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4.월
여기 딴지의 이름으로 우리를 쪽팔리게한 절도범이 탄생하게된 배경에 대해 소개하고, 그 절도범들과 그들의 파렴치한 절도수법, 그리고 차후 불어닥칠 엄청난 국제적 쪽팔림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해본다.
우리들은 아직도 당시 올림픽주제가가 코이안스의 <발에 발잡고>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방송되고 판매된 앨범이다. 세계올림픽평의회 및 주관방송사인 미국의 NBC 를 비롯한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레코드샵과 방송에서는 휘트니 휴스턴의 < ONE MOMENT IN TIME >이 공식 주제가로 선정되고 팔려나갔다. 당근 같은 경기를 봐도 쉬는 시간엔 우리들은 <발에 발잡고>를 들은 반면 외국서 티브이를 시청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휘트니휴스턴의 노래를 감상했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의 메이저 레코드사인 CBS에서 발매된 올림픽 공식앨범에도 <발에 발잡고>는 제외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발에 발잡고>는 울나라 궁민들에게만 백여만장 가까이 팔렸고, CBS에서 나온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이천여만장이 넘게 팔리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다. 당시 <발의 발잡고>의 작곡은 영화음악의 거장 조지오 모로더가 무려 백만불이라는 거금을 대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작곡료로 받고 만들어 준 것인데 대한 체육회는 작곡료로 들어간 경비를 울국민들에게 두세배로 뽑아 놀라운 장사수완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무려 백여만장 가까이 음반이 팔린 것을 두 눈으로 보고 껄덕대던 것은 다름아닌 외국음반사들이었다. 그전부터 음반시장 개방 및 지적재산권 보호법을 밀어부치던 외국의 메이저 음반사들, WEA, EMI 등등은 서울올림픽을 계기삼아 한국정부를 졸나게 흔들어댔다. 이때 많은 국민들은 우리 문화의 앞날을 걱정했다. 이러다 울나라 음반시장 양키들에게 거덜나는거 아니냐고. 반대로 소수의 팝음악 매니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더이상 청계천 빽판시장을 헤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 우려와는 달리 결과는 전혀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워떡케 ? 전체 음반판매시장에서 가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무려 80% 가까이가 되었다. 이후 밀리언셀러라고 불리는 것들도 일년에 너댓개씩 쏟아져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우리끼리 자랑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정말 울나라 음악이 뛰어나서 양키들을 물리쳤을까.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됐나? 함 따져보자. 위기가 닥쳐오자 우리들의 위대한 예술가들은 서로 뭉치기로 했다. 그래서 < 라디오, TV에서 팝송을 몰아내자!! >라는 구호와 함께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던 팝관련 프로그램들 - 항인영의 올팝스, 두시반의 데이트 등 - 이 하나둘씩 그 포멧을 가요로 전환하거나 아예 사라져 버렸다. 99년을 맞이한 현재 살아 남은 외국곡 전문 라디오 스테이션은 배칠수가 진행하는 프로 외 5개 정도이니 구십년대 들어 무려 75%의 팝관련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춘 셈이 된다. 외국곡을 방송할 때 지불해야하는 로열티를 아끼자는 지극히 애국적이며 열사적인 우리네 예술가들의 응집된 결단력으로 우린 막대한 달러의 유출을 막아냈던 것이다. 열띤 기대를 가지고 한국에 상륙한 음반직배사들은 그 이후 아직까지 별다른 재미를 못 보고 있다. 뭐 라디오서 틀어줘야 팔리든지 말든지 하지. 그 이후 우리네 대중들의 귀는 점점 외국음악에서 멀어져 갔다. 레코드가게에서 팝송판을 살라치면 모르는 가수들 뿐이니 당근 TV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가요판만을 살 것이 아닌가. 