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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8.17.월

지역감정박살내기 범국민 추진본부



참 해야할 것이 많은 요즘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고 맘이 놓이는 것이 없다. 건국 50주년이라는데 말이다. 암에푸까지 우릴 덥쳤으니 정말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고 뛰어 넘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미뤄서도 안되고, 그냥 덮어두고 가서도 안되며 대충대충으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지역감정이다.

과거 이 땅의 정권을 잡았던 자들이 국민들의 이간질시켜 다시 자신의 재집권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만들어 낸 악마가 바로 지역감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잠복해 있지만 선거를 치루게 되면 또다시 이 악마를 부려먹으려 주술을 외우는 정치인넘들이 나올 것이다. 이런 악마들은 아예 씨를 말여야 한다. 

그러자면 결코 적당히 덮어두고 가서는 안된다. 우리는 흔히 아픈 곳이 있을때 대충대충 좋은게 좋은거라고 덮으려고만 한다. 그러나, 좀 아프더라도 밝은 곳에서 까발리고 정확하게 환부를 찾아 지속적으로 치료를 해야 상처는 낫는 법이다. 재발도 안되고...


본지는 [건국50주년]을 맞아 이 <악마퇴치>를 본지의 제 2의 사명으로 삼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독자 여러분께 엄숙히 선언한다. ( 제 1 사명은 다들 아시다시피 먹고 싸는 문제에 대한 집중고찰... 쩝.. )

그 제 1탄으로 대선 당일날 한 경상도 네티즌이 전라도 사람들에게 통신에 띄웠던 공개 메시지를 싣는다. 새벽 4-5시경 당선자가 확정된 직후 올라온 글이라, 글 속에 당시의 격앙된 감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때 그 시각으로 한번 돌아가보자..







 

- 경상도 문둥이가 전라도 깽깽이에게 -

 


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싶습니다.

" 이 전라도 깽깽이들아, 공산당도 아닌 것이 90% 몰표를 한 인물에 던져대는 이 3류 국민들아, 오늘 하루는 이제 드러내 놓고, 맘 놓고 짖고 떠들고 까불고 좋아하거라. 세상이 다 네것처럼 들뜨고 외쳐대거라. 오늘 하루는 그렇게 감격해하거라 "

아주 오래 전부터 전 꼭 이 말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전 정말 당신들을 "에이 씨팔 3류 국민 전라도 깽깽이들아" 하고 맘놓고 욕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 한번도 드러내놓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들을 그런 3류 국민으로 만든 또 다른 3류 경상도가 제 고향이었거든요...

50년만의 정권교체도 좋고, 능력있는 놈이 대통령되는 것도 희망차고, 책임을 묻는 국민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것도 참으로 즐겁습니다.

그런데 그런 오늘, 주제넘게도 당신들에게 꼭 들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품고 왔던 17년짜리 응어리가 이제 막 녹아내리기 시작할 오늘, 전 당신들에게서 꼭 다짐 받고,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 이야기부터 먼저 하지요. 저는 경상남도 진해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서울로 이사를 왔지요. 저희 친척들은 지금도 대부분 경상도에 기반을 두고 살고 있습니다. 일부는 충청도에도 살고 있고, 나머진 서울에서들 살고 있지요. 그래도 다들 경상도 문둥이들이지요.

얼마 전이 저희 할아버님 생신이었답니다. 흩어져 살던 친척들 대부분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지요. 투표권을 가진 성인들만 20명이 넘게 모였답니다. 선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20명 중 대중이를 찍겠단 놈은 저 하나였지요.

친척 한 분이 무섭게 노려보더니 제게 그랬었죠. "니 미쳤나..." 그 다음엔 사방에서 저를 성토하는 목소리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점마가 요새 일이 잘 안되니깐에 돌아삔는갑다..."

어차피 논리로 당해낼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열심히 떠들어 봤습니다. "아이다... 이젠 바까야 될 역사적 당위성이 있는기라... IMF 체제에선 어쩌고 저쩌고... 외교적 사고의 필요성이 이러쿵 저러쿵... "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논리를 총동원해 기를 써 봤지요.

"대중이 검마는 치매라 안카나, 그 새끼는 빨갱이 아이가 임마, 경상도에 통반장도 전부 전라도 아들이 다 한다카더라, 전라도 깽깨이들이 지랄하는 꼬라지를 우째 보노, 다리 저는 빙신새끼가 되모 세계적으로 쪽팔린 일인기라..."

당장에 무더기 반격이 돌아온 건 당연했지요.

스스로 하고 있는 말들이 사실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경상도를 이용해 자기 배만 채우며 정권을 잡아온 자들이 만들어 준 핑계거리를 그렇게 열심히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서로 서로 한마디씩 던져놓고 그 말들을 서로 서로 확인해 주며 그렇게 공범이 되어가고 있었던거지요. 서민들은 원래부터 가져본 적도 없는 기득권을, 그런 있지도 않은 기득권을 잃을 것이란 불안감을 그렇게 토해내고 있었던거지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저희 할아버님은 몇 년전 후두암을 앓은 신 후 발성기능을 상실하셨습니다. 성대가 없으셔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말수가 아주 적어지셨지요.

30분을 친척들끼리 떠들고 있을 때 당신께서 갑자기 입을 여셨어요. 다들 조용해 졌죠. 조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요.

