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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파일이다. 봉축행사가 한 달 연기가 됐지만 그래도 부처님이 오셨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썰은 쫌 추잡스럽지만 절간의 쩐 이야기다. 정확히는 국립공원의 사찰 문화재 입장료, 정식 명칭은 ‘문화재구역입장료’에 대한 이야기되시겠다. 이런 날일수록 돈 얘기는 확실히 하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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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주말마다 자신의 ‘라인’으로 점찍어둔 젊은 직원들과 함께 산에 오르던 부장님이 있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의 억지웃음에 속으로 만족해하며 산 오르는 것을 즐기는 그런 호방한 사람이었다. (이 글을 보신다면 앞으로 제발 등산은 혼자 가시라구욧!)

 

잘 정비된 등산로를 지나, 저 멀리 매표소가 보인다. <ㅁㅁ사 매표소>. 별안간 그 부장님은 볼멘소리를 토로한다.

 

“정통 크리스천인 내가 왜 등산하는데 문화재 입장료를, 그것도 사찰에서 걷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가. 불쾌하기 짝이 없구만!”

 

는 얘기였다. 불쾌가 불쾌를 말하는 아이러니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딱히 틀린 소리는 아니다. 아마 여러분도 이러한 불쾌감을 적지 않게 느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케이스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사찰 구역만 따로 문화재를 징수하는 경우. 예컨대 불국사는 입장료가 꽤 비싸지만(5000원), 사찰 구역 전체가 문화재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굳이 사찰 구역을 통하지 않고도 등산할 수도 있다.

 

문제는 두 번째, 사찰 구역이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등산로가 사찰의 사유지를 경유하는 경우. 산적(山賊)이 따로 없다고 욕을 먹는 케이스가 바로 이 경우인데, 아무리 사유지라 하더라도 통행세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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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지경이 됐을까

 

문화재 관람료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62년, 국립공원제도와 입장료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70년이다. 정부는 문화재 관람료와 국립공원 입장료를 ‘합동 징수’라는 개념으로 묶어 시행했다. 이는 ‘사찰 문화재’라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서 사찰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고, 그 비중은 국립공원과 사찰 사이의 관계에서도 적용된다는 ‘통념’이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문화재 관람료와 입장료를 함께 징수하고, 사찰에 일정 부분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절간이 욕을 바가지로 먹는 상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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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007년부터 발생했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하자 문화재 관람료가 덩그러니 남아버린 것이다. 각기 사찰은 자체적으로 인원을 고용하고 시설을 만들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사찰에선 입장료를 걷는 사람으로 ‘50대 이상의 남성’을 선호한다. 워낙 트러블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정도는 돼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지금까지 전국 사찰 64곳에서 1인당 1천~5천 원의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될 때 입장료 게이트가 헬게이트, 혹은 사바세계(娑婆世界) 그 자체로 변하게 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합동 징수 입장료의 폐지 시 다가올 혼란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문화재청, 시민단체, 조계종은 ‘폐지 이후 6개월~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 자’라고 얘기가 나왔다. 헌데 유예기간이 있었다 하더라도 문제가 달라졌을까? 여전히 문화재 관람료가 불쾌한 통행세로 다가오는 것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법 조항과 현실 사이의 아리까리한 언밸런스에 있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 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는 문화재의 범위 및 개념 등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게 작성되어 있다. 요로케.

 

제49조(관람료의 징수 및 감면) ①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다만, 관리단체가 지정된 경우에는 관리단체가 징수권자가 된다. <개정 2015. 3. 27.>

 

불교계. 아니, 조계종의 입장

 

이쯤에서 불교계의 입장을 들어보자. 사실, ‘불교계’라고 통칭하기에 좀 거시기한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사찰 99%는 조계종이 소유하고 있다. 그나마 순천의 선암사 정도가 태고종이 ‘점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조계종과 오랜 소유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슈퍼 독과점 역사에도 참 골 때리는 썰이 많은데, 차후에 연재하도록 하겠다. 스포 하자면 국부 이승만 대통령의 캐리가 빛나는 진흙탕 싸움이다)

 

따라서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오롯이 조계종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타 종단에선 별 관심이 없다. 그러니 ‘불교계’라고 하기보단 ‘조계종’의 문제라고 보는 게 맞다. (여담이지만, 이럴 땐 조계종이 고맙다. 불교계를 향한 모든 욕은 조계종을 향해 퍼부으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헿)

 

어쨌든, 조계종이 사찰마다 ‘등산로’가 포함된 문화재 관람료를 따로 징수하는 근거는 이렇다.

