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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척 매뉴얼 번외편] 신화는 없다

 

2009.8.5.수요일

 
 

 나도 각하를 모른다.

남들이 왜 이명박을 욕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설명 대신 
그렇게 당연한것을 왜 모르느냐. 한심하다. 는 답만 돌아온다.
이러면 나는 아무 이유 없이 반감이 생긴다.

이 글은 내가 이명박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는 과정에서 쓰여졌다.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각하를 알게 되면
깔 거리가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어디 가서 각하를 까기 전에 이 매뉴얼을 참조.
각하의 장점과, 모순과, 변화를 거론해가며 까기 시작하면
의식과 주관을 갖춘 사람으로 위장할 수 있으니
그 비판에 훨씬 무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건 별로 내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각하의 저서.


이명박은 정치인이기때문에
2중 3중 왜곡 및 편향된 신문기사로는 이 사람을 알기 힘들다.

한국에서 어떤 사건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선과 한겨레를 섞어서 보는게,
한국발전리뷰와 프레시안을 같이 보는게 필요하다.

이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진술한 동시에
예전 글, 그리고 자전적. 수필적 글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보 홈피에서 검색을 했더니

 

 

일단 저 대표작과 최근작은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네.
그런데 저 대표작의 목차를 봤더니

 

 

 


아 동기부여리더십이래.
이런 처세서적을 볼려는게 아니고.


저자가 이명박인 책의 목록을 전부 검토.

 

 

최근작인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
가장 진솔하게 썼을 듯한 어머니
최대 업적인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그리고 각하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전에는 대학생들 사이에 베스트 셀러였을 법한
그 유명한 신화는 없다를 선택했다.

 

 


그러나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책 네권을 주문했지만, 다른건 다 당일배송가능한데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만 4일후 배송 예정이다.

거기에 주말이 걸려서 1주일이 날라간다.
부랴부랴 서점에 전화를 했다.


"제가 책 네권을 주문했는데, 그중 한권이 4일후 배송이거든요.
 근데 거기에 묶여서 네권 전부가 4일 뒤에 배송됩니다.
 혹시 앞의 세권만 먼저 분리배송 가능한가요?"

"네. 고객님.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저자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 외 3권 주문한것 맞으십니까?"


...손발이 오글거렸다.
안내원의 목소리에,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대체 무슨 책을 주문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저자 이명박, 신화는 없다 외 3권 주문한것 맞으십니까?
저 질문을 들으면,누구라도 부인하고 싶어진다.

아니에요. 이 책은 내가 보려고 사는게 아니라
우리 형이 사달라고 부탁한거에요.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번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번 부인하리라."


- 마가복음 14장 30절 -

 
 
각하를 알기 전부터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네; 맞습니다."

"네 고객님. 하지만 오늘(목요일) 내로 발송은 힘드시구요.
 내일(금요일) 중으로 발송하면 토요일이나, 월요일쯤 받으실꺼에요."

"오늘 중으로 발송이 안되나요?"

"네 고객님. 그건 좀 힘드실겁니다."


나는 한숨을 쉬며 혼잣말처럼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러면 곤란한데... 내가 이 책이 빨리 필요한데..."


"네;; 죄송합니다 고객님;;;;"

안내원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는듯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같이 책이 도착했다-_-


목요일 발송은 불가능하고. 금요일 발송하면.
토요일이나 월요일 받게 된다더니
한숨;; 한번 쉬었더니 금요일 새벽;;에 책이 집에 도착했다.

대체 나의 깊은 한숨;;과
이러면 곤란한데라는 멘트를
안내원이 무슨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일까.
 

 
 
각하는 지켜보고 계시다.
 
이것은 은혜일수도, 공포일수도 있다.
 
 
 
 
혹시 안내원 및 택배기사님들이 착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만
전 그냥 각하의;; 책을 주문하면서
빨리 받아야 한다고 나지막히;; 한숨;; 쉰 것 밖에 없어요.



 독서.


보통 나는 책을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는다.
또는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것을 참 좋아한다.

그러나.
 

 

이따위-_- 표지의 책을 공공장소에 들고 다니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내가 무척 잘 알고 있다.
여러번 볼 책도 아닌데 포장하기도 귀찮고


한국에서 이명박 자서전을 들고다니는건
이슬람국가 시가지를

 

 



이따위 패션으로 활보하는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도둑질하듯이 잽싸게 꺼내
표지의 얼굴;과 이름;을 왼손으로 가리고 읽었다.

이 책을 들고 다니니까 피서가 따로없다.
특히 서울역과 시청 부근을 지날때가 가장 시원했다.


저 책을 들고 도서관에 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책 읽다가 자리에 놓고 화장실 갔다 오면
책상에 커터칼이라도 꽂혀 있을까봐.

이런 놈에게는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이 내 소지품을 몽땅 훔쳐갈까봐.


각하를 알겠다는 용기를 내기가 우선 힘들었는데
그 용기를 실천하기는 수십배 어려웠으며
다소 역겹기까지 했다. (아 표지 디자인 좀)

그러니 각하를 알려 하지 않고
그냥 욕만 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편하게 이 매뉴얼을 참조하시라.



 각하의 밝음.


조순도 그렇고 이주일도 그렇고 유인촌도 그렇고.
정치판에 끼어드는 순간
이들이 일생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다.

