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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원보고] 일 언론, 이근호 불패신화


2009.5.12.화요일



이승엽의 부활극이 지난 며칠 일본 스포츠 신문을 장식했다면 오늘자(5월 10일) 신문의 주역은 단연코 이근호(24, 주빌로 이와타) 였다.


이근호는 5월 9일 오미야와의 시합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해 MOM으로 뽑힌 것은 물론, 데뷔 이래 6시합에 출장해 6골 4도움이라는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근호가 합류하기 전까지 J2 강등을 걱정해야 했던 이와타는 순식간에 중상위권인 8위로 올랐다.


18개팀이 경합을 벌이는 J리그는 통상 5위까지를 선두권이라 부른다. 지금 5위 팀은 조재진이 활약하고 있는 감바 오사카로 승점 16점. 이와타와 불과 1점 차이다. 18위 꼴찌였던 팀이 한달만에 선두권에 진입한 것이다. 이근호의 추가 영입외에 다른 환경은 그대로니 전적으로 이근호 덕분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스포츠호치>는 벌써부터 "뭐라고? 이근호의 마지막 경기가 (5월) 24일 이라고?!"라며 이근호의 현재 상황을 자세히 다루었다. 물론 축구면 톱기사다.


신문은 "5월 28일 이근호가 한국대표로 소집될 가능성이 결정적이고 FIFA의 이적시장은 7월 17일에 열리게 된다"면서 "그 교섭준비를 생각한다면 5월 24일 나고야와의 시합이 J 라스트 매치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호치>는 "이근호가 J리그에 머물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이와타 입장에서는 이 최강의 용병이 있을때 부지런히 승점을 벌어두어야 할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이근호의 활약이 5월 10일자 스포츠 신문을 장식했다.

<닛칸스포츠>도 "이, 이, 이! 이와타 쾌승!"이라는, "이"로 시작되는 돌림을 이용한 제목을 뽑았다. <스포츠호치>와 마찬가지로 역시 2골째를 기록한 사진을 넣었는데, 사진 제목도 "이"를 넣어 "기분 좋아!(気持ちイ~!, 기모치 이~!)로 뽑아 "오미야 장외룡 감독에게 길러준 은혜를 갚았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아사히>, <도쿄신문>등 종합 일간지 마저 이근호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는 점이다. 특히 <도쿄신문>은 톱기사에서나 쓸 법한 글씨체로 "이근호 불패신화"를 대문짝만하게 박았다.







"적진 왼쪽 사이드의 골라인, 스페이스도 각도도 없는 공간으로부터 압권의 골이 태어났다. 종패스를 받은 이와타의 이근호는 엄청나고 교묘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를 연달아 제껴 버린 후 여유롭게 오른발 슛을 결정지었다. 그의 엄청난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결정적인 골이었다...(하략)" (도쿄신문 5월 10일자. 스포츠 18면)


신문은 "이와타의 상위권 진출은 오직 그의 덕"이라는 거의 경배에 가까운 표현까지 동원해 이근호를 극찬했다. 스포츠신문이 아닌 종합일간지에서, 그것도 <아사히>와 더불어 진보적 성향의 점잖은 <도쿄신문>이 이런 류의 제목 편집과 수식어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하루 800만부를 찍어내는 <아사히> 역시 스포츠면 톱기사로 "이근호 독무대"를 타이틀로 넣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정말 의미깊은 부제를 달았다.



아사히 신문의 스포츠면 톱기사.


"헌신적 플레이, 하지만 결정적인 찬스에선 양보하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J리그 시합이 끝난 다음 날에는 가능한 한 야구보다 축구기사를 먼저 올리는 <아사히 신문>이며, 같은 계열의 <닛칸스포츠> 역시 세르지오 에치고의 칼럼등 축구 컨텐츠가 유명하다. 또 는 일본 축구대표팀의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일본 국가대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린 "절대 져서는 안되는 싸움이 거기에 있다"라는 명카피도 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 <아사히>가 "결정적인 찬스에선 양보하지 않는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아사히>는 아마도 결정적인 찬스에서 누군가에 양보해 버리는 모습을, 상당히 자주 보여주는 일본인 포워드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태양의 아들"(사커 다이제스트 5월 12/19일호)이었던 이근호는 단 2시합만에 "신(神)의 아들"(서포티스타)이 되었고, 6시합이 끝난 지금 "불패신화"(도쿄신문)을 만드는 "신(神), 구세주, 메시아"(이와타 팬클럽)가 되어 버렸다. 홀연히 나타나 패망의 늪에 빠져들고 있던 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고 다시 홀연히 사라졌을때 과연 이들은 이근호를 어떻게 떠나 보낼지 흥미진진하다.


[일본통신원보고] 두 시합만으로 神이 되어버린 이근호


테츠(chpark19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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