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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카트리나, 뉴올리언즈,
그리고 경부운하


2007.6.7.목요일


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자연재해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벌써 2년전 이야기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기억하시죠? 한국 언론들이 피해 상황만 보여주고 교훈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점에 대하여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전시장이 경부운하를 대선공약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며 많은 사람이 선택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마침 미국에서 카트리나 대참사와 관련된 원인들이 인공 운하 때문이었음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분량이 상당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주시거나 혹은 여러번에 걸쳐 읽어주시면 이해하시는데 조금 나을 듯 합니다.


또 폭풍해일 (storm surge), 뉴올리언즈의 지형적 특성 등에 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니 혹시 접하지 못하셨던 분들이나 내용이 잘 생각나시지 않은 분들은 기존에 제가 작성한 글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리고 한국 언론" 을 가급적 보아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동영상 보기>


동영상은 폭풍해일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보여줍니다. 해당 지역은 미시시피 주 걸프포트로 가장 강한 바람이 불었던 허리케인 상륙 지점 동편 5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북반구에서는 허리케인/태풍 진행방향의 오른쪽에서 가장 강한 바람과 폭풍해일 피해를 입기 마련인데, 이는 태풍의 원운동 방향과 중심의 이동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뉴올리언즈는 진행경로의 서쪽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는데 이는 바로 MRGO(Mississippi River Gulf Outlet, 미스터고)와 GIWW(Gulf Intra-Coastal Waterway)라 불리는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부터 뉴올리언즈는 역사적으로 어떤 과정을 걸쳐 위험해지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시시피강 – 복과 화의 양면성



미시시피강의 분수계


보시다시피 미시시피강의 분수계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전체 면적의 약 2/3에 해당합니다. 뉴올리언즈는 이 미시시피강의 하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이민자들은 동부해안을 따라 마을을 형성하고 유럽지역과 무역에 치중하였지만 곧 내륙건설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프랑스인들은 미시시피강을 거슬러 올라 탐험을 하였고 이때 발견된 땅의 이름을 자신들의 왕 이름을 따서 루이지애나(루이스의 땅이라는 뜻)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의 루이지애나 주와는 달리 미국 면적의 1/3에 해당할 만큼 광대한 지역이었는데 바로 미시시피강의 영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뉴올리언즈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하천과 해상 선박 교통의 적환지라는 점입니다. "톰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증기선을 기억하십니까?  미시시피강과 뉴올리언즈가 주 무대인데, 바다 건너온 화물/승객들을 운송하려면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증기선으로 갈아타야 하므로, 미국 초기 이민 역사에 있어 뉴올리언즈는 항상 인구와 물자가 붐비는 부유한 도시였습니다.


1830년부터 10년 만에 뉴올리언즈의 인구는 두 배로 증가했으며 미국 내에서 가장 부유하고 세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토지에 대한 수요가 심각했는데, 문제는 주변이 모두 습지로 토지이용에 부적합하다는데 있었습니다.


뉴올리언즈의 확장(비극의 시작)



1884년 뉴올리언즈 시가지 모습


1884년, 뉴올리언즈의 모습을 담은 지도 입니다. 미시시피강을 따라서 좁게 시가지가 형성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도시 북쪽 지역이 배후습지인 관계로 거주에 불리하고, 상대적으로 홍수에 안전한 자연제방에 시가지를 건설하였기 때문입니다. 미시시피강 하구 지역은 거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우포늪과 같은 습지들입니다. 마른 땅은 차로 2시간 거리인 배튼루즈(루이지애나의 주도, 제가 있는 곳입니다)까지 거슬러 와야만 비로소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강을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대양상선이 들어올 수 없어 적환지로의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곳을 개발할 수도 없었습니다.


