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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북핵 인터뷰 2] 조선족 길림성 씨


2007. 1. 16(화)



 


북경 6자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2006년 12월 17일, 중국과 남북한 사정에 두루 정통한 조선족을 북경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중국과 남북한 당국 모두에게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를 꺼려한 이 사람의 요구에 따라 ‘길림성’이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딴지(이하 딴) : 북핵 사태에 대한 한국 내의 반응을 쭉 지켜보면서 우리가 느낀 것은, 한국이 자기객관화가 안되어 있다는 판단입니다. 모든 문제를 항상 우리 관점에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입체적으로 봐야겠다, 중국이나 북한은, 또 미국이나 일본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하는 게 궁금했어요. 그런 점에서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태어나, 남북한을 두루 경험한 길림성 씨의 견해를 듣고자 여기까지 왔습니다.


길림성(이하 길) : 저도 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습니다.


딴 : 어제 북경대 국제정치학과의 주펑(朱鋒) 교수를 인터뷰 했는데,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한국과 중국이 적당한 우호관계이지만 만약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미국이 개입하게 되어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서 참전하게 된다면, 그러니까 한국이 적국의 군사기지가 되는데 그러면 중국이 한국을 공격할거냐고 물어봤어요.


길 : 재미있는 얘기네요. 주펑 교수가 뭐라고 하던가요?


딴 : 단호하게 한국을 공격할거라고 바로 대답하더군요. 북핵과 북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이더군요. 김정일 정권이 사라지기 전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중국과 북한이 어쨌던 과거의 혈맹이고 형제국가이고 요즘 갈등이 많긴 하지만 여전히 긴밀한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입장을 북경대 교수 입에서 듣게 되리라고는 예상을 못했어요. 깜짝 놀랬죠. 물론 주펑 교수는 자신이 강경파이고 중국 내에서 소수의견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요. 


길 : 주펑 교수는 젊은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니까 그렇게 놀라운 것도 아닙니다.


딴 : 길림성 씨 얘기로 들어가 보죠. 중국에서 태어났으니까 중국어는 당연히 네이티브겠고 우리말도 남쪽 사람하고 똑같을 정도로 아주 잘하시는데 어떻게 조선족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지요?


길 : 한국에 연구원 신분으로 이 년 정도 체류했었어요. 북한에는 사업가 신분으로 여러 차례 갔었고 북한과 중국에 고위층 친구들이 좀 있죠. 


딴 : 중국, 북한, 남한에 두루 네트워크가 다 있고, 중국어, 조선족 말, 남한말, 북한말 모두 4개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군요. 중국에게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요?


길 : 장기(將棋)의 말.


딴 : 미국을 상대로 두는 장기의 말이다?


길 : 그 문제를 얘기하기에 앞서, 한국에서 왜 자기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리죠. 한국에서의 북한연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상적인 뿌리에 관한 얘기인데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북핵문제만 집착해서 바라보는데 북핵은 한반도의 여러 가지 이슈 중 하나에 불과해요. 그런데 핵이라는 공포심 때문에 거기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심하죠. 중국문화가 한반도로 건너가면서 유교가 뿌리를 내렸지만, 중국은 유교 하나만의 나라는 아니에요. 물론 인민을 다스리는 질서는 유교이지만, 법가와 도가가 결부되어있는 통치술로 질서를 유지하죠. 한반도는 중국에서 유교만 받아들이고 법가를 제대로 못 배웠고 도가의 유연함도 못 배웠어요. 그런데다가 한국은 미국으로부터도 흑백논리에만 익숙해 있죠. 하지만 중국은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도가철학과 유교나 법가를 갖다 쓰죠. 이렇게 방편으로 법가와 도가를 쓰는 통치술은 진시황 이래로 한번도 변한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한국은 그런 유연성이 부족해요. 오직 예스 아니면 노야. 지금 북핵문제, 동북아문제도 마찬가지죠. 김대중 씨가 말한 대로 한국은 중간자 위치에요. 네 남자가 한 여자한테 구애를 하는 상황이죠. 한국이 평형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사상적 뿌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다보니 경직되어 있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못 보는 거죠.


딴 : 그런 반면에 대북정책에서는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길 : 탈북자 문제를 봅시다. 탈북자를 한국에 많이 유치하는 것이 통일에 유리하냐, 불리하냐? 이 문제에 대해서 한국의 학계를 포함해서 깊이 있게 검토한 글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딴 : 한마디로 전략이 없다는 얘기군요?


길 : 탈북자를 많이 받는 것이 북한을 와해시키는데 유리하다는 결론이면 대량으로 유치해야 해요. 그런데 그렇지도 않으면서, 한국의 대북정책이 와해전략도 아니면서 탈북자는 수용해 주고 있거든요? 그러면 이북 입장에서는 탈북자를 유치해주는 남한정권이 정말 미운 거예요. 탈북자 처리 문제에 대한 입장이 없다는 것은 결국 통일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기본적인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결국 사상적 뿌리로부터 대북정책의 일관성 결여라는 현상이 드러나는 거죠. 


딴 : 중국에게 북한은 장기의 말이라고 했는데, 중국에게 북한은 미국과의 완충지대라는 게 한국 측 시각인데요?


길 : 중국 입장에서 볼 때 그렇긴 하지만 옛날 얘기에요.


딴 : 북한에 이상이 생기면 중국에 큰일이 날 거다, 난민이 200만 명 정도 발생할 텐데 걱정이라는 생각인 것 같은데요?


길 : 물론 싫겠죠. 막말로 집 열심히 이쁘게 꾸미고 있는데 거지들이 들이닥치는 꼴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중국의 국력이면 난민 200만 명 정도 수용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더구나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은 변방이고요.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생각하는 만큼 북한이 중국에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죠.


딴 : 그럼 왜 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이만큼 적극적인 거죠?


길 : 북한문제를 두고 미국과의 딜(deal)에서 지금까지 이익을 본 나라가 두 나라에요. 일본과 중국이죠. 북핵문제가 없었더라면 중국이 미국과 딜을 할 수 있는 껀수가 없는 셈이죠. 미국 입장에서 볼 때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현재로서 제일 큰 이슈는 사실 북한문제에요.


딴 :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지원하는 대만문제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요?


