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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의 기생충 얘기] 엠비네이터(6)


2009.09.22.화요일
마태우스







[돌아온 마태우스] 엠비네이터 제 1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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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위기에 처한 마태우스를 도와주려 홀연히 나타난 은방울 처자.
설사병과 힘겨운 사투 끝에 본격적인 작전에 돌입하는 마태우스.


하지만 시련은 그치질 않았다. 은방울 처자는 냄새에 질식해 쓰러져 버리고...







그 냄새를 맡으면서 마태우스는 홀연히 깨달았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지? 난 지금 심판의 날을 막아야 하는 중차대한 몸인데!
마태우스는 여인의 방으로 가 향수를 집어든 뒤 화장실에 뿌렸다. 향수냄새가 나자 여인이 몸을 비틀었다.
"으, 으응..."
여인이 깨어나는 걸 지켜보던 마태우스는 몸을 획 돌려 대문으로 갔다.
고맙소, 미모의 여인이여. 뉴라이트에 조선일보를 보는 아버지 밑에서 그렇게 훌륭하게 자라 줬구료.
마태우스의 눈에서 눈물이 났다. 우샤인 볼트처럼 달리던 마태우스가 갑자기 멈춰섰다.
"저건 또 뭐지?"


"지난 십년은 분열과 후퇴의 잃어버린 십년이었습니다. 그 십년 동안 우리 경제는 뒷걸음질만 쳤습니다"
이멍박은 주먹으로 책상을 꽝 내리쳤다. 책상이 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와아!!!"
청중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그 십년의 찌꺼기를 치울 방법은 오직 대운하밖에 없습니다. 수출품을 차로 운반하면 차가 막혀서 오래 걸리지만, 배를 타고 가면 일주일이면 서울서 부산까지 갈 수 있습니다."
"대운하 만세!"
청중들이 다시금 환호성을 울렸다. 숫제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러분들이 대운하 건설에 동참해 줄 것을 강력히 호소합니다."
청중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구호를 외쳤다.
"대운하! 이멍박! 대운하! 허경영!"
구호는 이멍박이 퇴장한 뒤에도 계속됐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났을 무렵 양복을 입은 사내가 연단에 올랐다.
"자, 자, 여러분. 진정하세요.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사내들이 군중들 속으로 들어가더니 흰 봉투 하나씩을 나눠줬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들 실력이 점점 더 느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하하."


마태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도 저런 집회가 있나?
잠시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를 쳤다.
뒤를 보니 머리가 짧은 사내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봉투를 내밀고 있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마태우스는 봉투를 받아들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3만원이었다.


"도대체 마태우스는 어딜 간 걸까요?"
송정호가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모범택시 한 대가 끼익 하고 섰다.
거기서 내린 사람은 놀랍게도 마태우스였다.
"아니 마선생!"
양박사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이 모범택시는 대체 뭔가? 그리고 자네 대체 어디 있었나?"
마태우스가 빙긋이 웃었다.
"공돈이 좀 생겼어. 그리 깨끗한 돈이 아니어서 빨리 써버리고 싶어서 말이야. 근데 자네 이거 아나? 모범 타니까 요구르트를 주더라고. 음하하하하."
마태우스가 웃을 때 입안에 남아있던 요구르트 입자가 사방으로 튀었다.
"근데 그 아메바 건은 어떻게 됐나요?"
송정호가 묻자 마태우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그건 말야...."







“4대강 사업은 해야 합니다.”
새로 총리가 된 정운천은 취임 첫 연설을 4대강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으로 도배했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강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달랑 4개 있는데, 그걸 개발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는 건 구슬이 서 말인데 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유람선이 관광객과 수출용 자재를 싣고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가슴이 벅차지 않습니까?"
총리가 되기 전엔 대운하를 반대했었기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총리가 되고 나서 소신이 변하신 겁니까?"
정운천은 빙긋이 웃었다.
"아닙니다. 지금도 전 대운하를 반대합니다. 다만 4대강 사업은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양박사는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이제 어쩐다? 심판의 날까지 시간이 얼마 없는데..."
송정호도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마태우스, 당신을 믿는 게 아니었어요.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잖아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마태우스가 고개를 들었다.
"좋아. 이렇게 된 거 내가 책임을 지지. 양박사, 당신의 실험실을 좀 쓰겠네."
"대체 뭘 하려고?"마태우스가 나지막히 속삭였다.
"도미니파라 작전."
양박사가 놀라서 마태우스를 바라봤다. 그의 손에서 담배꽁초가 떨어졌다.







