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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MMORPG의 진화 - 2부 2009.7.21.화요일
리니지 2가 우리 나라의 게이머들에게 충격이었다면, 와우는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충격이었다. 리니지 2를 과소평가해서 한 말이 아니라, 와우라는 게임 자체의 임팩트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현재 전세계 와우 이용자가 천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는, 초창기에 와우는 그렇게까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물론 인기가 충분히 있었지만,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등의 블리자드의 전작을 생각해보면...) 블리자드로서도 이 사실이 좀 의외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리니지 2로부터 비롯한다. 우리 나라의 MMORPG는 리니지 2 이후, 리니지 2를 모방한 수많은 아류작들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우리 나라의 게이머들이 리니지 2의 스타일에 길들여지는 현상을 낳는다. 그래서 우리 나라 게이머들이 와우에 적응하기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와우는 리니지 2와는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다른 게임이었으니까. (리니지 1과 2의 차이가 닭과 기러기의 차이라면, 와우와 리니지 2의 차이는 거의 비행기와 기러기의 차이다. 날 수 있다는 점만 빼곤 모두 다르다.) 두 게임은 딱 보기만 해도 일단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캐릭터의 얼굴이다. 이것이 과연 캐릭터의 얼굴인지, 괴물의 얼굴인지... 적어도 예쁘고 귀여운 것을 추구하는 우리 나라 게이머들의 취향으로선 굉장히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얼굴이다. 과연 이 캐릭터로 내가 게임을 해야만 하는가. 사실 굳이 사례를 찾아볼 것도 없이, 내 주위에만 해도 캐릭터가 이쁘지 않다고 하며 와우를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숱하게 있었다. 주로 여성 게이머들... 하지만 게임에 조금 정이 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리니지 2를 비롯한 우리 나라 온라인 게임의 수려한 외모의 캐릭터가 예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와우의, 말 그대로 Characteristic한 Character가 지니는 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순간부터, 소와 돼지와 시체 등등이 너무나도 귀엽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그 캐릭터는 진정 당신의 분신이다. 그리고 당신은 와우의 노예가 된 것이다... 아무튼, 저 징그럽고 무섭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캐릭터들은 어느 순간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게 되고, 그 순간부터는 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오히려 게임에 풍성함을 더해주는 요소로 거듭난다. (뭐 사실 이건 게임을 즐기다 보면 그렇단 얘기고, 초반에 다가가기 힘들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잠시 후 언급하겠지만, 그래서 와우 역시 타협의 길을 걷는다.) 또 하나의 거대한 차이가 바로 아이템의 귀속이다. 적어도 초창기 와우에서, 현질은 큰 의미가 없었다. 와우의 아이템에 관련된 기획은 다음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다. 정말로, 진정, 진심으로 현질은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갖고 싶으면 직접 가서 주워라. 와우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아이템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 아이템을 갖고 있는 - 혹은 사용하고 있는 - 캐릭터에게 귀속Bind되어 더 이상 거래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력한 아이템을 구하려면, 직접 던전을 돌아서 그 아이템을 손에 넣어야 한다. 귀속에는 두 가지가 있다. 획득 시 귀속과, 착용 시 귀속. 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말 그대로 줍는 순간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것과, 쓰기 시작하는 순간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것의 차이이다. 착귀 아이템 같은 경우는 그나마 거래가 가능해 현금이 흐르게 되지만, 획귀 아이템은 쓰지 않으면 그냥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아주 강력한 아이템은 획득 시 귀속이다. 그러면 이렇게 귀속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간단히 리니지 2와의 비교를 통해 생각해보자. 강력한 아이템을 구하려면? 뭐 현금 3천만원을 들여 사면 된다. ... 인던에 들어가서 직접 주워야 한다. 인던은 혼자 가는 곳이 아니므로 공격대에 속해야 하고, 공격대에 속하려면 장비 역시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한다. 그러려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인던에서 일단 장비를 맞춰야 하고, 그 한 단계 낮은 인던에 가려면 또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인던에서 일단 장비를 구해야 하고, 기타 등등... 차근차근 인던을 졸업해서 저 아이템을 주우려고 시도라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반드시 올라가야만 한다. 살 수는 없으니깐... 와우는 만렙부터 시작이라는 얘기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한다. 만렙이 되었다고 바로 최강의 공격대에 낄 수는 없으니... 이처럼 귀속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현질을 막는 역할만이 아니라, 인던을 통한 아이템 파밍이라는 새로운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가져온다. 현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던 우리 나라 게이머들에게, 이는 낯선 경험이었다. 레벨업 스타일 역시 판이하다. 단순히 사냥을 반복하면서, 사냥 속에서 다른 유저들과의 리액션을 통해 렙업을 즐기는 리니지 2의 스타일과는 달리, 와우는 퀘스트에 중점을 둔다. 퀘스트를 따라서 쭉 게임을 이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던에도 들어가게 되고, 레벨도 천천히 올라가며, 다음 사냥터로 이동도 하게 되는 식이다. 그래서 퀘스트만 잘 진행한다면 혼자서도 레벨업은 가능하도록 하며, 원한다면 다른 유저와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원하지 않는다면 혼자 해도 만렙을 찍는 데에 지장은 없다. 대신 만렙을 찍은 이후의 아이템 파밍이나, 렐름간의 PK를 통해 게임을 즐기게 한다. (물론 이 시점부터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해야만 한다. 뭐, 온라인 게임이니까...) 이 PK 역시 상당히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와우는 기본적으로 PK가 대단히 자유롭다. 