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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8.31.월

지역감정박살내기 범국민 추진본부



건국 50주년이다. 암에푸까지 우릴 덥쳤으니 정말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고 뛰어 넘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미뤄서도 안되고, 그냥 덮어두고 가서도 안되며 대충대충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지역감정이다.

본지는 [건국50주년]을 맞아 이 <지역감정퇴치>를 본지의 제 2의 사명으로 삼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독자 여러분께 엄숙히 선언한다. ( 제 1사명, 먹고 싸는 문제.. 물론 계속한다. 걱정 마시라... )

과거 이 땅의 정권을 잡았던 자들이 국민들의 이간질시켜 다시 재집권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만들어 낸 악마가 바로 지역감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잠복해 있지만 선거를 치루게 되면 또다시 이 악마를 부려먹으려 주술을 외우는 정치인넘들이 나올 것이다. 이런 악마들은 아예 씨를 말여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적으로 조작된 지역감정을 아직도 신주단지처럼 붙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전라도가 씨바.. 어쩌고.. 경상도가 조또..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아니다... 이제 그런 말은 제발 하지말자.
그런 사람들에게 날리는 본지의 메시지, 제 2탄이다.





영화관에서 봤던 <쉰들러 리스트>를 얼마전 다시 비디오로 봤다. 다들 아시겠지만, 호색한에다 돈밖에 모르던 오스카 쉰들러가 어찌어찌 하여 인간에 대한 사랑을, 유태인 박대를 통해 깨닫고 유태인들을 자신의 돈을 부어 구해낸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다가 문뜩 떠오르는 게 있어 몇자 끄적해본다...

 전 이스라엘 총리 Rabin을 암살했던 사람은 유태인이었다. 금방 이해가 가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게릴라였거나 아랍계 급진주의 자였다면 대충 이해가 가겠는데 말이다. 범아랍계와 내외적으로 대치 상태에 있는 그들이 왜 그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암살했을까?

왜...

예루살렘에는 유태인 고유의 생활양식과 종교적 전통을 수천년전 그대로 유지하며 집단으로 모여 사는 동네가 있다. Mea Shearim 이다.

이 동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경고 간판인데 바깥 동네와 이어지는 모든 골목의 입구에는 엄중한 경고가 붙어 있다.






(Women immodest dress are strongly
forbidden
to enter our neighborhood)


<이스라엘의 딸들아 토라(유대교경전)는 복장이 이러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고선 이러 이러해야 함을 설명해 놓고서는 단정하게 입지 않은 자는 절대로 들어오지도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 간판이 낡았다고, 요즘같은 세상에 별 소리 다한다고, 어릴때 학교에서 배우기로나 영화에서 보기로나 항상 악당은 아랍인들이었지 유태인이 아니었다며 이 간판을 무시하고 이 지역에 들어선 단정치 못한 복장(여성의 경우 팔꿈치와 무릎을 드러내 놓거나 남성의 경우 반바지나 찢어진 바지 )으로 단정치 못한 행동(남녀가 껴안는다거나 여하간의 백주대낮 애정행각)을 하는 사람들은 실로 대단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저 힐끗 힐끗 쳐다보고 어쩜 저런 옷을 입고 저러고 다니냐 이런 것이 아니다. 다가와서 욕을 하고 침을 뱉고(와서 침을 뱉는다까 글쎄...) 혼구녕을 내서 쫓아낸다.

당해보면 알겠지만 그거 장난 아니다. 그냥 옛 전통을 유지한다 이런 수준이 아닌 것이다, 무서우리만치 융통성 없다.

 


토라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걸 처별하는 건 총리라고 예외가 되는 건 아니었다. 토라의 가르침과 어긋나게 팔레스타인 인들과 타협하고 여러 주변 중동 국가들과 유화적으로 대화했던 Rabin은, 그래서 바깥에서 보기엔 드디어 중동 평화를 가져다 줄 것 같던 Rabin은 <평화>의 이름 아래 집회를 하던 도중 결국 Mea Shearim의 동족에 의해 <신>의 이름으로 암살되고 말았다.

 이들 극단적인 유태 전통주의자들은 그들의 오랜 원수 팔레스타인 난민 지도자인 아라파트에게 <원수>들이 득실득실한 팔레스타인 자치구 Jericho내에 자신들의 자치구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 적도 있다. 예루살렘이 아니라 그 자치구에 들어가 산다고.

