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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후]쩐의 전쟁, 敵은 과연 광고인가?

 

 

 

2007.06.21 목요일

 

 

최근 일군의 연예인들의 대부업체 광고 출연이 문제가 되고 있다. T.V가 보급된 지 수 십년이 되지만, 합법적인 방송 광고 출연만으로 욕먹는 건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거 같다. 마약 먹고 찍은 것도 아니고, 협박해서 출연한 것도 아닌데 공기업인 방송광고공사에서 허가를 획득한 광고에 출연한 것이 왜 지탄받을 일인가?

 

표면적인 이유는 광고주가 고리의 대부업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곳도 명색이 ‘제3금융권’이라 불리울 정도로 합법적인 업체들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광고도 적법, 업체도 합법인데, 비난의 초점은 연예인으로 맞춰지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광고 출연만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될 만큼 문제의 업체라면 애시당초 그런 업체가 횡행하게 된 제도가 문제시 되었어야 했다.

 

금리 66%의 대부업체...

 

1년 반이면 원금을 가뿐히 초과하는 약탈적 고금리를 국가가 보장하는 이 이상한 나라의 금리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자들은, 대중들의 눈이 쏠리기 쉬운 연예인들 덕분에 여론 재판 저 너머에 스리슬쩍 감춰져 있는 듯하다.

 

이 모든 것이야말로 IMF 탓이다!

 

기실, 97년 IMF 외환위기 펀치를 맞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이자 제한법이 시행되고 있었고, 그 상한선은 25%였다. 사금융이라 할 지라도 그 평균이자는 24~36%로 그 상한선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법에서 66%의 약탈적 금리를 보장해주고 있으며, 사금융이라는 어둠의 그늘 속에서는 현재 평균금리가 200% 이상을 초과할 정도로 막가파식 금리가 횡행한다.

 

이것의 시원은 알다시피 IMF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모든 사태의 원흉을 노무현으로 돌리는 "이게다 노무현 때문이다!"이라는 리플놀이가 유행했다 치지만, 사실 요즘 양극화로 치닫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IMF라는 국제투기자본의 대리기관으로 지적하면 대충 다 맞아 떨어질 정도다.

 

IMF는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울 나라에 돈 200억 달러를 빌려주는 대가로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여러 옵션을 달면서 뜯어고치게 만들었다. 그들이 내린 처방은 신경통 있는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다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엽기적인 수준이라는 게 학계의 지적이었다.

 

IMF가 강요한 프로그램 중 우리 경제를 가장 치명적으로 만들었던 것이 은행금리가 30%에 이르게 되는 고금리 정책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기업들의 어음 부도율은 기존 평균의 4배가 훨씬 뛰어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줄도산이 이어졌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자 제한법의 폐지는 바로 이런 IMF가 강요한 프로그램 중의 일환이었는데,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거의 실신 상태로 몰렸다. 근자에 부동산 가격 잡는다고 대출 금리를 1~2% 인상해도 중소기업들 죽는다고 아우성치는데 10~20%씩 뛰었던 당시의 상황이 주던 경제적 충격파는 상상 초월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

 

혹자는 극도로 비상한 시기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극약처방이었고, 그 덕에 외자가 다시 들어와 경제를 되살리게 되지 않았느냐는 식의 결과론적인 얘기를 한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축구 경기에서 전반전에 자살골 넣고 후반전에 분발해서 여러 골을 넣어 승리했을 때, 자살골로 경각심을 갖게 되어 후반전에 열심히 하게 되었으니 승리의 요인을 자살골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사실,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98년도 11월 말경이었다. 극단적인 고금리로 인한 긴축 정책의 결과로 경제가 크게 추락하자, 정부는 케인즈주의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고 IMF는 그것을 승인했다.

 

그리하여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전례 없는 금리인하가 이루어졌다. 98년 7월까지 서서히 위기 전 수준으로 돌아왔고, 98년 9월에는 콜금리가 8.1%, 12월에는 6.6%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50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돈이 고사상태의 금융기관을 구제하기 위한 공적자금으로 투입되었다. 이런 케인즈주의적 정책 패키지가 도입되면서부터 급전직하에 있던 외환위기 직후의 한국 경제는 다시 극적인 회복국면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외국 기업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것은 IMF의 구제금융 직후도 아니고, 프로그램의 신뢰 때문도 아니었다. 구제금융이 시작 된지 거의 10개월이 지나고 이처럼 한국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부터였다.

 

그런 점에서 장하준 교수는 IMF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IMF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회생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한 것이다.

 

 

어쨌든, 25% 이내라는 이자 제한 법령이 IMF로 인해 어처구니없이 폐지되고 또 그것이 경제 회복에 오히려 악영향만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고삐 풀린 이자와 사채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고리의 사채이자가 서민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되어버렸다. 그리고 고금리를 제한하는 조치는 어느 새 시장광신도들로부터 ‘시장 원리’라는 만병통치 이데올로기 하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외환위기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자제한법이 부활된다고 하나 만시지탄은 이를 두고 일컬음이라.

 

미니 이너뷰 - 민주노동당 경제 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본부장

 

‘한 놈만 팬다’는 것이 전략인 듯, 2000년 이후로 지금까지 고리사채 금융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본부장과 이자제한법 시행과 관련하여 미니 이너뷰를 진행했다.

 

딴: 이번에 시행되는 이자제한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고리채 문제 해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딴: 어떤 점에서 그런가?

 

이: 우선 대부업법에 등록된 업체들, 카드사, 대부업체, 저축은행 등은 이 법에 벗어나 있다. 66%의 고리의 이자를 보장한다는 것인데, 도대체 이 관료들이 정신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라 낮은 상환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도 있다.

