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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독투] 문제는 교육이란 말이다!

 

2009.09.25.금요일
임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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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넷 권력

 

[반론] 기사 인터넷 권력 에 대한 반론

 

 

 

 

불기둥의 인터넷 권력이란 글에 작지아나의 반론이 붙었다. 나 역시 불기둥의 글에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작지아나의 반론에 수긍하지도 못하겠다. 그렇다고 일일이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불기둥이나 작지아나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일종의 논점 일탈을 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논점을 잘못 짚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사건에 대해서 사회적 논점 일탈을 짚어봐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또 일일이 논점을 하나씩 짚어볼 생각도 없다. 그냥 이런 논점에서 접근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나 싶은 거다.

 

 

그 넘은 얼마나 나쁜 넘인가?

여러 학생들이 있는 교실 안에서 젊은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누나, 사귀자고 한 넘. 그 장면을 좋다고 동영상으로 찍고 미니홈피에 올린 넘. 나쁜 넘들 맞다. 평소 점잖은 라이프 스타일을 지켜온 나조차도 욕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넘들은 나쁜 짓을 한 것이고, 그에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성희롱이니까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지해야 한다는 말도 맞다. 그 넘들이 장난으로 한 짓이라 하더라도, 불기둥의 말마따나 능멸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 여교사가 강제추행으로 형사고소를 하든, 성희롱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든 그건 피해 여교사의 몫이다.

 

 

그런데 사회가 나서서 그 넘들의 처벌을 목 놓아 부르짖거나 죽일 넘들 취급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 넘들은 나쁜 짓을 했고, 그 짓거리가 형사상 범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죽을 죄를 지은 건 아니다. 인면수심의 성폭행범도 아니다.

 

 

작지아나는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최연희와 그 학생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 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본질이 같다고 해서 그에 대한 처벌이나 비난의 정도가 같아도 되는가? 겁 주려고 한 대 때린 넘과 악의를 가지고 백대를 때린 넘은 폭행이라는 본질에서 같으니까, 동일하게 취급받아야 하는가? 법정에서도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겁 주려고 한 대 때린 넘은 설사 형사고소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적절히 합의를 유도하거나 검사가 기소유예하거나 해서 관대하게 봐준다. 물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엄히 꾸짖거나 훈계할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한 대를 때리든 백대를 때리든 똑같은 폭행범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쨌든 그 넘들은 재미있고 폼 나 보이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리는 철부지들이고, 싸가지가 많이 부족한 넘들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넘들에게 처벌이 필요하다면, 당연하게도 지은 죄 만큼만 처벌받아야 한다. 이 말은 그 넘들을 변호하는 것도 아니고, 그 넘들을 봐주자는 말도 아니며, 그 넘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처벌만이 능사인가?

그 넘들을 처벌한다면, 학교에서의 징계나 법정에서의 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꼭 그런 방법들을 동원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아름다운 결론인가? 소위 처벌만이 능사인가? 라는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학교 현장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교총이나 전교조에서 교권 침해 사례 발표하고 그러는데, 그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고 보고되지 않고 상담되지 않은 사례들은 수두룩할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여교사들 중에 남학생들의 성희롱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하는 건 여교사만이 아니다. 젊은 남교사도 여학생들의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나는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했는데, 성희롱 비슷한 걸 당할 뻔 하다가 슬기롭게 넘긴 경험도 있다.(나 남자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걸로 선생(어른)을 테스트하고 논다. 자기들끼리 작당해서 선생을 곤경에 빠뜨리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구경하면서 즐기는 거다. 좀 논다는 여학생들이 즐겨 쓰는 방법이 바로 총각교사를 성희롱하는 거다.

 

 

 

 

몇 년 전 아는 현직 교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한 여고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총각교사에게 살갑게 다가오면서 당연하지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상대방이 어떤 질문을 하든지 당연하지! 라고 대답해야 하고, 그 대답을 못하면 지는 게임 말이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같이 놀자고 하니 초임교사 기분이야 째지는 거다. 기분 좋게 게임은 시작되고. 주거니 받거니 당연하지! 하고, 깔깔 호호 하하 분위기 화기애애하고.... 그러다가 여고생은 총각교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회심의 한마디를 날린다. "너, 나랑 자고 싶지?"

 

 

순진한 총각교사는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고 얼굴은 불그작작 해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머리 속은 하얘지고. 결국 화도 못 내고 그냥 교실을 나왔다는 슬픈 이야기다.
요는 학교 현장에서 성희롱이라고 갖다 붙일 수 있는 사건들은 수두룩 빽빽하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요즘 아이들이 모두 변태들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냥 당신이 얼마를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정도.)그렇다면 매번 가해 학생들을 성희롱이나 강제추행이라는 이름으로 처벌할 것인가?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아, 함부로 까불다가는 남자성기되는구나’ 반성하고 성희롱 없는 아름다운 학교가 건설될 수 있을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결과적으로 뭣도 모르고 까부는 학생들은 상당히 줄어들 수는 있겠다. 그런데 그게 좋은 거냐고?

 

 

 징계 결정으로 사건 종료?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든, 교사가 학생을 두들겨 팬 사건이든, 이번처럼 성희롱 사건이든 학생과 교사 사이에 사건이 벌어지고, 이게 뉴스에 뜨면 둘 중 하나는 아주 작살을 내려고 하는 게 우리 사회다. 교사를 폭행한 학생은 천하의 죽일 넘이 되고 퇴학시키라는 둥, 학교 다녀봤자 소용 없다는 둥 학교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는 데 여론이 모아진다. 교사가 학생을 패면 소위 교사 물갈이론이 등장하고 교원평가제 도입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기까지 한다.

