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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화문 광장과 구민도서관 투어
-책 좀 읽으실까요?

 

2009.8.4.화요일

 

광화문 광장이 개방되었다.

 

뉴스링크

 

그래서, 오늘은 구민도서관 투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왠 뜬금없는 소리냐고? 딴지가 언제 그런거 설명해 주든? 그냥 읽으삼.

 


 
책값으로 고생해 본 적이 있는 인문계열 학생이라면 내 말을 이해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만, 대학을 다니다 보면, 학교 건물들이 죄다 책으로 보일 때가 있다. 무슨 환시 같은게 아니라, 저거 지을 돈 있으면 도서관 책이나 늘려주지... 아님 교과서를 사 주던가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다. 한 학기 듣고 두번 다시 안 볼 책들이 왜 그리 비싼지. 오호라, 지은이 란의 이름 석자는 강의 개설한 교수 성함이라, 어디서 수업종 치는 소리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공계와 인문계열의 기나긴 논쟁에 불을 지필 생각은 없다. 실험실 들어갈 기자재 하나 값으로 영문과 학생 4년치 교과서를 다 사고도 이틀치 술값이 남는다는 비교는, 어쨌든 무의미한 거다. 서로 노는 필드가 다른 거고, 좋아서 그 길 택한 넘이 남 탓할 이유도 없는거니까. 다만, 그 비싼 등록금 내고 교과서는 또 따로 사면서 정작 도서관 가 보면 학생수에 비해 턱도없이 부족한 책들을 보며 우울해진 경험은, 대학에서 책 좀 읽어보려 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광화문 꽃밭

 

며칠전 새롭게 꽃단장을 한(진짜 꽃을 깔았더라. 참나... 밟지 말란 말이지?) 광화문 광장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거 지을 돈으로 구민 도서관에 책이나 좀 늘려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기왕이면 헌법에 관한 책으로.

 

 

 

집에서 야동 보느라 가까운 구민도서관까지 거동하기 힘드신 독자제위를 위해, 혹은 복지예산 삭감으로 가까운 구민도서관에 헌법에 관한 책이 5권 이상 구비되어 있지 않은 독자제위를 위해, 오늘은 간단히 헌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왜 아까부터 구민도서관에 집착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일단, 오늘 내가 풀 썰은 학교 도서관까지 갈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굿 윌 헌팅이 아니더라도, 진짜 가까운 지자체 도서관에서 책 몇 권만 읽으면 얻을수 있는 지식들이 세상엔 널리고 깔렸다. 

 

그리고, 요즘 정부 부처 분들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잃어버린 10년(흠... 짚고 넘어가자. 이 표현,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진 이후 약 10년간 이어진 이른바 헤세 불황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일본어라고. 왜 이런 것 까지 표절하나. 쪽팔리게)을 되찾느라 바쁘신 것 같으니, 살짝 4년제 대학 교양과목 수준의 헌법 이야기나 해 볼까 해서이다. 녹두에서 벌어지는 카페인 냄새 진득한 고매한 학문이 아니라, 평생교육원 교양강좌 첫 강의로 들을 수 있는, 나 같은 무지랭이도 글질 할 수 있는 수준의 아주 간단한 이야기다. 다시 말해 상식이라고 할 수 있지.

 

그 놈의 상식이라는 게 잘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이지만.

 

 

 

일단 간단히 개념과 단어를 정리해 보자. 인간이 사용하는 단어라는 것이, 많은 경우 현상 혹은 현실을 상당히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결혼이라는 단어는 다들 아실게다. 누굴 바보취급 하냐고?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유치원생이라도 결혼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고, 중학생만 되어도 결혼이라는 개념이 사실 인간이라는 동물이 특정한 상대와만 성관계를 맺도록 스스로를 속박하는 어이없는 제도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결혼이라는 것이,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가 향후 타인과는 성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며, 두 사람이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겠다는 일견 참으로 건조한 약속이라는 사실도, 책 좀 많이 읽는 중고등학생이면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좀더 지구적인 규모로 이야기를 키워나가면, 결혼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한국에서 결혼이란 일부일처제-결혼의 주체는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이라는 확고한 틀이 존재한다. 하지만, 당장 유럽만 가도 동성간의 결혼이 가능하다. 아프리카에 가면 일처다부제나 일부다처제 따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아예 부족단위 가족생활을 하는 곳도 존재하겠지. 미개하다고? 글쎄다. 일부일처제가 문명의 산물이라면서 밤이나 낮이나 공중파와 야동을 가리지 않고 불륜물을 섭렵하는 소위 문명인과, 작은 사회단체에서 인구재생산을 분담하는 공동체 가운데 어느쪽이 더 인간다운 것인지 난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자, 결혼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설명할 자신이 있는 분, 있으신가?

