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 인터뷰] 중동 전문가 이희수 교수를 만나다
2007.08.06
피랍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소강국면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물론 소강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멀리서 사태를 관망하는 사람들의 입장일뿐, 언제 내 머리에 총알이 박힐지 모르는 인질들에게는 생지옥이 계속 되고 있을 것이다.
본지 앞선 성명에서 그 사람들의 행적은 잠시 접어두자고 말한 바 있다. 사실 그 사람들의 가장 큰 잘못은 오만함이라기 보다는 무지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피랍자들 뿐아니라, 정부 당국의 협상자들, 그리고 이런저런 말들을 쏟아내는 많은 이들에게도 적용 될 수 있는 문제다.
협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9/11이후 한국사회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자리잡은 중동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놓았던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희수교수를 만났다. 우리는 지금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하여 어투를 구어체형식으로 수정하였음

쿠 : 제일 첫번째로 지금 납치세력이 강경한 집단이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느 정도로 강경한 집단인가, 한 마디로 말해서 대화 협상으로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인가? 라는 측면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그 집단이 어떤 신념에 근거하고 있고, 어떤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시죠.
이 : 탈레반은 아시다시피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경영해 본 하나의 집권 정치 세력이었죠. 소련의 침공을 받고 15년 간 내전상태에서 모든 것이 부서지고 폐허화 되고 엉망진창이 된 아프가니스탄의 사회에 그나마 의식주 공급체계를 확립하고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의 터전을 최초로 마련해 준 정치조직, 이것이 탈레반이었고, 이것이 국민들로 하여금 상당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갖게 했고, 이것이 이제 5년 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이끌어 오게 해 왔던 거죠.
물론 그 탈레반들은 2만5천이나 되는 아주 젊은 세대들이 오염된 서구로부터 원래의 자기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아주 급진적 이슬람 이론으로 무장돼 있었죠. 그래서 이제 그 조직과 그 이념으로 집권했기 때문에 상당히 원리주의적인 이슬람 이념을 정치적 실험을 통해서 확인시켜 보려고 그랬고, 그 과정에서 여성에 관한 과도한 탄압, 또 다른 종교나 문화에 대한 어떤 억압이나 폐쇄 뭐 이런 것들이 인류의 보편적 기준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반인권적 독재 정권의 성격도 상당히 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어쨌거나 그 정권은 나라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구명한 그리고 오 년 간 국민들과 함께 그 나라를 이끌어 왔던 정치조직입니다. 그 성격이 이제 분명해야 되고 그럼 이제는 탈레반이라고 하는 것이 폭압정치에 의해서, 그 나라 사람들에 의해서 그것이 무너졌던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하는 외부 세력에 의해서 무력으로 궤멸되었다, 그 점이 탈레반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하나의 투쟁의 정당성이 거기서 나타나는 것이죠.
쿠 : 그러니까 탈레반 내부적으로?
이 : 그렇죠. 거기서 살아남은 탈레반들이, 한 나라를 담당하던 하나의 정권세력이 자기 국민으로부터가 아닌,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그 정권이 궤멸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이 희생당하고, 또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산업시설이나 의식주 기반시설까지 초토화되는 이 상황에서 탈레반이 쉽게 외국군의 공격을 순응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러나 이제, 어쨌거나 미국의 협력으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들어서고, 소위 말해 친미적인 정권이 들어서서 나라가 안정되어 갔기 때문에, 즉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국민들의 형식적인 선거를 통해서 탄생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친미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5년 동안 이제 일반적 국민들의 삶이 탈레반 집권 시절보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 특히 최근 들어서 미국의 탈레반 잔당 소탕 작전으로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오히려 탈레반 집권시절에 희생당했던 것보다 외국 군대인 미국이나 나토군에 의해서 희생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이런 사실, 이런 것들이 결국 탈레반의 폭압정치에 등을 돌렸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탈레반 시절을 그리워 하면서 반미감정이 증폭하게 됐고, 이 허점을 탈레반들이 놓치지 않고 주민들 속으로 파고들어가서, 지금 상당한 세력을 회복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24시간 미국의 밀착 감시와 봉쇄 속에서 생존의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즉 조직 내의 정비라든지 무기 확보 같은 것들이 시급하기 때문에, 결국 지금 탈레반을 네오탈레반이라고 그러는데, 지금의 네오 탈레반이라는 것은 어떤 공적인 정치조직으로서의 정치이념이나 어떤 기본적인 인류의 보편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심리적 조직적 상태가 전혀 아니다, 거의 궤멸직전의 발악하고 있는..