여기에 각종 방송프로들이 일본식 잡담 떼거지 진행을 수입해 우리의 티브이는 온통 말장난 잘하는 어린 가수들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이 결과 우리네 청소년은 ZOT류의 음악에 십대의 감수성을 헌납하고, 아울어 멍하니 구경하던 노땅들조차 ZOT류 컨닝구음악을 모르면 신세대가 아닌 것 같아 불안해지고, 심지어 작년 대통령경선 후보 모두 ZOT 음악을 조아한다고 인텨뷰에 광고하고 난리를 치는 둥 컨닝구 왕국은 날로 코미디화 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진 좋다, 그렇게 해서 우리 가요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더욱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낸다면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 담이 문제다. 대중의 귀를 막아버린 후 우리네 예술가들은 완성도 있는 음악을 힘들여 만들어 내기는 커녕, 연탄을 찍어내 듯 음악을 생산해내는 세계초유의 음악전문 생산라인을 가동시키게 된다. 99년을 맞은 지금 음반 한 장의 제작기간이 평균 한달로 대폭 줄어들었다. 아울러 앨범당 평균 제작비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점점 줄어 지금은 2천만원선이고, 그 앨범가지고 본전 뽑고 단물 빨아먹는 데는 3개월을 잡고 있다. 가히 기네스북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단시간에 작업이 가능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컨닝구 즉 표절을 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로 우리 가요계는 정말 신나게 외국 것을 베꼇다. 80년대말 조영필 신화를 끝으로 매해 년말마다 뽑는 가수대왕뽑기는 일명 컨닝구왕 뽑기 대회나 마찬가지로 전락했다. 작년의 ZOT에 이르러 그 절정을 맞고 있다. 최고의 컨닝왕 ZOT를 거느리는 절도왕국의 제왕 리수만은 " 되는 것만 베끼자 " 라는 왕국의 모토답게 그야말로 훨훨날기를 무려 3년여 엄청난 부의 축적에도 아랑 곳 없이 오늘도 열심히 외국 음악리서치 작업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물론 ZOT 사단만이 베끼기를 일삼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대왕뽑기 한마당에 출연한 모든 예술가 및 뽑기마당에 진출하려고 애쓰는 우리네 예술가의 대부분이 죄질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공범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정말 음악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졸나게 고민하는 진짜 예술가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네 대중은 그들을 접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대왕뽑기 대회나 TV 출연은 커녕 음반 한장 내기도 힘들다. 공들여 노래 좀 만들어 음반사에 가져가면 " 야 쓰발, 넌 테레비도 안보냐? 되는 음악을 해야지 새꺄 "라는 질책을 들으며 쓸쓸한 가슴에 소주만 졸라 퍼붓는게 우리네 진정한 음악인의 현주소다. 그럼 절도범들의 죄질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팝이나 기타 외국의 대중음악에 조금만 관심있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음악을 베끼는 넘들은 졸라 순진하다는 측면에서 비교적 경죄에 해당하지만 완전범죄를 노려 외국에서조차 잘 안알려진 마이너레이블 또는 인디음반들만 대량으로 사들여 그중 우리네의 정서에 맞는 것을 골라 베끼는 넘들은 중죄에 해당된다고 보면된다. 자 그럼 우리가 알게모르게 들어왔던 절도범 또는 그 단체들과 그들의 절도수법을 국내최초로 공개한다. 이미 잘 알려진 ZOT류의 절도곡들은 아예 언급을 피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것들만 몇 밝혀보기로 하자.
이들이 없었으면 수 많은 방송프로그램 ( 교양, 오락, 생활정보, 각종 시상식,미스코리아 선발대회등등 졸나 많다 )들 빨리빨리 만들기 졸나 어려웠을거다. 근데 코미디는 끝이 없다. 몇년 전인가 이 일본의 두밴드는 차례로 내한공연을 했다. 그때 우리 방송사들 앞다투어 아홉시 뉴스에서 이들을 다루었다 " 일본의 대중음악 이젠 국내공연까지... 이래도 되는가? "란 제목으로 반일감정을 부추겼다. 이후 공연장 반대 데모 등으로 인해 소란스러웠다. 졸라 부끄럽다.
