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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민주당의 토목사업 포기 선언

 

2009.09.30. 수요일
테츠

 

"무조건 중지한다. 댐 건설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지난 9월 16일 하토야마 연립내각의 출범과 함께 자민당 정권이 진행해 왔던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이 재검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50여년간 지속되어온 얀바(八ッ場)댐 건설에 관한 건이다.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성 장관은 취임직후 70% 정도 완성된 상태인 얀바댐의 건설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이 발언은 해당 마을 주민을 비롯해, 얀바댐 물길이 흘러나가는 도네가와(利根川)와 인접한 군마현, 사이타마현, 도쿄도, 지바현, 이바라기현, 도치기현 등 각 지자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이들 지자체는 자민당 정권시절 분담금 명목으로 이미 수백억엔을 댐 건설에 투입한 바가 있다.
 
얀바댐은 높이 115미터, 총저수 용량 7천 3백만톤을 자랑하는 대형 다목적 댐으로 지난 1952년부터 도네가와 유역 개정개수 계획의 일환으로 그 건설계획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당시 건설기술로는 얀바댐 건설은 힘들었고, 수몰지역에 대한 보상대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행에는 옮겨지지 못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일본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급격하게 늘어난 간토(関東) 수도권 지역의 물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건설성(현 국토교통성)은 애시당초 7천 3백만톤 규모였던 얀바댐 저수규모를 1억톤급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이 발표된 후 수몰지역 나가노하라(長野原)에서는 거센 댐 건설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나가노하라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온천지역으로, 댐이 건설되기 시작하면 온천지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해당지역 340세대가 완전히 물속으로 잠기게 된다. 나가노하라의 주민들은 실천적인 반대투쟁과 함께 지자체 기관장에 댐건설 반대파를 선출하는 등 자민당 정권의 댐건설 계획에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 반대투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건설성은 가와라유(川原湯) 온천등 일부 온천지역을 남기고, 지역 주민의 생활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보상대책의 근거가 되는 "수자원지역대책 특별조치법"(73년)을 제정하는 등 주민들의 회유에 나섰다.
 
또 80년에 들어서면서 군마현을 비롯한 각 행정기관은  주민생활 재건안을 제시했고, 특별조치법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보상 및 생활대책 지원금은 댐건설로 이득을 보는 도네가와 하류지역의 도쿄, 사이타마, 지바등 이른바 수도권 지역의 지자체가 분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92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얀바댐이지만, 공사 자체가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애초에 약속했던 가와라유 온천도 계획변경으로 인해 수몰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2001년에 나온 공공사업 재평가 보고서는 간토지역의 물수요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홍수대책은 거대한 댐이 아닌 제방대책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시대의 변화에 따라 거대 댐건설 자체가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것도 지적되었다. 나가노현 지사를 지냈으며 현재 신당일본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 53) 중의원은 나가노현 지사시절 댐에서 벗어나자는 이른바 "탈(脫)댐" 선언으로 유명하다.

 

 


 
다나카 의원은 21세기의 수질관리, 치수개선 사업에 20세기의 유물인 댐은 어울리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댐이 한번 완성되면 그것의 관리에 들어가는 이른바 러닝코스트가 엄청나 댐의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가 탈댐 선언을 한 것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다나카 의원은 07년 3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댐이 엄청난 이권의 온상"이라면서 "자민당의 건설토호족 의원들이 댐에 집착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리베이트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돈이 오고가는 곳"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댐 건설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토목사업 중 하나로 애초의 계획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복마전이라고 한다.
 
실제 얀바댐의 경우 92년부터 2004년까지 12년동안 2번에 걸쳐 계획변경을 실시해 댐 공사비가 애초의 2100억엔에서 4600억엔으로 2.2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것은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것일뿐 댐건설 반대파는 공사비에 기금사업비, 이자등을 포함시킬 경우 총공사비가 8800억엔(한화 약 11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2007년 당시 중의원 의원이었던 나가쓰마 아키라 현 후생노동성 장관은 얀바댐 공사 사업권을 따낸 37개 기업에 국교교통성을 정년퇴직한 인사 52명과 7개 공익법인 25명이 낙하산 인사로 발령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자민당의 정치가들 역시 이들 낙하산 인사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즉 얀바댐은 일본의 건설토호족, 정치가, 관료 모두가 연루된 사상 최대의 토목공사였던 셈이다.
 
민주당은 댐 건설이 가지는 폐해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얀바댐 등 국책공공사업에 대한 마니페스토(정권공약)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대형공공사업의 재검토 : 가와베가와댐, 얀바댐 건설을 중지하고 주민들의 생활재건을 지원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댐 사업의 폐지등에 따른 특정지역의 진흥에 관한 특별조치법(가칭)을 제정하고 정부가 행하는 댐 사업을 폐지할 경우에는 특정지역에 대한 공공시설의 정비, 주민생활의 편리성 향상 및 산업 진흥에 기여하는 사업을 실시해 해당지역의 주민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노력하겠습니다"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의 얀바댐 중지 발언은 어떤 의미에선 민주당 정권공약을 실천하겠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발언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주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가 처음 반대했을 때는 이런 저런 감언이설로 회유하더니만 이제 와서 그걸 안 짓겠다고 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따라야 하는가"(67세, 나가노하라 주민) 라는 말이 된다.

 

 


 
각 지자체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낸 도쿄도의 이시하라 신타로 (石原愼太郎) 도지사는 25일 정례회견 자리에서 "나는 정말 마에하라 씨에게 동정한다"고 운을 뗀뒤 "하지만 마에하라 씨는 당의 기본방침이니 공약이니 운운하기 이전에 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하라 도지사의 이 말은 얀바댐처럼 특정한 목적으로 건설되는 다목적 댐의 건설을 중지할 경우 국토교통성 장관이 해당지역의 지자체 단체장의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한 특별조치법을 겨냥한 것이다.
 
즉 마에하라 국교상 혼자서 아무리 중지한다고 해도 "그럴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투입한 자금도 내어 놔야 하고, 나도 만나야 할 것이고 그는 할 일이 많다"(이시하라 도지사)는 의미인 셈이다.
 
이런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에하라 장관은 밀어부칠 태세다. 그는 23일 얀바댐 건설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지론을 폈다.
 
"우리 정권공약은 그렇게 허투르게 만든게 아니다. 얀바댐이 70%나 건설되었으니 다 완성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말들이 있지만, 댐관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이런 낭비가 없다. 민주당은 낭비를 없애자는 정권공약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는데, 일부 반대가 있다고 대대손손 세금을 낭비하는 얀바댐 건설을 완성시킨다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한편 현재로선 마에하라의 발언이 지지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 언론들은 프로세스적 측면, 이를테면 마에하라 장관이 현장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채 "댐건설 중지"를 외친 점이나 민주당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간의 관계설정등에 관한 부분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얀바댐 건설을 추진하라고는 요구하지 않는다.  즉 얀바댐을 비롯해 자민당이 그간 추진해 왔던 거대 토목사업의 문제점을 언론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어쨋거나 이번 얀바댐 건설중지 소동은 민주당 정권의 개혁노선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마에하라 장관이 그 뜻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켜 낼 수 있다면, 어떤 측면에서는 일본의 정관계 유착의 상징이었던 대형 공공토목 건설사업이 종지부를 찍게 될 역사적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제이피뉴스(jpnews.kr) 정치부 기자겸
딴지일보 일본 통신원 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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