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4.월
이 변비가 문제다.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 고생을 하고, 누구에게 말을 해 볼 수도 없으며, 병원에 가기도 그렇고, 가 봐야 푸대접을 받고. 그러다 보니 장청소란 말이 솔깃하게 들릴 법도 하다. 장 청소의 원용어는 관장이며, 관장은 사실 지극히 한정된 사람에게 시술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일반인, 특히 변비를 한번에 "청소" 해버리고 싶은 분들이 해서는 절대 안될 시술이다. 이 기사 보고 더 이상 변비에 관련된 다음과 같은 사기광고에 속지 말기를 바란다. 우선 다음의 광고문을 함께 음미해 보기로 하자. 인터넷에 올라있는 한 약국 광고에서 발췌한 것인데, 장청소 광고중 가장 대중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참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어쩌면 거짓말을 이렇게도 그럴듯 하게 했을까? 정말 숙변을 제거 해아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지 않는가? 그러나 이 광고는 사실이 아닌 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사실이 아닌것을 알고도 이런 광고를 했다면 나쁜 사람이고, 모르고 했다면 무식한 사람이요, 약사로서 무책임한 사람이다. 차근 차근 함 까보자.
정말 미안하지만 소장에는 찌꺼기가 붙어 있지 않다. 소장은 길이가 약 6m에 이르는 긴 길이지만 음식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통과한다. 또한 주름이 많지만 찌꺼기가 붙어 있지는 않다. 의학계에서 인정하는 찌꺼기라는 것은 대장에, 그것도 병든 대장의 일부에 있을 뿐이다. 하수구, 배수구와 인간의 장을 비슷한 것이라고 착각한 광고주의 무식이 잘 나타나 있다. 우선 독자들을 위해 이 문장을 통역해 드려야 할 것 같다. 이 문장은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란 뜻으로 쓴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문장 역시 의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썼음을 증거할 뿐이다. 대변을 이루는 성분이 어째 음식물을 잔류물 뿐이겠는가? 대변에는 음식물 찌꺼기 말고도 장 점막 분비물, 장내 세균, 담즙 등 굶어도 나오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 말은 광고주의 의도가 어떠하든 맞는 말이다. 변비약은 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이지 숙변을 제거하기 위해 먹는 약이 아니다. 그러나 광고주는 그런 선의로 이 문장을 쓴것이 아니고, 뒤에는 이런 말이 생략되어 있다.
자 그렇다면 진실을 알아보자.
우선 의학적으로 숙변이란 말은 없다. 단지 변비라는 말이 있을 뿐이다. 장은 원래가 똥이 지나가는 길이다. 똥이 지나가서 배설되지 못하고 장에 오랜 기간 남아 있으면 그것 바로 변비다. 숙변은 마치 하수구에 낀 녹찌꺼기 같은 인상을 주는데, 얼핏 생각하면 장에 그런것이 있을 법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피부는 항상 조금씩 벗겨져 나가 "때"가 되고, 새 피부가 생긴다. 이와 꼭 같이 장도 끊임없이 점막을 탈락시키고 새 점막을 형성한다. 따라서 타르같은 숙변은 붙어 있을 곳이 없다.
원조 장청소는 똥꼬에 호스 같은 것을 꽂아 넣고 비눗물 같은 것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문자 그대로 장을 청소 하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슬그머니 변질이 되어 무슨 약이나 식품을 먹어서 설사를 하게 만드는 것도 장청소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요즘 광고를 하는 장청소는 잘 보면 크게 두가지인데, 신문 광고에 더 많이 나오는 것은 먹는 장청소이다. 1) 원조 장청소
말한대로 정말 똥꼬에 호스를 넣고 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다. 이것은 원래 장 수술을 하기 전에 무균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실시하던 병원용 처치 였다. 똥꼬를 통해 넣는 물은 장에 대한 자극성을 약간 지니고 있으며, 비눗물과 성분이 상당히 유사하여 필자가 수련 받던 병원에서는 하이타이라고 불렀었다. 요즘 장 청소 업자가 쓰는 물은 이보다는 약간 고급스러운 것인데, 점막 보호제 같은 것이 첨가되어 있다. 그러나 절대로 절대로 아닌 것은 이짓을 해도 변비가 씻은 듯이 없어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장청소는 문자 그대로 장을 물로 씻어 주는 작업인 것이다. 원래 변비가 있었던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변비의 원인이 있었으리라. 변비의 치료란 이 원인을 제거 해주는 작업이 되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장을 물로 한번 헹구었다고 변비의 원인이 제거 될 수는 절대로 없다. 따라서 장청소는 변비의 치료가 될 수 없다. 장청소로 숙변을 제거 했다는 것도 어불 성설이다. 업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한심한 지고. 장은 원래 똥이 있는 곳이고, 똥을 누었어도 장 벽에 똥이 좀 묻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을 물로 닦아 내놓고 숙변을 제거했다고? 좋다 백번 양보해서 니가 숙변을 제거 했다 치자. 그럼 다음에 똥 누면 또 숙변이 남을 텐데 그럼 똥을 눌때 마다 장청소를 해야 되겠냐? 2) 먹는 장청소 이것은 정말 뭐가 뛴다고 뭣도 뛰는 식의 정말 같쟎은 짓거리들이다. 요즘 장청소의 효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천일염, 다시마, 무슨 쑥... 등등인데. 다시마나 쑥은 그나마 좀 봐 줄만 한것이 섬유소를 함유하고 있어 변비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섬유소는 실제로 변비 환자들에게 권할 만한 치료제인데, 문제는 성분도 명확하고 부작용도 없는 정품 섬유소들을 싼 값으로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데 꼭 비싼 돈 주고 다시마나 쑥을 먹어야 하느냐 하는 점이다. 하지만 천일염은 좀 얘기가 틀려진다. 필자가 하도 궁금해서 천일염 광고를 낸 회사에 전화를 해 봤다. 그랬더니 아침에 천일염 세 큰술을 찬물에 타서 마시면 장 청소가 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은 말이 안되도 한참 안되는 얘기다. 멀쩡한 사람도 굵은 소금을 세숫갈 찬물에 타서, 그것도 아침에 먹으면 설사를 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소금이 너무 진해 위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금의 삼투압때문에 장에서는 수분이 배설되는데, 이것 역시 설사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보통 소금이 아니라 천일염이라면 마그네슘 성분이 들어 있을텐데 마그네슘 역시 강력한 설사 유발제이다. 따라서 이것은 장청소가 아니라 명백한 설사인 것이다. 설사는 교과서에 분명히 병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장청소에 효험이 있으니 비싼 돈 내고 천일염을 사 먹으라고라고라? 요즘은 가만히 보니 먹어서 설사하는 식품들은 전부 장청소 약이라고 광고를 하는것 같다. 개탄할 일이다. 한때 유산소 운동기가 난리를 치더니, 반창고를 다이어트 테이프라고 팔아 먹는 자가 일세를 풍미하고, 이번엔 웬 장청소?
보건 복지부, 대한 의학 협회, 서울시 의사회... 모두 나에게서 세금과 회비를 월급에서 공제해 갔건만, 이런 사기가 온나라를 뒤덮어도 일언 반구의 언급조차 없다. 국민 건강가지고 사기 좀 치지마라 씨바들아 !
- 엽기생활의학부 전문기자 심정섭 ( simjsmc@chollian.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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