쿠 : 게릴라 같은..
이 : 예, 게릴라 같은 아주 하루하루의 생명이 담보되지 않은 그런 위기 상황에 있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 자기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이제 통상적인 방법이 아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기 목표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투쟁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거죠. 그것 이제 첫 번째 전략이 결국 아편재배. 수익성 아편재배를 통해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또 최근 들어서 특히 2006년 3월 이후부터는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인질살해, 인질을 통해서 자기네들의 죄수석방과 금전적 반대급부를 통해서 조직을 확산하는 하나의 소위 말해서 생존전략으로 이런 인질극이, 최근 들어서 수십 건 이상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쿠 : 인질극을 통해서 탈레반이 이득을 본 적이 있는 사례가 있나요?
이 : 인질이 수 십 차례 살해된 경우보다 석방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 석방된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금전적 반대급부 없이 석방되진 않았을 거고, 그거는 인질세계에서 누구나 다 아는 공공연한 상식이기 때문에...그러나 금전거래는 양자간의 철저한 비밀이 보장되는 대 전제이기 때문에 그 액수는 알 수 없지만은 상당히 큰 규모의 금전거래가 이루어졌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인질을 통해서 아무런 반대급부를 얻지 못했을 때, 또 고도의 정치적 효과를 얻어 내야 할 때 중간중간에 살해라고 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제 우리 한국 인질의 경우에도 살해라고 하는 고도의 정치적인 협상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한 금전적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협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거죠.
쿠 :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탈레반이 인질살해 같은 걸 하는 데 있어서 크게 정치적인 압박 같은 걸 느끼지 않는 상황에 있다는 거군요?
이 : 그렇죠, 지금은 그냥 미국과 나토군이 그냥 궤멸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당하는 상태에서 어떤 정상적인 방법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도 없고, 자기 조직을 재건할 수도 없는 거죠. 그래서 이제 자기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또 조직세력을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금 탈레반과의 협상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정상적인 방식의 협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거죠.
쿠 : 카불 정부의 전신이 북부동맹이었잖아요, 북부동맹이었다가 미국힘을 얻고서 탈레반을 몰아내고 그리고 정권을 잡은 건데, 북부동맹은 어떤 성격이었나요, 탈레반과 비교했을 때?
이 : 아프가니스탄 내에는 다양한 부족들이 혼재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부족이 이제 파슈툰 부족이고, 그것이 오늘 탈레반의 주축을 이루는 거죠. 그 다음에 또 종교적으로 종파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적어도 일곱 개 여덟 개 부족이 연합하고 있는데, 또 여섯 개 나라와 접경하고 있습니다.
북부 쪽에 있는 것은 주로 종교적으로 시아파, 종족으로는 파슈툰족이 아닌 하자라나 우즈벡족, 전통적으로 파슈툰족과 반목 갈등관계에 있는 그 5개 부족이, 그러나 파슈툰족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은 국민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파슈툰족이 아무도 그 정부를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상징적으로 카르자이를 파슈툰족 출신을 앉혀놓은 거죠. 그래서 이제 탈레반에 반대했던 5개 부족들이 북부동맹을 형성하고 주로 북쪽에 있으니까 그것이 카르자이라고 하는 파슈튼족 허수아비를 내세워서 연계해 있는 그런 게 지금 카불정권의 성격이고, 따라서 탈레반 입장에서 보면 동족을 배반하고 오히려 도와주고 보호해 주어야 할 동족을 미국과 함께 우리 동족을 살해했던 용서할 수 없는 하나의 원수죠.
그래서 탈레반에게 카르자이 대통령은 살해 리스트 항상 1순위에 올라와 있는 그런 아주 불편한 적대적 앙숙 관계죠. 문제는 이제 그 두 조직이 협상한다고 하니까 협상의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진 거죠.
쿠 : 카불정부가 그러면은 현재 아프간의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별로 못 얻고 있는 상태인 거죠?
이 : 지금 카불과 북부동맹이 관장하고 있는 우즈벡이나 투르크매니스탄이나 인근 접경지역 일부와 카불을 제외한 아프가니스탄의 중남부 거의 전역은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죠. 그래서 지금 뭐 바깥 세상에서는 카르자이를 누구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고 흔히 카불 시장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쿠 : 그러면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탈레반이 미국한테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인가요?
이 : 만약에 탈레반이 재집권하게 된다면은 이거는 미국의 세계 패권정책에 치명적인 위해가 되죠. 뭐 미국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어떤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라도 탈레반을 궤멸시켜야 된다. 왜?