그러나 이들이 정치판에 끼어들기 직전까지 일구었던
수많은 업적과 능력까지 무시하는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해.

각하께서는 찢어지게 가난한데서 맨몸으로 시작하여
최단기간에 샐러리맨의 전설을 이루어내셨다.
아무리 미워하는 자라도 그 장점은 배워야 하지 않을까.
북한이 미 제국주의 원쑤의 언어를 배우는데 큰 투자를 하듯이.


이 점에 있어서는 각하를 벤치마킹하더라도
결코 이명박을 쥐박이라고 부르는 논리를 훼손함이 없다.

이 사람은 정치판에 뛰어들기 전의 이명박이다.
이름이 같을 뿐, 우리가 아는 이명박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니까.

이 명박과 그; 명박은 마치

 

 

 
"우리 여보야 발이 이렇게 이뻤구나~"
 


이 알렉스와

 

 

"에미를 안고 효도를!"

 


이-_- 알렉스만큼의 차이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고등학교 배구 팀이 경기를 벌이면 한국이 늘 이긴다. 그러나 성인 배구 경기에서는 한국 팀이 진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은 고등학교 선수나 일반 선수나 기술이 같다. 반면, 일본은 고등학교 선수들에게는 기본기만 가르친다. 기본기만 배운 일본 고등학교 선수들이 성인 선수와 똑같은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는 우리 고등학교 팀에게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본기를 철저하게 익힌 일본 청소년 선수들은 그 기본기 위에서 A퀵이니 B퀵이니 하는 시간차 공격 기술을 가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고난도 기술을 익히느라 기본기는 자연 소홀할 수밖에 없다. 기본기가 없는 기술은 곧 바닥이 드러나고 만다. 우리 성인 배구 팀은 그래서 일본에 지는 것이다.
회사에 들어간 사원도 마찬가지다. 한국 고등학교 배구 선수처럼 해서는 안 된다. 일본 청소년 선수들처럼 원리 원칙에 입각한 기본기를 철저하게 닦아야 한다. 사원, 대리, 과장의 계단을 밟는 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걸 보면 굉장히 유능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곧 바닥이 나고 마는 고등학교 배구 선수의 기술이다. 
사원 때 유능하다가도 부장이 되고 나면 맥을 못 추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고 기술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우선 기본기를 투철히 익혀라. 그래야 그 바탕 위에서 자유롭고 능란한 융통성이 발휘된다.

 
249~250면
 



사원 때 유능하다가도 부장이 되고 나면 맥을 못 추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무능해지는 단계까지 승진한다."

- 피터의 법칙 -
 


그 유명한 피터의 법칙의 이유를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한다.


머릿속이 뻥하니 뚫린듯 하지만
병장;시절에 뼛속에 새긴 융통성과 요령을 어떻하면 떨칠수 있으려나.
폄하한다면, 이건 각하가 면제라서 깨달을 수 있었던 점인지도.


동료가 아닌 기업주를 경쟁 상대로 삼아라. 기업주처럼 생각하고, 기업주처럼 일을 찾아다니고 그것을 장악하라. 그리고 기업주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

 
253면
 


기업주처럼 일을 찾아다니고 그것을 장악하라.
그리고 기업주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

여기에는 그리고 사원의 월급을 받아라.가 슬그머니 생략되어 있네.

설마 그걸 참으면 기업주가 될 것이다. 도 생략되어 있는거겠지.
만약 그걸 참으면 짤르지는 않으마. 가 생략된거라면 좀 억울하다.


일을 장악하는 것은 곧 시간을 장악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다섯 시간 만에 해치우는 일을 다른 사람은 열 시간 만에 끝낸다면, 뒤의 사람은 그 일을 장악했다고 해도 시간까지 장악하지는 못한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그 일에 진 것이다. 나를 흉내 낸다고 새벽같이 회사에 나오고 밤늦게 집에 가는 사람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는 병만 난다. 말단 사원일 때는 열심히 일하다가 승진하고 나면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을 손아귀에 넣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장님은 늘 바빠서 운동할 시간도 없을 텐데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십니까?"
이것도 내가 자주 받은 질문 중의 하나인데, 나는 이 질문을 이해 할 수가 없다. 나는 바쁘기 때문에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일과 시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은 테니스를 친다. 클래식 음악도 틈을 내서 즐기고, 그 바쁜 해외 출장 중에도 집의 아이들과 꼭 통화를 한다.
바쁜 사람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261~262면
 


분명히 CEO들이 돈은 많지만 나같은 놈보다 훨씬 바쁠텐데.
CEO들이 나보다 취미도 다양하고, 나보다 운동도 많이하고.
나보다 여행도 많이 가고, 나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잘 논다.

나는 돈도 없지만 이상하게 시간도 없네.
항상 "바빠서..." 라는 핑계로 모든 것을 미뤄버린다.

CEO는 돈은 넘쳐나지. 하지만 시간이 존나게 없어.
그러나, 그들은 시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루는게 아닐까.

이건희가 나보다 바쁘면 백배는 더 바쁠꺼다.
그러나, 이건희는 시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저 바쁜 와중에도 취미생활을 확실하게 즐기는거지.


