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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배신자의 나라 - 국방, 애국, 딴나라당


2009.6.15.월요일 


먼저 내 소개를 잠시 하자면, 난 지난 한일 월드컵때 일본 특파원 자격으로 딴지에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는 인간이다. 당시 난 유학생이었다. 지금 머 하냐고? 아직 유학생이다. 먹지도 못할 동정할 거면 학자금이나 부쳐주시길.


아직 이 나라(일본)에서 먹고 살아 보겠다고 바둥거리고 있다. 그 사이 변화가 있었다면, 군대를 갔다온 것, 전역하고 다니던 대학을 바꾼 것, 진로를 바꾼 것 정도 되겠다. 결국 별 발전없이 아직껏 뻘짓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 고인의 소식은 수업중 노트북으로 열어본 이너넷을 통해 알게되었다.


그 뒤, 소위 보수라는 분들께서 북핵의 위협이 엄존하는 이상, 갈등 조장하지 마라는 식의 논바닥에 올챙이 좆박는 썰을 풀고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래간만에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참... 내일 반찬거리 걱정해야 하는 빈곤한 유학생이 이런 짓까지 해야되는 나라, 암담할 뿐이다.


 친일파에 관한 이야기



용어와 개념을 제 멋대로 사용해서 어이없는 결론을 도출하는 좃선일보식 글을 쓸 생각은 없기에, 간단히 상황정리 부터 하고 싶다. 나에게 일본이 좋아?라고 물어본다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간단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좋다. 댁 같으면 싫은 나라에서 몇 년씩 살겠냐?


싫은 점? 많다. 나리타에서 지문 찍는 것도, 외국인 등록증 들고다녀야 하는 것도 귀찮고, 알듯 모를듯 한 외국인에 대한 무시도 그닥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나같은 빈곤한 외국인이 살기에 그다지 힘든 나라도 아니다. 솔직히 살기 편하고 좋은 곳이다.


"그럼 친일파냐?"라는 반문을 곧잘 당하곤 한다. 댁들이 이야기 하는 친일파가 을사오적을 이야기 하는 거라면, 아니라고 대답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난 2009년의 일본을 사랑하는 이유가 1900년의 일본을 증오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식의 참 시덥잖은 논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찬성할 수 없는 인간이다.


"일본이 과거를 청산하지 않았으니 지금의 일본을 용서하는 것은 결국 이완용과 같은 발상"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가치가 있는 반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조금 거론해 두고 싶다. 사실 그 과거 청산이라는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 키보드를 두드린 거니까. 내 대답은 "남 말 할 처지냐?" 이다. 내가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친일파는, 21세기의 일본이라는 국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인이 아니라, 한국이 국권을 빼앗긴 시절 일제에 찬동했던 자들을 폭넓게 지칭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대한민국과 친일파


한국이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그리고, 가카께서 그다지도 사랑하시는 선진국은 현대사의 시작을 피의 숙청으로 물들였다는 점에 대해, 나 따위 무지랭이보다 수백배 알기쉽게 말씀해 줄 분이 계신다. 좀 배우고 오시라.




가카께서 아시면 놀라 자빠지실 일이다. 앞선 문명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선진국 프랑스가, 그깟 글 질 좀 했다고 사람을 총살하다니!! 북한도 아니고!!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가!! 한국은 일제에 협력 좀 했다고 사람 밉보거나 그러지는 않은 평화로운 국가이니 결국 프랑스보다 발전된 국가인가?


한국이 (정확히는 미군정이라는 형태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해방 후 대한민국이)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고 그들은 그대로 권력을 잡고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사실에 변함이 없다는 점. 독립군의 자손들은 내일 끼니를 걱정해도 친일파의 후손들은 부동산 노름을 하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참으로 엽기적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점. 그리고 특정 정당이 그 사실의 방조와 조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가까운 구민 도서관 이라도 찾아가 보시라.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이 "친일파를 눈감아 주자"는 인간들일 수록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개개인의 헌신과 희생" 을 주장하고 나선다는 거다.


다시 프랑스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들은 왜 프랑스를 배신하고 나치에 협력한 자들을 숙청했을까? 그들이 문명이 부족해서? 그게 피의 보복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복수는 야만적이고 비 이성적이며 승자의 축제 라는 점에서 몰염치스럽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까?


프랑스가 나치에 협력한 자들을 숙청한 것은, 그것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개인들을 위해, 국가가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자 배려이기 때문이다.


 땅개의 삶


아까 잠시 이야기 했지만, 난 육군을 병장 전역했다. 무슨 귀신 잡는 특수부대였던 건 아니고, 이름없는 부대에서 조용히 살다 나왔다. 나 전역하기 얼마 전에 고인이 복무일수 줄이자고 말씀 하신게 현실화 돼서, 병장들끼리 몽쉘텅텅 먹으며 말없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일이 생각난다. 그날 밤, 군대가 미쳐 돌아가자는 건지  4월초 입대한 일병넘이 3월말 군번에게 "저도 같이 3월에 전역하니 이제 동기지 말입니다"라는 짬타이거 탭댄스 추는 소리를 지절대는 것을 보고, 다음날 동쪽에서 태양 대신 명왕성이 떠오르는 것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이 그 일병은 맞아죽지 않았고, 난 몇 달 더 버티다 조용히 만기전역했다. 복무기간은 꼭꼭 밟아 24개월이었다.