일단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중동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이 그 다음에 이제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에너지 자원이 있는데 하나는 걸프의 에너지 석유자원이 있고, 하나는 카스피해 에너지 자원인데, 이 카스피해 에너지 자원이 중앙아시아의 파이프 라인을 통해서 아프가니스탄을 통해서 인도양으로 가면서 이 걸프 에너지와 만남으로써 이게 완성되는데, 걸프의 재해권을 제패한 미국이 소위 말하는 중앙아시아 에너지 파이프라인에서 아프가니스탄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은 어떤 형식이든지 미국에 협조할 수 있는 친미적인 정권이 들어서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그 점 때문에 미국이 1990년도에 들어서 카스피해 유전에 대한 소위 말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형성할 때, 그런 독재적이고 반인권적인 성격을 가진 것을 알면서도 미국이 탈레반을 선택한 겁니다. 96년 집권할 때, 왜냐하면 내전과 혼란 상태 보다는 통일된 하나의 정권이, 그것이 독재정권이든 폭압정권이든 미국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안정시킬 수 있는 정권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국의 전폭적인 협조로 탈레반이 96년에 집권할 수 있었던 거고, 그것이 이제 9/11테러라고 하는, 9/11테러 이후에 미국의 세계정책이 바뀌니까 그러면서 탈레반과의 협조관계가 오사마 빈 라덴으로 인해서 관계가 틀어지고, 과거의 절친했던 협력자가 이제는 다시는 화합할 수 없는 적대관계로 바뀌었고, 탈레반을 대신해서 카르자이 정권을 세웠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카르자이를 통해서 자기 이익을 달성할 수 밖에 없게 된거죠.
그럼 카르자이는 누군가? 카르자이가 바로 미국의 에너지 제패 프로젝트인 유노칼 센터 가스 컨소시엄의 유니칼 아프가니스탄 로비스트 책임자였고, 탈레반 정권과 협상하는 협상책임자가 지금의 카르자이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유노칼이라고 하는 것이 텍사스에 거점을 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가장 유력한 정치 지원세력인 거고, 지금 행정부의 매파를 구성하고 있는 그 그룹들이 다 유노칼 그룹들 입니다.
쿠 : 네오콘들이?
이 : 네오콘들이. 그런 면에서 미국은 현재로서는 그러한 미국의 가장 충실한 이익 대변자인 카르자이를 전세계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앉혀놨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탈레반을 궤멸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쿠 : 그러면은 이제 일반 시민들이 카불정권을 지지를 안 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탈레반에 대해서는 큰 지지를 하고 있다라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디에서는 그렇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정확하게 아프가니스탄의 일반 시민들은 탈레반에 대해서 어떤 정도의 지지를 하고 있는 건가요?
이 :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아프가니스탄을 구성하는 국민구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종파적 성격이나 종족에 따라서 탈레반의 지지와 반지지가 아주 명확한 거죠. 일단 파슈툰 쪽이 탈레반을 지지할 거고, 북부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반 파슈툰족 우즈벡족이나 카자르족이나 타지크족 같은 반 파슈튼족들은 거의 탈레반을 지지하지 않겠죠.
그 다음에 같은 파슈튼이라도 역시 탈레반의 거점 지역인 중남부 아프가니스탄, 즉 가즈니나 칸다하르 같은 그 지방의 파슈툰족들은 탈레반을 지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그 지방은 부족중심의 사회이고 또 근친결혼을 통해서 그 부족 대부분이 지연, 혈연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관계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파키스탄도 자기와 가족적인 혈연관계 속에 있고, 협동을 함께 해 왔던 부족 공동체의 정서를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딱 자르기는 매우 어렵죠, 오랫동안 부족의 관습이나 그 사회의 구조상, 그런 면에서 좋건 싫건 칸다하르나 중남부에 있는 주민들은 탈레반을 지지할 수 밖에 없고, 만약에 그런 상황에서 탈레반에 등을 돌린다면 그 사람은 살아남지 못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자발적이건 또 두려워선 간에 뭐 어떤 이유든 간에 일단 아프가니스탄의 중남부 의 많은 족들은 이제 탈레반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세 번째는 교육수준이 낮고 보수적인 시골 농촌 사람들은 탈레반의 지지성향이 높고, 그러나 이제 좀 진보적 지식인이라든지 서구화된 엘리트 계층 화아트칼라들은 당연히 탈레반의 급진적 보수주의라든지 여성탄압이라든지 폭압적 방식에 동의하지 않겠죠. 첫 째는 종족에 따라서 파슈툰이냐 아니냐, 두 번째는 부족적인 혈연연대, 지역에 따라서 중남부 쪽의 어떤 부족적인 혈연관계, 셋 째는 통상 지식 엘리트나 진보적 개혁파, 화이트칼라냐 서민, 농민층이냐에 따라서 지지가 나누어 진다고 보면 됩니다.