각하께서 시간을 장악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안써주셔서 아쉬워.
그거 알면 진짜 우리한테 실질적으로 도움될텐데.

잘은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대로
우선 순위에 따라 계획적으로 행동하라는 말 같아.
3년전에 사놓고 잠시 보다가 던져놓은
코비 박사의 책을 다시 한번 꺼내봐야겠다.


"내일 소풍 가지? 준비는 다 됐어? 김밥을 싸겠구나. 누가 싸지?"
"김밥은 아줌마가 싸요."

"그래? 엄마 좀 바꿔라."

아내가 전화를 받아도 나는 애들 김밥 정도는 당신이 싸줘야지라는 간섭을 하지 않는다. 날씨와 계절에 관한 가벼운 얘기만 하고 끊는다. 그리고 나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해 본다.

"아빠가 전화로 뭐라고 하시던?"
"응, 아빠가 내일 소풍 잘 다녀오라셔. 그리고
김밥 누가 싸냐고 해서 아줌마가 싼다고 했어."
이렇게 되면 아내는 다른 일을 제쳐 놓고 김밥을 싼다.

 
287~288면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누구에게도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순탄하게 성취하는 화술을 가졌다.


나는 아이들이 사귀면 좋을 친구들 이름을 대면서, 그 친구와 요즘 잘 지내는지, 그 친구의 부모님은 잘 계신지를 물었다. 그 친구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한 한 많이 해준다.
아이가 만나는 애들 중에 나쁜  아이는 이름도 꺼내지 않았다. 자연히 아이는 내가 안부를 묻는 친구하고만 만났고, 그것도 자신 있게 만났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아이로 하여금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가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88~289면
 


누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진다.

"The Secret" 이 출판되기 10년도 훨씬 전에
각하께서는 "The Secret" 의 논리를 알고 계셨다.




 각하의 분명함.

박통 시절에 명문대를 다니고 학생회 활동을 한다면
좋든 싫든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되는것 같다.
그들은 학생운동 참여 후 정치계로 직행하면서
항상 민주화 투사였다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각하는 자신의 학생운동 시절을 회고하며
남들이 잘 지적하지 않는 다른 점을 지적한다.


이 무렵 학생회장 출마자들의 선거 운동은 버스를 대절해 판문점을 견학하는것이 큰 행사였다. 그러나 막걸리값도 없는 나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68면
 


근처 대학 도서관에 책을 보러 갔을때
마침 그때가 선거운동 기간이었다.

선거운동원들 수십명이 단체 후드티를 맞추고
단체선거운동에, 음악에 맞춰 단체율동을 하는 것이 나에겐 신기했다.
학생회장 후보가 없어서 학생회가 구성조차 안되거나
단독 출마해서 찬반투표나 하는 학교를 나왔거든.

총천연 칼라로 인쇄소에서 인쇄한 선거 포스터도 이색적이었다.
동아리방에 쪼그려 앉아 전지에다 매직으로 쓴 선거 포스터만 봐왔거든.


저 포스터를 만드는 돈. 단체 후드티를 맞추는 돈은
대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갚아나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륙백만원에 이르는것으로 발표했다면
실제 쓴 돈은 그 배가 넘는게 정치판의 상식이다.
그리고 그 학생회의 선거운동은
학생회라기보단 정치판으로 보였다.

학생회장과 부회장 후보가 1년 내내 뼈빠지게 과외 몇탕씩 뛰었고
그 돈으로 총학생회 선거비용을 지불하는거라면 좋다.
이해는 많이 안가지만, 뭔가 신념이 있는거겠지.


그런데 최근 그 학교 총학생회 간부가
학교 식권을 위조해서 판매했다는군.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606009022

학생회 간부가 저렇게 타락한 것을 보면,
학생회 선거운동비는 과연 순수하게 나온것인가.
라는 데에까지 당연히 의심을 품게 된다.


혹시 정치인을 닮아, 교외 업체에 이권약속을 하고
선거 운동비를 지원받는건 아니겠지.

과외비도 아니고, 지원받는것도 아니라면


학생 운동은 순수한 열정에 바탕한 문제 제기에 그쳐야지, 그것을 해결까지 하려면 문제가 생긴다. 문제를 제기할 권리는 당연히 학생에게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따로 있다.
학생 운동을 직업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나는 감옥에서 생각했다. 학생 운동을 정치인이 되기 위한 경력 쌓기로 이용하는 것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78~79면
 


장래 정치생활에 대한 투자의 성격인 것인가.
사실, 안마열사 등을 보면 학생 운동도 일종의 직업으로 보인다.


각하는 학생운동의 대선배이셨으나
그 당시 동료중 각하만 정치를 직업으로 삼지 않았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볼지, 부정적으로 보아야 할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분명한건, 학생운동의 대선배인 이명박은 노무현과

 

 


그 정치적 시작은 어쩌면 비슷했던 것인지도 몰라.


그러나 그 이후에 각하의 생각은
일반 정치인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민주화운동의 투지는 감옥 안에서 더 단단해졌다. 법정에 나가면 야당 정치인과 종교인, 법조인, 문화인, 그리고 학생들이 나와 열렬한 지원을 보냈다. 영웅이 된 기분이었다. 