훈련소 때, 대대장은 휘하 간부가 적어준 것이 분명한 환영사에서 "여러분이 이 곳에 서 있는 이유는, 여러분의 아버지, 형, 친구들이 이 자리에서 여러분 대신 나라를 지켜 주었기 때문이며, 이제 여러분 차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참 닳아빠진 소리지만, 나에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내 나라 내가 지킨다. 그것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할아버지는 6.25 때 자진 입대 후 이등병으로 실종-사망처리 되어 현충원에 알량한 위패 하나 남아있고, 아버지는 덕분에 군이 면제되어 고등학교 졸업후 얻은 지방직 공무원 자리에 아직까지 버티고 계시니, 대한민국 육군에 입대한 것은 우리 집안에서 내가 두번째였다. 남들 그렇게 바라는 상병 진급보다, 나는 일병 진급이 더 뿌듯했다.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린 것 같아서였다.


국방 국방 말들이 많고, 북핵 위기가 어쩌고 하는데, 참 염치없는 소리다. 물어보자. 북한이 쳐들어오면, 딴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총들고 나라 지킬 건가? 그분 자제분들이 면제 받은 군 자진 입대 해서 각개전투 벌일건가? 어련하실려고.


잊지마라. 또 한번 대한민국의 운명에 위기가 닥치면, 그 때 목숨을 버릴 것은 위정자도 그 자제분들도 아니다. 나와 당신이다. 이 글 읽고 있는, 힘 없고 빽 없는 나와 당신.


하지만, 나와 당신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도, 머리속에서 주판알 튕겨볼 자유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거다. 지금부터 나랑 계산 한번 해 보자.


북한이건 일본이건 러시아건 중국이건 미국이건 상관없다. 한국이 특정 국가와 전쟁상태에 돌입했다고 치자. 그래서, 나와 당신이 알량한 K2소총에 수류탄 세 발 들고 적과 내 가족 사이에 섰다고 치자.


당신은 아무 두려움 없이 죽을 수 있는가?


국가의 위기 앞에 한 목숨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가?


대답은 긍정이어야 한다. 미안해요 미 입대자 여러분. 우리는 그렇게 훈련받고 살았어요. 근데, 사람 맘이 그런가? 아무 두려움도 없을까?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산으로 들로 해외로 튀고 싶은 맘은 들지 않을까?


왜 안 들겠냐. 살자고 태어난 사람인데. 그 상황에서 병사들에게 무슨 역사의식이나 영웅적 각오나 위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내 말에 반대하고 싶으면 한 번 모범을 보여 보시라.


그럼 도대체 왜 병사들은 전쟁상황에서 싸울 수 있는가.


옆에 서있는 넘도 같이 싸우기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저열한 군중의식도 아니다. 같이 훈련받고 똑같은 옷 입은 인간들이, 나와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나만 살자고 튈 수 있나. 튀어서 살아남으면, 양심에 가책 없이 밤에 잠 잘 수 있을까. 에라, 갈 때 까지 가 보자.


여기서 부터가 문제다.


(1) 내가 여기서 배신하면 어차피 목숨은 부지하기 힘들다. 적에게 찬동해 봤자 만의 하나 몇 십년 뒤에라도 한국이 국권을 회복하면 남는건 피의 숙청 뿐이다. 재산이고 뭐고 다 몰수될 거고. 공소시효도 없는데 뭐. 탓하자면 내가 태어난 시대를 탓해야지. 여기서 비굴하게 더 오래 살려고 해 봐야 뒤 끝 좋을거 하나 없다. 그럴거면, 까짓거 영웅처럼 한 번 까보자. 운 좋으면 살아남을 거고 만약에 죽으면 가족 뒤는 국가가 봐 주겠지. 하다못해 연금이라도 나오지 않겠어?


(2)  미치지 않고서야 왜 끝까지 싸워. 여기서 빠져나가서 적에게 잘 충성해서 아부하면, 한국이 독립한 뒤에 대통령까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여기서 삽질해 봐야 뭐가 남나. 남은 가족들은 누가 먹여살리고. 애들 대학은 누가 보내주고. 눈 질끈 감고 강한 쪽에 협력하면 땅이고 집이고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 한국이 다시 국권 회복해도 어차피 법치국가에서 개인재산 몰수야 하겠어. 나도 잘 살고 자식들도 잘 살고. 내가 왜 여기서 죽어야 하지?


당신 생각에, 대한민국은 어느 쪽일거 같나? (1)번인가? (2)번인가?


 또 다시, 배신자의 나라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혹은 아직 청산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서 국방의 중요성을 외친다는 것의 저열함은 결국 이 수준이다. 국가는 장군이나 정치가나 외교관이 지켜주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대한민국이 피를 요구하는 것은 나와 당신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대한민국이 우리의 목숨에 대한 대가로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사항들은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 속에, 그 지긋지긋한 군복을 입을 수 있는 거다. 그 믿음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죽으면 가족들의 안위는 국가가 보장해 주겠지.


(2) 어젯밤 탈영한 그 새끼는 한국이 국권을 회복하면 땅 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해 주겠지. 치사하게 적들에게 찬동한 신문기자들도 함께.


(3) 내가 죽든 살든, 내가 지킨 나라는 적어도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겠지.


이게 다다. 참 소박하지 않냐?


한국은, 이게 지켜지고 있을까?


지금 이 상황에서 한국이 다시 위기에 처하면, 당신은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나?


 요구는 간결히, 주장은 지속적으로


국론 분열시키자는 것도 아니고, 탈영을 조장하자는 것도 아니다. 독립국가의 주권자가 가지는 아주 기본적인 요구다. 딴나라당. 지랄말고 친일 잔재부터 청산해 보여라. 우선 좃선일보 부터 폐간 시켜야겠지. 그런 다음에(그러고도 정당으로서 조직이 운영될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때 국방을 이야기 하고 위대한 희생을 이야기 해라. 너희는, 원론적으로 자격이 없다. 내 말 고까우면 아들들 군대부터 보내 보던가.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