지도의 위쪽은 폰차트레인 호수이고 시가지 중간중간 가로지르는 선들은 호수와 시가지를 연결하는 조그만 규모의 운하입니다. 생활물자 혹은 근처에서 잡은 해산물들을 시내까지 운반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사이 앨버트 볼드윈 우드(Albert Baldwin Wood, 1879 - 1956) 라는 엔지니어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원심펌프를 발명(1913)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우드는 습지 간척의 선봉자가 되었으며, 현재 시가지 영역은 대부분 그의 업적으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1940년대 뉴올리언즈 시가지 모습


1940년 시가지 모습입니다. 현재 시가지 도로/수로 구조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지도상에 카트리나로 인해 제방이 무너진 지역인 17번 운하와 런던거리 운하, 그리고 산업 운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카트리나 참사 이후, 이 지역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하나 내었습니다. 바로 카트리나로 인하여 침수된 지역과 습지 개간이전의 지도를 비교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쪽 지도는 1878년 뉴올리언즈 시가지 지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카트리나 침수지역을 겹쳐 본 결과, 역시나 피해가 심각한 곳(청색지역)은 간척 사업을 통해 개간된 곳이었습니다.



카트리나 침수지역과 고지도의 중첩결과


홍수지역의 색상은 침수 깊이를 나타냅니다. 단위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피트(ft)이고 짙은 파란색(하단 지도의 상단 부분)이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임을 알려줍니다. 수로를 제외한 지역에서 최대 5m(2층 높이)까지 물이 차 올랐습니다. 호수의 최고조가 1m 정도였으니, 3-4m 정도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심각한 태풍 피해를 입었던, 마산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아, 매미로 인한 마산의 침수지역이 간척공사로 확장된 시가지 지역과 일치하더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지도가 첨부된 기사는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인데,  집값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부와 학자들은 위험한 지역을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 – 제방



1870년 제방 건설 모습


앞서 말했듯이, 미시시피강은 뉴올리언즈에 부흥을 가져다 주었지만, 화도 불러 왔습니다. 심각한 피해들은 대부분 강의 범람으로부터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27년 미시시피강 대홍수 입니다. (아쉽게도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때라서 상황을 쉽게 이해할만한 사진이나 영상물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루이지애나 해안 해발 5m 이하지역



미국 남부 멕시코만 일대 지도를 보시면 유독 루이지애나 해안이 바다 쪽으로 돌출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수십 억년에 걸쳐 미시시피강이 유로를 바꿔가며 상류 지역의 토사를 실어 나른 결과로 형성된 퇴적지역이기 때문입니다.(그림의 청색). 때문에 지형의 경사가 극히 작으며 해안 전 지역에 걸쳐 습지가 넓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퇴적 이전 과거 해안선은 현재의 해발 5m 등고선과 거의 일치하며, 이 5m 라인을 따라서 레이크 찰스, 제닝스, 라핏, 슬라이들, 배튼루즈 등의 도시들이 세워졌습니다. 이는 홍수, 폭풍해일에 대한 안전을 보장받는 한계치이기도 합니다. 


뉴올리언즈가 해수면보다 낮다는 이야기는 지난 기사에서도 설명했고, 이미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으니 모두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뉴올리언즈 시가지가 간척이전부터 해수면보다 낮은 땅은 아니었습니다. 1800년대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펌프가 사용되기 이전의 습지들은 해수면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해발고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해수면보다 최대 3~4m 정도 낮아진 이유는 바로 제방 때문이었습니다. 시민들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해주리라 믿었던 제방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재앙의 단초가 되었던 셈이죠.



미시시피강 제방 건설 - 분류 지천의 절단


 
위 이미지는 현재 토지이용을 보여줍니다. 파란색이 미시시피강 및 하천, 기타 저수지를 나타내며, 강으로부터 거의 직각에 가깝게끔 뻗어있는 사각형 토지이용 지역은 농지, 녹색 지역은 숲입니다.


본디 미시시피강 제방은 국가 혹은 공공기관이 주도하여 일괄적으로 건설된 것이 아닙니다. 앞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초기 미시시피강 제방은 수작업으로 건설되었는데, 이때 주정부는 민간이 적극 참여하게끔 인센티브를 줍니다. 이는 축조한 제방의 폭에 해당하는 토지를 개간할 권리를 주는 것인데, 이로 인하여 농지가 제방으로부터 길쭉한 모양을 띠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방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구간이 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제방 그 자체입니다. 지리 시간에 배웠듯이 평야지역을 관통하는 하천은 종종 범람하면서 그 유로를 바꿉니다. 또 위쪽 사진에 나와있듯이 더 낮은 지역으로 분류를 하곤 합니다(강에서부터 소규모 하천으로 강물 유입). 이 분류현상은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그 정도가 심한데, 분류 지천을 따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곤 했습니다. 제방 축조는 하천의 자유로운 범람과 유로 변경을 막았을 뿐 아니라, 분류 지천으로의 물의 유입을 막아버렸고 이로 인해 저지대로의 토사 공급도 중단 되었습니다.