 

뜬금없이 결혼 이야기를 꺼낸건, 우리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사실 우리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 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서이다. 사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처일부제 -남성과 여성간의 결혼 말고는 사회적으로 정당한 결혼을 알지못하며,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불륜 혹은 패륜이라고 알고있다. 비행기 몇 시간만 타면 그 패륜이 일상이 되어버릴 조그마한 지구위에 살면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아실게다. 그래, 사실 헌법에도 많은 종류가 있으며, 우리는 종종 그 의미를 혼동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된 이미지를 통해 헌법에 대해 잘못된상식을 가지고 그것이 전부인 양 속고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 현대적인 의미의 입헌주의 헌법은 국민이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 권력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최상위의 법이다. 요건 그냥 외워라.

 

 

저 위의 문장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는 분이 계시다면, 안타깝지만 이미 세뇌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다. 왠지 헌법이 국민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물건인 것 같은 느낌, 갖고 계시지 않으신가들? 당장 나를 포함한 남성분들은 훈련소 가는 기차 안에서 내가 씨바 왜 이 짓을 하는 걸까..라고 자문자답을 할때, 헌법에 명시된 병역의 의무를 떠올렸을 것이다. 대통령도 헌법이 보장된 임기가 있으니 못끌어내리고, 잘나신 정부부처는 다 헌법에 따라 세워지고, 납세의 의무도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헌법이라는 것, 나를 포함한 국민을 옭아매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거다.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헌법은 위에서 열거한 기능들도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통치규범으로서의 기능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인권보장이 헌법의 최대이자 궁극의 목표이고, 통치 규범은 그 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기 위해 마련된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 구민도서관에서 헌법에 관련된 책 딱 한권만 읽으면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못 믿겠으면 직접 가 보시라.

 

자, 조금만 더 딱딱한 이야기 해 보자. 왜 이렇게 헌법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거고, 나머지 자질구레한 통치규범은 다 그 목표를 위한 도구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건 현대적인 헌법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살펴보면 금방 알수 있는 이야기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헌법은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대표되는 일종의 시민혁명기에 새롭게 발명된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서, 시민혁명 이전엔 왕의 말이 법이었다. 왕이 죽어라 그러면 죽는거고, 왕이 토지 내놔라 그러면 귀족이건 농노건 닥치고 땅 바쳐야 하는거다. 그게 꼴사나워서 혁명이 일어났다. 길로틴으로 왕 목도 치고, 귀족들도 때려잡았다. 자, 다음엔 어떻게 해야할까? 자연으로 돌아갈까?

 

사람이 모여 살려면 누군가는 정치를 해야한다. 사회 구성원의 요구를 수렴해서 결과물을 내어놓고 피드백을 받는 작업을 하는 인간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근데 그 인간들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그 정치를 위해 별 수 없이 주어진 필요악적인 권력을 악용해 시민을 짓밟으려 든다. 가까운 예로 2009년 대한민국이 있느니 예시가 부족하지는 않을 거다. 

 

혁명은 했는데, 그냥 또 누군가를 권력자로 만들어 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거다. 뭔가 묘안이 없을까.

 

권력자에게 권력을 주긴 하되, 너희들, 이걸로 장난치면 큰일난다. 절대로 이 선은 넘어오면 안돼. 우리가 니들 주인이야, 알어? 국민이 주인이라고. 통치라는게 필요하고,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어쩔수 없이 권력이 필요하니까, 너희들에게 잠시 이걸 맡기긴 하지만, 이걸로 삽질하면 다 엎어버릴 줄 알어. 뭐, 죽이진 않겠지만, 니들 손에 쥐어준 권력은 언제든지 뺏어버릴 수 있는 거니까, 각오하라고 뭐 이렇게, 지대로 협박을 해 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걍 협박만 하는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일종의 족쇄를 채워놓을 필요성은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던 거다.