 

첫 번째, 위에 써둔 문화재 보호법 제49조 1항에 의거한다. 현행 문화재 보호법상,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가 ‘점 단위’의 문화재인지, ‘면적 단위’ 인지 모호하다. 조계종은 이에 대해, ‘면적 단위’로 징수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특히, 문화재가 소재하고 있는 사찰 전체와 주변의 자연적 환경이 퓨전 하여 문화재, 또한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가 발휘된다는 입장이다.

 

뻘소리 같아 보이지만, 아예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국보로 지정된 불상은 되도록 절간에 있을 때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빛이 나는 법 아니겠는가. 폐사(廢寺)가 되어버린 불상과 불탑은 이리저리 팔려 다니거나 박물관에 덩그러니 놓이는 신세가 된다.

 

또한, 산이 절을 캐리하는 것이 아니라, 절이 산을 캐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인사(3000원)가 가야산을 캐리하고, 법주사(4000원)가 속리산을 캐리하는 경우처럼. 이런 경우, 사찰을 직접 들리지 않더라도, 등산로 진입 중 사찰의 전경을 ‘관람’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사찰 소유 문화재는 일정한 관람시설에 모여있지 않고, 경내·외에 걸쳐 산재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설악산 신흥사(3500원)가 보유하고 있는 신흥사 부도(浮屠 - 승려들의 사리나 유골을 안치한 석조물) 군의 경우, 신흥사 경내 밖에 있지만, 매표소 인근에 있다. 따라서 ‘면적 단위’ 논리도 통용될만한 여지가 있다.

 

다시금, 뻘소리 중의 뻘소리 같아 보이지만, 점 단위 문화재의 보호와 문화재적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근거가 적용되고 있고, 그 근거는 엄연한 법 조항에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한 뻘소리였다면 진작에 법이 개정됐을 것이다. 하지만, 사찰 문화재가 가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의 유형 문화재 중 상당 부분을 불교 문화재가 차지하고 있고, 실제 문화재 관리 면에서도 문화재청보단 조계종과 각 사찰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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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근거는, 국립공원 지역 내의 등산로가 사찰 사유지를 관통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2015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육상형 국립공원 가운데 사찰이 소유한 토지의 비율은 전체 7.2%를 차지한다. 과거 왕조의 하사, 또는 신도들의 보시로 인해 소유하게 된 토지들인데, 국립공원으로 묶여지면서 ‘점유 당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면적 단위 문화재 = 사유지’ 등식이 성립하면서 최소한의 보수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연공원법에 따라 자연환경보존지구로 지정되면 사찰 경내의 건축도 여러 규제를 받고, 토지의 매매 가치도 저하되기 때문에 응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세 번째 근거다. 문화재 관리 주체와 지원 비용에 관한 문제 되시겠다. 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16년에 펴낸 <국가지정문화재 소유 및 예산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자.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국유문화재에는 평균 건당 9억 3500만 원의 나랏돈이 지원되었으나, 종단이 소유한 사찰 문화재는 6600만 원, 그것도 문화재가 훼손됐을 때의 보수 비용만 지원된다.

 

조계종 측의 자료이긴 하지만,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쌍팔년도엔 ‘천년 가는 한국 전통의 목조 건축’ 드립을 치며 목조 건축이 개쩐다는 말을 했었는데, 목조 건축은 사람 손이 오지게 많이 필요하다.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굴꾼들이 사찰의 문화재를 쓱싹하거나, 혹은 내부의 정신 나간 승려가 몰래 팔아넘기는, 아니, ‘팔아넘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이 종종 있으므로 엄격한 관리의 필요성이 있다. 나야 뭐, 경주에 지진이 났을 때 경주에 사는 지인 걱정보다 문화재 걱정을 먼저 하는 ‘노답 문화재 덕후’니까, 문화재 관리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 밖에 ‘국립공원이 유원지가 되면서 수행환경이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라는 논리도 있는데, 낯 뜨거워서 차마 이 얘기는 쉴드를 못 쳐주겠습니다요 스님들,,

 

가볍고도 즐거운 조계종 까는 타임

 

자, 이제 조계종의 논리들을 파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이 좁은 업계, 아니, 바닥이라고 하자, 좌우간 이 바닥에서 조계종을 까기 시작한 순간 앞날이 꽝꽝 막히겠지만, 에라 모르겠다.