그 결과 습지는 말라가고 주변 저지대는 더욱 낮아졌으며, 반면 미시시피강은 바닥에 토사가 쌓여 점점 수위가 높아져갔습니다. (현재 뉴올리언즈 지역에서 미시시피강 수위는 해발고도 약 4-5m)


게다가 시가지 지역에서는 배수로 인한 지하수의 유출, 토양 중 유기물질이 산화, 건축물의 하중에 의한 압축 현상 등 여러 복합 요인으로 인하여 100여년에 걸친 세월 동안 지반 침하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결국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60%를 넘고, 중간이 외곽 제방 지역보다 낮은 사발모양의 지형이 되고 말았습니다. 



뉴올리언즈 지형 단면도


 이미 많은 신문지상에서 언급했던 이미지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간척 초창기에는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 존재하지 않았고, 또 그러한 지역을 개발할만한 기술도 없었습니다.


허리케인 벳시 (Betsy 1965)



허리케인 벳시 경로 1965년 8~9월


우리 언론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이미지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거의 유사한 경로와 피해를 입힌, 1965년 9월 12일 뉴올리언즈에 상륙한 허리케인 벳시의 경로를 보여줍니다.


카트리나 바로 1년 전에 Pam 이라는 폭풍해일 시뮬레이션 프로젝트가 있었고, 미국 정부는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지난 글에서 말씀 드린바 있는데, Pam 프로젝트와 뉴올리언즈 제방 설계의 기준이 되었던 것이 바로 벳시입니다. 카트리나와 마찬가지로 3등급의 위력을 가진 허리케인 입니다. (허리케인 등급: 1~ 5, 5급이 가장 셈)




허리케인 벳시 침수지역(위)
허리케인 벳시 침수사진(아래)


위 침수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뉴올리언즈 시민들은 이미 허리케인 피해를 경험했고, 언제든 다시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반복된 물 피해로 이력이 난 시민들은 상당수 인근 텍사스 주의 휴스톤으로 이주 했고 그 빈자리를 흑인 빈민층이 채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직접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은 금새 잊었고, 반복되는 허리케인 경보에 점점 무덤덤해져 갔습니다.


1965년의 침수도 카트리나와 마찬가지로 폭풍해일로 인한 것이었는데, 불행하게도 폭풍해일의 원리 및 관련 수식은 1980년대에 와서야 밝혀지게 됩니다. 벳시가 발생하기 직전 마무리된 대규모 토목 공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스터고(MRGO) 라는 이름의 운하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운하가 폭풍해일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MRGO (미스터고)


MRGO (Mississippi River Gulf Outlet)는 선박 교통용 운하입니다. 그림 안에 노란색 선인데 (녹색- 미시시피강), 뉴올리언즈 인근 습지를 관통하여 멕시코만과 뉴올리언즈를 직선으로 연결합니다. MRGO는 1956년에 의회의 승인을 얻어서 1958년부터 1964년에 사이에 건설되었는데, 당시 공사비로 9천2백만 달러, 우리 돈 약 9백 2십억원 (1달러 환율 1000원) 이 소요된 대공사였습니다. (현재 화폐 가치가 아닌 건설 당시의 화폐단위 입니다) 현재 길이는 약 76마일 (122 km), 깊이는 36ft(11m), 표면 넓이는 650ft(약 200m), 바닥 넓이는 500ft(약 150m)로 단면을 보면 뒤집힌 사다리꼴 모양입니다.