길 : 중국도 미국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도 중국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나면 미국이 제일 난처한 입장에 빠져요. 싸운다고 승산도 없지요.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만을 인수하는 것보다는 좀더 기다려서 낼름 먹는 게 낫지 않냐는 거죠. 중국 입장에서는 이미 대만을 먹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특히 대륙이 기침을 하면 대만의 주가가 오락가락하고 있는데, 대만의 경제를 중국이 이미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앞으로 대만의 정치세력이 중국에 흡수되는 것만 기다리면 되죠. 중국 사람의 만만디가 이럴 때 드러나는 거예요. 대만의 정치는 돈 정치인데 정치인들에게 돈대주는 기업을 중국이 다 장악했으니 다 끝났다고 봐야죠.


딴 : 이란 문제는 어떻습니까?


길 :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이 아시아의 맹주로 뛰어오를 때 미국과 빅 딜을 할 이슈는 북한과 이란이에요. 북한문제가 조용해지면 이란 문제도 미국하고 딜을 할 거리가 없어지는 거예요. 왜냐? 이란은 중국에 국경을 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란의 석유이권을 일본을 밀어내고 중국이 잡았어요. 일본의 미쓰비시와 미쓰이가 철수하고 중국이 그 지분을 인수했죠. 중국이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거는 이걸 지렛대로 삼아서 미국과의 거래에서 유리하게끔 양쪽으로 게임을 하기 위해서죠.


딴 :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혹시 동북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에게 약하게 보일까봐 그러는 건 아닐까요? 동북아에서는 우리가 짱이니까 동북아 문제는 우리랑 얘기해야해 하는, 미국을 의식한 태도 아닌가요?


길 : 지금 중국은 주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동쪽으로는 북한문제가 미국하고의 딜인데, 이건 하나의 단기적인 수(手)인 거고, 이 딜에서 경제적인 실익을 얻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이익은 서쪽에 있는 이란의 석유, 남쪽의 파키스탄과 인도에 있죠. 이번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인도 방문이 대성공이예요. 미국과 중국이 인도를 자기 쪽으로 잡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인도 게임에서는 미국이 졌어요. 인도 문제도 중국의 국경을 둘러싼 국가들하고의 전반적인 관계들에서 하나의 고리죠. 미국은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에 공세를 취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을 고리로 해서 이 쪽 문제들은 내버려 두라고 딜을 하고 있는 거죠. 미국도 이라크와 중동문제로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벅찬 상태고요. 이런 상황과 중국의 전략을 한국이 배워야 되는데...


딴 : 북한이 붕괴되면 중국에 어떤 피해를 주기에 원치 않느냐? 북경대 교수에게 물어 봤더니 첫째는 난민 발생, 둘째는 핵통제를 꼽더군요. 그런데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대한 북한 카드를 잃는 거네요. 북핵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한거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 그러니까 중국에 대해 미국하고 손잡고 우리를 자꾸 압박하면 너네도 좋지 않다는 뜻도 있는 거 아니냐고 주펑 교수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던데요?


길 : 그건 당연한 거죠.


딴 :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생각을 못해요. 한국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마치 남한과 미국의 관계 혹은 그 이상이다 라고만 생각을 하거든요. 하지만 사실 북한은 남한보다 더 입체적이고 자주적인 것처럼 보여요. 사고방식도 그렇고 상황파악도 정확하게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길 : 주체사상의 근원이 중국, 소련으로부터의 간섭을 배격하고 등거리외교를 추구한 데 있어요. 우리는 남쪽 사람들과는 달리 미국의 앞잡이 노릇 안하고, 누구 말도 안 듣고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거죠. 모든 문제를 중국에 가서 승인받고, 왕자 하나 책봉해도 중국의 인정을 받아야 했던 사대주의의 뿌리를 잘라냈다, 북한의 문화적인 뿌리가 여기에 있어요. 그거 하나로도 자긍심이 대단한 거죠. 뿌리 깊은 자존심이에요. 


딴 : 주펑 교수에게 한국의 외교력이 북한에 미치지 못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한국의 외교력이 더 우월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이 더 낫다는 것은 남한이 더 착하다, 도덕적으로 더 낫다는 뜻 아니냐고 캐물었더니 북한이 더 영리하고 똑똑하다는 것은 인정하더군요. 남과 북의 서로에 대한 외교력, 미국과 중국에 대처하는 외교력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길 : 남한이 훨씬 뛰어난 외교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떡이 앞에 있음에도 못 챙겨 먹는 거예요. 대북전략에 대한 일관성 결여로 인해, 당연히 보이지 않게 남한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게 할 수 있는 걸 못한 거예요. 박정희 대통령 이후로 DJ만큼 일관성 있는 대북전략을 유지한 대통령이 없지만, 한국에 제일 좋은 찬스가 왔을 때는 사실 YS 때였어요. 그런데 YS는 기회를 놓쳤죠. 그리고 나서 DJ가 햇볕정책을 펴면서 전략은 옳았는데 현금을 갖다줬다든지 하는 전술적인 면에서 착오를 많이 했죠. 하지만 전술적인 착오지 전략은 맞았다는 거죠. 햇볕정책으로 인해 이북의 김정일 위원장부터 시작해서 인민들이 남한을 적으로 보지 않게 되었죠. 아주 큰 역할을 한 것이지만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역할을 못했어요. 대북정책에 대한 일관성을 잃어버린 겁니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에요. 대북지원이나 남북협력교류는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움직여야 해요.


딴 : 중국의 경우 대만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길 : 중국은 올해 3월에 ‘국가반분열법’이라는 것을 통과시켰어요. 대만독립을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서 ‘전쟁법’이라고도 불리죠. 이걸 왜 만들었느냐? 만약에 대만하고 전쟁이 나면 선전포고를 누가 하겠습니까? 후진타오 주석이 서명을 하겠지요. 그러면 오십년, 백년 뒤에는 후진타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떻게 남겠습니까? 동족과 전쟁을 벌인 나쁜 놈이 되는 거죠. 한반도로 시각을 옮겨 봅시다. 미국의 통치하에 있는 남한을 내가, 김일성이 통일하겠다고 나왔어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당당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다른 입장에서 보면 김일성은 동족상잔의 주범이죠.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을 만들어 놓으면 유사시에 후진타오가 서명할 필요도 없이 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무조건 전쟁을 벌일 수 있죠. 그러면 동족상잔을 일으켰다는 역사적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죠? 이런 정도의 정치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대북지원, 대북문제를 법으로 만들어 놓으면 미국 눈치 볼 거 없이 할 수 있잖아요?


