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니 국부의 봄날을 위하여 2007.05.31.목요일 프롤로그
사흘 전 만난 여자분이 보낸 문자를 읽으며 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가 대견해서 내쉬는 그런 한숨 말이다. 생각을 해봤다. 난 왜 이리도 잘하는 걸까? 그것도 남들이 시들기 시작하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말이다. 타고난 능력인가, 아니면 노력에 의해 지금의 경지에 이른 것일까. 내가 이 글을 쓰기로 한 건 답이 후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밤일을 잘해야 진정한 남자라고 믿는, 하지만 잘 못해서 늘 기가 죽어있는 남성들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면서.
사춘기 시절부터 궁금했었다. 정력이 세다는 건 뭘까. 하룻밤에 여러 번 한다는 걸까, 아니면 한번 할 때 오랜 시간을 한다는 걸까. 얼핏 생각하기에 여러 번 하는 게 정력이 셀 것 같지만, 사회에 나가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러 번 하는 걸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두 번 쯤 하고나서 세 번째 쯤 하려니 여자들이 인상을 쓰는 거다. "아니, 또? 나 피곤한데."라는 말 앞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이진수라는 사람이 쓴 <아르바이트>를 봐도 주인공 여자가 다섯 번쯤 할 때부터 분비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아프기만 할 뿐 좋지 않았다고 되어 있다. 사실 밤일을 잘하냐는 남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혼자 좋으면 뭐하는가. 여자가 안좋았다면 말짱 꽝인데. 그래서 남자들은 꼭 일이 끝나면 물어본다. "좋았어?"라고.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여자는 난감해진다. 안 좋았다고 하면 왠지 선수 같아 보이고, 또 남자가 기가 죽으니까. 그러니 남자들이여, 좋았다고 묻지 마시라. 정말 좋았다면 당신에게 기꺼이 문자를 보낼 것이다. "정말 좋았어"라고. 어찌되었건 잘하냐 못하냐의 기준이 여자에게 달려 있다면, 그리고 여자들이 자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루에 아홉 번을 하는 게 꼭 잘하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 두 번 정도 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버티는 사람이 정력가일 수 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변강쇠도 하룻밤에 딱 한번만 한다지 않는가?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단 한번이라도 너무 오래 하면 여자가 힘들어한다. 자신이 "한 시간 동안 한다!"고 자랑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건 둘 중 하나다. 거짓말이거나 아니면 59분에 달하는 전희를 밤일에 포함시키는 것. 물론 그렇게 오래 전희를 해주는 남자는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간이 1분이라면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내가 만났던 여자가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겠지만, 10분을 넘길 경우 대부분 힘들어했다. 남자들 중에는 반드시 사정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데, 다행히 난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시간이 너무 경과했다 싶으면 여자 분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저, 힘들면 쉬었다 할까요?" 그러면 여자들은 "괜찮으니 얼마든지 하시라"고 말하는데, 그건 나를 배려해서일 뿐 속마음은 ‘이 징한 놈아. 제발 좀 그만해라.’다. 그걸 간파한 내가 그만둬 버리면 여자들은 굉장히 고마워하고, 당연한 이치지만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고1 때의 일이다. 체육선생이던 담임이 조례 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야! 너희들 딸딸이들 치냐?" 학생들은 다 웃었지만 난 웃을 수가 없었다. 난 당시 노는 애에 속했던 짝에게 물었다. "딸딸이가 뭐야?" 짝은 웃으면서 답했다. "자위행위." 그 단어 역시 처음 들어보는 거였다. "자유형이 뭐야?" "쭉--- 쭉--- 그거 있잖아!" 내가 계속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자 짝은 정색을 하고 물었다. "너, 진짜 몰라?" 난 그에게서 딸의 기본 원리를 배웠다. "초보자는 그냥 잡고만 있어도 돼."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간만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 날, 난 다시금 그 세계로 진입하게 됐다. 그날 난 다리를 꼰 채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몽롱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바지 앞섶이 젖었다.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보니 소변은 분명 아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게 어쩐 일일까? "딸딸이들 치냐"는 담임의 말과 “잡고만 있어라”는 짝의 말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난 도서관 옥상으로 나가 유레카를 외쳤다.