노란색 - MRGO, 녹색 - 미시시피강



개발을 주도했던 자들은 MRGO가 미시시피강을 통해 뉴올리언즈에 진출입하는 것 보다 64km정도 짧은 데다가, 홍수나 파도에 안전하므로 배들이 통행료를 지불하고라도 이용하여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물론 반대 주장도 있었습니다. 1958년 미 내무부 (Dept. of Interior)의 문서에는 


“...Excavation of the (MRGO) could result in major ecological change with widespread and severe ecological consequences” – (MRGO의 준설은 광범위하고 심각한 생태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 루이지애나 야생동물 어업 위원회(1958)는


“…we anticipate considerable indirect losses due to changes in currents, saltwater intrusion, drifting of spoil into adjacent areas, and other project associated factors”- (우리는 (미스터고로 인하여) 물 흐름이 바뀌고, 짠물이 침투하고, 악성 물질들이 인근 지역으로 표류하고, 그리고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기타 요인들로 인한 상당한 규모의 간접 손실을 예상한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옳았는지는 현재 미스터고의 현황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미스터고의 경제적 측면


대규모 공공사업이 그렇듯이 건설 당시는 일시적인 고용과 소득 증가 효과를 가져옵니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한 일환으로 TVA(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를 설립하여 토목 공사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 이래로, 우리 나라 역대 정부도 경기 활성화 목적으로 토건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 당시의 일자리 창출 효과 이외의 의도된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도 허다한데 (새만금, 시화호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스터고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소득은 준설작업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퍼낸 흙의 양은 무려 2억2천3백만 m3 에 달하고(약 6백7십만 평의 면적을 1m높이로 덮을 수 있는 양. 여의도 면적 90만평), 이는 파나마 운하 건설 당시 준설된 흙보다 4백6십만 m3 이상 많은 양이라고 합니다. 준설한 흙으로 운하 옆에 제방을 쌓는데 쓰기도 하고 내륙지방의 습지 개간/택지 건설 등에 쓰였습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공사비에 비해 통행 선박 숫자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배들은 통행료가 없는 미시시피강을 계속 선호했고, 또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로 MRGO 운항이 불가능 했습니다. (건설 당시 MRGO 수심 4m, 미시시피강 평균 수심 30-40m). 1997년에는 뉴올리언즈를 출입하는 배 가운데 단지 3%의 물동량만이 MRGO를 경유했을 뿐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4.8대 꼴)


오히려 배가 운행할 수 있도록 운하를 정비하는데 돈이 더 들어갔습니다. 홍수 때면 운하 바닥에 흙이 쌓이지 않도록 준설하는 비용이 연평균 2천2백만 달러(2백 2십억원), 한 선박당 12,657 달러 (1260만 원)가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배 한 척 당 통행료로 천이백만 원 이상 받아야 할까요? 그렇다면 과연 누가 운하를 이용하려 할까요?



미스터고의 생태적 측면



MRGO로 인한 생태변화


루이지애나 야생동물 어업 위원회가 우려했던 대로, 운하의 건설은 커다란 생태적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습지를 관통하여 운하를 건설한 결과, MRGO 인근 지역과 폰차트레인 호수의 염도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민물 지역에 짠물이 들어오니 동식물이 죽어 나갔습니다.


위에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나무들이 죽고 대신 염분에 강한 초지로 천이되어 갔고, 악어 등 야생동물들도 죽거나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겨야 했습니다.



해일 완화 효과의 감소


과거 연구들은 습지 식물들이 파도의 강도와 에너지를 완화시켜 폭풍해일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4마일 길이의 습지는 폭풍해일을 1ft 낮춰준다고 믿어져 왔습니다. 습지의 종류에 따라(초지냐 숲이냐) 완충 역할에는 커다란 차이를 가져 오지만, 허리케인의 강도, 경로, 이동속도 등 다양한 조건들을 컨트롤 하여 실질적인 습지의 해일 감소율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3급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 8월)와 리타(2005년 9월)는 비슷한 시기에 각각 루이지애나의 동쪽과 서쪽해안을 강타하여 습지가 잘 보존된 서쪽 지역과 그렇지 않은 동쪽 지역간 폭풍해일 완충 효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습지를 관통한 운하가 허리케인의 파괴력을 얼마나 높였는지 유추할 수 있는 계기도 됩니다.(해안의 보호는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이기도 합니다)


다음 이미지들은 루이지애나 습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물의 염도가 높아 질수록 점점 나무의 비율이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밀집된 경우가 광합성 양도 많고 더 많은 영양분을 섭취하며, 떠다니는 토사입자를 고정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물론 폭풍해일의 완충 효과도 뛰어납니다. 남아시아 쯔나미 사태 때도 맹그로브 숲이 잘 보존된 지역의 피해가 훨씬 덜 했다는 보고가 나와 있습니다.