당시에는 영웅이 된 기분으로 민주화운동의 투지를 불태웠을테고

반독재 투쟁을 하는 인사들은 우리를 영웅으로 만들어 얼어붙은 정치 상황을 뚫어 보려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거물 정치인들이 형무소를 찾아와 어린 영웅들을 격려했다. 감옥에 갇혀 있는 학생들은 사회의 지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스스로 소영웅주의에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현재도 그러고 있는 사람이 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감옥 안에서 숨져 간 독립투사, 애국지사들에 견주어 볼 때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음을 깨달았다. 정부의 잘못된 굴욕 외교에 반대한 것은 나 이전의 투사들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것이었다. 나라의 잘못을 비판했다고 모두 애국자가 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젊은 세대의 당연한 의무였다. 그것은 영웅주의로 미화되거나 과장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75~76면

 


정치인들이 툭하면 열사나 투사입네 하는 판이니
요즘 세상엔 열사나 투사가 너무 많아서 진부하다.

그런데 애국지사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니 신선하네.
영웅주의로 미화되거나 과장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남의 일도 아닌, 자신의 일에 대해 저렇게 말하는것도 대단하네.

박통 시절 한일 굴욕 외교에 대한 학생운동하다 구속당했으면
보통 그걸 빌미로 손쉽게 정치판에 취직하지 않나.


대학을 졸업하고 몇 군데 회사에 입사 시험을 치렀지만 번번이 2차 서류 전형이나 면접에서 떨어졌다. 나는 자유롭지도 못했고, 들어가 일할 데도 없었다. 학생 운동을 같이했던 동지들은 벌써 정치판에 들어가 있었다. 갑자기 세상이 사막처럼 황량하게 느껴졌다. 나의 전력이, 정확하게는 국가가 나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다.

 
87면
 


그때는 저랬으니
솔직이 정치판 말고는 취직할 데도 없긴 했겠다.


나는 한번 정면으로 부딪혀 보자고 작정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편지를 썼다. 수신인은 대통령 박정희였다. 나는 편지에다 먼저 내 전력을 밝히고 학생 운동의 순수성과 그 충정을 토로한 뒤, 사회에의 진출을 막는 당국의 처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며칠 뒤에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민정 담당 비서관 이낙선씨였다.
...
한참 후에 이낙선씨는 내가 딱했던지 색다른 제의를 해왔다.
"국영 기업체나 해외로 유학 갈 생각은 없나? 한번 밀어 보겠다. 길은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 민간 기업인가?"
나는 국영 기업체나 해외 유학은 떠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식으로 한때 적이었던 정부가 내미는 당근을 덥석 받을 수는 없었다.
...
헤어지기 전 그에게 나는 마지막 한 마디를 던졌다.
"한 개인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길을 국가가 가로막는다면 국가는 그 개인에게 영원한 빚을 지는 것입니다."

 
90~91면
 


이렇게 해서 각하는 학생운동의 전력을
박통 시대에 극복하고 취직했다.

사실, 각하의 운동권에 대한 지적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도 완전 틀린 말은 아닌듯하다.


학생운동에 대해서는 독자의 취향에 따라
그 호오가 갈릴 만한 말을 했지만.
어느 측의 입장에서 봐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지 않을까.

그 호오가 갈리긴 갈리겠지만,
극명하게까지 갈리진 않을듯한데.


 각하의 막힘.

그러나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의 얘기로 들어가면
각하께서는 참으로 숨통이 턱턱 막히는 말씀을 하신다.

나는 여한없이 일했다. 일하고 또 일했다. 적도의 밀림에서 열사의 사막, 그리고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온 지구를 누볐다. ...그 성장의 한복판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나는 무한히 감사한다.

 
16면

 
일하고, 또 일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무한히 감사한다고 한다.
이런 분께는 임금인상 요구를 할 용기도 나지 않는다.

"임금을 올려 달라고? 
 일하고 일할수 있던 것만으로 무한히 감사해야 하지 않나?
 ...알았네. 일할 수 없게 해 주지."

라는 말이 바로 달려들것같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지시였다 하더라도 기업주가 요지부동이면 결국 승복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해냈을 것이다. 그것이 기업인의 자세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27면
 


아무리 비현실적인 지시라도 시키면 반드시 해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인의 자세라고 확고히 말한다.
이런 분께는 무슨 새로운 건의를 할 용기도 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의 도움이나 바라고 있다면 평생 그 가난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47면
 


이런 분께는 무슨 직원의 복지에 대한 요청을 할 용기도 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이런 사장이 있는 회사에는
별로 취직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지원하던 중기사업소는 전쟁때 무기를 만드는 병기창 이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야만 했다. 보다 강한 규율과 긴장감이 필요했다.
출근 시간을 7시에서 6시로 앞당겼다. 요즘의 근로자들, 특히 노조 간부들이 들으면 대경실색할 일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침 6시에 운동장에 집합시켜 맨손 체조를 10분간 하고 20분동안 서빙고 공장 둘레를 돌아오는 구보를 하게 했다. 정신이 번쩍 든 뒤에 작업에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114면
 


그래. 참으로 훌륭한 회사야.
한국의 발전을 위해선 저런 회사, 저런 CEO가 필요해.
하지만 난 저기에 취직 안할거야.


