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수비에수에서 북한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를 방영했더니 새가슴 우익분자들이 난리가 아니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적 표현물 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 곳 저 곳 언론에 항의를 보내고 생난리를 친다.

도대체 왜들 이럴까? 좃선일보를 중심으로 딴지를 걸어대는 모습들이 한 편의 싸구려 코메디를 보는 듯 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그들은 핏대세워 말한다. 김일성 우상화가 안방극장에까지 침투했다고. 하지만 제 국민들 피죽 쑤어먹고, 심지어 인육까지 먹는 현실이 전세계에 알려진 마당에 김일성 우상화를 믿는 사람들은 이 놈의 극우주의 자들밖에 없지 않겠는가.

도대체 지금 이 시대에 김일성 우상화를 걱정 하는 자들은 도대체 김일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단 말인가. 우리는 오히려 이 인간들을 이적단체로 잡아 가두어야 한다.

어제 에수비에수의 북한영화 방영은 몇 가지 점에서 신선했다. 다른 점은 우선 차치해두더라도 북한영화의 수준이 생각보다는 높았다. 영화가 제작된 시점이 79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화면구도나 세트처리, 주연배우와 엑스트라들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세밀한 연출 등이 당시의 우리 남쪽 영화에 크게 뒤진다고만은 볼 수 없었다.

우리 나라 역사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영화 내용은 아니라도 의상에서부터 소도구까지 관심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라서 이런 재미있는 자료의 공개를 막는단 말인가. 우리 국민들이 지네들처럼 김일성을 무서워하는 줄 아는가.

이제 우리는 북한의 문화와 북한의 현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개입할 준비를 해야한다. 이건 가진 자의 아량도 아니며 단순한 민족적 대의명분을 위해서도 아니며 단지 현실의 문제다. 우리가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북한이 만들어낼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북한의 자체 붕괴 가능성을 고려해봐도 그렇다. 북한이 자체 붕괴하면 어떤 상황이 올까 한가롭게 고민할게 아니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막을 궁리를 해야 한다. 가능성이 희박한 남침가능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남침해오면 어떡할까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남침하지 못하게 손을 써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자체붕괴하든 남침해오든 우리 쪽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건 빤하다. 같이 망한다.

그런데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 걸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이 망하지 않게하고 공격해오는 것도 막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그들과 친구가 되는 거다. 친구가 되어 그들이 망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친구이기 때문에 공격해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다. 이건 그들만의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결국 우리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낡은 의미의 핏줄 탓이 아니라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우리 역사 내적 동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세 의 이해관계에 의해 불합리하게 나누어진 민족상잔이기 때문이다.

북한영화 방영하지 말라고 짖어대는 무리들도 똑같이 통일을 얘기한다. 그러나 이 거짓말장이들은 결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동구유럽의 공산주의 실험도 끝이 났고 북한의 주체사상 실험도 종말을 고한 지금 여전히 북한과 주체사상이 무서워 발발떠는 피래미들은, 오히려 분단상황에서만 이득을 얻는 반통일, 반민족 세력들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힘이 있을 때 이런 말을 하는 건 오해를 사기 쉬었지만 이제는 마음놓고 이런 말들 좀 해야 한다. 이제 이 따위 인간들의 목소리는 잠재워야 한다. 이 인간들의 얘기에 귀기울이다간 남북한이 다 망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수비에수에서 방영한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에서는 원작의 30여분 가량이 가위질 당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중근이 이토오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다음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는 현실을 바라보며 새로운 영도자(김일성 아바이 수령 동지)의 출현을 염원한다는 김밥 옆구리터지는 이야기다.

이 날 방영된 내용에서는 위의 코메디 부분이 빠져서 보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반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북쪽의 현실을 이해하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훼손되어 우리 쪽에서 만든 안중근 일대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우리와 똑같은 말을 하고 우리가 아는 안중근 얘기를 그려낸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그들도 우리와 같은 민족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

그리하여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 듣고 남의 일처럼 보던 북한의 참상이 바로 우리의 문제임을 좀더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도 있었을 게다. 더 나아가 때낀 담요에 싸여 못 먹어 왕방울만해진 눈으로 휑하게 바라보던 그 아이의 눈빛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눈빛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면.

누가 북한영화를 두려워하랴. 

- 딴지 가끔 연예부기자 최유준 ( hoggenug@netsg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