"고마치 해묵었으모 됐다... 부끄러운기라... 이제 마 대중이가 해라케라..."

아... 평생 1번만 찍으셨던 할아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 가슴이 아팠습니다. 잘못하는 것보다 더 나쁜 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 제게 가르쳐 주신 80대 경상도 노인네 입에서 나온 그 말 속에 숨어있는 경상도의 부끄러움과 자조가 저를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정권욕에 사로 잡힌 자들이 경상도의 가슴에 심어놓은, 아무도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원죄의식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더 이상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분들 대부분은 그래도 대중이를 찍지는 않았을 겝니다. 저희 어머님이 평생 처음 기권하신게 그나마 그 말이 우리 가족에 미친 영향의 전부일 겝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걸로는 말입니다. 이번 대선에 경상도의 숨은 마음은 그랬답니다...






이제 당신들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전 사실 당신들이 겪었다는 차별과 설움과 괴로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해도 절절히 가슴에 와 닿지가 않더군요.

그래 내 친구가, 이웃이, 가족이 내 눈앞에서 죽어갔다면... 아무도 나서지 않는 그 상황에서 대중이가 그 슬픔을 같이 나누어 주었다면... 그랬다면 나라도 저네들 처럼 응어리가 지고 답답했을 것이고 대중이에게 표를 주지 않을 수 없었을게야...

이렇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런 당신들을 이해는 해도 결코 내가 직접 겪은 슬픔처럼 와 닿지는 않더군요.

대중이 당선이 확실하단 소릴 듣고 담배 한배 피워물었습니다.

그래 전라도는 대중이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자신들에게 와서 자신들 편이 되어 준 대중이에게 빚을 지고 있었던 거구나... 그래서 그 응어리를 풀어 낼 희석제가 될 자격을 가진 자는 대중이밖에 없었던게로구나...

이런 생각들이 연기 사이로 피어 오르더군요.

전 전라도 사람이 단 한순간도 되어 본 적이 없어 이 정도에서 생각이 멈추고 말았습니다. 당신들을 이해하는 한계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밖에 풀어 낼 수 없다면 그건 당신들만의 책임은 결코 아닙니다. 아니 당신들에겐 아예 책임이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당신들이 5.18을 만들어 낸 거 아니었으니까요. 당신들이 형제를 죽인 건 아니었으니까요. 당신들이 차별을 만들어 낸 건 결코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제부턴 정말 당신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찍어 댄 대중이가 결국 대통령이 되고 말았거든요. 대중이가 마침내 대통령이 되고 말았걸랑요. 경상도 몰표를 당신네들이 잘도 막아주고 상쇄시켜 나머지 도에서 결국 대중이가 이기고 말았거든요.

여기서부터 이제 정말 당신들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겝니다. 대중이는 이제 당신들만의 대통령이 아니거든요. 대중이는 경상도의 대통령이기도 하거니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야 말았거든요.

경상도는 경상도 대통령을 뽑아놓고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매번 정권 잡은 소수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고 말았습니다. 경상도의 자조는 그래서 억울합니다. 경상도도 이런 미친놈의 지역 감정의 피해자이걸랑요. 아니 우리나라 전체가 그런 소수의 미친놈들에게 당해 온 피해자이걸랑요.






자 이제 당신들에게서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무섭게 돌변해주시길 바랍니다. 가장 무서운 감시자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이젠 대중이로부터 벗어나십시오. 대중이가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당신들이 대중이에게 진 빚은 이제 모조리 탕감되었습니다. 이제부턴 당신들이 빚을 지게 되었네요. 당신들은 대한민국에 빚을 지게 된 겁니다.

당신들의 대중이에 대한 빚갚음이 정당해 질 수 있냐 없냐는 당신들이 대한민국에 새로 지게 된 빚을 당신들 스스로 어떻게 갚아 내는가에 달여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대중이 비판자가 되어 주십시오.

왜 경상도가 50년간이나 제대로 지지 않았던 채무를 당신들에게만 강요하냐구요? 그건 할 말이 없네요. 그래요 경상도는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당신들이라도 해 내세요. 경상도와 전라도만으로 선거가 치뤄지는 기분은 이제 더 이상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해내 주십시오.

그렇게 제대로 5년이 흐르고 나면 이젠 아무도 당신들을 당신들이라고 부르지 않을겝니다. 우리들이라고 부르겠지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세요. 그렇게 말 할 수 없다면 난 당신들을 이젠 드러내 놓고 욕할 겁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마구 욕해댈 겁니다. 속았다고, 씨팔 3류 전라도 깽깽이들한테 속았다고... 마구 떠들어 댈겁니다.

이젠 저두 맘편하게 가족 중 가장 열나게 대중이를 씹어대는 사람이 될 겁니다. 이젠 맘 편하게 같이 씹어대자구요. 경상도 문둥이와 전라도 깽깽이가 같이 말입니다.

그렇게 함께 우리가 되어 갑시다...

 


PS - 다른 도 출신 여러분... 몇일만 이런 경상도와 전라도의 마음을 봐주세요... 이것부터 까부셔야 합니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대결이 끝날 날이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우리끼리 통일이 되는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IMF도 이렇게 함께 풀자구요.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삽니다.  



 



- 지역감정박살내기 범국민추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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