"우리 여직원들은 6시 출근이 너무 힘듭니다. 남자들은 세수만 하고 나오면 되지만, 우리들은 화장을 하는 데만 최소한 30분이 걸립니다. 남자들보다 30분 늦게 출근하게 해주십시오."

물론 무개념의 여직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이건 무개념이라기 보다는
살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보고 싶다.

여기에 대해 각하는 뭐라고 하시느냐.

나는 흔들릴 수가 없었다. 
"남자들 퇴근이 보통 저녁 9~10시인데 여러분은 보통 저녁 7~8시에 퇴근하니까 저녁에 시간이 많이 남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유가 있는 저녁 시간에 기초화장을 해놓고 자면 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이만 닦고 나오면 예쁜 얼굴도 유지하면서 남자들과 함께 일과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직원들은 기가 막혔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가 버렸다.

 
114~115면
 


아 씨바 할 말을 잊었습니다-_-
물론 저 요구가 무개념일 수도 있지만, 거부한것도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저 멘트;는 다소 너무하지 않습니까.


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 이유를 우리가 태어난 땅,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찾는다.
이 땅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과 같다. 돈 많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와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차이점과 같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병이 나면 치료도 해 주지만, 우리가 태어나 살고 있는 이 땅은 선진국이 아니다. 말이 금수강산이지 자원도 없고, 땅도 넓지 않다. 게다가 분단까지 되어 있다. 잠을 적게 자고 더 일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260~261면
 


저어, 더 일하는건 그렇다 치고 꼭 잠까지 줄여야 합니까.
잠을 적게 자고 더 일하면 뭘 할 수 있나요.


"건설 회사가 뭐냐? 건설 회사는 종합적 사업이야. 건설에 성공한 사람은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어."

 
138면
 


그렇지만 아이팟이나 구글같은건 못만드실것같은데요.


각하같은 CEO가 진두지휘하는 회사는 필요하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그러나, 난 그 회사에 취직하고 싶지는 않다.

어딘가 나랑 상관없는 곳에서, 꾸역꾸역 일이나 해 주렴.
내가 멀리서 박수는 쳐 줄 수 있어.
수고해. 조국의 발전을 위해서.

이런 이유로 난 이제 각하가 약간 무서워진것같다.



 각하의 진정한 무서움.


본격 정치 얘기로 들어가면
각하의 사고방식은 40년전 기준으로도 하드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당시 데모를 주도하는 학생들의 목표나 논리는 모호했다. 운동 주체 몇몇을 빼고 나면 부화뇌동하면서 데모를 즐기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박통 시대에도 데모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고 보시면
지금의 그 하드한 언행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그려.

나는 학생이긴 하지만 냉엄한 사회 현실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어서 학생 운동을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조감할 수 있었다. 비싼 학비를 내가며 다니는 학교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도 되는 건가, 학교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야 한다. 학생 데모는 길거리의 실업자, 부랑자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뇌관 역할에 그치는 경우도 많았다.

 
67면
 


박통 시대에도 학생 데모가 단순히
길거리의 실업자, 부랑자들을 폭발시키는 뇌관이었다고 보시면
역시 지금의 언행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그려.

그러나, 박통 시대에도 그랬다고 보신다면
지금의 시대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지가 무섭습니다.


당시에 야당과 여당, 정부 내 고위 간부들 대부분이 극심하게 반대했다. 일부에서는 대원군이 경복궁을 짓다가 망했듯이 박정희도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다가 망할 것 이라는 저주어린 반대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고속도로를 구경한 사람조차 드물었다.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만들어 본 현대의 경험이 크게 기여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고속도로는 물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산업화를 촉진시켰고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여 경제 개발 계획의 성공에 기여한 공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의 성공에 대해서는 아무 할 말이 없지만

오늘날 그러한 투자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시 지도자의 선견지명과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111~112면
 


오늘날에도 그런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건
아, 14년전부터 대운하를 꿈 꾸고 계셨던건가요.

당시 지도자의 선견지명과 의지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건

 

 


14년전부터 박통을 롤 모델로 삼고 계셨던건가요.


이 시대에 박통 2세가 되어, 경부고속도로 2세를 만들려고 한다.

다들 반대하겠지만 니깐놈이 뭘 알어.
 닥쳐. 해보면 좋아. 내가 알어. 나 비슷한거 옛날에 하는거 봤어.

이 당당한 포부도 무섭습니다만
뭐 진짜 해보면 좋다면 괜찮습니다.
진짜로 해보면 좋다면.


하지만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이 재벌의 언론 소유를 비판하지만, 저는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 굉장히 다음 내용이 궁금했거든.
재벌의 언론 소유가 어떤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삼성이 언론을 가지면 그만큼 기업을 이해하는 언론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145면
 


저 이해;;라는 한 단어가
얼마나 긴 문장을 대체하고 있는 것일까.
대충 헤아려 보아도 책 한권은 넘을것같은데.

각하의 저 요약력이 무섭습니다.


노태우정권 말기에 당국은 1천 6백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세금을 현대에 추징해 경영을 압박했고, 정 회장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 억울하게 세금 1천 6백억원을 무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정치를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효과 있지 않겠는가, 그 같은 맥락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24면
 


정치를 하면 -> 세금 천 6백억원을 안내도 될것이라는.
저 화살표 안에 생략된 문장 역시 수백줄은 될것같은데요.