쿠 : 탈레반을 규탄하는 제일로 큰 주제가 여성에 대한 억압이잖아요. 어떤 정도의 억압이 가해지는 겁니까?
이 : 탈레반 집권 시절에도 이슬람의 정통적인 가르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확대 과장해서 정권에 악용한 거죠. 이슬람의 고유의 가르침을. 이슬람의 원래의 가르침은 남녀 양성 평등이고, 특히 남성과 여성의 기능과 역할을 분리해 주도록 가르치고 있거든요, 즉 남자는 전쟁이라든지 바깥에서 경제력을 확보하는 임무를 남자의 몫으로 봤고, 여성의 몫은 가정에서 아이의 교육이나 양육, 가정을 이끌어가는 이 경제를 여성에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열이 아니고 기능 분화를 했던 것인데, 이걸 받아들여서 여성은 집안에만 있어야 된다고 하는 거죠.
어떤 사회 참여도 부정하고 심지어 집을 나가야 학교 가니까, 학교도 못 가게 하고, 그러니까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사회 참여와 직업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또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선 집밖을 벗어나야 되니까 모스크도 못 가게 하는, 그러니까 이제 너무나 극단적으로, 그래서 책에 손 대면 교육 모독죄고, 코란에 손대면 종교 모독죄로 실형을 살리고, 그 다음에 여성이 외출할 때는 완전히 얼굴을 가려가지고.. 중세의 폐쇄된 낙인으로 여성을 완전히 몰인격적인 존재로 대하는 그런 태도라든지. 그리고 여성을 완전히 하나의 노예 상태로, 가정의 감옥속에서 억눌려 있는 하나의 전노예 상태로 만들려고 했죠. 그것이 이제 이슬람 원래의 정신과 전혀 부합하지 않지만 일단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억압됐고, 80퍼센트가 넘는 문맹상태에 있는 아프간 여성들이 종교적인 숙명으로 받아들여 저항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거죠, 민도가 낮으니까.
근데 가까운 이웃의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종족이라고요, 같은 파슈툰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종족이고 종교적으도 같은 종파임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국민들은 베나르지 브토를 국민의 직접 선거를 통해서 여성을 민선 수상으로 뽑아버렸단 말이죠. 근데 같은 부족 같은 종교를 동의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은 여성을 자기 지도자로 선거를 통해서 뽑을 수 있는 사례가 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그런 극악한 여성 탄압이 어디 있나, 이것만 봐도 이슬람의 정신을 잘 못 해석했다는 게 명백한 거죠.
쿠 : 근데 역시나 그런 걸로 공격을 해도 현재 그 쪽에는 별로 먹히는 상황이 아닌거죠?
이 : 그렇습니다. 그 사회가 결국 여성의 사회참여, 의식화, 교육수준, 민도 이런 것들이 결정해 주니까, 그러니까 똑 같은 논리가 모로코나 튀니지나 터키 같은 여성의 민도가 발전된 나라에서 똑같은 논리를 적용하면은 그 때에서는 어느 여성도 동조하지 않을 거라고, 웃기지 말아라 이슬람에 그런 게 어딨냐, 먹혀 들어가지 않을 텐데, 여기선 먹혀 들어가는 거죠. 그게 아주 이제 가부장적 사회, 유목사회가 가부장적 남성 중심의 사회니까 그러한 전통적인 자기 토착 악덕과 이슬람의 나쁜 면이 이제 결합 돼서 그 숙명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거죠.
쿠 : 기사를 봤더니 외국인을 보이는 족족 다 죽여버리고 거의 그런 식으로 한다고 하는데, 외국에서 주로 어떤 구호팀이나 재건팀이나 석유회사 같은 데도 많이 들어가고 있나요?
이 : 그렇게 많이 들어와 있지는 않고 주로 아무래도 카불 중심으로 와 있고요. 카불 중심에는 일단 탈레반의 소위 말하는 거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 많이 들어와 있죠. 그러나 이제 칸다하르나 남쪽 탈레반 거점 지역은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나토나 서방 유럽쪽 구호단체들은 거의 가지 않는 곳이죠. 그곳에 우리가 너무나 활개치고 다녔던 위험을 자초했던 측면이 있죠.
쿠 : 인도적인 구호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별로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가 보죠?