"대통령이 되니까 이렇게 좋구나!"
이멍박은 요즘처럼 기분이 좋은 적이 없었다. 대통령이 갖는 권력은 기대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쓸만했다. 자기 마음에 안들면 그게 누구든 쫓아낼 수 있으니까. 그것도 전화 한통으로. 겸임교수직에서 쫓겨난 진중건처럼. 
"그 자식은 이제 어디서도 강의를 할 수 없을걸? 음하하."
자기에게 대드는 단체는 돈줄을 끊어 버렸다. 사람이란 이슬만 먹고 살 수가 없는지라 두달도 못되서 백기를 들었다. 유일한 걱정거리는 인터넷이었다. 알바를 잔뜩 풀어놓긴 했지만, 인터넷은 아직도 좌파들의 소굴이었다. 따지고보면 쇠고기 파동도 피디수첩에 선동된 좌파들이 인터넷을 장악한 탓이잖는가.
"미네르바가 잡히는 걸 보고도 아직 정신을 못차렸으니..."
하지만 그 걱정도 이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복 전여욱이 인터넷 세력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법안을 만들고 있다니까. 그 법안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국가원수는 물론이고 국가원수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영장없이 체포. 구금할 수 있다고 한다.
"나랑 닮은 동물이 뭔데?"
브리핑 도중 전여욱에게 질문을 했더니 그녀는 잠시 당황하다가 사자라고 했었다.
"정말 내가 사자를 닮았나?"
이멍박은 거울 앞으로 다가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아무리 봐도 사자는 아니었다. 순간 이멍박의 뇌리에 동물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이, 이런.....어쩐지 평소에 고양이가 무섭다 했더니."







"도미니파라 작전은 도미니카의 독재자였던 트루히요를 미국이 혼내줄 목적으로 만든 거라네."
마태우스가 실험실에 있는 동안 양박사는 송정호에게 도미니파라 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트루히요는 32년간 도미니카를 통치하면서 많은 이들을 죽였어. 그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루과이를 침략하려 하자 미국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려웠던 거야. 미국은 기생충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이 작전을 계획했지. 선모충 유충 130개, 간흡충 알 300개, 회충알 220개, 광절열두조충알 10개, 요충알 50개를 낚시할 때 쓰는 떡밥 있지? 그거에다 잘 버무린 다음에 캡슐에 넣어 공기총으로 쏘는 거야. 그럼 일주일 후부터 차례차례 기생충이 발육하면서 몸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킨다네. 설사가 나고, 근육이 아프고, 황달과 더불어 소화불량이 오고, 장이 막히고, 빈혈이 오고, 결국에는 항문을 박박 긁게 되지. 얼마나 괴롭겠어? 트루히요는 이런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두달만에 강물에 몸을 던졌다네. 물론 우리 각하는 정신력이 출중하니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말야."
"공기총을 맞으면 문제가 되지 않나요?"
양박사는 두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아닐세. 캡술이라는 게 크기가 3미리 정도밖에 안되거든. 맞아도 좀 따끔하고 말 거야."
설명을 듣던 송정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제가 원하던 게 바로 이거였어요. 진작에 이 작전을 쓸 일이지..."
양박사가 한숨을 푹 쉬었다.
"문제가 그리 간단하진 않네. 도미니파라 작전을 하려면 목표물에서 2미터 이내에서 쏴야 하네. 거리가 길어지면 기생충들이 공중에 흩어져 버리거든. 생각해 보라고. 공기총을 가지고 각하 2미터 앞까지 접근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는지?"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네."
마태우스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벌써 다 만들었나?"
마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각하가 말야, 대운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느라 여기저기서 연설회를 하고 있는 거 몰라? 그때 하면 돼."
양박사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자네, 각하가 경호원들을 얼마나 많이 데리고 다니는지 아나? 모르긴 해도 1개 연대는 될걸세. 아마 공기총을 꺼내기도 전에 체포될걸."
마태우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마태우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송정호와 함께 연구소를 나왔다.


"어쩔 셈이죠?"
차에 타자마자 송정호가 물었다.
"연설회에서 일을 벌일 마음은 없었어. 사실 말야, 내게는 아주 진귀한 보물이 있어. 그 보물을 바치겠다고 청와대에 갈 거야. 보물은 직접 전해줘야 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해서 각하 앞에 갈 수만 있다면 일은 된 거나 다름없어."
송정호의 눈이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변했다.
"그럼 마태우스 형은 어떻게 빠져나오려구요?"
마태우스가 피식 웃었다.
"심판의 날만 막는다면 난 어떻게 되도 괜찮아. 기생충학을 전공한 보람이란 게 바로 이런 거 아니겠어? 우리나라를 구하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때였다. 마태우스의 차 뒤에 한 대가 따라붙는 게 보였다.
"큰일났다. 미행이 붙었어!"
마태우스는 핸들을 꼭 잡으며 소리쳤다.
"빨리 안전띠 매! 간다!"
마태우스가 발바닥에 힘을 주자 차는 굉음을 내며 앞으로 나갔다.


 


-다음 편에 계속-


기생충전문의
마태우스(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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