딴 : 한국에 남북교류협력법이라는 게 있지만 부족하다, 훨씬 범위가 크고 전략적인 구상이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그런데 미국도 미국이지만 한국에는 미국의 정치적 의도를 마치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우익이 있어요.


길 : 사실 우익이 아니죠. 남한에는 정치적 이익에서 따라서 감투를 바꿔 쓰기만 할뿐 우익, 좌익이 없다고 봅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책차이가 뭐가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없어요. 전략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단 전술적인 면에서 이런저런 차이가 있는 거지. 통일이 제일 큰 과업이라면 그걸 법으로 만들어서, 정치인이든 국민이든 누가 왈가왈부할 수 없게 얘기를 꺼낼 수 없게 해야죠.


딴 : 분단된 지 50년이 넘었고 매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그런 장치는 없죠.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가 공존하고, 뒤죽박죽인 상태죠. 사실 우리 자신도 헷갈리거든요. 도대체 아무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게 대한민국이라 생각되거든요.


길 : 그게 사상이 없다, 철학적인 뿌리가 없다는 데서 나오는 문제지요.


딴 : 사상이 없는 상태에서 냉전 사고방식이 들어왔어요. 적만 있는 거죠. 북한이 적이다. 그렇게 살았는데 어느 날 아니래. 적인데도 아니래. 이때는 적이고 이때는 한민족이래. 서해교전이 일어나면 적인 것 같고, 올림픽 공동입장하면 동족 같고. 북한과 친하게 되면 친북이라는 소리를 듣고, 욕을 하면 꼴통 소리를 듣게 되죠.


길 : 사물을 정확히 볼 수 있는 거울을 빨리 만들어야 되요. 저는 북한이 핵실험을 백 퍼센트 한다고 얘기해 왔는데, 제 말을 믿는 한국의 북한연구 학자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딴 : 한국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사상적 뿌리가 없다는 총론적 얘기를 했는데 구체적 현상을 말해주시죠.


길 : 남한의 북한연구 학자의 시각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사회주의를 몰라요. 사회주의를 몸으로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다 보니까 선입견에 젖어있고, 남한의 북한연구 학자들은 이건 아니다 라는 줄을 그어놓고 연구를 시작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보면 편할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면 어떻게 할 건데? 모든 국가의 기본은 똑같아요.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택했을 뿐이에요. 모택동 씨도 <공산당선언>을 한번도 안 읽어 봤대요. <자본론>도 한번도 안 읽어 봤대요.


딴 : 어제 주펑 교수에게 북한이 말을 안 들으면 김정일 위원장을 끌어내리고 친중정권을 수립할 수 있느냐,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더니 중국의 주류시각은 아니지만 자기는 그렇게 해서라도 해야 된다고 말하더군요.


길 : 중국에는 북한전문가가 없어요.


딴 : 그건 또 무슨 소리죠?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없다는 뜻인가요?


길 : 거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데 학자들 입장에서는 북한연구를 해봐야 먹을 게 없거든요. 미국이나 일본을 연구하면 하버드도 가고 동경대도 갈 수 있고 그 나라에서 연구비도 지원받을 수 있지만 북한은 인기가 없어요. 언어적인 장애도 있죠. 영어를 배우면 딴 데도 써먹을 수 있지만 이북 말 배워서 어디다 써먹습니까? 게다가 북한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었고 지금도 그래요. 연구하는 학자 입장에서는 갈 데 많은데 하필이면 민감하고 먹을 거 없는 북한연구 하겠어요? 저 같은 미련한 놈만 하는 거예요. 중국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딴 : 북경대에서 박사학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게 아니라 중국 전체에서 그렇단 말입니까? 중국에 정작 북한문제 전문가가 없다니, 이것도 참 놀라운 얘기네요.


길 : 중국 전체에서 한 명도 없어요. 학위를 받으려면 연구를 하고 논문을 써야 되는데, 누가 뭘 썼는지 보고 인용해볼만한 논문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딴 :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보다 크다는 생각도 있는데요?


길 : 절대 안 그렇죠.


딴 : 단언을 하시는데, 반론을 제시하자면 현재 경제적으로 고립되어있는 북한이 중국을 젖줄로 해서 유지하고 있는데 그게 굉장한 영향력 아닌가요? 생명줄을 쥐고 있는데...


길 : 중국의 원조가 북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적거든요. 북한에서 중국에 다 돈 주고 사가는 거예요.


딴 : 그렇다 해도 그걸 통제하게 되면? 단둥(丹東)같은 경우 최근 중국과 북한간의 거래 물량이 10분의 1로 줄었다는 소문도 있는데요?


길 : 한국 언론의 뻥이에요. 한국언론 문제가 많습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딴 :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길 : 물론 석유를 끊는다면 큰일이죠. 하지만 끊어서 중국에 무슨 이익이 오는지 따져봐야 되죠.


딴 : 비핵화.


길 : 현재로선 불가능해요. 그건 제일 마지막 순서인데, 중국 사람들 특성상, 민족성상 그렇지 않아요. 중국 사람들 웬만해선 적을 안 만들어요. 석유를 끊어서 어떤 이익이 올까요? 아무것도 없거든요. 오히려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난민만 넘쳐나고 핵통제는 안 되고.


딴 : 미국이 소련을 포위하고 봉쇄하기 위해 중국 카드를 사용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오히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이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겠죠?


