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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존내 잘하는 박주영, 하지만...

 

2009.09.22.화요일
영준비
 

 

(일단 최근 경기의 하이라이트나 보고가시라. 엄청 잘했다)

 




 

이 경기를 요약하는 박주영의 어시스트. 후덜덜하다.


이것은 툴루즈 전의 어시스트

 




이것은 파리생제르망전 골. 참고로 파리생제르망은 이근호가 입단테스트를 했던 팀이며 툴루즈와 더불어 리그앙내 상당한 강팀이다. 즉 허접을 상대로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게 아니란 거다. 

 

모든 해외파가 벤치에 앉아서 박수나 치고 있는 가운데 박주영만이 홀로 팀에서 빛나고 있다. 박지성은 얼마 전에나 마수걸이 출장을 했으며, 설기현은 보이지도 않고, 조원희 또한 신임감독에게 신임을 못 받고 있다. 신영록이 잘하는 듯하나, 선발 출장은 멀어 보이며 팀 내의 입지도 교체용 조커나 유망주 정도인듯하다. 하지만 박주영은 지난 시즌 초반의 반짝 이후 팀에서 자리를 못 찾는듯하더니 점차 팀에 중심이 되어버려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모나코의 에이스가 돼버렸다. 그리고 박주영이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수비가 조금 더 안정이 되자 비록 리그 초반이긴 하지만 리그앙 5위까지 치고올라가는등 축구선수로서는 상당히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잘 적응하고 있다. 박선생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계신 네네와 구드욘슨..
최소한 왕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처음 프랑스리그에 (그것도 살짝 망해가던 모나코에) 진출하면서 선진축구를 배워오겠다 라고 말했을 때, 누가 이런 결과를 생각했을까? 박주영의 요즘 별명이 박선생인 이유는 배우러 갔는데 알고 보니 축구를 가리키고 있어서이다. 그만큼 박주영의 센스와 기술은 팀 내에서 독보적이며, 리그내를 통틀어도 수위권에 들 정도이다. 거기에 예상외로 피지컬이 강한 축구 선수가 많은 프랑스리그에서 헤딩경합도 상당히 잘해주고 있다. 요즘 박주영의 플레이를 보면 마친 올마이티한 선수처럼 보이는데, 최전방에서 헤딩경합도 열심히 해 주변에 공배분을 하며, 좌우 측면으로 벌려주는 패스를 비롯한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의 모든 공격전개에 능하고, 필요한 경우엔 득점까지 한다. 거기에 팀 내 소란을 부리지도 않고, 지나친 개인주의도 보여주지 않은 체 성실히 축구에만 임한다. 한마디로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정말 엄청난 선수가 나올 정도의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박주영을 보면, 왠지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는 게 이 선수가 걸어온 과정이야말로 대한민국 축구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나 케이리그, 더 나아가 한국축구계의 굴곡과 함께 흥망성쇠를 반복했다.

 

 그는 사실 포항의 선수였다.

 


-그가 이장수(구 fc서울 감독)말고 현재 케이리그 최고의 감독중 하나인 파리아스의 지휘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그는 소위 말하는 브라질 유학파의 한 명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케이리그의 명문이었던 포항은 유망주 몇 명을 발굴해 브라질에 유학을 보냈고, 당시 오범석등과 함께 박주영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망주를 발굴해 유학을 보내던 코치를 하던 무언가 투자를 한다는 것은 향후에도 좋은 능력을 증명하면 자신의 팀에서 써먹겠다는 것이다. 포항이 아무리 개념구단이라고 해도, 선수를 그냥 키워줄 리는 없다. 하지만 박주영은 포항의 우선협상권을 무시한 체 위약금을 5천만 원을 물고 fc서울에 입단한다. 그리고 데뷔 첫해에 뛰어난 활약을 하고, 이후 좀 저조했지만 그 여세로 모나코까지 입단하게 되었다.

 

그냥 해프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망주를 키운다는 것은 비단 리그뿐만이 아니라 한나라의 축구 전체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물론 그런 것이 없었던 시절에도 차범근과 허정무같은 걸출한 선수들이 나왔지만, 좋은 유소년 시스템은 훌륭한 선수들을 배출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며, 현재 스페인이 그렇게 강력한 스쿼드를 가지게 된 데에는 튼튼한 유소년 시스템이 기반 되어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같이 특정 구단이 유망주를 열심히 키웠는데, 비교적 소정의 위약금만 문체 다른 구단이 데려갈 수 있다면 그 어떤 구단이 유소년 시스템에 투자하겠는가. 특히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상위구단 보다는 하위구단이 좋은 유소년 배출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는, 현재 같은 시스템으론 유소년에 대한 투자를 멈추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정말 대단한 선수가 되었을 만한 유망주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박주영 사건 이후 모든 구단은 비교적 유망주에 대한 관심을 덜 쏟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언론의 과도한 띄워주기

 