간략하게 언급을 했지만 이외에 컨닝구왕들을 일일이 다 소개하자니 아예 전화번호부를 작성하는 것이 빠를 것 같아 일단 여기서 맺는다. 위에 소개된 것들은 옆에서 제작에 간여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말 흔치않은 음악들을 컨닝구한 게 대부분이다. 자 이제 우리들이 이래도 외화를 절약해가면서 가요만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본기자 독자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단지 다들 그러자나.. 하면서 매를 들지 않는다면 우리의 예술가들은 더욱 더 악랄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의 예술가들은 앞으로도 우리들이 더 찾아내기 힘든 것을 발굴해내고 번안하는 작업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눈감고 귀막고 있는 동안 우리의 사랑스런 예술가들은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판매인세로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연구나 재투자에 사용하기는 커녕 유흥비나 BMW를 사거나 다음 번에 도둑질할 희귀음반을 모으는데 탕진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우리들에겐 경제를 아끼자, 국산애용 어쩌구 해서 자신들의 절도물을 팔아먹는 행위는 결국 우리들을 장물애비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실력은 없고 몸매나 스켄들로 먹고 사는 가수라고 알고 있는 마돈나의 경우를 보자. 울나라 대중음악잡지를 보면 저명하신 평론가들이 점잖게 외국음반과 가요신보에 관해 평론한 것을 우리는 자주볼 수 있다. 마돈나의 신보가 나올 때면 그분들은 의례 이렇게 쓴다
정말 엄격하기도 하시다. 고 밑의 ZOT 신보는 대략 이런식으로 쓴다.
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마디로 좃같다. 여기서 마돈나를 한번 변호해보자. 우리나라의 테크노는 말이 테크노이지 사실은 샘플링 표절음악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 리듬도 4분의 4박이 대부분인데 주로 각 컨닝구사무실의 꼬봉이들이 수개월마다 미국이나 일본의 악기상에서 졸나게 샘플링 씨디라 불리는 컨닝재료들을 무더기로 사온다. 컴퓨터가 졸나 발전된 지금 그런 샘플시디 몇 개와 베낄 노래 몇 곡을 선정 후 노래하나 만드는 것은 숙달된 조교들에겐 졸나게 쉬운 일이다. 그 결과 그 노래가 그 노래 맨날 애인이 어쩌구 하는 쿵딱쿵딱 투성이다.
미국에선 아직도 인디차원에서 머무는 테크노( 일렉트로니카라고 부르기도 하며 이것은 위에 언급한 쿵딱과는 다르다) 를 주류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이전의 일렉트로니카는 영국과 미국에서도 주로 언더레이블에서 발매되어 <프러디지> 정도가 얼마간의 요소를 차용, 히트했을 뿐 이렇다 한 팝의 주류는 아니었다. 그것을 처음으로 주류로 끌어올린 장본인이 마돈나다. 물론 ORBIT이란 영국의 졸나게 천재성이 번뜩이는 테크노뮤지션의 도움을 받은게 사실이지만. 개인 사생활로 보면 마돈나는 사실 말도 안되게 지저분하다. 하지만 음악팬으로서 그녀에게 바라는 것은 양로원 봉사가 아니라 매년 성숙해가는 그녀의 음악이다. 적어도 이 방면에서 마돈나는 팬들을 졸라 생각하는 아티스트다. 음악면으로 보면 역시 고급뮤지션이란 말이다, 결코 컨닝구 해놓고 자기가 작곡했다고 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 짓하면 졸나 소송 걸리고 매스컴타고 잘못했다간 영원히 생매장된다. 재산도 다 뺏기고. 그녀는 자신의 곡을 대부분 자신이 만든다. 프로듀싱도 마찬가지고, 얼마전 엠티비에서의 인터뷰에서는 신디사이저에 대한 해박한 에디팅지식을 엿볼 수 있어서 본기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저명한 잡지인 이큐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자신만의 데모제작방식에 대해 공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게 사실이다. 바로 이런 것이 그 아티스트를 오래 가게 하는 요소다. 마돈나 만세~를 외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음악적 완성도면에선 별 거 아니라고 흔히 치부해 버리는 마돈나도 알고 보면 이 정도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씨바.. 욕부터 나온다. 불행하게도 돈이 최고인 사회풍토가 되다보니 일단 뜨고보자 베끼고 보자 하는 식의 돈놓고 돈놀이 하는게 우리네 대중음악의 현주소다. 이렇게 내버려 두다가는 우리 대중 음악계는 오래가지 않아 붕괴하고 말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딴지독자들이여 이제 외국음악도 졸나게 듣자.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장기적으로 우리 예술인들을 보호하고 우리 가요와 우리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길이다. 무조건인 애국심 자극과 우리 가요의 철통보호가 오히려 우리 예술인들을 병들게 해왔다. 이제 셤 감독하는 눈이 무서워서라도 컨닝구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제발 고둑질 좀 고만 하란 말이다 ! 우린 장물애비가 아니란 말이야 !
- 울나라 문화 명랑화를 위해 졸라 노력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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