초본으로 형성된 해안습지(marsh, 위)와
목본이 주를 이루는 민물습지(swamp 아래)


공식 문서는 카트리나와 리타로 인한 사망자 수를 각각 1600명과 7명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리타가 먼저 왔다면 결과는 약간 달랐겠지만, 루이지애나 주립대 연구자들은 리타로 인한 폭풍해일이 카트리나보다 훨씬 덜 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현장에 나가서 실제 해일의 높이를 측정했습니다.



습지의 길이와 폭풍 해일 완화의 상관관계 - 허리케인 리타



다음 그래프는 실측 데이터를 계량화하여 습지의 길이(해안으로부터 멀어진 정도)와 해일의 높이 사이의 회귀분석 결과 입니다(허리케인 리타). 일반적으로 알려진 4마일당 1ft(습지 1km 당 4.8cm 해일 감소)를 훨씬 뛰어넘는 4마일당 1.76ft(1km당 8.4cm)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MRGO가 없었다면? - 허리케인 카트리나





습지로 인한 리타의 해일 감소 효과를 카트리나에 대비해 보았습니다. 만약 위의 지도에서 보이듯 MRGO 운하가 없었다면 뉴올리언즈는 16km의 완충 습지가 존재했고, 때문에 기록된 4.7m의 최고 해일에서 약 1.3m 정도의 해일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제방 붕괴의 위험성도 상당부분 줄어듭니다.



이 사진들은 카트리나 직후 촬영된 뉴올리언즈 지역입니다. 근처 나무 숲이 잘 보존된 지역은 비록 침수는 됐을 망정 집의 외관이 망가진 정도가 훨씬 덜 했습니다.
 
운하의 확대와 육지 침식



MRGO의 수평확대


문제는 더 있습니다. 더 많은 배들을 유치하기 위해 깊이는 4m 에서 10m로, 선박 통행으로 생긴 파도 때문에 가장자리 풀들이 죽어 나가서 계속 운하가 확대되어 나갔습니다.


깔때기의 형성


1.산업 운하의 준설 (1923)



산업운하 - 미시시피강(좌하단)과 폰차트레인 호수(좌상단)의 연결



산업 운하는 미시시피 강과 폰차트레인 호수를 연결하며, 카트리나 제방 붕괴 때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lower 9th ward 지역을 통과합니다. 이 운하를 경계로 뉴올리언즈와 동부 뉴올리언즈로 나뉩니다.


설계된 제원은 길이 8.5km, 깊이는 9m, 표면 너비는 90m, 바닥 너비는 45m였으며, 미시시피강과 표고차를 극복하기 위해 중간에 갑문들(lock)을 설치하였으며 최대 표고차 6m까지 조절 가능해 졌습니다. 


2. GIWW (Gulf InstraCoastal WaterWay, 1949)




GIWW는 미 정부의 Intracoastal Waterway(대서양과 멕시코만을 연결하는 수로 사업)의 일환으로 플로리다에서 텍사스를 잇는 멕시코 만 지역 내륙 선박 운항로입니다. (오른쪽 지도 붉은 선) 일부 구간은 자연 하천이나 만, 호수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인공적으로 수로를 준설하기도 했습니다. 루이지애나의 경우는 바다쪽으로 돌출된 육지가  많아, 대부분 인공적인 준설 작업에 의존하였습니다. 설계된 운하 깊이는 3.7m, 주로 바닥이 평평한 바지선 통행과 낚시 등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구간이 긴 만큼 건설 기간도 길어서 최초 제안은 19세기 초였지만 잇따른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1949년에 와서야 완공되었습니다.



3. MRGO (1964) – 깔때기의 완성



MRGO (좌측 하단)와 깔때기의 완성, 오른쪽-북쪽방향


유체 역학을 공부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관이 좁아지면 유체의 속도와 압력은 반비례해서 증가하게 됩니다. 또한 MRGO와 GIWW가 비슷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합류하면서 (그림의 깔때기 지역) 파동간의 충돌로 인한 에너지의 상쇄효과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좁아진 유로를 타고 안쪽으로 침투한 해일은 갑문에 막혀 미시시피 강쪽으로 진행할 수 없었으며, 따라서 갑문 앞쪽 lower 9th ward를 부수고 계속 전진합니다.(배가 통과하지 않을 시에 갑문은 항상 닫아 놓습니다) 새로운 물길은 해일에 대한 저항력을 낮춰 유속을 3배 이상 증가시켰으며 폭풍해일의 고속도로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깔때기에서는 어떤 일이?