그날 집에 가자마자 난 저녁 때의 일을 재생해 보았다. 비스듬히 누운 후 넓적다리 사이에 그것을 넣었다. 그리고 힘껏 눌렀다(이하 넓적다리법으로 명명하겠다). 오랜 시간 압박을 가한 끝에 난 다시금 바지를 적실 수 있었다. 묘한 쾌감이 찾아왔다. 속옷이 젖는 폐단을 막기 위해 그 다음부터는 휴지를 미리 팬티 사이에 넣었다. 그 후 난 욕망이 고개를 들 때, 삶이 지루할 때, 적절한 시기가 되었을 때면 어김없이 비스듬히 누워 다리를 꼬았다. 당시의 난 상상도 못했지만, 이 넓적다리법은 변강쇠의 경지를 향한 훈련 과정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용하는 손보다 허벅지가 힘이 센 건 주지의 사실이고, 그 압박을 가해가며 그것을 단련하는 건 장풍을 쏘기 위해 고수들이 뜨거운 모래에 손을 담그는 과정에 비유할 만했다. 넓적다리법의 장점은 단순히 센 힘을 가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손을 안쓰니 다른 사람이 보면 내가 뭘 하는지 절대로 알 수가 없다. 실제로 난 부모님한테 그 과정을 여러번 들켰지만, 그분들은 내가 비스듬히 누워서 딸을 치고 있다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혹시나 싶어 손에 들고 있던 책 덕분에 난 "좀 쉬어가며 공부해라"는 덕담을 듣기도 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수업 시간에도 할 수 있고,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시시때때로 해봤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대중목욕탕 탕 안에 들어가 몸을 녹이던 어느날, 난 갑자기 그 생각이 나 다리를 편 채 X 자로 교차시키며 넓적다리법을 써봤다. 그 결과 탕 안에 난데없이 정자들이 떠다니게 되었지만, 그걸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의 십대는 그렇게 흘러갔다. 실전 1991년, 꿈에도 그리던 대학에 갔지만 실전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여자들은 절반 이상이 결혼 전에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말을 했으니까. 내가 보기엔 삽입만 뺀 애무나 삽입이나 그게 그거건만, 여자들은 몸의 대부분을 허용하고 나서도 "그것만은 안된다"며 한사코 뿌리치곤 했다. 그러다 어영부영 기회를 잡긴 했는데, 대부분의 첫 경험이 그렇듯 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한 채 끝을 내 버렸다. 난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섹스는 여자의 손해라고 믿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주된 이유는 너무 빨리 끝나서였다. 당시 난 그게 내 한계라고 생각했고,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자신이 조루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내가 두 번째 경험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다. 운명의 두 번째 일을 앞두고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그건 기우였다. 전희를 빼고 십분이 넘게 힘을 썼지만, 난 사정을 하지 못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난 여자를 구슬려 가며 두차례 더 시도를 한 끝에야 성공을 할 수 있었다. 난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내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알게 해줘서. 몇 달 후의 일이다. 결혼을 앞둔 친구가 이미 떨어진 총각 딱지를 떼 주겠다며 날 안마 시술소에 데려갔다. 안마 시술소는 말이 안마하는 곳이지 성매매를 하는 곳,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누워있던 방으로 여자가 들어왔다. 십분이 지난 뒤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안되겠어요. 제가 올라가 볼께요." 다시 오분이 지나자 그녀는 화를 냈다. "에이, 다른 손님도 있고, 여기만 있을 순 없는데. 안되겠어요. 손으로 해줄께요." 여자는 열심히 다른 남자들이 딸을 잡을 때 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하지만 넓적다리의 조임에 길들여진 내게 그녀의 손힘은 우습기만 했다. 여자의 얼굴엔 짜증이 가득했고, 나 역시 그랬다. "저기요, 됐으니까 그만 하세요." 여자가 말했다. "나중에 돈 돌려달라고 하는 거 아니죠?" 난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제발 그만둬 달라고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당연한 일이지만 친구는 진작에 나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뭐 했냐?"
마누라가 있는 남자들과 달리 난 정기적으로 밤일을 하지는 않는다. 어쩌다 기회가 생기면 잘 뿐이고, 그래봤자 일년에 여자와 자는 건 30여 회가 고작이다. 조루를 걱정하는 남자들이 밤일을 할 때 사정을 안하려고 전쟁이나 기아, 호환, 마마 등을 섹스 도중 생각한다지만, 난 빨리 끝을 내서 여자를 편하게 해주려고 내가 봤던 영화의 야한 장면들이나 마광수 교수의 소설 등을 생각한다. 나와 잔 여자들은 내가 의외로 센 것에 감동을 받고, 다시 만나자고 사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예약이 엄청나게 밀려 있다든지 하는 건 아니다. 미모의 중년 부인이 "소문 듣고 왔습니다."라며 수표가 담긴 봉투를 내미는 일도 아직 없었다. 그렇지만 잘 한다는 건 사람을 자신 있게 만드는지라, 내가 비록 170도 안되는 키에 얼굴도 그저 그렇고, 직업마저 변변치 않지만, 여자를 만날 때 안달하지 않고 시종 여유있는 자세로 임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자봐. 아마 생각이 달라질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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