길 : 당연하죠. 중국은 미래의 상대는 미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직 우리 힘이 약하다는 생각이죠. 미국이 소련을 봉쇄할 때 성공했던 데는 에너지를 이용한 게 주효했어요. 70~80년대 세계 석유 시장가격이 배럴당 10~20 달러였는데, 이렇게 석유 값을 낮춰서 대 소련 경제봉쇄정책이 성공한겁니다. 왜냐하면 소련 경제의 원천, 명맥은 에너지, 석유였는데 미국이 세계 석유 값을 20 달러 이하로 다운시켰죠. 그런데 소련은 동토에서 석유를 시추하는 코스트가 25~30 달러였던 반면에 사막에서 퍼 올리는 사우디는 5~7 달러였어요. 미국이 석유가격을 20 달러 이하로 낮추니까 소련은 채산성이 안 맞아서 감당이 안 되죠. 그걸 10년 유지하니까 성공한거예요. 하지만 중국은 경제적으로 봉쇄할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맨 날 때리는 게 환율이에요. 90년대 초에 일본을 환율로 때리는데 성공하고 재미를 봐서 때리는데 계속은 못해요. 중국의 제조단가가 올라가면 미국 물가도 올라가니까.


딴 : 소련과 미국이 대치할 때는 소련은 고립적인 사회주의 경제권을 형성했지만 중국은 이미 세계시장에 완벽하게 편입되어 있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이기 때문에 구소련과는 전혀 다른 경제 시스템이다, 소련과 미국은 무역관계가 없었지만 지금은 미국에게도 중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봉쇄가 안 된다. 결국 금융제재나 무역제재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군요. 중국이 아직 자기들은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고 하면 중국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국과의 관계는 어떤 건가요?


길 : 나를 건드리지 말라. 잘살아보겠으니 내비 둬라. 그동안은 전쟁도 다 싫다. 장쩌민(江澤民) 시대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지침에 따라 ‘도광양회(韜光陽晦,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밝음을 준비한다)’ 정책을 펼쳤지만, 2000년 이후로 중국의 경제실력이 막강해졌어요. 세계 경제 6위, 세계 무역 3위가 되면서 돈이 생긴 거예요, 달러. 이제는 미국과 딜할 껀수가 하나 더 생긴 거죠. 그러니까 서로 싸우지는 않되 기싸움을 하는 거예요. 원자바오 부총리가 우리가 돈이 좀 있긴 하지만 13억 인구에 비해선 아무 것도 아니다, 1인당 GDP 1000불이다 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이 아주 위험한 시점이거든요.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경제 좀 세우게 싸우지 말자고 하는 거죠. 그런데 중국의 새 세대의 정서상 대미굴종은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후진타오가 등장하면서 ‘화평굴기(和平掘起, 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를 내세우면서 젊은 세대, 문화혁명 이후 세대의 민족주의 경향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죠.


딴 : 주펑 교수에게 현재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보다 약한데 언젠가는 대등해질 거고, 뛰어넘는 슈퍼파워가 될 것 같냐고 물어보니, 그렇다, 앞으로 얼마나 걸리겠냐 하니까, 대략 50년이라고 답하더군요. 주펑한테 못 물어봤던 게, 중국이 슈퍼파워가 될 거라고 하는데 미국 같은 경우에는 욕을 먹건 어쨌건 자유와 민주라고 하는 내세울 가치가 있는데 과연 중국에는 리더십을 가질만한 가치가 있습니까? 중국의 경제력이 올라간다하더라도 전 세계가 중국이 멋진 나라고 받아들일만한 게 없지 않나요? 공산당 일당독재에 자유가 억압된 사회인데.


길 : 있죠. 화죠. 화합할 화(和), 동일할 동(同). 화동의 세계관, 하모니, 조화.


딴 : 후진타오가 내세우는 ‘화해사회(和諧社會, 조화로운 사회)’ 말이죠? 하지만 중국이 슈퍼파워가 되면 역사상 강대국들이 그랬듯이 일방주의, 패권주의로 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길 : 그것도 사실은 철학적인데서 뿌리를 찾아야하는데, 속된 말로하면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는 뜻이에요. 네가 약하다고 내가 치지 않아. 이게 전통적으로 중국이 소수민족을 다루는 정책이었어요. 미국 같은 기독교문명과 동양의 차이인데 서양은 흑백논리에 입각해서 자기 말 안 들으면 때리잖아요? 역사적으로 십자군전쟁도 있었고 인디언 학살도 있었고 무수한 사례들이... 하지만 중국역사를 따져보면 중국이 주도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적은 한번도 없어요.


딴 : 당태종이 고구려 쳐들어와서 양만춘 장군이랑 연개소문한테 당했는데요?


길 : 그건 아니죠.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반도를 속국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것도 동북공정 문제인데, 동북의 역사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란 나라가 민족성이 제일 애매모호하거든요. 중국이 역사상 가장 강했을 때인 당나라의 이씨 왕조는 한족이 아니에요. 이세민의 어머니가 선비족, 그러니까 오랑캐예요. 할머니도 선비족 오랑캐. 시안족은 원래 잡거라고 해서 소수민족이에요. 어떤 민족인지도 모르죠. 그래서 당나라 때 중국은 민족대융합 정책을 펼쳤죠. 아무튼 우리 어릴 때 중국 애들 하고 싸울 때 보면 얘들은 기싸움을 해요. 두 편이 나눠서 한 50명씩 데려와서 너 안 되지, 싸우지 마, 그 대신 너네 바운더리에서만 놀아. 날 따거(大兄)로 인정하면 돼. 이러면서 굳이 밟아버리지 않는다는 거죠. 내가 최고라는 거 인정만 해주면 너 맘대로 놀아, 하는 거예요. 이씨조선 때 중국 500년 기록을 보면 조공무역을 해서 이씨조선이 항상 이익을 봤어요. 왜냐하면 나를 존경해서 먼데서 동생이 찾아와서 고맙습니다 형님, 하면 더 많이 줘서 보내는 거죠. 그게 화동이에요.


딴 : 중국이 현재 한반도를 바라보는 것도 역시 과거의 속국이었던 나라라는 생각인가요?


길 : 당연하죠.


딴 : 그러면 중국 사람들의 속성상 언젠가 한반도도 속해지리라는 생각도 하는가요?


길 : 영향권 아래 있으면 속해 있는 거죠. 굳이 중국으로 흡수하고 한나라로 통일해서 하는 게 아니에요. 굳이 깃발 안 꽂더라도, 국호를 대한민국에서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안 바꿔도 우리 영향력 아래면 된다, 그게 미국하고 차이가 있는 거죠.


딴 : 북한이 핵개발한 거 갖고 발끈 신경질 낸 것도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이런 거네요?