도저히 그냥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그들의 정통 유대교 믿음에 의하면 아직도 메시아는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역시 메시아가 세운 나라가 아닌 이상 그들이 영원히 살 곳은 아니라 는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황당하다...







아우슈비츠의 개스실..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전쟁으로 몰고가려는 <나찌>에게 <마녀사냥>을 당해 몇백만명이 죽어갔던 <대학살>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살아남은 유태인의 후예 Rabin은,

결국 자신들이 그렇게 2000년을 싸워 세운 나라에서 팔레스타인 <원수>가 아니라 같은 민족에 의해 그렇게 죽은 것이다...

1980년 어느 날 광주에서 나찌 <전두환>일당에 의해 <학살>이 있었다. 정권을 찬탈을 위해 정치적 목적에 의해 광주라는 지역을 선택해 <마녀사냥>을 했다.

나는 <전두환>일당을 같은 동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경상도 출신이지만, 나는 그 일당을 동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경상도 사람들아, 그들을 같은 동향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들은 재수없게 경상도라는 땅에서 태어났을 뿐, 그들은 광주의 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적이다. 우리 역사의 치욕이고, 우리 민족의 배신자다.

<나찌>가 유태인들을 <마녀사냥>할 때, <나찌>보다 더 나빴던 것은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입증할 각종 허위 자료를 만들어 내며 허구의 유태인상을 만들어 내고, 대학살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반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는 역할을 했던 <식자층>이다.

광주에서 <학살>이 있을 때, 우리 일반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던 무리들... 그런 <언론>과 침묵했던 <식자층>들...

아니 그냥 침묵 정도가 아니라 지역감정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몇백년을 거슬러 역사까지 조작하고, 우리들의 눈을 그토록 오랫동안 가리며 동포에 대한 가학적 집단 <마녀사냥>을 자행하고 <전두환>정권을 오히려 지켜주는데 열을 올린 자들... 그들은 <전두환>일당보다 더 비열하고 사악하다.

그런데, <전두환>도, 그랬던 <언론>과 <식자층>도 떵떵거리며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정치적 보복은 없다면서... 민족 대화합이라면서...

좋다. 만약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좋다. 그게 길게 봐서 멀리 봐서 우리 민족을 위하는 거라면 좋다. 우린 왜 맨날 두리뭉실 비비적 비비적 그냥 넘어가는지 답답하고 화나지만 좋다...


▶ 그런데 말이다...

왜... 또다시 광주를 <암살>하려 드는가... 당신이 별 생각없이 뱉어내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한마디는 우리 동포를 암살하는 <총알>이 된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오로지 수천년전의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쳐 <평화>를 부르짖던 동포 Rabin을 암살한 극단적인 자들처럼, 광주를 또 다시 <암살>하고 싶은건가...

아직도 정치인과 더러운 언론이 세뇌시켜 놓은대로 사고하고 있다는 건가. 그건 허구다. 두눈 크게 뜨고 봐라. 그건 허구다. 아직도 지역감정을 유태경전처럼 움켜쥐고 믿고 있다면 그건 정말 통탄할 일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그토록 오랫동안 갈구했던 자신들의 나라에서 결국 자신들의 총리를 암살했던 것처럼, 그토록 오랫동안 갈구했던 참된 민족 화합의 기회가 왔건만 왜 <총구>를 겨누고 같은 동포를 <암살>하려 하는 건가...

 


오스카 쉰들러의 무덤은 예루살렘 신시가지에 있다. 지금도 그의 무덤에는 꽃이 바쳐지고 있다. 끊임없이 전세계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유태인 학살 추모관 Yad va-Shem이 있다.

그곳에 있는 어린이 추모관을 들어가면, 학살로 죽어간 어린이들의 이름과 나이를 하나 하나 끝없이 읊조리는 나레이터의 목소리가 사방을 둘러친 거울에 부딪혀 메아리치는 거울로 된 방이 있다. 그곳에 서면 참으로 슬퍼진다...

어린이들이 신던 신발... 그 작은 신발...

광주에서도 어린이들이 죽었다. 그래도 그들에겐 추모관이 없다. 추모관은 못 지어 줄 지언정, <총알>을 날리지 마라.

쉰들러가 되지는 못했을 지언정, 또다시 암살자가 되지는 마라...
그건 천벌 받을 짓이다... 





- 지역감정박살내기 범국민 추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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