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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독투] 한국 힙합의 흑역사

 

2009.09.29.화요일
딴지독투 B.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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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초이스] 영화 플레닛 비보이 시사회

 

 

 

 

난 고딩때부터 신촌에 들락거렸어. 나름 흑인음악 동호회 1세대 였고. 근데 그때 사실 힙합하는 사람들중에 비보이는 그냥 비보이라고만 하고 힙합이라는 범주에는 맞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리던 랩하는 놈들 많았어.

 

 

그당시에 신촌에 파란굴 양식장이라는 곳이 잇었지 그곳이 후대에는 MP, 마스터 플랜이 되었고 이러저러 돈좀 만지자 사장 이종현이는 거기 팔아버리고 기획사를 차렷어. 그리고 주석이나 뭐 그런 애들 음반이 나왔지.

 

 

사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코묻은돈이 꽤나 짭짤했을거야. 당시 블렉스(하이텔 흑인음악동호회)같은데 들어가면 다들 아주 피가 철철 끓었거든 다들 평생 힙합을 할것처럼 그러더니 이제 이종현이는 홍대 최고의 거물급 공연기획사 사장이 되어서 엄청 큰돈을 굴리고 있고 주석은 김종국있는 기획사에 들어가서 마이티 마우스 뮤직비디오에서 여자 엉덩이에 청진기를 가져다 대고 놀지...

 

 

그 개폼 똥폼 다 잡던 엠피 애들은 결국 실은 마이너 가요기획사정도였다는걸 알 게되기까지 별로 그리 오랜시간이 걸렸던것도 아니었어.

 

 

그리고 나름 대안으로 무브먼트가 떠올랐지만 씨비메스에는 힙합사기꾼 커빈이 있었고 지가 직접 캐스팅한 동생들 등쳐서 자기만 타워펠리스를 사서 튀었지. 그리고 다이나믹 듀오가 결성이 되었고 나름 대중들의 지지도 크게 받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날 빅뱅과 합동무대를 하는걸 보며 응..? 했지만 그래도 그간 다듀가 해온 음악적 성취를 믿었기때문에 그냥 메이져씬에서 저정도로 인정받는구나 하고 말았어. 진짜 랩천재라고 생각했던 타블로가 슬슬 엠플로 배껴가면서 무대에서 안무 추는꼴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던 어느날 알게되었지. 다듀가 샘플링으로만 거의 노래를 만드는건 알았지만 그게 뭐 어떻겠어. 원래 힙합은 그렇게 만들어진걸. 근데 이놈들이 샘플 클리어를 전혀 안하고 그냥 무단으로 잘라다 붙여 쓴거더군. 그렇게 샘플링표기만 해서 사기치는법이랑 저작권 돌려치기, 이름 표기만 바꿔서 지네가 등록하기, 저작권료는 포기하고 음원수익만 빼먹기 등등 커빈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던거야. 여기에 해당되는건 한국 힙합 뮤지션 전부라고 보면되. 무브먼트 전체와 스나이퍼, 요즘 중고딩들 돈 빼먹기에 여념이 없는 버벌진트와 꼬봉들(스윙즈 말고는 이름이 기억이 안나...) 소울컴퍼니 꼬꼬마들, 거기에 콩고물이라도 주워보려는 지기펠라즈등등...

 

 

결국은 이새끼들이 개폼만 잡고 건들거릴줄만 알았지 사실 제대로된 가사 한줄 안쓰는 놈들이거든. 최소한의 사회의식도 없이 그냥 라임놀이만 존나게 하다가 지들끼리 헐뜯고 이슈만들고 화해하고 그러다 가요판에서 손짓한번 해주면 깨갱하면서 살살살 대면서 기어들어갔다가 걷어 차이면 깨갱하고 다시 언더그라운드 굴다리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그러면서 지네들이 마치 원해서 언더그라운드인양 중고딩모아놓고 힙합 플레야같은데서나 건들거리고...

 

 

웃기지. 사실 다들 돈이더라고 돈으로 움직이고 돈을 쫒아서 변해가고 있을뿐인거야. 아닌척 하지만...

 

 

어설프게 흉내내던 랩을 그만두고 한 4년쯤 지난 어느날 우연히 티비를 보다가 한국 비보이들을 봤지. 내가 중학교때 친구들끼리 돌려가며 보던 일본 오사카 비보이들의 모습에 결코 뒤지지 않는거야. 심지어 가끔 엠티비에서 나오던 미쿡비보이들에 꿀리지 않더라고. 그리고 오 쟤네들 대단하구나 하다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보고 느낀게 내가 힙합음악을 들은지 딱 10년된 때였는데 그런생각을 했어. 지난 10년간 한국힙합음악의 음악적인 발전이나 랩하는 기술이나 라임, 플로우에 비해 쟤네들은 진짜 10년간의 발전이 축적이 되어있었고 그게 지금 폭발했고 이건 계속해서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발전하겠구나하는 느낌.

 

 

 

 

힙합 음악은 지금 생각해도 별거 안하면서 개폼잡기 딱 좋아. 외국 소울음악 통샘플해서 킥, 스네어 붙이고 베이스 대충 둥둥하고 라임이나 맞춰서 가사 대충 개소리 지자랑 후리고 그다음에는 옷이나 신경쓰면 되거든. 근데 비보이는 분명 몸으로 하는 것이기에 솔직하고 분명해. 존나 연습 안하면 무대에서 몸 뒤집히고 자빠지니깐. 그당시에는 나도 비보이들은 뮤지션들에 비해선 솔직히 조금 옷도 촌스럽고 애들 하고 다니는것도 지저분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 자기네들에게 솔직하기 때문이었고 그당시에 그들은 참 멋지고 훌륭한 친구들이었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뒤늦게 들어.

 

 

한국은 문화적으로 너무 후졌어. 비보이들도 아직 국내에선 홍보용이나 그냥 분위기 띄우기 용으로 세워놓고 양념으로나 치려고 들고 그러지 아직은 제대로 그들이 대접받는것은아닌것같아. 그냥 머나먼 희망사항이지만 춤이란건 농사짓는거 만큼 솔직한거같아. 사실 예술분야에 그런거 별로 없는데ㅋ

 

 

대중의 지지와 음악적 성취같은걸 노력없이 날로먹으려던 힙합뮤지션들은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잇는게 보이는것같아. 적어도 그 세대의 애들은 이제 완전히 물건너 갔어 꾸준히 자기네들을 발전시켜온 춤꾼들에게 이제 한국힙합 대표를 부탁하고 싶어. 다소 차이는 있지만 힙합이라는건 이미 전세계가 공유하는 문화이고 음악이니까 그들이 더 멋있어 지고 더 유명해지고 더 나은 여건에서 춤을 출 수 있길바래. 꼭 라스트 포 원뿐 아니라 그들을 꺾기위해 오늘도 춤을 추는 그 들에게 너무 늦었지만 그친구들에게 지난 10년어치의 박수와 응원과 지지를 몰아서 주고싶어.

 

 

 

 

 

딴지독투 B.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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