각하의 이토록 심플한 논리 구조도 무섭습니다.



 각하의 모순.


앞 뒤를 여러번 돌아가면서 읽다 보면 좀 모순되는게 보여.


중기공장의 기능공으로 좀 넣자는데 사장 사모님의 백으로 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세상 누구의 백으로 들어간단말인가, 부인은 이 정도로 생각하고 간절하게 부탁했을 것이다.
내 생각은 분명했다. 나는 우리의 기준에 맞는 사람을 우리가 필요로 할 때에 뽑아서 쓴다는 원칙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장 부인뿐만이 아니라 내 고향 사람들, 친척들의 부탁도 모두 물리쳤다.

 
122면
 


절대로 뒷빽같은건 안된다던 분이, 모두 물리쳤다는 분이


"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우리 아들 취직 좀 시켜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취직도 하고 해외에도 나갔으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239면
 



취직과 해외 근무 정도;;라면 흔쾌히 들어주시고


...현대에서 평생을 근로자로 일해 온 저를 봐서 사장님께서 제 자식을 특별히 봐주실 수 없는지요. 회사 규정에도 없는 사사로운 부탁이라 한없이 죄송스럽습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가슴이 뭉클했다. 열사에서 날아온 편지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회사에서 근로자로 평생을 일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 나는 그 아들을 불러 시험에 응하도록 했다. 과연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기능을 살펴보니 충분히 입사할 자격이 있어 그를 채용시키도록 했다.

 
243면
 



성적은 좋지 않았는데 내가 보아;하니
충분히 입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시는데다


가끔 집으로 나에게 어려운 일을 부탁하는 전화가 걸려 올 때가 있다. 나는 언젠가 아이들이 듣고 있다는 걸 깜빡 잊고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혼난 적이 있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한번 말해 볼게. 그래도 안 되면 그 윗선도 있으니까......"

 
290면
 



어려운 일을 부탁하는걸 이제 대놓고 뒷전화를 하신다.
이거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절대 뒷빽같은거 용납 안하겠다던 분이,
모두 물리쳤다는 분이 같은책 앞뒤에서 이게 뭡니까.


그런데 회사라는 곳에 와서 보니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조직의 관료화였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사 눈치를 보며 의자에 눌러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일반적인 풍조였으나, 나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곧 사원들에게 앙케트를 돌렸다. 관료화가 야기하고 있는 조직의 경직성, 비효율성에 대한 사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응답은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나는 설문 결과를 상부에 보고했다.

 
93면
 


아 그게 진짜로 낯선 풍경이셨습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이거랑 아까 말한 잠을 적게 자고 더 일해야 한다
랑 맞아요 안맞아요.

아까 말한 남자 직원들은 9~10시에 퇴근하는데
여자 직원들은 7~8시에 퇴근하니까 시간이 많이 남을꺼다.
라고 갈구던거랑 맞아요 안맞아요.

그럼 맞아야돼요 안맞아야돼... 아닙니다 각하 아닙니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일을 하실때 얘기를 보니까

"듣던 대로 당신은 혁명을 위해 온몸을 던져 일하고 있는 것 같다. 남자로 태어나 나라를 위해 신명을 마쳐 일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러고 나서 와하브는 말을 이었다.
"나는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밖에 안 잔다. 조국의 새로운 건설을 위해 일하다 보니 그래도 시간이 모자란다. 지금도 아주 귀중한 시간을 쪼개 당신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오늘까지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다. 어쩌면 당신과 공통된 그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
"당신은 민간인인데 왜, 무엇 때문에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자면서 일을 하는가?"
와하브는 흥미를 나타냈다.



조국의 새로운 건설을 위해
하루에 서너시간만 자고 일하는 바그다드 시장과 만나서
나도 서너시간만 잔다;;는 말에 급 의기투합한 서너시간 브라더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때 와하브는 나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나는 너무 좋은 친구를 만나 기쁘다. 우리는 형제와 같다. 아니, 너와 나는 형제다."



점심을 먹고 나서 서너시간 브라더스는 이제 진짜로 형제가 되어


상공 장관이 초대한 식당은 티그리스 강변의 아름다운 언덕에서 4백 년이나 전통을 이어 내려온 고풍스러운 곳이었다 . 식당에 도착해보니 상공 장관과 섭섭해하던 주택건설성 장관, 와하브 시장, 그리고 또 한사람의 친구. 이렇게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와하브는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식사를 대접하려고 하는 바람에 자기네끼리 합의를 봐서 한꺼번에 모여 대접하게 되었다고 자초지종을 늘어놓은 뒤에 새로 온 친구를 소개했다.

"이 사람은 광공업성 장관이다. 우리는 발전소가 많이 필요하다. 발전소 건설은 광공업성 소관이라 소개해주려고 데리고 나왔다."
갈수록 고마운 일이었다. 우리는 한국의 소주와 비슷한 술을 마시며 밤늦도록 취했다.



실권을 가진 장관들과 모조리 만나서 음주가무를 하고 발전소 일을 맡았는데.


현대건설은 솔직하게 말하면 이 같은 규모의 화력 발전소를 턴키로 건설할 능력이 못 되었다. 이라크도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발전소 건설 능력이 안되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맡겼다는데.