 

자, 요기까지 읽고, 대한민국 헌법 제1조 한번 보자.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감이 좀 오시는가?

 

아마 한국의 모든 법조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조항일 헌법 1조 2항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역사적 고찰과 국민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온 명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이야기들이 저 한 문장에 다 담겨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부당하게 짓밟혔고, 투쟁했고, 그 결과 겨우 우리의 권리를 우리 손에 넣었다. 하지만, 현대적인 인간사회를 유지할려면 정치라는 것은 꼭 필요하고, 그 정치에는 권력이 따른다. 누군가에게 권력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떻게 할까?

 

족쇄를 채우는 거다. 우리가 니들의 주인이다. 우리의 권리, 인권을 짓밟으려 든다면, 큰 코 다칠 거다라고. 정치라는 것은 사냥개 같은거다. 매우 빠르고, 강하고, 효과적이고, 무섭다 .왜 무섭냐고? 지 배고프면 주인 씹어먹을 맹견이니까. 근데 사냥해서 밥 먹고 살려면 사냥개는 필요하다. 어떻게 할래? 튼튼한 쇠사슬로 목줄을 만들어 묶어두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길들여서 써야지 안 굶어죽을 테니. 그 쇠사슬 이름이 헌법 인거다.

 

요기까지, 딱 책 세권 요약하면 알 수 있는 이야기다. 구민도서관은 참 좋은 곳이다.

 

 

 

구민도서관에선 덤으로 이런 이야기도 알 수 있다.

 

메가바이트 퇴진운동이 일어났을때, 영삼옹께서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임기가 있는데... 완전히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는 막말을 한 적이 있다. 역시 교양이 없으면 인간은 용감해 질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이야기 잘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헌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국가권력자에게 이걸 지켜라!라고 명령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다. 국민들이 권력에 짓밟힐 위기에 빠졌을때 마지막 보루로 등장하는게 헌법이란 말이다. 당연히, 권력을 가진 자들은 헌법을 준수할 의무는 있어도, 국민에게 헌법을 지켜라라고 강요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이야기라는 거다. 고까우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든가.

 

그럼 병역도 생까도 되겠네? 라는 논리는...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이 이야기 하자면 또 할 말 많아지니. 난 모병제로 가는게 좋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만, 그렇다고 무작정 병역거부를 조장할 생각도 없다. 기본적으로 현 상황에서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이라는 체제 자체를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있으니.

 

여튼, 영삼옹의 저 대대적인 헛소리가 얼마나 퐝당한 것인지는, 잠시 설명을 해 두도록 하겠다.

 

권력자가 국민의 버릇을 고쳐놓을 수 있는 헌법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라? 왜 말을 살짝 바꾸냐고?

 

이거 이야기 할려고 인문학 좆도 모르는 티 팍팍 내면서 저어기 위에서 결혼 예를 든거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헌법은, 입헌주의 헌법이다. 이걸 잊으시면 안된다. 암기하라 그랬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가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지할 것은 입헌주의 헌법으로서의 대한민국 헌법이다. 결혼으로 치면 일부일처제 쯤 된다. 그리고, 영삼옹이 이야기하는 것 같은 아아주 넓은 의미의 실질적인 의미의 헌법이라는 개념도 사실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유지하고 있을 부족단위 가족생활 처럼 일처일부제-그러니까, 입헌주의 헌법과는 내용면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의미의 개념이다. 비슷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예 다른 거라고.

 

무슨 소리냐면, 헌법의 의미를 국가통치의 기본법으로 넓게 해석하면, 사실 사람이 세명 이상 모여 산 역사상의 모든 국가에 다 헌법이 존재했다는 의미가 된다. 메소포타미아? 말하면 잔소리지.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고 딱 세줄 법을 만들었다는 그것도, 이 개념으로 해석하면 헌법이다. 조조와 루이 14세는 걸어다니는 헌법이었다. 조선시대 경국대전? 당근 헌법이지.

