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범죄자는 절반가량 또 범죄를 저지른다? 2009.09.24.목요일
최근에 사회통계학을 배우고, 여러가지 잘못된 통계사용을 까발리는 BBC4의 More or Less(포드캐스트로 들어라, 추천한다)를 들으면서, 통계를 조심하게 다루고 주의깊게 살펴보며 이해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통계가 어떤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사용될 경우, 그것은 정말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구체적인 숫자보다 정확하고 그 논리적 고리가 강한 논거는 잘 없으며, 주장하는 사람의 주관과 관계없이 아주 객관적인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그건 니 입장에서 보니까 그렇지"라는 반문이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통계의 강점을 악용하여 통계를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정확하지 않은 통계수치를 사용하거나(실수로 혹은 고의로) 통계수치를 잘못해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그러한 경우, 통계는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포탈 사이트에서 범죄에 관한 문화일보 기사 하나가 떴다. 그 내용을 보자:
이 기사의 제목은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범죄자 절반가량 또 범죄 저지른다이다. 뭐 딱히 해석이 필요한 문장도 아니지만, 그 의미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 굳이 해석을 하자면,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의 50%정도는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로 해석이 된다. 제목만 읽으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좀 이상하다. "경찰청이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정현(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도에 검거된 범죄자 233만3120명 중 49.3%인 115만1015명이 형사입건 등의 전력이 있는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2008년에 검거된 범죄자 중 절반가량이 재범자란다. "작년 범죄자 중 절반이 재범자이다"는 말과 "범죄자 절반가량 또 범죄 저지른다"는 기사 제목의 주장은 그 함의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작년 범죄자 중에서 전에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절반이라는 얘기고, 후자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중에 절반이 미래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얘기다. 말이 길어서 뭔가 아닌 것 같긴 한데 좀 아리송할 것이다. 근데 이걸 밴 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면 명확해진다:
A: 2008년 이전에 한 번이라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사람 위 기사에서 언급되는 49.3%는 C그룹으로서, 2008년 이전에 한 번이라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으면서 2008년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니까2008년 범죄자 중 재범자가 절반이기 때문에 범죄자 중 절반가량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기사의 주장은, B그룹에서 C그룹의 비율이 절반가량이므로, A그룹에서 C그룹의 비율도 절반가량이다라는 황당한 주장인 셈이다. 논리적으로 B그룹에서 C그룹의 비율은 A그룹에서 C그룹의 비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건 B그룹에서의 C그룹 비율과 관계 없이, A그룹의 크기에 따라 1%가 될 수도 99%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저 기사에 제시된 통계로는 재범률자체를 논할 수가 없다. 49.3%는 2008년의 재범자 비율일 뿐이다. 그런데 재범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기사 전반에 걸쳐서 재범률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멍청하거나, 사기를 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이런 식의 논리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고 말이 안되는 논리인지는 이러한 논리를 다른 곳에 적용시켜보면 금방 드러난다. 예를 들면, - 2008년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이 절반이다. 따라서 유대인 중 절반은 노벨상을 받을 것이다. 한 마디로 개떡같은 논리라고 할 수 있겠다. 기사의 개떡같은 논리는 마지막 문단에서도 이어진다.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5대 강력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더 높았다. 2008년 5대 강력범죄자 56만 7217명 중 30만4547명(53.7%)이 재범자였다. 특히 5대 강력범죄 재범자의 42.3%는 범죄를 저지른 지 1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강력범죄자들의 재범률을 유형별로 나눠 보면 살인이 64.6%로 가장 높았고 강도(63.4%), 폭력(54.4%), 강간(50.1%), 절도(49.8%)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강력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더 높았다"는 문장에서 재범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위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재밌는 부분은 뒷부분이다. 5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폭력, 강간, 절도)의 경우, 재범자의 42.3%가 1년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는데, 언뜻 보면 5대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42.3%의 확률로 1년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히 그게 아니라 2008년에 검거된 재범자 중 42.3%가 이전 1년안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게다가 이 부분은 "1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부분과 "5대 강력범죄자들의 재범률을 유형별로 나눠 보면 살인이 64.6%로 가장 높았고"라는 부분이 합쳐져서, 마치 5대 강력범죄자 중에서도 특히 살인의 경우에는 1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64.6%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기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검거되었다가 1년안에 다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 문장은 1년 이내와는 전혀 상관 없으며, "2008년에 살인으로 검거된 사람들 중 64.6%가 살면서 무언가 다른 범죄를 하나라도 저질렀던 사람"이라는 뜻일 뿐이다. 마지막 포인트: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강력범죄일수록 재범자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강력범죄일수록 재범자 비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현상임을 알 수 있다. 그건 더 강력한 범죄일 수록 초범자가 저지를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첫번째 범죄로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은 첫 범죄로 절도를 할 가능성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강력범죄자 중 재범자 비율이 높은 것이지 거기에 뭐 다른 뜻은 없다. 강력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일수록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통계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살인자는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라는 뉘앙스를 폴폴 풍기고 있다. 따라서, 이 기사는 기자가 모르고 썼던지, 아니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사기를 쳤던지 간에 완전히 잘못된 기사이고, 통계를 악용하여 사람들에게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기사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사의 제목만 보고 내용은 대충 본다는 걸 생각하면, 이 기사 하나가 퍼트릴 범죄와 범죄자, 재범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생각하면 섬뜩하다. 앞으로 통계수치를 들이민다고, 그냥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제대로 해석이 된건지, 믿을만한 수치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 P.S.: 저 보고서와 관련해서 뉴시스도 기사를 올렸는데, 그 제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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