길 : 이번 북핵에 대한 반응은 지금까지 중국의 외교로 보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데, 코소보에서 중국대사관이 폭격 당했을 때도 그런 반응은 없었어요. 중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거예요. 이놈은 당연히 내 말 들어야 되는데 왜 안 들어, 그런데 방법도 없어.


딴 : 형 말 왜 안 들어? 북한이 굉장히 이례적인 존재네요?


길 : 북한이 외교를 잘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내가 뭘 줄게, 한다고 내 말 듣는 것도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보면 북한이 소련이나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으면서도 정치적인 조건이 달려 있을 때는 안 받았어요. 지금까지 그래 왔어요.  역으로 정치적 조건을 활용한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지난 1996년에 북한이 대기근으로 고난의 행군할 때 때 처음에는 중국이 원조를 안 해줬어요. 그런데 대만에서 원조해준다고 하니까 대만이랑 교류를 시작한 거예요. 중국을 겨냥해 대만을 이용한거죠. 식량 40만 톤을 대만에 북한대표부를 설치한다는 조건으로 받았죠.


딴 : 북한은 중국과 대만을 잘 알고 이용하고 있는 거네요.


길 : 잘 다루는 거죠.


딴 : 북한이 한국도 얼마나 잘 다뤄요 사실은? 일본, 미국에 대해서도 원칙과 전략이 있는 거예요.


길 : 북한은, 우리는 누구에게 속해 있지 않고 옛날에 봉건주의, 사대주의 했지만 이제는 중국도 러시아도 동등하게 만난다는 입장이죠.


딴 : 중국 입장에서 그렇게 봐주나요? 조그맣지만 내 맘대로 안 되는 새끼?


길 : 당연하죠. 지금 중국 뜻대로 안 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중국이 북핵에 대해 이례적인 반응을 나타낸 거죠.


딴 : 그러니까 중국이 신경질이 나는 거네. 왜 이렇게 맘대로 안 되는 거야? 그러면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나요?


길 : 한국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한국기업의 역할이 커요. 삼성, LG, 현대... 한국 잘사네, 한류도 역할을 하고, 잘사네. 옛날엔 이놈도 우리 속국이었는데 요즘 잘사네, 축구도 잘하고. 중국의 축구팬이 이태리 축구를 무지하게 좋아해요. 왜냐하면 중국이 서방의 축구를 접한 게 이태리 리그부터 보기 시작한 거야. 지금 우리와 같은 중국 40대는 이태리 축구가 세계 최고, 환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월드컵 때 TV 아나운서가 이태리 만세를 불러서 문제가 됐잖아요? 그럴 정도인데 지난 2002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태리한테 이겼네? 한국 새끼들.


딴 : 자기들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이 자기들보다 위에 있는 이태리를 이겨버리니까 그 심정이 어떨지는 이해가 가요.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그 마인드는 이해가 가는데, 중국 사람들 속마음으로는 한국에 대해 인정하게 된 건가요?


길 : 그렇죠. 배울 점이 있다.


딴 : 북한이 잘 한다는 거랑은 다른 측면인 거죠.


길 : 중국 젊은이들은 북한은 건달나라다, 깡패다. 아무 매력도 없고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50~60대 이상의 세대들은 그래도 북한이 옛날에는 참 잘 나갔는데 하는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딴 : 지금 중국 내의 한류가 중국사회에 실제로 영향을 주나요?


길 : 주죠.


딴 : 어떻게 주고 있나요? 과거에 한국에서도 미국하면 잘산다, 멋있다, 돈 많다, 자원 풍부하다, 물건 좋다, 이런 이미지가 컸잖아요? 지금 중국 사람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뭐예요?


길 : 멋있다. 드라마가 큰 역할을 했는데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커지고 있죠. TV를 보면 한국 드라마가 4~5개씩 방영돼요. 부부 간에 한국 드라마 채널을 놓고 싸워서 결국 TV 하나 더 샀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것도 뿌리부터 살펴보아야 해요. 왜냐하면 한국은 유교전통이 남아있으면서 미국사상이 믹스가 된 문화인데, 중국은 유교의 뿌리가 2번 잘렸어요. 5?4운동 때 한번, 문화혁명 때 한 번. 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친근하면서 유교적인 부분, 향수가 감동을 주는 거죠. 한류가 미국이나 유럽에는 중국만큼은 못할 거예요. 유교적인 전통이 있는 나라. 어른이 한마디 하면 잘 들으면서 투정도 하는 사랑스러운 며느리, 옛날에 대한 향수. 그게 먹히고 있죠.


딴 : 가수는 어때요?


길 : 가수도 먹히죠. 근데 한국이 중국에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는 문제가 있어요. 한국처럼 작은 시장과 중국처럼 큰 시장에서 하는 마케팅 수법이 틀려요. 미국 회사들이 큰 시장에서 마케팅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중국시장 공략을 잘하거든요? 그러니까 컨텐츠는 한국에서 만들더라도 마케팅은 미국 회사들에 맡기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어요.


딴 : 일본하면 꼼꼼하다, 아기자기하다, 작다, 이런 이미지가 있는데 지금 중국세대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길 : 멋있다, 따라하고 싶다. 하지만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중국과 이질감이 있어요. 뭔가 중국하고 안 맞아. 한국이 딱 맞는 거예요. 한국은 일본 거, 미국 거를 받아들였지만 한국화시켰기 때문에 그것을 갖고 중국에 들어오면 딱 맞는 거예요.


딴 : 중국 사람들에게 한국이 멋있다는 뉘앙스는 뭐죠?


길 : 세련됐다. 따라하고 싶다. 이쁘다. 잘생겼다. 10대, 20대 초반 애들이 옷 입는 거 보면 한국하고 똑같아요.


딴 : 한국 젊은이들이 70~80년대 일본 <논노> 잡지에 나오던 스타일 따라하던 것하고 비슷하군요. 일본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질투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그런 건가요?


길 : 일본에 대한 중국 애들의 마인드는 한마디로 딜레마인데,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 일본이 강한지 아는데 대부분의 서민들은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저도 택시타서 기사들에게 일본 어떤지 아냐 물어보면, 왜놈들 TV는 좋았는데 요즘은 별로야. 중국하고 일본하고 싸우면 이길 것 같나?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이기겠지. 일본이 군비지출 세계 2위인지 아냐? 그러면 잘 몰라요.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막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공군, 해군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거예요. 