 

먼저, 첫 번째 근거인 ‘면적 단위’ 문화재 이야기다. 또한, 이 얘기는 국립공원의 가치에 있어 사찰이 얼마나 캐리하고 있는가의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 불국사나 해인사같이 유네스코 빨 이라도 받으면 모르겠지만, 심한 곳은 한두 점의 국보, 보물, 지방유형문화재를 보유하고 나머지는 신축 건물 (단,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전통사찰’은 아무렇게나 막 지을 수는 없다)로 채워지는 예도 있다. 이런 경우도, 사찰 전체를 ‘문화재’로 봐야 하는가. 그저, ‘사찰’은 아닌가.

 

또한, 해당 국립공원을 사찰이 캐리하고 있지 않은 예도 있다. 앞서 해인사의 예를 들었지만, 치악산을 구룡사(2500원)가 캐리하거나, 계룡산을 신원사(3000원)가 캐리하는가는 따져볼 여지가 충분하다. 즉, ‘면적 단위’ 문화재의 논리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지만, 해당 국립공원과 찰떡같은 캐미를 이루지 않거나, 해당 사찰이 전체 면적을 문화재로 봐야 할 만큼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등산로에서 관람료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한, 두 번째 근거인 ‘사찰 소유 토지’ 문제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국립공원 내 사찰이 보유한 토지는 7%가량인데, 사찰을 포함한 전체 사유지는 25.4%에 달한다. 즉, 전체 사유지 소유자들 토지 면적에 27% 정도만 조계종이 소유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립공원의 등산로가 사유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응당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조계종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고 조계종에만 특별대우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또한, 자연공원법 제18조 2항에 의하면, 전통사찰 소유 토지의 경우 ‘불사(佛事 - 사찰의 건축행위)’를 허용하고 있고, 토지의 매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사찰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감수해야 하는 의무이므로 조계종의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매표소를 옮겨서 ‘사찰 면적 단위’에 한정된 관람료를 징수하는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등산로까지 새로 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테니 사유지 침범의 문제는 그냥 조계종이 감수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조계종은 이 해결책을 반대한다. 필자도 선호하지 않는다. 여전히 문화재 관리 비용이라는 문제가 남아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자격이 있는 ‘전통사찰’은 10여 개가 넘는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자연공원법, 도시공원법, 산림법, 건축법, 개발제한구역 관리 및 지역에 관한 특별법, 문화재 보호법 등 10여 개가 넘고 규정에 따라 소관 부처도 다르다.

 

전통사찰에 적절한 규제는 꼭 필요하다. 열정 넘치는 새로 부임한 주지 스님이 불사(佛事)한다고 – 조계종은 스님들도 로테이션을 돌린다. 물론, 이면엔 계파 간 정치 싸움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로테이션 속에서 업적을 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사(佛事)다. - 고즈넉한 멋이 풍겼던 절이 갑자기 대기업처럼 변해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관람료가 불교 문화재를 구경하는 값이 아니라, 문화재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조계종의 주장은 일리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국가가 문화재에 대해 애매한 책임을 보일 때가 있다. 발굴 비용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고가 들어가면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 따른다. 사찰이 제멋대로 마구잡이 불사를 벌이는 일도 줄어들 것이고, 문화재의 관리나 학계의 연구도 수월해질 것이다.

 

문화재에 관한 것이라면, 국가가 ‘발굴에서 보존까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공무원도 늘어나고 세금도 많아지겠지만,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대신할 적절한 국고 지원과 더불어 문화재 관리 부서를 일원화해 달라’는 조계종의 요구는 타당하다.

 

그럼, 그렇게 해결하면 되겠네! 하겠지만, 그게 또 간단하지가 않다. 라운드 2가 되시겠다.

 

무겁고도 불편한 조계종 까는 타임

 

여담이지만, 60년대 이후 일부 사찰들은 주지가 바뀔 때마다 사찰 토지를 야금야금 개인에게 팔았던 전례도 있다. 사찰 앞에 각종 음식점, 특히, 테이블 하나 놓고 백숙 한 마리에 오만 원씩 하는 가게가 늘어서 있는 곳은 그러한 흑역사가 깔려있을 수 있다. 뭐, 재산권 행사야 소유자의 권리지만, 전통사찰, 불교 문화재, 국립공원과의 캐미,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과거 조계종의 행적이 영 신뢰가 안 간다. 사실, 조계종이 아니라 다른 종단이었어도 마찬가지의 역사를 걸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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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사찰에 재직하셨던 스님께서는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으셨다. 징수된 돈은 대부분 인건비로 쓰이고, 대부분은 다 서울의 조계종 종단으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중앙 종단은 해당 사찰에 ‘사찰 납부금’을 제시하고, 사찰은 관람료 등을 통해 이를 충당해야만 하니, 악순환이 끝나지 않는다.

