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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로 세상살기] 동성애에 대한 무식을 일깨워주마

 

2009.8.10.월요일

 

 

딴지에 글을 쓴지 4주차가 되었다. "그래, 나 게이다."라는 선전정인 제목 때문이었는지 첫 번째 글에 대한 반응은 내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주루룩 달린 댓글은 내 글에 대한 의견보다는 게이들에 대한 공격과 그에 대한 방어(물론 공격이 훨씬 많았다)들이었는데 그 중에 좀 무식해 보이는 것들(굳이 사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밝혀둔다. 무식한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알려줘야 한다) 이 있어서 이참에 알려주려 한다.

 

뭐, 게이를 공격하는 꼴마초들의 글이야 대부분 무식한 수준이지만 상식에 어긋나거나 현실이 아닌 것들이 있어서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평생을 무식하단 소리를 듣고 살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러니 눈 똑바로 뜨고 잘 읽어주길 바란다.

 

 게이들은 모두 애널 섹스를 한다?

 

똥 누는 곳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에 대한 혐오가 대단했다. 난 동성애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얘기를 한 것인데, "똥꼬로 섹스 하는 것들 지저분해!"라며 혐오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게이들이 모두 애널 섹스를 하는 건 아니다. 게이들 중 애널 섹스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내 주변만 살펴보아도 애널 섹스를 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통계가 있나 해서 찾아보았지만 불행히도 찾지는 못했다. 아쉽다. 하지만 거듭 알려준다. 모든 게이들이 애널 섹스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게이 = 똥꼬로 섹스 하는 자들 = 더러운 것들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애널 섹스 때문에 게이를 비난하는 행위는? 당근 옳지 않다. 그럼 애널 섹스하지 않는 게이들은 어떻게 섹스를 하냐고? 이성애자라고 해서 꼭 남녀의 성기를 삽입하는 섹스만 즐기지 않는 것과 같다. 손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입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삽입하지 않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더 다양한 방법을 아주 많이 알고 있지만 지금 내가 섹스 강의하는 것도 아닌지라 이번엔 이만 하겠다.

 


다 이러는 거 아니다. 머 이래도 문제 있는 거 아니지만

 

 애널 섹스는 더럽다?

 

애널 섹스를 한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도 없다. 똥 누는 곳으로 섹스를 하니까 더럽다고? 허참 기가 막힌다. 남자들의 성기가 뭔지 몰라서 하는 말인가? 남자들의 성기는 다름 아닌 오줌 누는 것이다. 똥 누는 곳으로 하는 섹스는 더럽고 그럼 오줌 누는 것으로 하는 섹스는 깨끗하단 말인가?

 

똥 누는 곳이지 섹스 하는 곳이 아니란 말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그럼 오럴 섹스는? 입은 섹스 하라고 있는 곳인가? 밥 먹는 곳으로 왜 섹스를 하나? 그렇다면 자위는? 손은 섹스 하라고 만들어진 것인가? 오줌 나오는 더러운 것에 밥 먹으라고 만든 입으로 하는 섹스나 손으로 하는 자위는 괜찮고 애널 섹스만 더럽다고 단죄하려는 건 너무 억지다. 섹스 하라고 만들어진 곳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곳이 아닌 신체 부위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데 고매하신 이성애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는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레즈비언은 괜찮은 건가? 레즈비언이야말로 애널을 사용할 이유가 거의 없으니 깨끗한(?) 섹스를 하는 그들은 동성애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냔 말이다. 같은 동성애자라도 애널 섹스를 기준으로 차별 하겠다? 그러면 애널 섹스 안 하는 게이들은 괜찮고? 아니 그럼 애널 섹스 하는 이성애자들은? 애널 섹스 하는 더러운(?) 이성애자들은 어쩔 것인가?

 

그들의 논리대로 한다면 이성애자 동성애자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애널 섹스 하는 자들과 애널 섹스 안 하는 자들로 구분해야 하고 그것을 근거로 차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근거가 더러운 것에 있다면 오로지 성기로만 섹스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야 한다.

 

오, 깨끗하게 섹스 하는 사람으로 분류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동성애는 비윤리적이다?

 

동성애를 근친, 수간 등과 비교하여 비윤리적인 것으로 단정 짓고 혐오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윤리 규범이라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다. 생각해보자. 싱글 남녀의 사랑이 모두 윤리적이었는가 말이다. 대한민국은 최근까지 동성혼(동성애가 아니다)이 불법인 나라였다. 직계 8촌이 아닌데도 성씨가 같다는 이유로 근친에 해당되어 금지된 사랑이 있었다는 얘기. 그 기준으로 보면 동성혼을 한 사람들은 비윤리적이다.