 

 

 

 

결론은 역시 학교에서 나가라는 거다. 물론 하루빨리 학교에서 나가주셔야 할 폭력교사도 있다는 건 맞다.(약자인 학생은 퇴학이나 정학 등 여론의 입맛에 맞춰주는 수준의 징계를 먹는다. 반면에 교사는 사랑의 매니, 합리적인 체벌이니 하면서 어물쩍 넘어가거나, 징계를 먹더라도 여론이 잠잠해지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 가서 징계 수위가 확 낮아진다. 실례로 지난해 초등하교 2학년 아이들을 숙제 안 해왔다고 엉덩이를 수십대 때려버린 여교사의 경우, 교육청으로부터 해임처분을 받았으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내서 정직 3개월로 감경됐다.)

 

 

어쨌든 양에는 안 차더라도 모종의 처벌이 결정되면 불 같던 여론도 점차 수그러들고, 얼마 안가서 뭔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듯 잊혀진다.
이게 학교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인 거다. 학교에서 사건이 터지고 징계나 처벌이 결정되면 모든 일이 종료되어 버린다.

 

 

 교장쌤은 어디로?

사실 학교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최종적인 책임자는 교장이다. 학생과 교사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은 일단 교장에게 있는 거다. 교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처벌받으시라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학교의 최고관리자로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거다. 사건이 커져서 여론의 비난을 받는다면 일단 사과부터 하셔야 한다는 거다. 사과하시고, 진상을 제대로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공적으로 약속하셔야 한다는 거다. 이게 최고관리자로서 교장이 가져야 할 자세다.

 

 

사건 처리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언급할 게 있다. 바로 보호의 책임이다. 여론이 무서운 게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한번 죄인으로 낙인 찍히면 아주 작살이 난다는 거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더 그렇다. 학생이나 교사가 지은 죄 이상으로 부당한 여론의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교장이 나서서 보호해야 하는 거다. 교장이 책임지고 합당한 처리절차를 밟을 것이니, 필요 이상의 비난이나 지나친 언어폭력을 삼가줄 것을 여론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거다. 특히 학생이 가해자일 경우, 그 넘이 아무리 개망나니라고 하더라도 교장은 그 학생을 사나운 여론의 폭력으로부터 일단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거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사건이 터지면 학생이면 학생, 교사면 교사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그를 희생양 삼아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신다.

 

 

우리도 문제다. 학교 사건이 터지면 당장 관련 학생과 교사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정작 최종책임자인 교장이 있다는 사실에는 완벽하게 눈을 감는다.

 

 

 다시 교육으로!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니까, 이런 류의 사건들은 앞으로 끊임없이 재발할 것이고,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징계나 처벌은 사건을 종결시킬 수는 있어도 문제의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기본 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고, 교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수사기관도 아니고 교정기관도 아니다. 교사는 교육전문가이고, 잘못된 태도와 행동을 바로잡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이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러니까 누나, 사귀자고 한 넘과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린 넘을 데려다가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넘들이 잘 몰라서 그런 짓을 했으니까 잘 가르치면 안 그럴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나도 당근 안한다.

 

 

알다시피 요즘 아이들은 정보에 있어서 어른들보다 더 빠르다. 우리 때에는 영한사전에서 sex를 찾아서 형광펜으로 칠해놓고 키득거리곤 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있다. 그러나 정보를 획득했다고 해서 그것이 올바른 지식과 가치관, 행동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는 그릇된 가치관과 행동을 낳는 독이다. 여기에 교육이 해야 할 일이 생기는 거다.

 

 

 

 

아마도 그 넘들은 야동이나 포르노를 다수 섭렵했을 것이고, 그러면서 폭력적이고 남근중심적인 성의식이 생겼을 것이며, 자기들 딴에는 알만큼 안다고 폼 잡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진짜 어른이 되면 그것이 얼마나 웃기고 쪽팔린 것인지. 그 넘들에게 그걸 하나씩 조목조목 가르쳐야 한다. 니넘들이 한 짓이 형법 몇조 몇항을 위반한 범죄행위가 될 수 있고, 어떠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나아가 인간은 모두 존엄하기 때문에 너희들처럼 싸가지 없게 함부로 막 대하면 안된다는 사실까지. 또 니넘들이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을 때 어떻게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연애를 해야 하는지도. 덤으로 니넘들에게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권리는 쥐뿔도 없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주고 말해줘야 한다.

 

 

반성문도 쓰게 하고, 사회봉사활동도 시키고, 성 평등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하게 해야 한다. 물론 필요한 징계도 해야 한다. 징계하지 말자는 말 아니다.
혹자는 이렇게 냉소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안되는 넘들은 안된다고. 맞다. 안되는 넘들은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되는 넘들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고약하고 사악한 넘들이라 하더라도 교육받을 기회는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 그게 더 나은 학교이고 사회 아니냐.

 

 

이제 우리 사회도 학교에서 사건이 터지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수사관의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징계하고 처벌할 것만 목 놓아 외칠 게 아니라, 학교야 이 넘들에게 교육 좀 부탁해라는 말도 건네야 하는 거 아니냐.

 

 

한국에서 교육이란 게 망신창이가 된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교육에 희망이란 걸 걸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교사는 학생에게 교육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1%의 가능성에서도 긍정적 힘을 발견하고, 99%의 장벽을 극복하려고 해야 한다는 게, 교사가 되려고 하는 내 생각이다. 덧붙여, 올해 교원임용시험이 40여일 남았다. 악플을 달더라도, 합격은 기원해주시라. 졸라.

 

 

 

 

 

임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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