 

여기에 트릭이 존재한다. 바싹 긴장하셔야된다.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 이야기하면서 경국대전을 들고 나왔을때 조그마한 상식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대경실색 했던 것든, 그들의 배포가 아니라 이정도 트릭으로 국민들을 속일수 있겠지라는 오만함에 대한 순수한 경악이었다. 고등학교때 경국대전은 조선왕조의 헌법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 암기시켜 놓고, 이제와서 경국대전과 현행 대한민국 헌법을 일맥상통하게 해석하려 드는, 그리고 그것으로 국민을 속일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 국민들이 부족단위 그룹섹스와 일부일처제도 구분 못할 것이라는 저 비열한 믿음.

 

흔히 수구꼴통으로 분류되는 자들이 국가 권력에 대한 맹종을 요구할 때, 그들이 언필칭 헌법에 명시된 어쩌고 썰을 푸는 것은, 이렇게 코미디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악-수단으로서 통치의 개념을 해석한 입헌주의 헌법의 기본도 모르는, 그야말로 무지가 빚어낸 희극. 영삼옹의 저 일갈은 사냥개가 주인에게 이것 봐. 내 쇠사슬. 멋지지? 무섭지? 내말 들어라고 짖어대는 격의 사차원적 막말이라는 것과,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모르는척 하는 사람들의 저 위대한 삽질.

 

우리들이 구민도서관으로 달려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존재하는 거다.

 

 

 

광화문 이야기 하려다가 헌법에 대해 지나치게 긴 썰을 풀었다. 이제 마무리로 옛 이야기 하나 하고 오늘 장사 접자.

 

사실 내가 오늘 필 받아서 너부리 편집장이 쓰라고 말도 안한 글을 쓴 이유는, 저어기 위해 소개한 뉴스의 인터뷰 장면이 참 서글퍼서였다. 언필칭 한국의 정부 관계자라는 자가, 광화문 광장에는 미 대사관 같은 주요시설이 있으니, 시위는 되도록 허가를 못하겠다라고?

 

미 대사관 말이지...

 

한 90년정도 전에 (3.1운동 일어났을 즈음에) 미국에서 활약한 홈즈 대법관이라는 분이 있다. 인권에 관한 여러가지 판례를 많이 남겨서 법 공부 하려는 사람들의 공공의 적으로 분류되는 그는, 이중의 기준이라는 이론을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블 스탠더드... 니가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 같은, 그 어떤 개념 무탑재의 이론으로 들리지만, 사실 참 좋은 이야기다. 찬찬히 들어보시라.

 

인권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근데, 이걸 딱 두개로 나눠서 정신적인 인권(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뭐 이런거)과 경제적인 인권(간단히 말해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권리 정도로 생각하자)으로 구분했을 때, 이 두가지를 똑같이 대접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는 것이 홈즈 대법관의 생각이었다. 경제적인 인권은, 너무 자유롭게 풀어주면 부익부 빈인빈 부터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국가가 좀 강하게 규제를 해도 된다. 근데, 정신적인 인권, 그니까 언론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 같은 것은, 한 번 규제를 해 버리면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통해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가 대단히 힘든 물건이다. 그러니까, 국가가 정신적인 인권을 규제할 때는, 경제적인 인권을 규제할 때 보다 훨씬 큰 필요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함부로 규제하면 안된다고.

 

글 쓰다보니 참 서글퍼진다. 100년 가까이 전에 미국에서 이미 판례로 나온 이야기다. 정신적인 인권은, 한번 규제가 되면 원상복귀가 힘드니, 함부로 규제하면 안된다. 시위나 집회의 자유는, 다른 권리-예를 들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 같은 그런 권리-보다, 더 소중한 것이니,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광화문을 틀어막으면서, 시위는 원천봉쇄를 하면서 그들은 이야기한다. 미 대사관을 지켜줘야 한다고.

 

언제 다시 돌아갈 지 모르는 고국 소식이다. 가끔은 좋은 소식도 들렸으면 하는데, 영 맘대로 안되는 요즈음이다. 분수에서 뛰노는 아이들. 걔들이 무슨 잘못이겠냐.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 분수를 만들고 꽃을 깔고, 이 시설을 지켜야 하니 시위 하지 말라는 저 썰을 들으면서, 그걸 보고 별로 분노하지 않는 우리들을 보면서, 참 착잡한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고싶다.

 

당신들, 그렇게 살면 재밌수?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