 

우수한 혈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근친만을 선호하던 왕족들이 있었다. 그 규범에 따르면 근친을 하지 않으려는 왕족은 비윤리적이다. 일부일처는 어떤가? 지금이야 대부분 일부일처를 근간으로 삼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처첩제가 존재했다. 모계였던 원시부족사회는 또 어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비윤리적인가? 왜?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유성생식을 통한 종족 보존이 최대의 과제였던 고대 사회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 규범에 비추어 동성애를 비윤리적인 것으로 몰아붙이고 혐오하는 건 옳지 않다.

 

동성애자들은 애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생산성이 없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뭐 대꾸할 가치도 없지만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럼 애 안 낳고 사는 이성애 커플들은? 아니 신체적인 문제로 애를 낳지 못하는 이성애자들은? 다 쓸모 없는 인간들이란 말인가? 참 딱하기 그지없다.

 


신의 이름으로 증오를 외치는 자들.
Fag은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가장 경멸스러운 표현 중 하나.

 

 동성애는 정상이 아니다?

 

참으로 쥐박스럽다 할 수 있겠다. 일찍이 쥐박이 후보시절에 여러 인터뷰에서 동성애를 비정상이라 지칭하였다. 그가 믿는 하나님께서 만든 대로 살지 않고 지들 멋대로 살고 있으니 비정상이라는 얘기였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정상으로 몰지는 말자. 대한민국은 지나치게 정상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다수가 아니면 비정상이다.

 

동성애뿐만 아니다. 장애가 없는 사람을 지칭할 때 정상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해야 정상이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정상이고 결혼은 내국인 끼리 해야 정상이고 피부색은 좀 노래야 정상이고 이혼은 하지 않아야 정상이고 다쳐도 장애가 없어야 정상이고 이성만 좋아해야 정상이고... 다시 말하지만 그건 정상이 아니라 다수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비정상이 아니라 소수자일 뿐이다.

 

 동성애자들은 문란하다?

 

동성애자들은 문란하다고들 생각한다. 사랑이 아니라 섹스에만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이거 동성애자들에 대한 대단한 편견과 오해다. 동성애자들이 호모 보다 더 싫어하는 단어가 동성연애자이다. 동성애자와 동성연애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큰 차이다. 동성연애자로 불릴 때 연애만 하는 것들 곧 섹스에만 집착하는 것들이라는 편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동성애자들 중에 연애에만 섹스에만 탐닉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동성애자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니들은 눈만 맞으면 화장실에서도 하는 것들이잖아!" 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에고, 맞는 말씀이다. 눈 맞으면 화장실에서 할 수도 있다. 동성애자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없다고 우기는 게 아니라 모두가 전부가 다 그렇다는 게 아니다.

 

유명한 배우 휴 그랜트는 이성애자인데 화장실에서 매춘부와 섹스 하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박카스 아줌마들은 어떤가? 그 아줌마들이 상대하는 사람들은 이성애자 남자들이다. 이성애자들 중에서도 섹스에 탐닉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문란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성애자 전체를 문란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똑같다. 다르다고? 퍼센트가 높다고? 그건 모르겠다. 퍼센트가 높다 치자. 그렇다면 퍼센트가 높다고 말해야 한다. 동성애자 전체를 싸잡아서 문란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난 현재 5년차 된 애인이 있다. 우리가 5년째 사귀고 있다고 하면 실눈을 뜨고 쳐다본다. 설마? 하는 표정이다. 설마가 아니다. 우리 커플은 5년차이지만 여전히 열애 중이다. 내 주변에 10년 넘은 동성애자 커플이 수두룩하다. 동성애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원나잇을 즐기는 이들도 있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귀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 더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지만 앞으로 차차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초반에 너무 열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딴지의 독자제위께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도 좋다. 내가 아는 만큼 아니 공부를 좀 더 해서라도 답을 해드릴 테니.

 

내가 딴지에 글 몇 번 쓴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세상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바뀌기만을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어떤 이의 말처럼 가만히 있으면 욕이라도 먹지 않을 테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욕을 좀 먹으면 어떠랴.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가고 있는 걸.

 

내가 살아가는 내내 호모라며 손가락질 받는 일이 끝나지 않더라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도 쓰고 기자회견도 하고 시위도 하고 또 신나게 놀기도 해야 한다. 숨어 지내는 것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당당하게 사는 것이 낫다.

 

철없이 사는 영화쟁이
& 커밍아웃한 게이 김조광수 (ceope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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