그런데 "일본으로부터 기자재를 공급받고, 엔지니어링에서도 도움을 받으며 시공해 보라"는 조언까지 해가며 국가적인 사업을 우리에게 맡긴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래. 분명히 이유가 있었겠지.
대체 왜, 무슨 이유로 능력도 안되는 회사에 맡겼을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국가 이익이었다. 선진국의 콧대 앞에서 자존심을 꺾이고 싶지 않은 이라크 특유의 자존심도 작용했으리라. 여기에 나의 영원한 형제와 친구들의 우정도 한몫했을것이다.

 
205~211면
 


그들의 국가 이익;;과 우정;때문이라구요-_-

1) 능력도 안되는 회사에 맡긴건
2) 국가이익을 위해서이다
3) 그리고 우정도 한몫했을것이다.

각하,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1) 우정을 위해서
2) 국가이익을 무시하고
3) 능력도 안되는 회사에 맡겼다.

가 맞는 논리구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저 놀랍도록 강한 우정;은 대체 어떻게 생겨난겁니까.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만,

남북 경협은 남과 북의 경제 발전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 현상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남과 북의 경제 협력이 시작되는 순간, 육로는 당연히 열린다. 육로가 열리는 순간, 동북아 경제권이 구체적으로 블록으로 활동하기 시작하게 된다.
...
장차 세계의 4대 경제권인 NAFTA, EU, 중국, 일본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압력을 견디어 내려면 남과 북이 통일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일부에서는 통일 비용을 문제 삼으면서 통일이 되면 남과 북 모두 경제적으로 낙후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남북 경협은 우리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원조가 아니라 경제 협력이다. 남과 북이 같이 발전하자는 것이다.

 
332면
 


하시던 말씀과, 지금 실시하고 계시는건
뭔가 좀 많이 안맞지 말입니다.



  각하의 개그.


암울한 얘기만 하다 보니 갑갑하네.
이제 각하의 개그 포인트도 감상해보기로 하자.


어느 날은 20대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여자는 다짜고짜로 "당신이 진짜 이명박이라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여자는 몹시 당황하여 "이명박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 꼭 만나서 진실을 확인하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가짜 이명박이 나타나 여자에게 사기를 치고 다녔다는 말에 나도 긴장했다. 다방에 내려가 만나 보니 예쁜 여자였다.

"현대건설 이명박이라는 남자를 만났어요. 그 사람에게 모든♡것을 바치고,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부모님이 돈까지 만들어 주었는데...... 선생님이 정말 현대건설 이명박 이사 맞으세요?"

"안됐지만 내가 이명박 맞소."

"그럼 그 사람을 모르세요?"

가짜가 진짜에게 찾아와 허락을 받고 행세하지 않는 다음에야 내가 그 녀석을 알 길이 없지 않은가.
"나도 그 사람을 만나 보고 싶군요. 어디 나하고 닮았던가요?"
여인은 내 얼굴을 흘낏 보고는 대답 대신 눈물만 삼켰다. 보기에도 딱한 광경이었다.

 

274면

 


가짜 이명박이 자기랑 닮았냐는 질문에
사기 당한 여인은 각하의; 면상을;;; 흘낏 보고는
대답;;대신 눈물만;;;삼켰다.

그래. 상상해보면 참 딱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고급 공무원의 딸이 내란 선동 죄인을 만나려고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집안에서 그녀를 강제로 약혼시켰다.
형무소에서 석방되던 날, 나는 환영하러 나온 재야 인사, 학생들 틈에서 그녀를 찾았으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 후에 제과점에서 한 번 만난 일이 있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약혼을 했지만, 당신이 포기하라면 집을
나오겠어요."

 
281면
 


그녀는 각하를 보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당신이;; 포기하라면 집을 나오겠다고 했다.
이 대사는 옥희네 엄마 목소리로 읽어야 감이 확실히 오는데.

아, 내 손발이 다 오글오글거린다.

각하 저거 창작; 아니신거죠 정말?
저게 창작이라면 각하는 참 무서운 분이십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첸 링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 얼굴에서 제일 매력적인 것이 맑은 이다. 도대체 누가 당신을 못생겼다고 하느냐?"

 
285면
 

 

각하의 얼굴에서 가장 매력적인 맑은 눈입니다.

 


아 각하. 왜그러셨어요. 왜. 왜.



 사소한 의문점.


책을 읽다가 보니 몇가지 사소한게 궁금해지더라구.


이라크의 관리 몇 사람과 바그다드의 물랭루주라는 술집에서 이라크 정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203면

 


"발전소 건설은 광공업성 소관이라 소개해주려고 데리고 나왔다."
갈수록 고마운 일이었다. 우리는 한국의 소주와 비슷한 술을 마시며 밤늦도록 취했다.

 
210면
 


아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슬람 국가에도 술집이란게 있습니까.
이슬람교를 믿는 관리들이 술집에 가서 밤늦도록 마시고 그럽니까.
저 나라들은 스섹 얘기 티비에서 하면 사형선고 내리는 그런나라 아닙니까.
저런 나라에서 술 마셔도 멀쩡합니까.


