에 근래 가장 큰 사회 이슈였던 ‘N번방’에 대해서는 호기심 발언으로 자살골까지 넣었다. 이쯤되면 하루 종일 달리고만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훨씬 비교 우위에 있어 보일 정도.

 

 

개판 오분 전 

미래통합당이 어떤 당인가. 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 신한국당까지 총선에서는 알아주는 끗발 날려왔던 정당이다. 비록 직전 총선에서 삐끗하긴 했지만 선거에 있어서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퍼포먼스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차선의 결과를 만들어왔던 당이 아닌가. 보수 유권자들이 마이 당황스러울 거다. 역대 총선을 이끈 당대표들의 면면을 놓고 비교해 봤을 때 지금처럼 도움이 되기는 커녕 입만 열면 자체 수습하기 바쁜 당대표가 또 있을까.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황교안 당대표는 ‘잘되면 황교안에도 불구하고, 잘못되면 황교안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기 충분하다.

 

황교안 대표의 당 내 장악력 붕괴는 선거 결과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한다. 연달아 터진 김대호, 차명진 후보의 막말 파동은 이미 당대표로서의 통제력을 잃었다는 증거다. 후보들이 하는 말을 어찌 당 대표가 전부 통제할 수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당대표와 선대위원장이 사과하는데도 당사자들이 나는 잘못이 없다고 반발하는 지금 상황을 ‘개판 오분 전’말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일이 터지고 나서도 차명진 후보에 대해서는 제명, 탈당 권유, 결국 제명으로 오락가락 하고 있으니 눈치 봐가며 처신하는 그 버릇 여전하다. 당권을 잡기 위해 눈치 봐가며 그때그때 처신을 달리하는 거야 잘 봐줘서 전략적이라고 포장해줄 수도 있겠다만 총선을 이끄는 제1야당에 당대표가 이러면 당도, 지지자도 함께 흔들린다. 차명진 후보 제명 결정 후 미래통합당 게시판을 가득 수놓은 비판 글들은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이 올린 것이었다. 리더가 뚜렷한 기준없이 판단을 이리저리 바꿀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결과, 양쪽 모두에게서 욕을 들어 먹는다. 

 

 

maxresdefault.jpg

이미지 출처 - 링크

 

그러니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더 이상 황교안 대표가 똥볼을 차도 거들지를 않는다. 정부가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안을 확정했을 때 황교안 대표는 ‘그러지 말고 한 사람에 50만 원씩 다 주자’고 되받아버렸다. 지금까지 재난기본소득은 매표 행위라고 정부, 여당을 공격했던 논조와 기개를 홀라당 내던져버린 발언으로 오히려 상대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덤으로 명분까지 줬다. 유승민 의원은 즉각 비난했고 나경원 후보는 선을 그었다. 그리고 최후까지 보수 진영의 우군이 되어줄 보수 언론마저 황교안 당대표에게는 기대를 접을 모양이다.  

 

총선의 결과가 어찌될 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황교안 대표는 여기까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무주공산 프로등반러 혹은 초능력자 황교안   

정치인 황교안에게 다음은 있을까?

 

없다. 이 글에서 정치인 황교안에게 고하는 안녕은 ‘잠시만’이 아니다. 그래도 보수 야당의 정점에 섰던 정치인인데 재기의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질 수 있겠으나 그럴 일은 단연코 없다. 그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길을 역으로 돌이켜보면 답이 나온다.

 

공안 검사로 이름을 떨치던 황교안이 정치 무대에 데뷔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부터다. 검사 시절 별명이 ‘미스터 국가보안법’일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황교안은 저서로 1998년 <국가보안법 해설>을 2011년에는 <국가보안법>을 낸, 한 마디로 국가보안법 스페셜리스트였다.