이 : 그렇죠. 이제 물론 탈레반과 주민들의 생각은 좀 다르죠. 일단 주민들 입장에서는 오랜 내전 끝에 지금도 뭐 소위 계속 전쟁상태에 있으니까 의약품도 없이 아이가 죽어가는데 의약품을 공급하는 사람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걸 이데올로기 때문에 안 받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절박하니까. 누구든지 구호를 해 주면 그거를 받는 사람들은 감사해 해야죠, 그거는 인지상정이잖아요 그죠? 그런데 탈레반 입장에 보면은 이거는 미국과 나토군의 이름 하에 외국군 점령을 정당화하는 하나의 수법으로 탈레반은 받아들일 수 있겠죠.
쿠 : 그러면 어쨌든 아프간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하고 있는 지 궁금한데요, 그러니까 파병을 하지 않았습니까? 동의 다산부대가 가 있고 말로는 재건을 위해 갔다고 아프간 재건을 위해 갔다고 하는데 실상적으론 미군의 공병수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아프간 내부에는 한국군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떤가요?
이 : 일단 뭐 전통적으로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이슬람 세계 전체에서 한국과 또 코리아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아주 좋습니다. 뭐 최근에 겨울연가가 선풍적인 인기고 지금 악의 축이라고 미국이 지명해 놨던 이란에서 대장금 시청률이 지금 80퍼센트를 넘어설 정도로 일반적으로 한국 문화 코리아에 대해서는 너무나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이제 그러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이제 한국은 자기의 전통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어떤 첨단 기술과 경제 개발에 성공한 참 괜찮은 나라.
쿠 : 롤모델 같은 거군요?
이 : 예, 그런 이미지가 각인 돼 있죠. 그러나 물론 이제 한국이 사실은 미국과 함께 그것이 비전투 부대라고는 하나, 일단 탈레반을 몰아내기 위해서 전쟁을 하고, 실제로 그 전쟁으로 탈레반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족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한국이, 그렇게 이상적으로 꿈꾸어왔던 우리 한국이, 왜 하필이면 미국과 힘을 합해서 이렇게 우리 점령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 그 공격의 라인선상에서 민간인 희생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나 이런 이제 아쉬움이 있죠.
쿠 : 배신감 비슷하게?
이 : 네, 뭐 다만 이제 한국군들이 직접 전투를 하지 않고 이제 의료봉사라든지 하기 때문에 그걸 직접 도움을 받는 주민들에게는 대 환영을 받죠. 우리언론도 마찬가지죠. 즉 대 환영을 받는 사람들만 비춰준다고, 그것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우리 부대에 대해서 도움을 받으면 환영하지만, 도움을 받지 않는 다른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러니까 99퍼센트가 넘는 다른 아프가니스탄 입장에서 보면은 그것은 결국 미국과 협력하는 하나의 군대모습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거야,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죠. 그러니까 이라크에 있는 자이툰 부대도 마찬가지에요.
쿠 : 그 민간봉사단들이 주로 나가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종교를 통해서 나갔어도 거의 종교색은 안 드러내고 구호활동만 하고 있는 데도 많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 쪽들에 대한 인식도 거의 그런 정도인가요?
이 : 아니 그렇게 두 가지에요. 그래서 우리는 코이카라든지 순수 비정부 NGO들의 활동은 주민들로부터 굉장히 좋은 반응을 받고 있죠. 흔히 일단 군대이름으로 간 게 아니니까 그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아주 좋아요.
오히려 그 분들이 선교단체의 선교 이름으로 구호하는 것이 순수한 NGO의 빛이 바래기 때문에 이제 그게 문제점으로 부각되긴 하지만은 그야말로 순수한 NGO의 활동은 강화되어야 되고 증폭되어야 되고, 그것이 이제 주민들의 호응도가 굉장히 높다, 따라서 이게 참 좋은 무대에요.
결국 우리가 군인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군복을 입지 않더라도 우리가 그만한 구호를 통해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가 있고, 훨씬 한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좋은 문화 인프라를 활용해서 훨씬 더 큰 장기적인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의 소위 말하는 민간인 NGO들의 활동이 있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우리가 적나라하게 효과가 나타나고 있죠.
쿠 : 그 기독교 단체들에 대한 실제적인 반감 같은 게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있나요?
이 : 그거는 아주 극심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고요, 물론 직접적인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단 도움을 주니까 감사하게 생각하지만은...물론 기독교 선교단체에서 나갔지만 아무런 선교를 내세우지 않고 정말 기독교 정신에서 입각해서 순수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좋아요.