딴 : 한국도 비슷한 정서라고 보는데, 일본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인정하기 싫은 거겠죠. 한국에서는 일본이 우경화가 된다, 그래서 독도문제를 두고 저 지랄이다 하는 경계심도 생기고 위압감도 느끼고 있는데 중국도 위협감을 느끼나요?


길 : 중국으로서는 일본문제가 마음속 깊은 상처예요. 한국전쟁 때 미국하고는 싸워서 지지는 않고 적어도 비겼다, 그런데 일본한테는 얻어맞았잖아요. 그런데다가 일본놈들이 사과도 안하잖아요?


딴 :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거죠.


길 : 일본하고 풀리지가 않는 거지. 일본하고의 문제가 나중에 중국의 국제정치에서 제일 큰 이슈가 될 거예요. 정치적으로 일본은 우경화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북한문제 때문에 정치적으로 제일 이익을 본 게 일본 아베(安倍晋三) 총리예요. 그런데 중국문제는 또 달라요. 중국하고 문제를 푸는 게 아베 정권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거든요. 중국에서 북핵문제의 여파로 제일 골머리 앓는 게 일본문제예요. 일본에서 우리도 핵을 가져야 되지 않겠냐는 얘기는 북핵사태 이전에는 나온 적이 없었거든요.


딴 : 그래서 주펑 교수에게 일본이 핵을 가질 것이라고 보느냐 했더니 핵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본이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의사대로 핵을 가질 수는 있을 거라고 보더라구요.


길 : 한국도 일본에게 그걸 배워야 해요. 일본은 대미외교에서 항상 이익을 얻었어요. 한국은 왜 그걸 못 배우는지 몰라요.


딴 : 그게 북한의 존재 때문이죠. 북한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해 정권을 잡고, 유지해 왔으니까요. 봐라, 북한이 있으니 우리는 미국하고 붙어있어야 되고 양보해야 되고, 남한에는 군사정권이 있어야하지 않느냐? 정치인들도 그런 생각을 싫어하면서도 공포감이 머리 속에 박혀 있어요. 그런데 극복을 못해.


길 : 그걸 이용해서 지금 한국이 북핵사태의 이익을 제일 많이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못 보는 것은 사상적으로 철학적 뿌리가 없고, 따라서 일관된 대북전략 수립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한국이 동북아의 미래에 어떤 포지션을 차지할 것이냐 하는 핵심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데도 아무런 얘기가 없어요. 차기 대통령까지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구한말 시대와 똑같은 상황이 올 거예요.


딴 : 한국 사람들은 북한을 공포스럽게 생각하도록 교육받으며 자라났어요. 북한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로서 파악하고 우리 이익을 위해 얘네하고 딜을 하고 압박, 회유하고 해야 되는데 아예 실체를 인정 안하니까, 꺼리고 안하니까. 심리적인 게 크다고 봐요. 북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좋게 말하면 안 되고, 인정하면 안 돼. 악, 절대악인 거야. 악이라고 정확하게 생각지도 않아. 북한이라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라고 해야죠. 길림성 씨를 만나러 북경까지 날아 온 것도 남쪽에서는 들을 수 없는 북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죠.


길 : 한국의 문제는 북한과 관련된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문제에 전략이 결여되어 있다는 거예요. 자,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씨한테 얘기를 전하겠다고 해도 채널이 없어요. 그동안 대북관계에서 뭐 했냐는 거죠. 오히려 나한테 알려주면 바로 전달하지. 다음날 아침이면 테이블에 올려놓지.


딴 : 북한하고 친하게 지내면 남한에서 친북, 배신자예요. 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해요. 금기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길 : 그게 제가 아까 처음부터 얘기한 사상철학적 기초에서 나온 문제라는 거예요. 사람은 사상적 기초를 떠날 수 없거든요. 저는 박정희 정권 때 대북밀사로 7?4 남북성명을 이끈 이후락 씨에게 굉장히 흥미가 있어요. 이 씨가 평양 가서 김일성 주석에게 박정희 대통령의 어떤 얘기를 전했는지 정말 궁금해요. 우리 둘이 공동으로 핵보유에 대한 발표를 해보자, 이런 얘기를 했지 않았나 싶어요.


딴 : 내가 제일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이후락 씨인데 입을 안 열고 있죠. 고령에 건강이 안 좋아 오늘내일 한다는데... 아무튼 박정희 때는 이후락 씨, 이후에 노태우 때 박철언이 있었고 DJ때는 임동원, 박지원이 대북 채널을 맡았죠. YS 때는 누군지 모르겠네요.


길 : YS 때 기회를 놓쳤는데 노무현 정권에 와서도 제일 큰 실책이 대북 관련 법을 만들지 못했다는 거예요. 난민 얘기를 아까도 했지만, 제가 만약 이북 사람이면 남으로 갈 거야 중국으로 갈 거야? 난 남으로 갈 거야. 말도 통하고 거기 가면 돈도 준다는데. 당신들 정권의 목표가 북한와해다, 그러면 일관되게 와해전략으로 가야 돼. 그런데 90년부터 탈북자가 나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16년 동안 고작해야 만 명이야. 한국언론에서는 만 명 넘었다고 떠들고 있는데, 중국은 60년부터 홍콩과 대만으로 탈출한 사람들이 수십만 명이야. 그 사람들이 오늘날 홍콩의 경제명맥을 다 잡고 있는 거야. 그래서 중국은 아예 80년대부터는 계획적으로 각 성에서 젊은 인재들을 뽑아서 홍콩으로 이민시켰어요, 20년 동안 계속. 그러면 지금 남한정권이 대북와해전략이 아니라 딜을 하자는 입장이면 북한을 살려야 할 것 아니예요?


딴 : 그러면 북한정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될까요?


길 : 돈이 없어서. 이북에서는 믿고 경제적으로 제일 기댈 데가 남한인데, 어쩌다 달라고 했는데 한국에서 다 떠들어. 우리말에 주는 놈은 은혜를 기억하고 주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은혜는 남들 모르게 갔다가 오는 거지. 그게 은혜예요. 한국은 북한이 붕괴되면 제일 큰 타격을 받을 나라인데, 요만큼 주면서 무지 생색을 내. 그러면 받는 쪽에서도 기분 나쁘죠. 속으로는 얼마나 받고 싶겠어요, 하지만 겉으로는 안받아.


