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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8.17.월

딴지사회부 기자



지난 5일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8702이 비로 인한 활주로의 수막현상과 이·착륙때 자주 발생하는 측면 돌풍 때문에 미끄러져 중심을 잃고 활주로를 벗어나 경비행기 격납고 도랑에 빠지면서 오른쪽 날개가 부서지고 격납고에 있던 헬기 1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2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공항측의 늦장대응과 대한항공측의 사고후 처리 미숙으로 승객들의 원성을 샀다.

사고의 원인은 악천후, 그리고 낙후된 김포공항의 기상시스템 마지막으로 조종사의 실수가 짬뽕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진 거의 명확하다.

 그런데, MBC는 사건 직후 당시 승객의 말을 인용, 스튜어디스가 승객보다 먼저 탈출하고 비행기 내에서 불이야하는 고함을 질러 더욱 사태를 악화시키는 등 승무원들이 완전 븅신짓을 했다는 보도를 했고,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괌사고 1주년 바로 다음날 일어난 이 사고에 엄청난 비난 퍼부었다.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비난 정도가 아니라 범국민적 대한항공에 똥꼬 안 앉히기 운동을 벌여도 부족할 것이다.

헌데...

본지에 그 뱅기를 탔던 승무원이 그게 그렇지 않다라는 투고를 해왔다. 또한 그 뱅기를 탔던 승객으로부터도. 둘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으나 적어도 MBC의 보도는 사실확인이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나온 오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항공측의 과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잘못하지 않은 부분을 졸라 잘못했다고 뒤집어 쓴 당시 승무원들의 억울함은 풀어주어야 하겠기에 MBC 버금가는 독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정론지 딴지일보가 당시 상황을 지상중계한다.

더구나 국내 쭉쭉빵빵의 대명사 스튜어디스가 보낸 투고를 본지가 어케 외면하겠는가... 독자 여러분들도 다들 아시겠지만 본지 성격상 쭉쭉빵빵이 하소연하면 우린 이런 거 외면 몬한다.

먼저, 당시 승무원 이지숙씨가 보내온 투고내용을 보자.






저는 98년 8월 5일 KE8702편에 탑승했던 승무원입니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서 본 일부 승객들의 인터뷰 내용들이 사실과 너무도 틀려 그 점을 해명하고 저희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참고해주시길 바라며...먼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착륙한 비행기가 급회전하며 오른쪽으로 기우는 순간, 비행기천정이 일부 무너져 내리고 산소마스크들이 떨어지는게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불이 몇번 깜빡이더니 정전이 되었고 비행기는 이내 멈추었습니다. 일부승객들은 박수를 쳤읍니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음 순간 사무장님이 승무원 비상구를 열고 슬라이드를 펴!!란 방송이 들렸고 객실 왼쪽 세번째문에 앉아있던 저는 담당승무원과함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날개위에 위치하고있는 우리쪽문의 슬라이드가 펴지는 것을 보는순간 저는 날개와 엔진에서 불꽃이 일며 불이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문으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반대편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쪽도 역시 날개가 심하게 파손된상태인데다,슬라이드가 바람에 날려 바닥까지 내려가지 앉은상태라 그 비상구 담당승무원이 그 문으로는 탈출이 위험하다고 판단, 승객들을 좌우로 나누며 앞뒤 비상구를 이용하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앞쪽인 두 번째문으로 일부 승객들을 이동시켰습니다. 지금부터는 해명위주로 하겠습니다.간단명료하게 그러나 정확히!!!!!

첫 번째로 여러분들이 가장 흥분하시는 대목.. 바로 승무원이 승객보다 먼저 탈출하더라는 말에 대해서입니다.

에상되지 않은 비상착륙시 승무원은 (이번 경우 14명이 360여명을 탈출시킴) 그 인원으로 전체 승객들을 탈출시키는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에는 군인과 경찰 ,건장한 남자순으로 협조자를 선정해 슬라이드밑에 가장먼저 내려보낸 뒤 위에서 내려가는 승객들을 엉키지 안고 또 튕겨져 나가지 않도록 잡아끌어주는 역할을 하도록 요청하게됩니다.

그러나 이번사고처럼 협조자를 선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때에느 담당비상구에 두명의 승무원이 배치되어 있는 경우 둘 중 한명이 내려가 그 협조자역할을 하는것이 원칙으로 되어있고 실제로 그렇게 안전교육을 실습하며 익혀왔습니다.

제가 두 번째 문으로 달려갔을 당시 그 앞쪽 승객들은 이미 거의 빠진상태였고 저는 세 번째 문쪽에 있던 승객들을 그쪽으로 소리질러 불렀습니다.

달려온 승객들은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기체가 오른쪽으로 기울어 슬라이드가 너무 완만히 펴져있는상태라 사람들이 끝까지 내려가지못하고 끄트머리에 뒤엉키는 형상이 되었습니다.

