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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sm in the Air!

1998-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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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레저 전문기자 추천0 비추천0






1998.8.17.월

딴지 레저 전문기자



경제상황이며 날씨며 모든 것이 스트레스를 주는 요즘, 그런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는 레포츠, 번지점프를 독자여러분께 소개한다.

하고 많은 레포츠 중 왜 하필 번지냐... 딴지의 철학과 부합되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는 차속에서 갑자기 차가 튕겨 올라갔다가 내려올때 순간적으로 똥꼬를 타고내려가 땅밑으로 꺼지는 듯한 서늘함... 그 서늘함의 고농축 결정판이 바로 번지의 느낌이다. 이런 똥꼬쪽에 밀려드는 쾌감... 바로 딴지가 추구하는 스포츠 정신이다.

 국내에도 번지점프가 있으나 진짜배기 번지점프에 비하면 똥꼬 하품할 수준이다.

가끔 TV에서 연예인들이 자기 담력을 시험해 보인다며 올라가서 쌩쇼를 벌이기도 하는 우리나라의 번지점프대는 20-30미터 수준.

그렇다면 세계 최고는 얼매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일까... 허거덕... 180미터다.

본지는 특별취재팀을 급파, 세계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를 취재했다. 대부분 호주에 세계 최고 높이의 점프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세계 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대는 스위스에 있다.  아래는 본지 특별취재팀의 기절중기자가 전해온 생생한 번지 체험 리포트다.






이건 흥분 이상이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순서 정하기.

누가 먼저 할래? 오케이 너. 어떻게 할래? 등에 묶을래, 발목에 묶을래, 연인이면 같이 뛸 수도 있는데 한 번 같이 뛰어 볼래?

순식간에 순서가 결정되고 재고의 겨를도 없이 마구 자일을 엮어댄다.

여기까지는 귀가 얼얼한 Rock이 정신없이 쿵쾅거리는 두 평 남짓 케이블카 안에서 번개처럼 진행되기에 도대체 겁 먹을 시간이 없다.

 그러나, 사방이 막혀 있어야 할 180미터 상공에서의 케이블카 한쪽이 휑하니 뚫려 만년설이 녹아내린 폭포가 포효하는 게 눈 바로 눈앞인데 그 휑한 데로 끌고가서는 5, 4, 3을 세기 시작하면 열에 일곱은 이름을 불러도 뒤돌아 보지 않을 정도로 넋이 나간다.

드디어 1, go !

여기서 열에 일곱은 주춤하고 그 중 둘은 결국 거품물고 안 뛴다고 쌩난리를 친다. 어느 정도 겁먹고 안절부절하는 거야 당연하지만, 옆사람 바지가랭이를 잡고 흐느껴 운다거나 하는 지나친 쌩난리를 치면 기냥 밀어버린다. 본 기자 밀렸다...

그런데 희한하게 이런 쌩난리를 치는 건 꼭 남자란다. 여자들은 오돌오돌 떨다가도 거의 예외없이 뛰어내리는데, 웃으며 농담도 하고 아무렇치도 않은 것처럼 쾌활한 척 의연한 척 하다가 뛰어내리기 위해 문앞으로 다가와 직접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나면, 갑자기 똥꼬 뒤로 밀며 헤벌레 풀린 눈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건 항상 남자란다..

하여간... 그 기분... 자기가 뛰었건 밀렸건....
마지막 한발을 뗄 때의 기분은 파라슈팅 때와는 또 다르다.

아래 세상이 마치 만화나 지도처럼 내려다 보임으로 해서 두려움과 비슷한 크기의 안도감마저 안고 발을 내딛는 게 파라슈팅이라면, 빤히 보이는 바닥과 빤히 내려다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마빡 first로 뛰어드는 Bungy는 불순물없는 100%짜리 공포다.

떨어지면서? 온 몸의 에너지가 응축됐다가 똥꼬쪽으로 폭발하듯 쏴아아아 초고속으로 분출되는 것 같다.

이건... Orgasm in the air다... 알쥐? 올가즘...

게다가 올가즘은 후회를 만들 때도 있지만, Bungy Orgasm은 후회가 없다.


 이 곳은 어디? 스위스의 Interlaken이란 곳이다. 이곳의 번지 점프는 세계 최고의 높이라는 것 외에도 특이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절벽 위에 점프대를 설치한 것이 아니라, 케이블카에서 뛰어내린다는 점 그리고 아래쪽에 안전장치나 강물이나 호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냥 맨땅에 떨어진다는 점이다. 

번지의 원조 호주가 약 50-60미터의 높이에서 강물로 떨어지는데 그 세배에 달하는 높이에서 마빡 First로 안전장치도 없는 맨땅으로 뛰어내리면 왠만한 강심장도 까딱 잘못하면 떨이지며 싸는 수가 있다. 본기자는 안 쌌다. 자랑스럽다...

이곳에 어떻게 가는지, 어디서 자는지 등등의 실용 정보는 궁금한 독자들이 있으면 다음에 여행정보 기사로 싣기로 하겠다..





소나 키우고, 뻐꾸기 시계나 만들줄 알았던 스위스에 이처럼 세계 최고의 번지가 있다는 것은 의외다. 본지는 국내에도 20미터짜리 말고 100미터가 넘는 번지점프대가 생겨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제품을 만들던, 서비스를 하던 뭐든지 대충대충 쬐그만하게 흉내만 내면서 진짜인 척 하는 건 이젠 정말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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