 

박근혜 정부가 황교안을 법무부 장관에 앉힌 것은 바로 그의 주특기를 살린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2013년 11월 직접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직접 청구하여 주도하면서 변론까지 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당시 헌법재판소는 황교안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의 정당성과 타당성 여부를 떠나 딱 여기까지가 정치인으로서 황교안이 자기 능력을 발휘한 지점이다. 그 조차 개인의 능력이 어디까지 작용했으며 당시 헌재의 정치적 판단이 어느 정도 작용했는지는 다시 따져 볼 여지가 있겠지만 이후 정치인 황교안의 행보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외적 요인의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된 것이 그 시작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인 정홍원 총리는 후임 후보자였던 안대희, 문창극 후보가 연달아 낙마하면서 강제 장수 총리가 될 위기에 처한다. 그때 겨우 정홍원 총리의 뒤를 이어 받은 것이 이완구 총리인데,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가 터지면서 불과 70일 만에 총리직을 내놓게 된 것이다. 이미 두 명의 후보자가 나가 떨어지고난 뒤에 겨우 올린 총리마저 논란의 당사자가 되어 사임한 그때, 박근혜 정부가 가까스로 내세웠던 인물이 통진당 해산과 사법부 장악에 큰 역할을 했던 황교안 장관이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국무총리 상에 부합하는 인물이긴 했다. 말 잘 듣고, 튀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영향력이 미미했다. 그러다 대통령이 탄핵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었다. 비록 권한 대행이긴 하지만 당시 국가 서열 1위는 엄연히 그였고, 그런 확고한 자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잠깐동안 이나마 쓰기 위해 명패도 만들고 시계도 만들고 그러셨다.

 

bbfcd2f2fa45466584103373f77fc7df.jpeg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잠시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차기 보수 야당을 이끌 인물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라는 후광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관심이다. 그러는 사이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보수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참패를 거듭하고, 총대를 맺던 홍준표 당대표가 책임을 추궁 당하면서 물러난다. 여전히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자유한국당의 당내 권력이 일시적으로 진공 상태가 되자… 황교안이 등장했고, 당대표가 되었다. 당시 경선 상대 후보가 김진태, 오세훈, 홍준표. 홍준표 후보야 직전 선거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김진태 후보는 탄핵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태극기 부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으며 오세훈 후보는 이제 막 재기하려는 상황이었으니, 황교안 대표는 사실상 무혈입성으로 보수 야당의 당대표에까지 등극한 것이다.

 

간략하게나마 정리를 하면서 보자니 그간 황교안 대표의 행보가 가히 ‘무주공산 프로등반러’라 할 만 하다. 누구는 피 터지는 권력 다툼과 경쟁을 뚫고 올라가는 정점의 자리를 이 분은 정말 한 없이 여유롭게 뒷산 산책하듯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오르신 것이다. 기회와 운빨 또한 능력이라면 그는 이 방면에서 초능력자다.

 

 

알맹이 없는 분이여, 안녕 

정치인 황교안에게 재기의 가능성이 없는 이유, 여기에 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결단력이나 실천력을 보여 자리를 차지한 적이 없다. 더욱이 정당 정치인으로서는 그 어떤 족적도 발견하기 어렵다. 당 내에서 황교안을 따르는 무리 또한 그저 힘을 쫓아 그의 뒤에 줄 선 사람들일 뿐이다. 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서 낙선하고 민경욱 후보가 당선되면 민경욱 의원은 여전히 친황 인사로 남게 될까? 그런면에서 그는 안철수 대표에게도 한참 못미친다.

 

정당 정치 경험이 일천한 것은 객관적 사실, 그렇다고 정치적 감각과 본능이 뛰어나지도 않다는 게 이번 총선으로 여실히 드러난 지금, 당대표이자 차기 대권 주자였던 그가 다시 터전을 닦아 일어설 수 있다고 보는 건 합리적 판단이 아니다. 그에게는 그럴 시간도 능력도 판돈도 없다.

 

떠나보내는 게 아쉬워 장황하게 글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정말 인사를 드려야 할 때다. 정치인 황교안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기회를 잘 만난 기회주의자’ 정도가 되겠다. 당대표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옳다고 생각하느냐를 O(오)나 X(엑스)로 답해달라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세모’라고 답했던 정치인. 주어진 기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사람. 그래서 그가 입은 옷 중 생각나는 거라고는 친박근혜, 반문재인 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막상 보내드릴 시간이 되어서도 정치인 황교안의 옷, 그가 그리고자 하는 세상의 색깔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분.

 

아쉽지만 여기서 인사드려야겠다.

 

멀리 안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