그 문 담당승무원이 있었기에 저는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 못 일어나는 승객들을 잡아 일으키고 내려오는 승객들을 부축해서 빠져나올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 협조자 역할을 제가 했고 그래서 승객들보다 먼저 내려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승객들이 다 내린후 기체에 잔류승객이 없는지를 확인한 승무원세명이 내려오는 순간까지 슬라이드 아래에 있었습니다.

두 번째,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폭팔할지 모른다고 위협해 우왕좌왕하게만들었다는 부분입니다.

비행기사고에서 1차가 불시착이라면 2차사고로 보통 규정하는 것이 항공기폭발입니다. 괌사고때도 그랬고 제주2033편도 그랬습니다. 그당시 비행기는 첫 번째로 불시착했고 몇분후 폭팔했습니다.

이번사고에서도 엔진에 불이 붙었었고 그것은 곧 폭파위험으로 치닫는것이였기에 이때 승무원의 역할은 승객들을 가장 빨리 신속하게 비상구로 탈출시키는 역할입니다. 따라서 승객들이 들었다는 승무원의 말은 위협이 아니라 그만큼 빨리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라는 의미였습니다.(일부승객들은 보통때처럼 짐을 꺼내는등의 여유를 보이고 있었음)

세 번째 , 비상구가 두 개만 열렸다는 부분에 대해서.

불시착후 바로 사무장님의 비상구 오픈하라는 방송이 나왔고 담당비상구에 있던 승무원들은 일제히 문을 열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날개측에 있는 세 번째 문 두 개를 제외하고 2층에 있는 한 개문을 제외한 나머지 아홉 개의 비상구가 모두
열였고 작동되었습니다. (자료화면에 나와있는 전부 오픈된 슬라이드를 못보셨습니까. 눈으로 보이는게 있는데 보지못한이야기를 진실로만 받아들이시는지요...)

네 번째, 한꺼번에 승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부상자가 생겼다는 부분에 대해.

세 번째 비상구를 사용하지못한승객들이 두 번째와 네 번째비상구로 달려갔습니다. 슬라이드가 정상적인 위치에서 터지면 그 높이가 11m 가되며 이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라고 합니다. 또한 뛰어내리면 청바지가 찢어질정도로 마찰이 심합니다.

그만큼 슬라이를 타는 것이 동네 미끄럼틀 타는것처럼 쉬운일이 아니라는것 입니다. 이번에도 슬라이드를 타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생겼다고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것은 안전을 위해 탈출시에는 간단한 소지품 이외의 것은 가지고 내려선 안된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여성들의 하이힐이나 뾰족한 핀도 금지되어있습니다. 그로인해 슬라이드에 손상이 가면 다른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승객들은 탈출하라는 승무원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각자 커다란 짐을 챙기고 있었습니다.(물론 전부다는 아닙니다) 짐꾸러미와 승객들이 슬라이드레 동시에 내려오니 그 상황에서 다치는 사람이 없을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승무원이 예쁘게 웃고 서비스만 잘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사고때 바보같은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도망갔다고 생각하시는것같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서비스보다도 우선하는 첫째가 안전이라고 입사하는 순간부터 세뇌되도록 교육을 받고있습니다. 1년에 한번씩 비상착수훈련과 정기안전훈련을 실시하고 자격증도 발급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저희는 세계항공사가 정해놓은 규칙에따라 교육과 훈련을 받기에 위험한 순간만큼은 승객들의 시야보다 더 넓게보이고 더 빠르게 판단할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처럼 370여명을 3분안에 탈출시킬수 있었다고 자부하는것입니다. 저는 우리승무원들이 잘했다고 자랑하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저희는 최선을 다했고 우리의 행동에 떳떳할수 있기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것입니다.

저희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일부의 것입니다. 오히려 침착하게 대처해주어 고맙다고 몇번씩 인사하는 승객들과 자처해서 일본일승객들에게 상황통역을 해주시는 고마운분들도 계셨기에 저희는 마지막까지 힘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극한상황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승객들이 있었다는건 왜 방송에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누가 안전불감증이란 말입니까..... 이글이 얼만큼이나 반영이 될까요... 저는 눈믈을 닦으며 떨리는 손으로 이 글을 쓰고있습니다.

삼자들은 그냥 저런 썩어빠진 승무원들같으니...하고 잊어버릴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저희 당사자들만큼은 평생에 불명예로 기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저희의 노력이 헛된 것이 되지않도록 도와주십시요..진심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더운날씨에 이 두서없는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살아있는 오늘을 감사하시길.....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제가 감히 말씀드리며.....이만 줄이겠습니다....


상황이 대충 눈에 그려지시리라 여긴다. 이것은 순수하게 승무원의 시각이고 차분하게 대처한 승객도 없으란 법은 없다. 이번에는 당시 그 뱅기를 탔던 승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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