이 사진은 바로 GIWW와 MRGO가 만나는 깔때기의 출구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집채만한 해일이 반복해서 제방을 덮칩니다. 폭풍해일은 토사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밀도가 높기 때문에 파괴력이 투명한 물에 비해 1.5배 이상 강합니다. 


MRGO의 교훈


지금까지 뉴올리언즈의 습지 개간, 제방 건설, 경제적 성쇠, 그리고 뉴올리언즈의 자살 행위에 방아쇠를 당긴 격인 일련의 인공 운하 건설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인공 운하 뚫어서 전혀 덕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본 애니메이션 식으로 표현하자면 "들어오라는 돈은 안 들어오고 재앙신만 불러들였다." 라고 할까요. 반대론자들의 근거 있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져왔습니까? 바로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운하 건설로 예전 뉴올리언즈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맹신에 육상/ 항공 교통의 발달, 특히 오대호 지역의 세인트로렌스 수로 건설과 휴스톤 지역의 철도망 확대로 굳이 뉴올리언즈를 경유하지 않고도 물자와 화물 수송이 가능해진 시대 상황을 읽지 못한 것입니다.


참고로 세인트로렌스 수로는 미국 오대호 지역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운하입니다. 미국 동부의 고기 습곡산지로 인하여 이리호와 온타리오 호수 사이에는 100여m에 달하는 낙차가 있으며, 나이애가라 폭포가 두 호수 중간에 있습니다. 따라서 오대호 인근 지역의 풍부한 농업, 광업 생산물들이 직접 대서양으로 향하지 못해 뉴올리언즈를 경우해야만 했는데, 이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가 더운 지방을 통과하면서 부패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100 여m 의 낙차를 극복할 수 있는 구조물 건설에 힘을쓰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된 문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자연 보호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의 경우와 같이 개발을 통한 이익이 환경의 희생으로 인한 손실을 채우고도 남는다면, 개발의 타당성이 있습니다. 인천 공항의 경우도 충분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니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문제는 이와같이 환경 변화로 이익을 자져다 줄 만한 지역은 극히 제한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과연 경부운하가 수에즈, 파나마 운하 혹은 세인트로렌스 수로 만큼의 경제적 타당성이 있습니까?


다시 자연으로


루이지애나는 약간의 수위만 올라도 많은 지역이 잠길 수 밖에 없는 평평한 땅이기 때문에 해안 침식에 대한 위협이 미국 어느 주보다도 높습니다. 때문에 미국 정부는 해안과 육지 보호에 매년 엄청난 돈을 쏟아 붇고 있습니다. 가장 투자가 활발한 곳은 루이지애나(30%), 플로리다(20%), 버지니아(11%)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강물 일부를 습지 침식이 심각한 지역으로 돌려 인공 지류를 만드는 River Diversion Project, 근해의 모래를 퍼서 없어지고 있는 모래섬(barrier island)에 붓는 사업, 얕은 뻘에 모내기 하듯 수작업으로 습지 식물을 심는 사업 등이 있습니다.(관심이 있으시면 추후에 자료를 정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MRGO지역 습지 복원 컨셉 – 수직제방(기존제방) + 수평제방(습지 식물들)


 


카트리나와 같은 대참사로부터 뉴올리언즈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꺼운 뻘층으로 되어있는 루이지애나 해안의 지질 구조상 인공 제방은 기초의 침식과 지반 침하에 따른 관리비용이 매년 수반되니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루이지애나 주정부와 연방정부로부터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방안은 운하지역에 인공습지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습지 조성비용은 제방축조에 비해 초기 비용은 훨씬 많이 들지만, 일단 식물들이 성공적으로 식재되면 계속해서 씨를 뿌리고 번성하므로 관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습지의 해일 완화 효과를 복원하자는 것입니다.



MRGO지역의 습지 복원 모델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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