그리고 말인데요

야쿠티야 공화국은 중국 바로 위에 있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북쪽으로 곧바로 날아가면 세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서울과 동일한 경도이므로 시간대도 같아 한국과 경제 교류에 더없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비록 얼어붙은 땅이 대부분이지만 면적은 중국보다 넓고, 인구는 겨우 2백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314면
 


이걸 보고 야쿠티야가 뭔지 찾아봤는데

 

 



중국 사이즈의 1/3도 안되는데요.
대체 어디를; 다녀오셔서 쓰신 말인지?


마지막으로 말입니다.

나는 입사 12년만에 사장에 올랐다. 그러나 나의 12년은 보통 사람의 12년이 아니었다. 공휴일도 없이 하루 18시간 넘게 일했으니 남들보다 두 배는 일한 셈이다.

 
252면
 


이렇게 한없이 일만 하셨는데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휴식, 휴일, 휴가가 황금의 시간이 되지 못한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듯, 일과 휴식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을 할 때는 다른 생각이나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이 철저하게 몰두하라. 그래야 그 다음에 맞이하는 휴식의 시간도 달고 소중하다.

 
263면
 


언제 쉬셨나요?;

저 달고 소중한 휴식의 시간을 가진 적 있으십니까.
혹시, 휴식 = 온니 잠; 인가요?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생활을 강요하셨나요.
열심히 일하면 제때 보내주기라도 하셨는지요.
각하는 그렇다; 치고, 부하직원들은 쉬게 해주셨나요.


그런데 회사라는 곳에 와서 보니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조직의 관료화였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사 눈치를 보며 의자에 눌러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일반적인 풍조였으나, 나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93면

 
 
이걸 보면 제때 보내주셨을것 같다가도


"남자들 퇴근이 보통 저녁 9~10시인데 여러분은 보통 저녁 7~8시에 퇴근하니까 저녁에 시간이 많이 남을 것입니다. 그러니 여유가 있는 저녁 시간에 기초화장을 해놓고 자면 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이만 닦고 나오면 예쁜 얼굴도 유지하면서 남자들과 함께 일과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115면
 

이걸 보면 상사보다 먼저간다고 존나 갈궜을거같은데요.



 아직도 나는 각하를 모른다.


이명박에 대한 숱한 패러디와 욕설은 들어왔다.
각하에 대한 오해를 몇개 풀고. 몇가지 궁금증을 해결했지만
몇가지 새로운 의문이 생겼고, 몇가지가 답답해졌고,
몇가지를 무서워하게 된것 같다.

각하를 애초부터 까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이 글을 통해 신나는 떡밥 몇개를 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이명박을 지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제 다시 까야 하는 것인지. 섯불리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도 나는 각하를 모른다.

내가 애초에 각하는 그냥 하나의 개그 캐릭터로 좋아한건데
솔직이 아까 각하의 개그 포인트도 죽여주던데.
진짜 개그 캐릭터로 좋아하게 되는거 아냐 이거?

혹시 이렇게 각하를 알기 위해 노력하다가
진짜 나 이거 각하 존경하게 되는거 아냐 이거?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다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다.
그랬더니 표지 안쪽에 쓰인 다음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저작권자 1995 이명박.
이 책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저자와 출판사의 허락 없이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발췌하는 것을 금합니다.



아 그래 각하의 저서의 저작권자는 당연히;; 각하였었지.
새 저작권법이 발효된 지금,
나는 이제 남산에 끌려가서 콧구멍으로 내장탕을 씹게 될 지도 모른다.

불안감에서, 난 특단의 조치를 감행했다.
 
 
 

 
 
 
이러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하다.
남산에 끌려가면 고개 빳빳이 들고 외쳐야지.

"이거 왜이래? 나 각하 일촌이야!"



 에피소드.

아까 각하의 책을 검색하다가
이명박 자서전이라고 쳐봤더니
 


 
 
일본도서;;; 한 권이 검색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서전을 출판했다.
일본어판으로 일본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자서전은
아직 한국어판으로 출판되지 않았으니까.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자서전은
일본에서 수입해와야 된다.


역시 각하께서는 참으로
 
 
 
 

 
 
왜이러십니까 서비스는 안좋아보이는 처자한테 후지게.
 



초지일관된 수미쌍관함이 매력이다. 씨바.
 

 


추가.

 

각하의 일본판 자서전은 단순히 신화는 없다의 번역판인 것으로
각하보다 무서운 독자가 제보주셨다.

 

표지의 태극기 옆에 선 각하.
그리고 제목인 ‘이명박 자서전’.
저자 약력 마지막 줄의 2008年2月, 第17代大韓民國大統領に就任.

 

여기까지만 읽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서전은 일본판으로만 나왔다."
라고 섣불리 단정한 것에 사과드린다.
그 아래의 목차까지 읽었더라면 실수하지 않았을텐데.

 

저 책은 현재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제목으로도, 출판사명으로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아마 기사 본문같은 오해가 생기게 할 것을 우려한
남산측의 신속한 소행이리라 짐작된다.

 

그럼 과연 나는 무사할것인가.
곧 저 출판사의 한국인 직원들과
국정원에서 정모를 하게 되지는 않을것인가.

 

영부인을 제외하면, 나는 각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데도 
갑자기 콧구멍이 조건반사적으로 알싸하게 매워진다.

 

 




 
 

 

 

불기둥(bakky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