그러나 일부, 저는 많다고는 보지 않습니다만은 일부가 오히려 구호를 선교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 때 너무나 민감한 그 사회에서 그것은 오히려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왜냐, 그 사회에서 이것은 선교라는 것은 단순하게 이슬람 율법을 위배하는 차원이 아니라 실정법으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범법 범죄행위라는 거죠.
또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이라는 것이 다른 이슬람 국가처럼 좀 개방되고 서구와 접촉하면서 융통성이 있는 이슬람이 아니라 아주 폐쇄적이고 보수적이고 급진적인 이슬람, 그 다음에 지금 전쟁상태에서 국민정서가 매우 민감해 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들은 기독교 = 미국으로 본단 말이죠, 그게 중요한 겁니다. 기독교=미국의 세력이라고 하는 아주 단순한 논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주 좋은 선의를 가지고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기독교적인 선교는 결국 미국과 맥을 같이 하고 그것이 이제 반미감정이 증폭되면서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이제 폭발하게 되는 그런 구도로 이양되겠죠.
쿠 : 그래서 이제 두 명이 죽고 21명이 아직 억류되어있는 상태인데 오늘 뉴스를 보니까 한국정부와 직접협상을 탈레반에서 하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이거는 어떤 액션으로 받아들여야 되나요?
이 : 뭐 아시다시피 아프가니스탄하고 탈레반하고 두 당사자는 직접협상이 불가능입니다. 카르자이만 해도 아버지가 탈레반에게 암살당하고 또 카르자이 정권에 의해서 수많은 탈레반하고 파슈툰 부족 민간인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에 또 파슈툰 부족의 전통의 가장 중요한 덕목 일 번이 바다르이거든요, badar, 바다르 복수입니다. 일반 자기 부족구성원의 누가 살해 당했으면 그 부족 구성원의 남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남아있을 때까지 대를 이어서 복수하는 것이 최고의 명예고 덕목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복수를 해야 될 사람이 눈앞에 앉아있는데, 거기서 어떻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협상이 진행될 수 있으리라고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애초부터 그 협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두 사람을 잃고 나서야 이제 그 협상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고 무능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협상 전면에 나서면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게 된 거죠. 그간 탈레반도 끊임없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협상 파트너로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어요. 이 정부는 궤멸의 대상이고 카르자이만 하더라도 살해 리스트에 올라있는데, 그게 협상이 안 된단 말이죠.
그런 상태에서 결국 탈레반도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게 되는 배경이고 또 우리로서도 지금 걔네들이 요구하는 인질 맞교환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미국정부를 설득하는 데(성공을 못하고) 실패했고, 그래서 인질을 우리가 두 사람 잃어버렸고, 또 우리 정부로서도 직접적인 협상을 해야 되는 이유가 우리는 당신네들과 협상할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모든 조건도 협상테이블에서 논의할 자세가 돼 있다, 그러나 지금 당신네들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들어주고 싶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발 우리 정부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요구를 해 달라, 그럼 우리가 받아주겠다. 그럼으로써 탈레반에게 명분을 주고 오히려 요구하는 협상조건을 바꾸도록 유도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이제 협상이 상당히 좀 누그러뜨려진 협상상태에서 금전적 반대급부나 경제적 지원이나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지겠죠.
탈레반도 무한정 이거를 끌 수는 없잖아요, 일단 뭐 탈레반이 건재하고 또 조직을 확산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표함으로써 충분한 선전효과를 거두었고, 자기네들도 20명이나 넘는 인질을 미국한테 거의 완벽하게 은거지가 노출된 상태에서 계속 잡고 있을 수가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탈레반이 더 다급하죠. 그래서 직접협상은 오히려 이 인질사태를 해결하는 최고의 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거죠.
쿠 : 저희한테 유리한?
이 : 네. 그렇죠.
쿠 : 그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비호 아래서 세워졌다는 것은 거의 공표된 사실인데, 어느 정도의 독자성을 갖고 있나요?
이 : 결정권이 없죠. 표면적으로는 주권국가이긴 하지만 우선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바로 이 순간에 미국이 떠난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자동적으로 붕괴 됩니다. 그렇게 됐을 때 그게 어떻게 독자성과 자주성이 있느냐, 치안과 군사권이 없는 정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소위 완벽한 미국의 허수아비정권으로 볼 수 밖에 없는거죠. 형식상 유엔의 동의를 얻었던 주권국가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허수아비정권이다, 이렇게 성격규정을 할 수 밖에 없죠.
