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이템 현거래의 실체 2부 - 아이템 현거래의 현황 2009.09.28 대답 1부에서 말한 게임 디자인에 잘 들어맞는 게임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세 가지로 해보겠다. 와우는 귀속 시스템이라는, 획득한 무기는 (혹은 착용한 무기는) 주운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아이템의 거래를 최소화시키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앞서 말했듯 게임 회사의 디자인 팀은 현금 거래를 싫어한다. 하지만 와우는 굳이 변호해줄 필요도 없다. 누가 봐도 아주 명백하다. "우리는 정말로, 진심으로, 진정, 현금 거래가 싫어! 제발 하지 마!" 라고 외치는 듯한 디자인이다. 절대적인 아이템 귀속 시스템. 퀘스트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어느 정도 수준의 대체할 만한 아이템. 아이템들간의 작은 성능 편차. 리니지 형제보다 라이트한 PVP. 앞선 글에서 말했던 조건과 완벽하게 정반대인 디자인이다. [리니지 1과 리니지 2] 그렇다면 게임 디자인으로 판단한 이 세 가지 대답이, 정말 옳은 것인지 현거래 현황을 통해 한번 확인해보자. 현황 아래 표는 2007년 1월부터 2009년 8월까지의 아이템 판매 대행사의 전체 매출에서, 해당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을 표시한 것이다.
예상대로 리니지 형제의 비율이 엄청나다. 2008년 후반까지, 거래량의 압도적인 부분을 리니지 형제가 차지하고 있다. 둘을 합하면 다음과 같다.
와우의 과거와 현재 여기서 잠시 와우를 좀 짚고 넘어가보자. 앞선 표에서 보면, 와우 역시 어느 정도의 현금 거래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하기 편하게 전체 현거래량을 대략 1조원으로 잡고, 와우의 거래량을 대략 3%로 잡는다 해도 이 수치는 무려 3백억원에 달하는 양이다. 물론 그래봤자 리니지 형제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긴 하다. 하지만 와우라는 게임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이 액수는 실로 비정상적인 금액이다. 오히려 리니지 형제의 그 많은 금액이 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선 기사에서 말한 대로, 와우는 현질이라는 현상이 아예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일은, 그 거래량이 2007년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와우는 현거래를 진심으로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 나라에선 현거래가 제법 이루어지고 있고, 이루어지는 정도로도 모자라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울두아르의 도안 등 훨씬 향상된 제작템, 그 재료가 되는 보주, 소켓에 박는 각종 보석, 늘어난 착귀템 등... 골드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대단히 많아졌다. 다시 말해 골드를 사용하는 게임 내의 거래 시장 자체가 굉장히 커져버린 것이다.
오리지널 시절에는, 와우에서 경제 활동을 할 일은 별로 없었다. 리니지 형제가 보면 그야말로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하지만 이 혁명적인 시도는 업데이트를 통해 점차 희석되어 간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경제 시스템이라는 것은 대단히 많은 컨텐츠를 낳는 거위다. 이 거위에 전족을 채우고 날개를 묶는 것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경제 시장의 확대를 위해 와우는 골드로 할 수 있는 일이 보다 많아지도록 변화하여 왔고, 이제는 골드로 심지어 제법 괜찮은 아이템을 직접 살 수도 있게 되었다. 이처럼 게임 내 시장이 확대된다는 건, 결국 현질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와우의 그 돋보이는 현금 거래량의 증가를 설명하긴 어렵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와우는 그 어느 게임보다도 귀속 시스템이 디자인의 핵심으로 굳게 자리잡은 게임 중 하나다. 단순히 게임 디자인의 변화 외에 어떤 요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골팟 골팟에 대해서 파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정말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 골팟만으로도 기사가 충분히 하나 나올 정도다 -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처음 골팟의 시초는 불타는 성전 이전으로 돌아간다. 줄구룹을 비롯한 몇몇 인던에서, 사장님 골팟이라는 신개념 사냥이 탄생한다. 장비가 부실한 캐릭터들이, 강력한 캐릭터들에게 돈을 내고 사장님으로 던전에 가는 것이다. 그러면 강력한 캐릭터들이 가볍게 던전을 깨주고, 떨어지는 아이템들을 사장님이 먹게 해주고 대신 돈을 받는다. 강력한 캐릭터들은 레이드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가볍게 돈을 벌고, 초보 캐릭터들은 쉽게 기본적인 장비를 맞추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형태로 출발한 골팟은, 우리 나라 게이머들의 효율 제일주의와 맞물려 점차 대중화되었다. 사실 획득 시 귀속이라는 원칙은, 운이 없는 게이머에겐 매우 눈물 나는 원칙이기도 하다. 떨어지는 아이템은 결국 단 한 명만이 먹을 수 있는 거니까, 자기한테 맞는 아이템이 떨어지지 않거나 주사위에서 계속 실패를 거듭하면 빈손으로 던전을 나가야 한다. 하지만 골드를 입찰해 획득하는 아이템의 권리를 결정한다면? 아이템을 먹지는 못한다고 해도, 그 아이템을 먹은 사람이 낸 골드를 분배받을 수는 있는 거다. 골드는 획득 시 귀속이 아니니까. 그러면 아예 빈손으로 나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는 거다.
이 방식은 손해 보는 거 정말 싫어하는 우리 나라 게이머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와우에서는 대부분의 공격대가 골팟의 진화된 형태를 띤다. 즉, 공격대원들이 골드를 입찰해 획득하는 아이템의 권리를 결정한다. 이쯤 되면 블리자드가 의아해할 만하다. 최근 방문한 와우 디자이너의 인터뷰에서, 기자분이 골팟에 관해 질문한 적이 있다. 그 답변이 다음과 같았다. 대체 왜 한국에서는 이런 골팟이라는 게 생겨난 걸까? 물론 효율 제일주의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탄생 동기를 한번 뜯어보자.
게임 밖에서 돈을 들여 게임 안의 돈과 맞바꾼 것이다. 자, 그러면 하나 더. 그 사장님들에게 돈을 판 사람은 대체 누굴까? 이전 기사에서도 말했듯, 게임을 한다는 것은 이미 게임 회사에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정도 비용을 들여 여가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게임 속의 돈을 생계 유지에 써야 할 만큼 절실하지는 않다는 거다. 어느 정도 비싼 금액에 산다는 사람이 나와서 팔겠다고 마음먹게 되기 이전엔. 즉,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아이템 현거래 사이트에 들어가보라. 항상 파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 어느 게임이나 할 것 없이. 아니, 게임 속의 돈을 생계 유지에 써야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이게 어찌된 일인가?
바로 이미 활성화된 시장의 상징, 작업장이다.
다음 기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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