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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이달(6월)의 삽질인물


2007.7.3.화요일


스쳐도 한방이랬던가. 스쳐도 삽질이랬던가.


20년을 이어온 당적변경 9관왕의 위업도, 삽 한자루 들고 중앙삽질계에 혈혈단신 뛰어들었던 이효션 광명시장의 비하 대삼관 달성도, 모두가 부질 없는 허공에 삽질이었다.


다년간 한국정치사에 오롯이 새겨왔던 굵직굵직한 삽자취들, 여기에 가볍게 툭 내 던지는 삽언 한마디에 자지러질듯 환호하는 두터운 팬층의 존재, 게다가 이명바기 후보 필생의 토목공사형 삽질의 완결판으로 꼽히는 경부대운하 건설 문제가 잠재적으로 메가톤급 포크레인으로 비화될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한, 이후보의 삽질인물 선정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두 후보의 만시지탄이 위원장의 마음을 아프게 할뿐.     


6월의 후보군은 특별히 삽질계 제 영역에서 골고루 추대했다. 각기 무협계, 종교계, 문학계를 대표하는 후보들이다.


기호  무협계 대표 주사(酒邪)신공  김태화니 우원



6월의 삽질인물 기호 1번


Ill be back


고기도 먹어본 넘이 먹고 삽질도 해본 넘이 한다던가.


2004년 9월, 마른 오징어로 60대 경비원 폭행하기란 불세출의 삽행으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당시 삽질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삽질계의 앙팡 테러블. 그가 돌아왔다.


당시 본 위원회, 그의 창조적 삽행에 마치 후두부를 마른 오징어로 강타당한 듯한 충격을 받았더랬다. 삽질명가라는 가문의 후광을 뒤에 업은 김현처리씨의 차력삽행에 밀려 아깝게 고배를 마신 김태화니 우원. 약 3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자신의 삽질 전문분야인 주사를 절차탁마, 마침내 주사신공을 완성했다.


지난 6월 1일 구미역에서 서울행 KTX 승차 직전 역무원에게 자신의 열차좌석을 옮겨 주지 않는다며 역무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뗑깡을 부렸다. 이를 말리는 보좌관에게 "이 시간에 기자가 왜 여기 있어? 기자 무서우면 국회위원 안 하면 될 것 아니냐"며 보좌관을 밀치는 결기를 과시했다.

후에 이 보좌관은 "지역관리를 잘 하라는 뜻에서 가슴을 약간 밀치는 정도의 격려를 받은 것이라고 밝혀, 과연 주사신공의 대가다운 격려법을 일반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김 의원은 칭찬을 할 때는 아구나 죽빵을 날리고 포상을 할 경우엔 빠따를 날리는 게 아닐까 예상되는 대목이다.


언론보도 후 김 의원 측은 "이날 음주는 맥주 3잔 정도로 결코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강조한 바, 이게 사실이라면 김의원의 주사 내공이 맥주 세잔에 주사를 부리거나 혹은 술을 먹지도 않고 주사를 부릴 수 있는, 이른바 주화입마(酒火入魔)의 단계에 온 것으로 판단된다.


주사와 성희롱이 결합된 신종 삽질콤보로 화려하게 삽질계에 입문한 최언희 의원의 등장으로 당내 입지가 좁아졌던 김후보 입장에서는 모처럼의 삽질 작렬로 이후 보다 거한 삽질을 위한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기호  종교계 대표 전노인


예수께서 이르시되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제자들이 이르되 여기 우리에게 있는 것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마리뿐이니이다
이르시되 그것을 내게 가져오라 하시고
무리를 명하여 잔디 위에 앉히시고 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이 무리에게 주니
다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먹은 사람은 여자와 어린이 외에 오천 명이나 되었더라 


- 마태복음 14장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


전노인께서 이르시되 본인이 미국에 있는 세째아들 박사학위 수여식에 갈 것이니 너희가 뉴욕행 벵기 티켓을 끊어라
부인과 처제, 비서관, 경호원 등 6명이 이르되 여기 우리에게 있는 것은 단돈 29만원 뿐이니이다
이르시되 그것을 본인에게 가져오라 하시고
무리를 명하여 연희동 골목에 앉히시고 29만원을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쩐을 떼어 나누어 주시니
다 뉴욕행 벵기 티켓을 끊고 남은 마일리지가 연병장 20바퀴를 돌만 하더라.


- 세동복음 14장 29만원의 행복



일찌기 본지에서는 늙그막에 단돈 29만원으로 힘겹게 끼니를 연명하는 연희동 전노인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전노인이 해봄직한 부업들(인형 눈 붙이기, 마늘까기, 봉투 붙이기 등)을 소개한 적이 있다.(부업소개) 돌이켜보건대 이 모두가 전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본지의 심히 오바스런 액션이 아닐 수 없다.


