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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9.14.월

딴지스포츠 전문기자



 9월 8일..

미국의 유명 스포츠 주간지인 "Sports  Illustrated"는 한주에 두번이나 잡지를 발행했다.

"Sports Illustrated"가 창간한 1954년 이래 44년동안 처음있는 일이라 한다. 메이저리그 홈런 기록경신 기념특별호를 발행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다 아시다시피 빅맥.

이 잡지뿐 아니다. 미국 전역이 난리부르스다. 하긴 전혀 상관도 없는 다른 경기장에서도 홈런 소식이 있자 심판이 경기를 중단할 정도였으니...

맥 이전에 홈런왕의 대명사는 베이브루스였다. 베이브루스하고 빅맥을 비교하는 자료나 주장이 많은데 물론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기자가 판단하기에는 야구선수로 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던 선수는 베이브루스였던 것 같다.

맥이 베이브루스의 한시즌 60개 기록을 넘은 것은 물론이고 70개도 가능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고, 경기당 홈런기록도 앞서고 ( 맥은 137번째 경기에서, 루스는 151번째 경기에서 60호를 쳤다.. ) 메이저리그 통산 타석수 대비 홈런 비율 1,2위  자리 역시 맥이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3,4,5위는 루스), 루스가 경기를 하던 시절은 여러가지 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조건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우선 당시의 야구공이 지금보다 무겁고 반발력이 떨어졌으며 베트 역시 무겁고 탄력이 떨어져 베이브루스가 처음 홈런왕을 차지한 1918년의 홈런수는 겨우 11개에 불과했다.루스 이전에는 7개가 왕노릇했고.  

그 다음해에 29개를 쳤으며, 그 다음 해에는 당시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40개를 훌쩍 넘어 54개...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이었느냐..

그땐 다른 메이저팀의 모든 홈런수를 다 합해도 30개가 안되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한시즌 홈런 30개 넘기는 선수가 수두룩하지만. 그러니까 혼자서 다른 모든팀의 홈런수를 다 합한 것보다 많은 홈런을 한시즌에 때려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더구나 다른 구단 총홈런수보다 더 많은 수의 홈런을 날리기 시작한 1919년까지 그는 투수도 겸하고 있었다. 1915년부터 1919년까지 그는 총 87승을 올린 메이저 최정상급 투수였다. 또한 월드 시리즈에서도 세번이나 투수로 나와 전부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으며 통산 방어율은 2.28을 기록하고 있다. 말이 필요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맥의 기록이  별것 아닌 것은 분명 아니다. 전반적인 야구기술이 그때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발전했으니까.

공과 베트의 성능이 올라간 것 이상으로 투수층도 두꺼워졌고, 수많은 변화구도 개발되었으니까.

또한, 맥이 루스보다 앞서는 것이 경기당 홈런수말고 또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경기당 포볼수이다.

루스는 60개 홈런을 때려낸 해에 151게임에 출장해 138개의 포볼을 기록했고, 이번에 맥은 62호를 홈런을 쳐냈을때 137게임에서 149개의 포볼을 기록하고 있었다.

맥이 투수로부터 더 심한 견제를 받았거나 또는 더 선구안이 좋았거나 둘중 하나일 것이다. 62호 홈런을 기록한 경기에서도 맥을 상대하던 투수가 고의사구를 냈다. 관중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그런 경기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한참 홈런신기록을 향해 행진 중이던 이승엽 선수를 상대로 고의사구를 내서 비난을 거세게 받았던 야구단의 항변이 일리가 있는듯도 하다.

정면승부와 스포츠 정신... 이런 것은 아마츄어들이나 하는 소리고, 투수가 홈런타자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더욱이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다.. 아마추어들이나 승부 자체가 아름답다고 배부른 소리를 하지.. 프로의 세계에서 게임을 져보라.. 남는 것은 연봉삭감과 떨어져나가는 관중이다..

대충 이런 논리를 편다.

 맞는 말이다. 미국프로야구 사상 최다 홈런기록 경신이라는, 미국민 전체가 바라마지 않는 대기록 달성의 현장에서도 고의사구가, 모든 관중이 비난함에도 불구하고 있었지 않는가.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먼저 맥의 경우, 그 게임은 게임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경기로서 맥의 상대팀이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게임이었고, 이승엽의 경우 상대팀이 플레이오프는 커녕 19-4로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 큰 차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맥의 경우 상대팀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기에 위험한 타자를 걸렀다는 의미이고, 이승엽의 경우 게임의 승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승엽 개인에게 홈런기록을 주기 싫어서 그랬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좋게 해석을 해도 홈런 한방에 19-4의 스코어가 뒤집어질까바 그랬다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다시 프로의 정신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프로는 끝까지 이기는 게임을 해야한다... 물론 옳은 소리다. 그런데 프로가 뭔가. 장사다. 관중없는 프로는 있을 수가 없다. 프로야구가 아마추어 야구선수 남아돌아서 그들 구제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지 않은가.

프로는 관중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관중이 외면하는 프로는 존재의미가 없다. 이승엽 선수에게 홈런기록을 주기 싫고, 그런 불명예의 주인공으로 기록에 남는 것도 싫고, 또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한국식 "프로의 정신"은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한국 프로야구 관계자들..
이 할머니 보이시는가..


어떤 선수가 새로운 대기록을 세우고, 이에 관중이 열광하고 또 그런 스타를 보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야구장을 찾고, 그래서 프로야구 전체가 붐을 타서 결국 자기 팀에도 이득에 된다는, 결국 그런 붐이 자기들 장사 전체에 득이 된다는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그저 어떤 선수의 기록 달성에 희생양이 될 수 없다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이 바로 "이승엽의 고의사구" 인 것이다.

프로에서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내는 고의사구는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말 그대로 프로니까.

그러나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을 주기 싫어서 내는 고의사구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그런 쪼잔하고 븅신같은 "프로의 정신"이 한국프로야구를 프로답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런 "프로의 정신"으로 관중도 없는 텅빈 운동장에서 백날 이겨봐라. 그런 프로의 정신이 밥먹여 주는지.

프로야구는 장사다. 그런 택도없는 "프로 정신" 떠들지 말고, 조또 서비스정신부터 다시 배워라. 관중들이 바보인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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