-박주영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딱 이런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 축구가 소비되는 방식은 굉장히 민족주의적이며 한탕주의적이다. 무슨 말이냐면, 시스템이나 리그 환경에 대한 관심은 기형적으로 전무한 채 오로지 fc대한민국과 우리 나라를 구원한 용사들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박주영도 그가 처음 자신의 재능을 사람들에게 드러냈을 때, 사람들은 젊은 선수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기보다는 천재가 대한민국을 구원해주길 바랬다. 그래서 모든 언론들은 그가 대표팀에 소집돼 선발 출장하면 모든 팀들을 다 쓸어버릴 것처럼 포장했고, 실제로 몇 경기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정작 월드컵에서 그는 긴장감에 완전히 얼어붙었고, 따지고 보면 스위스전의 선제골도 그의 패스미스에서부터 시작했을 정도로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그 후 그는 슬럼프에 빠져들었고, 케이리그의 두 번째 시즌부터는 그는 완전히 평범한 선수였다. 여전히 소속팀의 중심 선수였지만, 더 이상 데뷔 때의 반짝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듀어든(축구 칼럼니스트)도 말했듯이 박주영은 언론을 대할 때 마치 언론을 대하는 것 말곤 모든 것을 다 할 것같이 부담스러워하는 태도를 종종 보였고, 사람들의 관심이 지나치게 비대해질수록 그는 작아져만 갔다.

 

어쩌면 그가 프랑스리그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도 미디어에서 비교적 멀어져 예전만큼의 압박을 받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단지 케이리그에서 1시즌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유망주에 대한 언론과 사람들의 지나친 기대는 그의 실력발휘를 최소한 조금 늦추게는 했다.

 

당연한 거지만, 박주영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그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자 다시 잦아들었고, 비록 케이리그 구단들이 그를 상품화해 흥행에 이용하려 했음에도 그가 엄청난 실력을 보여준 첫 시즌이든 다른 시즌이든 그로 인해 케이리그가 부흥하지는 않았다.

 

 
 케이리그는 팜리그다?
 

 



-존내 수출해서 케이리그의 불황을 넘겨보자……..응?

 

올해부터 아시아리그에선 해외용병 3명과 아시아내 용병1명이 가능해지면서 한국에서는 케이리그가 제이리그의 팜리그가 될 거란 우려가 커졌었다. 팜리그란 말하자면 유망주를 배출해서 다른 리그에 수출하는 리그로 큰 리그 중에선 대표적으로 포르투갈리그가 그러하고, 프랑스리그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사실 빅리그를 제외하곤 모두 팜리그지만, 유독 선수 지키기에 연연하기보다는 판매에 열성적인 리그를 팜리그라고 부른다. 뭐 그 우려는 반쯤은 현실로 들어맞아 수원 같은 경우는 핵심수비수 2명을 모두 제이리그에 파는 등 제이리그로의 유출이 예전보다 심화되긴 했지만, 또한 반대로 제이리그의 선수들이 한국에 오기도 하고, 중국의 선수들도 케이리그에 왔기 때문에 전반적인 다양성의 측면과 교류의 측면에선 좋아진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올해의 논쟁과 제이리그의 유출을 차지하고서라도 케이리그는 이미 팜리그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어쩌면 박주영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의 슬럼프를 겪고는 있지만 팀의 상징이자 에이스를 별다른 기싸움도 없이 팔아버렸다. 물론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올해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위해 겪었던 오지랖을 생각해본다면 너무도 깔끔했다. 말 그대로 조금의 반대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모나코로 가버렸고 성적향상과 선수 지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구단도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갔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근데 비단 박주영뿐만이 아니라 케이리그에서 에이스급 선수의 유출은 드문 일이 아니다. 탈케이리그라고 불렸던 성남의 핵심 김두현, 케이리그 모든 구단들과의 접전에서 중원을 장악해버린(거기에 그 해에 수원은 선수 유출도 많았다) 조원희, 그리고 얼마 전 기성용이나 이청용까지 조금만 케이리그에서 난다 긴다하면 거의 바로 해외 리그로 가버린다. 구단 또한 그런 것을 마다하지 않고, 선수는 당연히 원하며, 팬들 또한 은근히 바라는 분위기다. 물론 이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역량강화에 있어선 톡톡한 효과를 낼 것이고, 리그는 존나 좋지만 그래서 선수 유출이 별로 없는 일본과 비교해볼 때 대한민국 국가대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더더욱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구단과 팬들조차도 이적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리그를 팜리그라하지 않고 뭐라고 하겠는가? 팀의 핵심 선수가 한 시즌 정도 뛰고 해외로 나가는 리그는 절대 최고의 리그가 될 수가 없다.

 

물론 박주영 본인에게 이런 논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그는 골만 넣으면 맨날 무릎으로 땅을 찍으며 기도하는 세레머니만 해서 무릎부상이 걱정되고 존나 지루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좋은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가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사람들과 언론은 같은 행동들을 반복할 것이고, 그러면 박주영같은 성공을 위해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기초적인 축구 환경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대한민국 축구의 기본토양이 훼손된다면 제2의 박주영은 아마 수능이나 다른 것들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축구 실력을 전혀 못 발휘하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이야 운 좋게 박주영이 배출되었다고 하고, 운 좋게 모나코까지 갔다고 하지만 결국 리그와 유소년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고 포장은 과대한 나라의 축구는 망해버릴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우연찮은 영웅의 등장에 모든 것을 기대기만 할 것인가. 분명 박주영은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생각할 때 난 그의 활약을 왠지 편안히 즐길 수는 없을 것 같다. 

 

Ps. 대한민국의 축구스타중 실력뿐만아니라 여러가지 의미에서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고, 항상 외국의 명문팀으로 갈려고 개드립쳤던 10년전 최고의 유망주는 지금 이러고 있다. 조금 뉘앙스는 다르지만, 역사는 반복된다. 

 

 

영준비(hentai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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