 

이 점은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해결 방식과 관계된 문제이다. 정부는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고 그 수입 손실분, 즉 문화재 관리 비용을 사찰에 직접 지원하되, 지출 내역에 대한 사후 정산 방식을 이야기한다. 반대로, 종단은 어엿한 ‘문화재 관리 주체’로서 사후 정산이 필요 없는 경비 방식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해 충돌이다.

 

절에 사는 사람으로서, 사찰이 운영되는 데 일정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한, 무소유의 삶을 살아야 하는 스님들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생계유지비는 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크게는 조계종, 작게는 일부 사찰의 예산 운용은 너무나 불투명하고 믿을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어엿한 문화재 관리 주체’로 인정하기엔 함량이 아득하게 미달이다. 사기업도 투명한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이 시대에서 종단, 그리고 대형 사찰의 운영이 투명하지 아니하다는 것은 불교의 근본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문화재 관리’라는 명목에도 위배된다.

 

종단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차라리 펀딩을 받아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건전할 수 있다. 종단은 이익단체가 아니므로 수익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지만, 관람료 문제의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이해 충돌’에 있지 않은가.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의 순수성을 해치는 것은 조계종이 아니던가. (조계종이 왜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곧 디벼볼 작정이다.)

 

결론은

 

자 이제, 결론이다. 우리는 법치 국가니까, 판례도 중요하다. 2008년 6월 30일 의정부지법에서 문화재 관람 의사가 없는 관람객으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관람료를 징수할 대상은 ‘관람 의사가 명백한’ 사람에 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판결이다. 이 판결을 토대로, 살릴 건 살리고 뺄 건 뺐을 때,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1. ‘면적 단위’ 문화재의 특수성은 인정

2. ‘사유지’ 침해의 보상 논리는 국립공원 특수성 상 노 인정

3. ‘문화재 관리 주체’로서의 사찰 특수성 인정

 

종합해보면, 통행세라는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현행 제도를 날려버리고(어쩔 수 없이 실업자가 발생하겠지만,) 사찰을 문화재 보존 주체로 인정하기 위해 국고 직접 지원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정부 측의 제안대로, 보수 및 관리 비용과 인건비를 포함한 지출 내역의 사후 정산 방식이 적절하다. 이게 싫으시면, 사찰 회계를 아주 투명하게 공개하시는 조건(지금처럼 거수기들의 나이롱 감사가 아닌)으로 사전 경비 방식을 관철하시든가! 전자의 방식이 매우 귀찮고 불편하고 행정 업무가 익숙지 않은 스님들에게는 불리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방식보다 선호하실 것을 안다. ‘진짜’ 사찰 회계가 공개되면 여러 사람이 다칠 테니까.

 

지리산 천은사의 경우, 지리산 노고단으로 향하는 지방도가 사유지를 점유한다는 이유로 통행료를 받다가 지속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었다. 결국, 8개 기관이 합동으로 나서서 천은사에 대한 ‘특혜’와도 가까운 당근을 내어주고 나서야 이러한 문제가 해결됐다. 모든 사찰에 천은사의 해법을 적용할 수 없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혜택이었다. 법과 제도가 미비했을 뿐 아니라, 조계종 또한 포기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 종단이 일선 사찰에 분담금 목표를 제시하는 것도 일선 사찰이 수익 사업에 열을 올리게 되는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가는 더 책임을 지고, 종단은 양보하고, 시민들은 문화재 보호와 유지에 들어가는 국고 지원에 대한 동의가 있다면, 구체적 해결책의 모습은 조금 다를 수 있어도,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비로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2500여 년 전, 아시아에 막대한 문화적 영향력을 남겨 온 불교의 창시자 붓다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수행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아니해야 한다는 붓다의 말씀을 지금 시대에 엄격히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국불교의 핵을 이루는 ‘중생 구제의 자비 정신’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문화재 관람료 폐지가 그 시작점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산은 산, 물은 물 이랬지, 산=절은 아니랬으니까.

 

나무마하,,뽀로뽀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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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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