딴 : 북한 얘기를 해보시죠. 북한의 현재 상태. 남한의 분석가들 중에는 김정일 위원장도 위태위태하다, 핵으로 폭주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세력이 있다, 김정일 정권이 불안하다, 이렇게 보는 관점도 있어요.


길 : 그건 전혀 엉뚱한 소리예요. 그게 사회주의를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지가 북한 몇 번 가봤어? 이북사람 몇 명이나 만나 대화해봤는데?


딴 : 김정일 위원장이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건가요?


길 : 그건 당연하죠. 너무나 당연하죠. 절대적이죠.


딴 : 밑에 인민들은 탈북도 하는데 그건 뭐예요?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확고부동하다? 미국 쪽에서는 북한의 반 김정일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는데?


길 : 미국학자들 하는 소리는 엉뚱한 소리고, 전혀 불가능하죠.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이 김정일 정권을 전복할 파워도 없고 생각도 없어요. 왜냐하면 현 정권에서만이 자신들의 지위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죠.


딴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나이 예순 다섯이예요. 건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인간이 70이 넘으면 아무래도 힘들지 않습니까? 김정일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62세쯤 됐을 때 당중앙으로 나섰잖아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후계자론이 분명하잖아요. 현재 수령이 있을 때 다음 세대의 후계자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지금 후계자로 떠오르는 인물이 없잖아요? 이게 김 위원장의 제일 큰 고민거리일텐데 어떻게 예상하나요?


길 : 그 부분은 평양에 있는 고위층들도 몰라요. 그게 아마 미결정 사항일겁니다.


딴 : 김일성 주석 때는 아들을 어릴 때부터 지도자로 키웠는데, 지금 김정일 위원장 아들들은 시원치 않은 것 같아요. 쓸만한 인물이 있습니까? 제3의 인물로 후계자가 가능합니까?


길 : 모르겠습니다.


딴 : 김 위원장도 모를 것 같애.


길 : 그 부분은, 거기에 대해 한국학자들도 모른다는 게 기본인데... 모르겠어요. 그리고 사실 인간적인 측면으로 볼 때 지금 이런 판국을 아들한테 넘겨준다, 아들에게 맡긴다는 건 짐을 지운다는 건데...


딴 : 김일성은 김정일을 어릴 때부터 지도자로 키웠잖아요. 그런데 김정일의 아들들은 해외 나와서 사진이나 찍히지 정치수업을 따로 시킨다던가 그런 게 없잖아요?


길 : 김정일 위원장은 권력관리가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래요. 저는 직접 만난 적은 없는데 제가 북쪽 사람과 같이 일하고 얘기도 나누고 했는데 굉장이 뛰어난 사람이래요. 기억력도 뛰어나고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도 잘 알고 있고. 북한의 정세에도 훤하고.


딴 : 그거는 DJ나 올브라이트 미 국무부장관, 고이즈미 일본 총리 등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사람들이 이미 얘기한 부분이죠. 의외로 굉장히 합리적이고 북한실정과 국제정세에 밝다. 어쨌든 한?미?일의 지도자들이 만나보고 내린 인물평이에요. 하지만 남한에서 평가하는 김정일은 완전, 이루 말할 수 없는... 우리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지요. 왕조국가에서도 아들이 시원찮으면 왕위를 안 물려주잖아요? 남한에서의 주류시각이 뭐냐면, 아니 김일성이 하다가 김정일 줬으니까 계속한 거지 뭐가 대단하냐? 그렇게 바라보려는 시각이 강한데 왕권시대에도 사실 왕자가 부실하면 뒤집어지는 거예요. 근데 안 뒤집어지잖아.


길 : 황장엽 씨가 쓴 책을 참조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한국에서 황장엽 씨가 쓴 책이 중시를 못 받는 게 이해가 안가요. 그 사람의 가치관에 대해서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권력 가까이에서 보고 쓴 정보까지 무시되더라구요. 아무튼 그 사람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평을 볼 때, 통치술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딴 :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남쪽에서는 황장엽 씨는 김일성 주석에 대해서는 대단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선 안 그렇다고 알려져 있지 않나요?


길 : 그거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김일성은 항일시절부터 나온 인물이고, 김일성과 김정일은 같은 그레이드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이 뛰어난 인물인 건 분명해요. 통치술이 뛰어나다는 건 사람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죠. 이런 사람이 1974년에 조선노동당 조직부장을 했어요. 공산당 나라의 조직부장의 파워가 얼마나 막강하냐면, 예를 들어 장쩌민이 후진타오를 키울 때 조직부장을 맡겼죠. 후계자 코스에요. 김정일은 북한 사회의 모든 리더들을 한손에 꿰고 있다는 거죠. 그런 김정일에게 정권의 누가 감히 저항할 수 있나요? 김정일의 매제이고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성택 씨까지도 싸가지 없게 굴면 저기 지방으로 좌천시켰다가 2~3년쯤 지나서 복귀시키고 그럽니다. 대단한거 아닙니까?


딴 : 남한은 일단 김정일이 탁월한 정치가라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죠. 상대를 알아야 하는데...


길 : 한국에서 이북을 연구할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이북은 단순히 내부만 봐서도 안돼요. 북한의 모든 정책의 변화는 국제정세의 변화와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대미, 대중, 대남 정책 모두가 그래요. 냉전이 종식되자마자 한국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했어요. 굉장히 영리한겁니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춰 내부와 대외정책이 민첩하게, 일이년을 주기로 움직이죠.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봐야 되고 사회주의의 생리도 봐야 되는 거죠. 상황변화에 따라 이북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지 고정되고 편협한 시각만 고집하면 제대로 볼 수가 없죠.


딴 : 핵실험 바로 다음날 김정일 위원장이 이제 핵보유국이 되어서 안보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앞으로 경제에 전력을 다하라는 발언을 했다지요?


