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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8.31.월

딴지일보 객원경제주필 석진욱



우리는 1년전에 도대체 무엇이 한국을 외환위기의 수렁으로 몰아 넣었는가에 대하여 벌써 잊어 버린 모양입니다.

97년 3월의 외환위기 상황은 일본의 적극적인 지원약속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상황이 지나가 버렸지만 97년 7월부터 11월 사이의 4 개월 동안은 그러나 뻔히 보이는 위기 상황에도 아집과 고집속에서 "어..어.."하다가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부도사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은 한국에 또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아는 "포드"에 인수된다는 가정하에 저는 하반기 한국의 경제상황을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가정을 수정하여야 하며 그 경우 한국은 극단적인 최악의 상황, 다시말해 국가부도-Default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400억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라 하지만...강남의 아줌마들까지 달러 산다고 은행앞 에 장사진을 친다면 과연 400억불의 외환 보유고가 견뎌 낼 수 있을까요?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또 다시 암울한 예상이 던져진다면 과연 400억달러의 외환 보유고로 충분할까요?

사람이란 어떤 "희망어린 기대"를 하고 있다가 그것이 좌절되면 그 좌절감과 상실감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물며 사실상 칼 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들..다시 말해 국제 금융가의 신뢰를 한국이 잃어버리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면 한국은 이제무엇으로 견딜 수 있을까요?

작년부터 이미 본인은 기아사태가 터지자 기아의 크라이슬러식 해결을 주장했습니다. 기아가 국민기업이라서? 기아가 전문 경영인 체제라서? 기아가 도덕적이어서?

절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국경제 상황은 허약해질대로 허약한 상태에서 겨우 소생의 기미가 엿보이는 단계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기아사태라는 초유의 기업 부도사태가 일어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이 예상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작년 7월에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 하였고 헤지펀드의 준동을 경고 하였고 향후 5년~10년동안 단 한번도 활황이 오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와 똑같은 상황이 또 다시 전개되어 가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외환위기를 예견하지 못했던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된 외국자본의 돈은 불과 20억달러 내외였고 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300억달러 내외였기 때문입니다.

몰랐던 것은 20억달러가 촉발하는 지수함수적 달러수요의 폭발에 대해서 예상을 하지 못햇던 것이지요..의례히 외국차관은 만기연장이 될 수 있을 줄 알았고 환투기를 하기에 한국의 외환 시스템이 너무 경직되어 잇음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경제는 비선형 시스템입니다. 0.01%의 외부 충격에도 전혀 예상이 불가능 한것이 경제 시스템 입니다.

정부 경제부처가 할 수 있는 것은 0.01%의 외부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국가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0.01%를 없애거나 찍어 누르려고 하거나 무시해서는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러 가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이 도래한다고 가정합시다. 환율이 100원씩 오르고 외화차입이 전면 중단되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 외화가 시장에 다시 쏟아져 들어오지 않는다고 가정합시다.

그 때도 지역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민족정기를 얘기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생존입니다.

1997년 12월 20일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또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아 때문에 묻혀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에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은 "한라그룹"입니다. 실제로 한라쪽이 기아보다 빚은 더 많았지요..(15조원 상당)

97년 12월의 한라그룹 부도로 한국은 대기업 부도사태로만 30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이 발생 했습니다. 역시 예상 되었던 일이었습니다.

1년전에 이야기 했던 것을 또 다시 반복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이 서글픕니다. 포드가 기아를 인수해서 다시 팔아먹어도..무려 4조원의 부채탕감 요구가 부당하게 들리더라도 감수할 수 있으면 감수 하여야 합니다. 죽지 않으려면 말이지요..

 

디트로이트와 월가 사람들의 유대를 너무 과소 평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들의 유대관계는 무려 4세대에 걸쳐 맺어진 그 어떤 것입니다. 





- 딴지일보 객원경제주필 석진욱 ( seokjeff@mail.hite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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