쿠 : 그 지금 미국으로 의원단이 설득하러 떠나고 그랬잖아요, 조선일보 같은 데서는 이거를 빌미로 반미의 주제로 삼으려 한다고 비난하는 논설도 내고 그랬었는데, 그런데 현재 우리한테 있는 카드로써는 미국을 압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하는 얘기도 들리거든요,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이 :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이 있다, 두 당사자 간의 협상이 거의 결렬된 상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이고, 또 탈레반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실적 국가가 파키스탄이다, 그렇다면 이 두 당사자의 협상이 결렬되어서는 이제 미국과 파키스탄을 끌어들여야 되는 것은 우리 인질들의 생명을 위해서 당연한 수순이죠. 그래서 우리가 모든 외교적 채널을 총동원해서 미국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들여야 되는데 어떤 방식이 바람직하냐,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방법론이 다를 수 있겠죠.
그게 우리 의원단이 미국에 가서 그런 미국 정부에게 압박을 행사하고 협조 설득을 구하는 것은 뭐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지금껏 뭐하고 있다가 인질 둘 다 잃고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그 사람들이 가서 미국에 다녀왔다는 그게 그 아까운 국민 세금을 가지고 그러한 정치적 쇼라면 그것이 사건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조선일보 식으로 그걸 뭐 반미선동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뭐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지금 이제, 그래서 일단 그런 미국은 대 테러 전쟁의 원칙하에서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은 여러 번 천명을 했고, 지금 뭐 911 이후에 미국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의 근간이 대 테러와의 전쟁이기 때문에 그 골격을 우리가 부수게는 할 수 없죠. 한국 정부가 그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 한 거라고 봐야 하고요, 그거는 미국 정책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이제 그렇더라도 이걸 그냥 내버려 둘 거냐 하면, 이제 미국을 우리가 설득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필요하면 협박을 해야 되지만, 그것은 아주 비공식적인 은밀한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되는 거라는 거죠.

미국이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잖아요, 그건 뭔가, 그 방식이 미국 때문에 한미동맹의 축 속에서 온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았느냐, 이라크도 마찬가지고 레바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 인질사태는 4천5백만 온 국민이 초유의 관심사로 온 국민이 여기에 매달려 있다, 그랬을 때 미국이 언제까지나 대 테러의 원칙만 고수하면서 이 인질의 생명을 그대로 내버려 둘 건가, 이건 아닌거다. 만약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걸 협조하거나 이번 사태의 강력한 해결 의사를 보이지 않는다면 아마 한미동맹의 결정적인 균열이 가게 될 것이고, 이 사태가 잘 못 해결됐을 때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반미 열풍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협박을 미국 정부에 해야 되는 거에요. 아주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그래서 미국이 표면적으로나 공식적으로는 대 테러 전쟁에 대해서는 변함없다고 주장을 하면서도 사실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최소한의 수감자를 풀어주는 데 최소한 침묵하거나 그걸 넌지시 간접적으로 묵인해 주는 걸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중적인 방법으로 우리 인질을 구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이제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사태가 마무리된 뒤에 시민단체들이 반미를 하거나 이거는 뭐 다른 문제이지만은 그러나 이 시점에서 반미 시위가 표면화 조직화 돼서 미국을 압박한다고 해서 미국은 오히려 자기네들이 인질석방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좁아진다는 거죠. 자기가 도저히 할 수가 없는 거죠, 하고 싶어도. 기조를 못 바꾸니까.
그럴 바에 오히려 이거를 압박 무기로 협상카드로 미국에게 이거를 안 들어주면은 한미동맹이고 뭐고 다 깨지고 이게 끝나면은 이제 한국의 반미정서가 격화될 거다, 그래서 미국이 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서 자국민 수준으로 이걸 좀 해 달라, 그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적당한 포로를 석방을 하더라도 미국이 그냥 방관을 하거나 묵인 하거나 넌지시 메시지를 보내서 협조를 요청해 달라, 이거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하는 이런 방식이어야 겠죠.
쿠 : 만약에 납치된 사람이 미국인이었으면은 절대로 이런 대응을 하지는 않겠죠?
이 : 뭐 이것도 두 가지 방식이에요. 물론 자국민이면은 이렇게 수수방관하지는 않았겠죠. 그러나 자국민이었다 하더라도 대 테러 원칙을 깨뜨리지는 않았을 거에요,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이라크에서 미국 여기자의 경우에는 물밑 협상을 통해서 직접 형식상으로는 간접이지만은 실제로 테러조직과 협상해서 인질을 풀어낸 전례가 있어요. 그러나 또 이라크에서 수많은 또 다른 케이스에서는 끝까지 협상을 거부해서 거의 다 살해를 당했죠, 그러니까 살해 당한 경우가 훨씬 많아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자국민이라면 무조건 협상했을 거다 하는 것도 지금까지 나왔던 사건들의 기록을 보면 살해됐던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그것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약간은 무리에요, 그러나 문제는 자국민이었다면 이렇게 방관하지는 않았을 거다인데, 그거야 뭐 분명한 거죠.
