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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손님 맞는 입장에서 주인의 예란, 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손님에게 대접하고, 못난 것은 주인 혼자 먹는 태도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대접이 다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모신다면 좀 허름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손님 된 자로서는 주인이 몰래 숨기는 것이 있어도 짐짓 못 본체해주어 또한 예를 갖추는 것이다. 예라 말하니 동방의 법도인 듯하지만 어디에서나 통용될 매너이며 에티켓일 터.

 

그러므로 남에게 좀 모자란 것이 보여도, 상황을 살핀 후 때로는 함부로 지적하지 않는 편이 더 옳을 수도 있다. 이는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중국의 현실에 대입해도 들어맞는다.

 

중국은 왜 외국인 입국 금지를 실시했는가

 

지금은 어느 나라나 입국이 쉽지 않아서 새삼스럽지 않지만, 불과 2주쯤 전인 3 28일 중국은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의 귀국은 종용하고 있었다. 이 결정이 전날 갑작스럽게 전해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이어졌다. 중국이 코로나 확진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대문을 걸어 잠가 더 이상의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던 때에 중국인의 입국을 막은 나라들에 강경하게 항의했던 과거에 비추어 내로남불의 전형이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또한 4월 중 열릴 양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다른 면을 살펴보자. 입국 금지 조치 이전에도 중국은 외국인 입국자들에 대해 우선 격리조치를 실시하고 있었다. 아래는 3 14일에 올라온 한국인의 블로그 포스팅이다.

 

청두격리.jpg

출처 - <오늘을 사는 동망 / 네이버블로그>(링크) 

 

보다시피 남부러울 것 없는 시설이다. 이동의 자유만 빼면 오히려 국내보다 훨씬 편안했으리라.

우리나라의 격리시설 구호물품 사진이 해외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격리1.jpg

(링크)

미국에서 항저우로 돌아온 중국인 유학생의 Vlog. 항저우에선 3 23일부터 강제격리가 실시되었는데, 이 여성이 돌아온 날은 3 27일이었다. 영상을 보면 매우 환경이 훌륭함을 알 수 있고, 생필품도 부족하지 않게 주었다. 젓가락을 일일이 부탁하기 번거로워 연필과 칫솔로 컵라면 먹은 해프닝도 있지만.

 

격리2.jpg

 

여기선 방값을 받고 있다. 위 숫자를 보면 아마도 객실 레벨에 따라 방값이 달랐던 모양이고, 식비는 동일했다. 3끼를 다 먹으면 하루 80위안(약 13700원)인데, 영상의 주인공은 밥이 너무 많아 자주 남겼다고 한다.

 

격리3.jpg

 

그런데 앞서 본 한국인의 블로그에선 식비나 방값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말미에 여행객, 승객들에게는 금액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을 보아, 일부도 아니고 완전 무료였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중국에는 이와 같은 말이 퍼져 있었다. 외국인이나 교포에게는 격리 비용이 무료이고, 중국 내국인에 대해서는 돈을 받는다고 말이다. 2월 말 산둥 웨이하이에서는 일본과 한국인에 대해 14일간의 격리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광고하며 여행을 독려한 일도 있었다. 또한 3 27, 난징에서 격리된 외국인들이 큰 통에 담긴 정제수를 요구해 일일이 층마다 갖다 준 이야기가 보도된 일이 있다. 당초 이 기사는 일종의 미담으로 보도됐지만, 오히려 중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게 되었다. 외국인들에 대해서만 특별대우를 한다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 해프닝이 있고 나서 정부 측은 특별대우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중국외국격리.jpg

 

공식적으로는 특별대우란 없다. 그러나 외국인과 교포들에 대한 대우가 다르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있다. 여기엔 지방 정부의 개별 정책 등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격리 방침을 미리 세밀하게 제도화하지 않아, 외국인에 대한 대처법도 계속 달라져왔던 게 가장 크다. 2월 말까지만 해도 외국인에 대한 격리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인 격리자들에게 격리 비용을 요구하게 되자 형평성 문제가 생겼고, 특히 3월부터 해외에 있던 중국인들의 입국이 늘어나며 일처리가 까다로워졌다. 중앙정부가 신경을 못 쓰다 보니 지역에 따라 전염이 심하지 않았던 곳은 예전처럼 무료로 처리하기도 하고, 반대로 재정 문제로 비용 집행에 엄격하기도 한 복잡상이 된 것이다. 아래 영상은 그런 와중에 나온 해프닝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Tm6SWCp7gI