적어도 종족만 다르다면, 그리고 전쟁 서버라면, 거의 언제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상대를 죽일 수 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심지어 말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별 부담 없이 서로를 죽일 수 있다. 그냥 필드에서 만나면 몹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와우의 PK는 리니지 2와 같이 하드하지 않고 가볍다. 자주 발생하지만, 아주 심각하지는 않다. (물론 가시덤불 골짜기와 같은 예외도 있지만... 그 저주받은 골짜기에서는 전투를 피할 수도 없고 가끔씩은 수백 명이 몰려오는 패싸움이 되면서 대단히 심각해진다. 하지만! 굳이 가덤에 들르지 않아도 만렙을 찍을 수 있다. 그게 포인트다.) 그들이 싸우는 이유는, 단순히 다른 종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굳이 싸우지 않아도 충분히 레벨업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리니지 2처럼 사냥이 불가능해지는 - 바꿔 말하면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해지는 -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는다. (인구간 불균형이 존재하는 서버의 경우 이것도 예외가 될 수 있긴 하다. 거의 게임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의 의도라고 볼 수는 없다. 고쳐져야 할 문제일 뿐.) 이처럼 라이트한 와우의 PK는 하나의 즐길 거리로 발전했다. 와우에서는 일대일 전투를 쉽게 신청할 수 있고, 결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일대일 대결은 물론 장비가 중요하긴 하지만, 컨트롤 실력에 따라 승부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와우는 클라이언트를 대단히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액션성에 있어서는 다른 웬만한 온라인 게임과의 비교를 불허한다. 점프와 스킬 사용, 재빠른 스텝 등의 요소들을 상당히 재미있게 활용하여 전투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 믿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누라 믿듯 클라이언트를 믿어서, 초반에는 핵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깃발을 꽂는 것으로 시작되는 와우의 결투는 대단히 유명해졌다. 여러 가지 면에서 와우는 리니지 2와는 아주 다르다. 하지만 와우 역시 리니지 2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양상을 띤다. 블러드 엘프와 같은 아름다운 캐릭터의 등장이나, 아이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게임 머니의 효용성 증대 등등. 그에 따라 국내에서의 인기 역시, 대부분의 다른 온라인 게임과 달리 동접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오히려 상승하는 곡선을 그린다.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와우가 갖고 있는 매력들이 점차 우리 나라 유저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물론 와우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 몫 했고.
그에 따라 와우는 리니지 2를 비롯한 수많은 온라인 게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고, 본의 아니게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MMORPG 시장이 레드 오션임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가 된다. (오히려 리니지 2의 아류작들보다도 더 과격하게 실패하곤 했다.) 이 시점에서 언급하고 싶은 게임이 아이온이다.
아이온은 리니지 2의 얼굴을 뒤집어쓰고 탄생한 와우의 적자이다. MMORPG의 진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시라고나 할까? 두 게임의 장점만을 계승하기를 표방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사실을, 현재 동접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사실 아이온이 등장할 무렵, MMORPG 시장의 상황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이전에 등장했던, 이른바 대작들이 줄줄이 깡통을 찼기 때문이다. 리니지 2 이후로 딱히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할 만한 MMORPG가 거의 없을 만큼, MMORPG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를 넘어 폭발 직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판단했다. 현재 MMORPG를 즐기는 유저층에서 빠져나가거나 새로 들어온다면 모를까, 더 이상 MMORPG를 즐기는 인구가 새로 유입될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아이온은 달랐다.
사실 아이온의 게임성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 판단을 내릴 만한 단계는 아니다. 아직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도 밸런싱이 이루어지는 등 여전히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만으로도, 칭찬할 만한 부분은 충분히 있다. 리니지 2를 연상케 하면서도, 보다 아름답고 섬세한 캐릭터 메이킹, 깔끔하면서도 직관적인 UI, 와우를 계승하면서도 더욱 편리한 퀘스트 시스템. (이 부분에서는 조금 논란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와우를 본받은 종족별 대립과, 어비스와 같은 PVP 시스템.
앞서도 말했듯 아이온은 아직 신생아이므로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하자. 좀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온에 대해서도 자세히 글을 써볼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든, 이 동접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 보여주는 파워만으로도 대단하긴 하다. 레드 오션이라 불리던 MMORPG 시장에 수십만 명의 새로운 유저층을 일단 끌어들였으니 말이다.
리니지 2와 와우는 대단히 대조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두 게임 모두 그 특유의 매력으로 수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였다. 애시당초 MMORPG 시장이라는 것은 우리 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장을 만든 것이 리니지 1을 위시한 초창기의 온라인 게임들이라면, 활성화시킨 것은 바로 저 두 게임이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더 이상 이 시장에서 줏어먹을 것이 없겠다고 다들 생각할 때, 등장한 것이 아이온이다.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레드 오션인 것은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또, 분명한 것이 있다. 어쨌든 잘 만들면 되는 거 같다. 필리온(phyl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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