일찌기 우리 한민족에게는 모래알로 쌀을 만들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항일운동을 전개한 모 장군님의 전설이 있지 않은가. 역쉬 장군님 출신인 전노인의 능력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이에 뉴욕행 아시아나 항공 티켓이 대략 200만원이며 티켓 일곱장을 끊어야 하니 도합 1400만원. 이 거금의 출처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연구하던 본 위원회, 모든 작업을 중단했다. 세상엔 논리로 설명이 안되는 기적이란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이제는 모두 부질없는 짓이 되었지만, 당시 위원회는 현금이 29만원뿐이라는 전제 하에 대략 1400만원에 해당하는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가능한 비행거리를 계산하느라 본사의 슈퍼컴을 며칠간 혹사시킨 상태였다.)


없는 돈에 해외여행 가랴, 골프 치랴, 성형수술 하랴, 주위의 불우이웃들 불러 모아 중국집에서 누룽지탕 시켜 먹으랴, 혹여 마동포 같은 악덕 사채업자에게 고리대라도 빌린 게 아닐까 걱정했던 본 위원회의 우려는 기실 눈앞의 이적을 보고도 믿지 못하는 탕자의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다.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을 다시 한번 재연한 전노인의 이적형 삽질에 본 위원회 한치의 망설임 없이 6월의 삽질인물 후보로 그를 추대하는 바이며, 아울러 이같은 내막은 알지 못한 채 아비 재산이 29만원인데 자식내외는 29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5만원짜리 한우고기 먹고 산다며 전노인의 아들내외를 패륜아 취급하던 범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기호  문학계 대표 주간똥아


지난주 주간똥아 592호는 한국삽질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수록된 호수로 역사에 기록될 만 하다.


이른바 염장문학의 탄생!


개구리복 문양이 알록달록 새겨진 표지에 弱軍時代라는 섹쉬한 카피가 고혹적이다. 커버스토리로 넘어가면 주적 없는 군대, 편히 쉬는 군기 병사들 전투력 녹슨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인다. 걸작은 제목부터 남다르다. 제목만 보고도 본격 병영현장 체험 고발을 빙자하여 요새 니들 많이 빠졌다. 좀 굴러야겠다는 심오한 주제의식을 전달하려는 기사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만든다.


수용소 문학의 걸작으로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가 꼽힌다던가. 무려 하루 동안의 생생한 병영체험을 통해 본 기사는 우리 주변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진한 향수를 유려한 필체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나는 1996년 1월15일의 추위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입대 첫날, 사회의 더러운 때를 씻으라며 밀려 들어간 목욕탕에서 30초 만에 비누질하다가 쫓겨났고, 식당에선 숟가락을 들자마자 “식사 끝!”이라는 명령을 들었다. 그날 밤 배가 몹시 고팠다.


마치 군대의 비인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기제를 폭로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끌여들였다고 생각하는 순간, 대가는 평범한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기자도 본전 생각을 느꼈나 보다. 윤 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건 모자람만 못하다)이라는 말이 떠올랐으니까."


11년만에 다시 찾은 육군훈련소.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염장문학의 진수가 펼쳐진다.



아직도 밤마다 군대에 끌려가는 꿈을 꾸는 예비역들의 염장을 활활 불타오르게 만들 충격적인 고발의 연속. 절규가 들여온다. 나 다시 군대로 돌아갈래!. (차후에 주간똥아에서는 울나라 상류층의 병역관련 문제를 집중조명해 주길 바란다. 병역관련 비리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면 하나 같이 상류층 자제들만 문제가 되는 바, 모두가 가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군대를 상류층 자제들만 못가게 하는 것은 또하나의 역차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본 기사가 걸작인 이유는 염장질의 단순나열에만 있지 않다.  


연초 대학 신입생 구타사건과 신입기자 줘패기 사건으로 점점 사라지는 줄 알았던 병영문화의 전통이 여전히 굳건함을 확인한 가운데, 본 기사는 그런 아름다운 전통의 중요성을 염장질과 오바를 적절히 버무린 르뽀르타주 형식으로 주장함과 더불어, 막판 결론격으로 특유의 필살기인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작렬시킴으로써, 삽질문학의 마스터피스로 손색없는 구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노 대통령의 국방관이 지나치게 이념화, 정치화돼 있다면서 포퓰리즘을 연상케 하는 접근이 군을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도 병사의 질적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위협은 오히려 커지는데, 정부의 군 정책은 위험이 감소하는 것을 전제로 세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간똥아의 단호한 의지가 보이는 카피

 


딴지 삽질인물후보선정위원회 
위원장 신짱(
redp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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