 

안산에서 귀국하려는 중국인이 격리 비용 여부를 알아보자, 외국인은 무료지만 중국인은 격리 14일 비용으로 8000위안(약 138만원)이 든다고 말하는 내용이다하루 방값이 500위안(약 8600원) 정도로 계산되는데, 앞선 중국 유학생 Vlog를 참조하면 그보다 더 비싼 방도 있었으니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입국자가 많아지면서 대우 문제도 생겼다. 앞에서는 꽤 좋은 숙소들이 소개되었지만, 최저 200위안짜리 호텔 방이라면 대도시에선 꽤 시설이 낙후된 곳일 수밖에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rp9NdJwAiqA

격리된 중국인이 찍은 시설 환경

 

https://www.youtube.com/watch?v=WHQOnSBMKDg

격리된 중국인이 생수를 요구하면서 관리요원과 언쟁

 

20200322-CT-西安女生入住4星酒店接受隔離2.jpg

 

시안에서는 중국 유학생이 호텔 이불에서 핏자국을 발견했고, 더운물도 나오지 않아 방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한다. 이 호텔은 4성급으로 하루 420위안짜리 방이었다

 

기사 원문(링크

 

이제는 감이 잡힐 것이다. 중국은 이 아수라장을 한 번에 덮어버리고 싶었다. 외국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던 선의가 비난받을 필요는 없었다. 또 격리시설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와중에, 자칫 관리 소홀인 호텔의 참상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순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급작스럽게나마 외국인 입국 금지라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자유여행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중국에서 저런 대우나 시설은 사실 양반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격리는 개인이 선택한 호텔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정된 장소로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전염병 관리의 주체는 방역 당국이다. 따라서 자유여행에서 허름한 숙소를 선택했다면 개인의 자유에 속하겠지만, 지금은 책임 소재가 중국 당국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중국이 아예 외국인 입국을 막아버리는 조치를 한 것은손님을 맞는 주인의 예로써 이해해야 한다. 멀리 외국에서 찾아온 손님에게 못 볼 꼴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중국 정부를 비판하고 정치적 음모에 대해 과잉해석하는 일을 멈추고, 동방예의지국다운 행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P.S.

중국이 예를 다하고 있다는 증거 추가.

 

중국 의료물품이 유럽 각국에 수출되었다가 품질 미달로 문제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이 일은 중국에도 보도가 되었고, 당국에서는 각국의 의료 품질 기준이 달라서 생긴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4월부터 모든 수출용 의료품에 대한 품질기준을 준수하도록 공지했다. 4 11일부터는 마스크, 체온계, 방호복 등 의료품 11개 항목에 대해 수출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발동했다. 이에 관한 기사를 조금만 옮겨보자.

 

의료물자규격.jpg

 

기사 원문 http://www.runyangyiqi.com/2576.html

 


(…) 이번 코로나 19 상황이 긴급하여중국 생산 업체에선 외국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으니 원래 그 출발은 선의에 의한 것이었다그리고 외국의 의료용품에 대한 표준이 제각각이고 계약이 긴급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라어떤 업체들은 계약에 맞춰 서둘러 생산라인을 바꾸는 일도 있었고 이 때문에도 품질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이상의 상황들을 감안하여상무부는 의료용품 분야를 규격화하기 위해마스크 상품 위주로 하여 이미 의료물자 수출 증가에 필요한 보다 엄격한 관리를 선포했다이는 기업이 보다 책임 있는 태도로 계약과 생산 및 수출에 임하도록 독려하며불합격된 의료용품을 나라 문 안으로 막아두는 데 힘쓰기 위한 것이다. (…)


 

그렇다. 바가지는 안으로만 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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