 

이: 고리대업체들이 빌려주는 돈의 액수는 별로 크지 않다. 대체로 500만원 미만대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저리의 무담보신용대출을 해주는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상환율이 97%에 이른다. 방글라데시같은 나라에서 극빈자에게 대출해주는 경우에도 상환율이 높다. 그라민 은행은 대출 누적액이 57억 달러이며, 지난 30년 동안 대출액대비 상환율은 98.85%다. 금융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약탈적 고금리로 인해 상환이 힘든 것이지, 상환이 안되서 고금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딴: 요즘 사금융의 평균이자가 200%가 넘는다는 얘기가 있다. 도대체 그런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사람은 어떤 사정에 있는 사람들인가?

 

이: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그런 사채를 빌리는 사람의 10%만이 사치, 낭비로 인하여 고금리의 돈을 빌리고 나머지 90%는 생계형인 사람들이다.

 

딴: 그럼 그들이 돈을 빌리다가 결국 사채를 쓰게 되는 과정은?

 

이: 대체로 그런 고금리의 사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카드 연체자들이거나 신용불량자들이다. 신용불량자로 몰릴 경우 거의 전과자처럼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사회적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우선 급한 불 끄자는 심정으로 그런 곳에서 돈을 빌리게 된다.

 

딴: 외국에서도 이자제한 규정이 있는가?

 

이: 물론이다. 싱가포르는 12%~15% 사이, 일본은 15~20%, 독일은 시중평균금리의 2배를 넘지 못하게 되어있다. 또 프랑스의 경우에는 독일보다 더욱 낮다. 시중금리도 대략 1.3배 정도가 상한선이다.

 

딴: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이자제한 수준보다 훨씬 높다.

 

이: 그렇다. 지금 우리 법은 시중금리의 10배~20배 이상의 약탈적 고리대금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런 미친 정부가 어디 있나?

 

딴: 재경부나 금감위 또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고금리를 인위적으로 막으면, 서민들이 돈 빌리기가 더 어렵다고 하던데?

 

이: 그게 정부기관에서 할 소리냐? 아까 얘기한 대로 그런 고금리의 돈을 빌리는 사람 대부분은 생계형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을 구제하고 자활하게끔 정책을 펴야 한다. 지금 국민주택기금이라든지, 서민 지원금융은 그 절차가 까다롭고 그 자격이 너무 제한적이다. 신용불량자는 원천 금지다. 정부는 그런 사람들을 한강물로 내모는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서민들에게 자활의 기회를 주어 신용불량의 늪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도모하게 만들어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저리의 임대주택정책도 아주 중요하다. 부동산값 폭증하다보니 목돈이 없는 저소득층은 월세 부담이 장난 아니다. 생활 자금 중에 그런 고정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여 목돈마련은 차치하고서라도 돈 빌려 돈을 메꾸는 그런 악순환이 연속된다. 그런데 그런 일보다는 200%의 사채를 빌릴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하니 그게 정부냐?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드라마 쩐의 전쟁의 원작자 만화가 박인권씨가 사채업을 취재할 당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증언을 들어보자.

 

사채를 끌어 쓴 40대 가장이 팔당댐 부근에서 자살할 당시 나란히 구두 한 켤레와 가족사진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가족사진이 물에 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나물 팔던 할머니는 빨강, 노랑, 초록의 손목 밴드를 갈아 끼며 살았다고 한다. 사채 빚 갚을 날짜가 다가오는 것을 밴드 색깔로 가늠한 거였다. 결국 초록색 밴드를 끼운 채 돌아가셨다는 얘기...

 

 

노무현은 취임초기부터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일찌감치 선언했었는데, 부동산 폭등에 건설업체의 폭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때에도,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도 있는 법"이라며 원가공개를 극구 반대하는가 하면, 한미 FTA로 미국식 경제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도 한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이자제한법의 시행에 부정적으로 임하면서 대부업체의 수익구조 악화를 걱정할 정도로 정책 스폰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

 

200%의 사금융 평균이자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이자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이자가 더욱 폭증할 것이라는 재경부 관료들의 대가리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마치 마약이 공공연한 사회에서 정부가 마약을 금지시키면 마약 값이 폭등해서 서민들의 생활에 더욱 곤궁해진다는 논리 아닌가?

 

사금융의 살인적인 약탈적 고금리를 방치한 것을 반성할 생각은 안하고, 시장의 논리에만 기대고 있는 저들이 관료라는 명패를 갖고 있는 자들이다. 대부업 광고 연예인들이 욕먹을 정도라면, 마동팔과 같은 사채업자의 정책 스폰서를 하고 있는 이들은 줄빠따 500대도 시원찮을 것 같다.

 

100~200%의 고금리 사채업자는 전국 수 만개를 헤아리는데 그들을 단속할 인원은 지방자치 단체 공무원 20여명이 고작이고, 그나마도 그들은 흉포한 사채업 시장에 발을 담글 생각도 안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찌라시처럼 길거리에 뿌려지던 카드 때문에 신용대란이 일어난 이후, 길거리 카드 모집은 없어졌다. 그러나 대리운전 찌라시 못지않게 수백% 이자의 사채 광고는 무차별적으로 주택가에 살포되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정부를 두고, 큰 정부, 좌파정부라 욕하면서 속류적 시장 방임을 외치는 언론들이 주류 언론이 되는 사회가 오늘 날의 한국이다.

 

얼마전 이명바기는 자신의 과거 비리가 연일 폭로되자, 세상이 미쳐 돌아 간다고 비명을 질렀는데, 정작 그 말은 일반 서민들이 터트려야 될 말이 아닌가? "이 씨발 좆같은 세상이 어찌될라누!"라는 술자리의 외마디 말이다.

 

딴지객원논설우원
직빵맨(freechh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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