길 : 그건 당연하거죠.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의 올브라이트 장관 만날 때도 우리가 군인 50만 명을 감축을 하겠다고 했는데, 김정일 입장에서는 체제의 명분상 국가안보와 국민생활 향상 둘 중 하나는 꼭 해야 되요. 인민생활을 제고하는 문제도 국제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내가 김정일이라도, 내가 핵을 포기한다고 해서 국제지원이 금방 들어와서 인민생활이 제고되는 건 절대 아니야. 그리고 그 카드는 리스크가 굉장히 커요. 미국이 돈 줄 것 같아요? 안줘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만 보자고요. 한국만 바보같이 돈 주고 명분도 못 얻고... 둘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데, 핵실험한 시기도 굉장히 묘한 시기예요. 우리가 이제 핵실험했으니까 우리는 이제 국가안전 문제가 없다. 대내적 명분이 뚜렷한 거예요. 이제는 누구도 우리에게 함부로 못한다, 우리 이제 경제에 매진하자. 군사비로 들어가던 거 이제 경제로 돌리자 해도 아무도 할말이 없는 거야. 내부설득도 가능하고 인민들 설득도 가능하고. 1964년 10월 16일 중국이 핵실험 했을 때 대기근이 들어서 중국에서 3000만 명이 굶어 죽었어요. 공식적 통계로 2600만 명이 자연감소했어요. 그때 전 중국 사람들 핵실험 끝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했는지. 미국 미디어에서 어떻게 보도했는지 등을 살펴보면 확연히 나타나는데, 핵실험은 민족자긍심 측면에서 이북에게 대단한 겁니다. 입장 바꿔서 보면, 명분이 되잖아요. 지금까지 전쟁 이후에 미국하고 관계정상화가 안 되서, 거기에 중국까지 합류하고, 일본이 떠들고, 이러니 어떤 제도나 어떤 경제정책을 세우더라도 잘살래야 잘살 수가 없었던 거예요, 봉쇄하고 경제도 못살게 하고 위협하는데. 우리가 이제 핵이 있으니 아무도 우리를 어떻게 못한다.


딴 : 북한이 최근 10년 가까이 배급도 못하고 경제가 어려워지고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국가의 위기가 왔음에도 북한이 자기 정권을 유지해온 근본적인 힘 중 하나가 미국하고 대치하고 있다,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 그런 걸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걸 계속하면 북한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니까 어느 순간엔 아니다, 이제는 군에 들어간 돈 좀 빼서 경제에 쏟아 넣어야 되는데 그걸 스톱할 명분도 필요하잖아. 긴장 좀 풀어라, 돈 버는데 신경 좀 쓰자. 명분이 중요한 거잖아요. 특히 북한은 무슨 일을 할 때 논리적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디에 꿀리지도 않아야 하니까. 남한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서 결정적으로 극단적으로 갔다, 미국과의 대립각을 최대로 세웠다라고 보지만 거꾸로 북한에서는 대립상황을 끝내고 이제는 돈버는데 전력을 다 하려고 핵실험을 한 게 아닐까요? 북핵은 수단이다 이거죠.


길 : 맞죠.


딴 : 방향전환을 할 때 이론만으로 안 되니까, 그리고 실패하면 안 되니까, 더구나 언제나 옳다고 믿어온 김정일 위원장이 틀리면 안 되는 거니까. 대립각 세우고 힘들게 살지 말고 돈벌자, 핵으로 마침표 하나 찍고, 미국과의 대립각을 이걸로 풀려는 게 아닐까요?


길 : 당연하죠. 미국하고의 관계개선은 냉전 이후 북한의 일관된 목표입니다.


딴 : 간단히 말하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려 핵실험을 했다?


길 : 핵실험이 다중목적이 있는데 대내용 역할이 큽니다. 경제회복하려는 건 일관된 목표였어요. 남한에서는 개혁개방이라고 하지만 북에서는 개혁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기 때문에 개선이라는 말을 쓰죠. 우리가 잘 봐야하는 것이, 이북에서 개혁을 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느냐? 현 상황에서 아니라는 거예요. 핵문제로 해서 지금까지 미국놈들 때문에 경제중시를 못했는데 이제 더 큰 집을 넣을 수 있다, 좋은 명분이 생겼어요. 이북이 핵을 가짐으로 인해 한반도의 전쟁을 피했다는 명분이 나옵니다. 그 선군정치 덕을 한국에서 본다, 그게 어떤 입장에서 보면 맞는 얘기예요. 이북이 미사일이 없다면 미국이 진작 때렸을지도 몰라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정말 답이 안나오는 놈들이거든. 미국 외교 역사상 이만큼 인내력을 갖고 일을 해온 나라는 이북밖에 없어요. 보십쇼. 냉전 끝나고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이라크를 쳤잖아요. 지금 이란을 못 때리는 건 유럽, 러시아가 붙어있고, 중국 권력공백 이용해서 석유자원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못 때리는 거죠. 이북은 때리고 싶지만 미사일 때문에 못 때렸어요. 핵은 무기로서의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가 크죠. 실제 전쟁에선 미사일이면 충분해요. 우리는 원래 강하지만 핵을 개발해서 더욱 강해 졌다. 그러니 이제 경제에 매진하자는 거죠. 경제개선을 해도 반발세력이 적어진다는 거죠.


딴 : 북한이 경제의 개혁개방을 나름대로 추진해 온 걸로 아는데,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요?


길 : 개선을 계속 해왔지만, 경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개선의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요한거죠. 그러면 북한은 그동안 무엇을 먹고 살아 왔느냐? 지난 십몇 년 동안 대북지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 중국 무역량이 계속 증가했다는 겁니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면서 자원에 대한 수요가 커졌는데 이게 이북으로선 굉장히 큰 찬스였다는 거죠. 원래 작은 나라는 대외무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이북으로서는 수출시장이 새롭게 커진 거예요. 예전에는 북한의 광물이 중국에 수출될 수 없었습니다. 가격이 안 맞았기 때문에 수출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2000년 이후로 중국에 달러가 생기고 자원수요가 생겨나면서 이북의 대 중국 광물수출이 대폭 증가했어요. 그게 북한경제에서 비중이 크죠. 지난 10년 동안 대 중국 원자재, 광물수출에다가 중국과 한국으로부터의  식량, 비료지원으로 먹고 산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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