쿠 : 그런데 이제 미국의 정치적인 입장의 측면으로 생각해 볼 때 지금 현재 그 인질들이 잡혀있는 상황은 미국한테 굉장히 유리한 입장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비약일 수도 있는데, 미국이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 인질들이 차라리 다 죽어주는 게 최고의 상황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 미국 입장에서는 당연하죠. 왜냐하면은 일단은 인질이 희생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 이것을 전 세계에 공표함으로써 이 테러조직이나 반미 급진 세력과는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타협할 게 없다, 강력한 응징의 효과이기 때문에 미국이 조금 방관하고 있는 측면도 충분히 있을 수 있죠.
쿠 : 그러면은 현재 석방을 만약에 하기 위해서 제일 좋은 것은 직접 접촉을 해서 조건을 바꾸던가 아니면은 미국이나 파키스탄을 끌어들여서 이렇게 압박을 가하든가 그 두 가지 방법이…
이 : 지금은 세 가지 단계가 있죠. 첫 번째는 일단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아까 이야기한 두 당사자가 있는데, 이 두 당사자간의 협상이 일단 결렬이 됐으니까 아프가니스탄을 움직여서 탈레반의 요구조건을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미국아닙니까? 그러니까 미국을 강력히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여서 어떤 역할을 하도록 우리가 외교적인 역량을 총 집결해야 하는 거구요.
동시에 탈레반에게도, 지금 탈레반이 유일하게 말을 듣는 것은 파키스탄이라고요, 왜냐하면은 파키스탄과 탈레반은 같은 민족이고, 탈레반의 정권수립을 실제로 가능하게 해준 게 파키스탄이고, 그래서 지금 이제 특히 파키스탄 정보국 ISI가 탈레반의 권력구도라든지 내부 갈등관계 그 사람들의 비선조직 같은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고, 또 탈레반의 소위 말하는 망명지도부 거점들이 다 파키스탄 쪽에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맘먹으면 하루 아침에 궤멸된다고요. 즉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일단 우리 정부가 파키스탄을 움직여서 탈레반에게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고 협상조건을 좀 바꾸게 하는 데 그 협상에 결정적이고.
그러니까 아프간만 변화시켜선 안 되더라, 탈레반도 변화시켜야 되니까 이게 동시다발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는 직접라인을 비선조직을 설정해서 변화된 모습을 우리가 수용하고 할 수 있는 이 삼박자가 동시다발적이고 그리고 하루 이틀 내에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되는데, 이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죠.
쿠 : 그게 현재 한국의 현재 상태로 볼 때 가능한 건가요?
이 : 지금 이제 뭐 가동은 되고 있죠. 협상라인은 가동되고 있는데 너무 늦었죠. 협상 초기부터 했어야 되는데 협상하러 가는 사람들이 그 구성팀에 현지말 하는 사람 하나 없이 현지 문화나 탈레반의 부족 관습이나 그 알력 관계에 대해서 정보를 가진 전문가 하나 없이 우리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맡겨 놓고 있고, 카불에서 현지엔 가보지고 못하고 카불대사관에 앉아가지고,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또 직접 못하니까 걔네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족들을 시켜가지고 하는데 우리는 이중삼중 간접적인 협상의 바깥에서 이거는 그냥 샌드위치 신세로 너무나 비참한 신세를 그 때 인식을 한 거죠.
배형규 목사 죽고 나서 그 때야 깨닫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때 가서야 정부가 전문가 좀 소개 해 달라 어쩌고 저쩌고 너무 늦었어.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되죠, 사실은. 그러나 지금은 그걸 따지기에는 너무나 시급하니까 우선은 가능한 방식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되고 그런 매스 협박 하는 것은 현지 사태를 해결한 다음에 초기에서부터 새롭게 매스를 바꾸고 시스템을 고쳐야 되죠.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일단 인질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것 조차도 동의하지 않는 글들이 상당수 눈에 띄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는 자기 나라의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무참히 살해당하는 것을 막아내야할 의무가 있다. 미국이든, 탈레반이든, 파키스탄이든 간에 필요하다면 협박이든, 로비든 상관하지 말고 동원하여 피랍자들을 살려내는 것이 이 시대에 국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쿠르세(curse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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