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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두라인뉴스] 영등위의 청소년 사랑은 끝이 없어라



2009.6.17.수요일




청소년의 미래를 걱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눈물겨운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주노동자 청년과 한국 여고생의 우정을 다룬 청춘영화 <반두비>에 대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내림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것. 극중 여고생이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장면이 구체적이고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해 청소년들이 해당 장면을 보게 될 경우 모방할 것이 우려된다고 영등위는 밝혔다.



참되거라 바르거라 청소년의 미래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영등위의 미담은 <반두비>에 그치지 않는다. 중고등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바 있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최신판 <여고괴담5: 동반자살>에 대해서도 영등위는 모방위험을 들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내렸다.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작금에 동반자살을 방지하는 내용일지라도 자아발달이 덜 된 청소년들은 영화를 보고 내용에 관계없이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이 영등위 측의 판단인 것이다.



영등위의 무한청소년사랑에 막혀 개봉 전략에 차질을 빚은 해당 영화의 관계자들은 감동적인 사연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반두비>의 신동일 감독은 “청소년들이 다양하게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고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영화다. 대한민국 여고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라며 소감을 밝혔고 영등위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여고괴담5: 동반자살> 측에서는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결국 재심의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최근의 등급 판정을 두고 미디어법 개정, 한예종 사태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MB정부의 정책을 영등위가 몸소 ‘모방’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모방의 폐해를 알려주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청소년 대상 영화에 대해 모방 우려 이유를 남발, 스스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선정의 달인’이 되어 ‘달인의 기술’에 버금가는 웃기고 자빠진 감동의 코미디를 연출할리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건 공무원 사회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에 대해 공무원 특유의 ‘철밥통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빚은 참극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이다.


올 초 주가조작에 대한 모방을 염려, <작전>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림으로써 등급 사유 자체 정당성에 재미를 본 영등위가 ‘모방놀이’에 빠져 기계적인 판정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하나요, “명박이 믿고, 뉴타운 믿다가 망했어.” “왜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은 ‘쥐’인가요?”와 같은 현 정권을 무시하는 대사가 남발되는 <반두비>에 대해 혹시나 나라님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미연에 방지 차원에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 하나다.


에이, 영화에 대한 안목도 뛰어나시고 전문성도 남다르신 영등위 위원님들께서 이런 쪼잔하고 무뇌아적이고 소인배 같고 ‘쥐새끼’ 같은 이유를 트집 잡아 등급을 판정하셨으려고. 설마, 그 이름도 고매하신 ‘위원’님인데 아니겠지. 다 청소년들을 생각하셔서 그런 걸 거야.



한편, 앉으나 서나 청소년 생각에 여념 없는 영등위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의 영등위를 향한 기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고등학생은 최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불법다운이 아니라 극장에서) 관람한 후, 공상에 빠지는 일이 잦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입시공부로 시간이 모자란 판국에 나쁜 놈 로봇 디셉티콘이 되어 슝~ 상하이로, 이집트로, 파리로 날아가 빌딩과 다리를 산산조각내고 인간의 사지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낀다는 것.


그러면서 이렇게 폭력적인 영화가 어떻게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 수 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재심의 하여 동료 고등학생들이 잡생각에 빠질 우려 없이 공부에만 전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어떨까, 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힌 것이다.


청소년의 모방 우려를 등급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영등위가 일관성 있는 잣대를 행사할 것인지 차후 대책에 귀두가 주목된다.



 



허기자(namung@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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