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G 드래곤과 표절, 그리고 YG 2009.09.29.화요일 아는 분은 알겠지만 필자는 근 10년 전 본지 출범 직후부터 음악섹션 딴따라딴지를 통해 표절과 립싱크 등 울나라 가요계의 각종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온 바 있었다. 사실 그런 필자의 행적은 실은 본지 창간보다 훨씬 전인 1993년 하이텔로 거슬러 올라가서, 당시 언더그라운드 뮤직 동호회 시삽의 입장에서 유사한 성격의 동호회들인 뮤직 매니아, 메탈동 등등과 함께 당대 히트가요들의 표절 문제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제기 했던 바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필자는 울나라에서 가장 오랜 표절 판별 경력을 갖고 있는 몇 명 중 하나일 거다. 그리고 동시에 오랜 음악 경력과 평론가 활동 등등의 꼬리표가 있으니 나름 이 문제와 관련되어 신빙성 있는 소견을 낼 수 있는 전문가의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표절곡을 선별해 내고 거기에 꼬리표를 다는 일은 내게도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경험이 쌓이고 음악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실은 표절 판정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나름 표절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이 법에 정해져 있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저작권법의 어디를 찾아봐도 이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물론 법으로 정해져 있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예컨대 4소절 이상 같으면 표절 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만 살짝 피해가면 되는 거고 음악을 아는 사람에게 이런 작업은 조금도 어려운 게 아니다. 즉, 말 그대로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거나 누가 들어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징적인 곳에서 닮아있지 않는 한, 표절의 판정과 관련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 주관성이 개입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법적, 사회적 판정 역시 그런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 그런 점들을 이래저래 확인해 보기 위해 지금부터 몇 곡 듣고 함 비교해보자. 먼저 아래는 잉베이 맘스틴의 Far Beyond the Sun(85)이다. 1분 30초부터 1분 40초까지 일단 함 들어보시라.
한편 밑에 것은 조용필의 ‘청춘시대’(87)이다. 유튜브에서 도저히 원곡을 찾을 수 없어서 맥콜 광고를 갖다 붙였는데 오늘의 목적에는 별 문제가 없지 싶다. 오랜만에 80년대 패션과 젊은 용필오빠를 다 보시던가 아니면 표절 관련된 부분만 봐도 좋겠다. 해당 부분은 47초부터다.
자, 어떠신가…? 청춘시대 전곡을 들려 드릴 수 없어 더 본격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이 부분 외에도 전반적인 편곡과 리듬 스타일, 이곳 저곳의 멜로디, 당시로서는 매우 특징적인 기타 솔로 스타일 등 전반에 걸쳐 이 곡은 위 잉베이 맘스틴 곡의 노골적인 표절이다(다행히도 조용필 ‘작곡’은 아님). 실은 고금의 모든 표절 의혹곡들 중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단정할 수 있는 표절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이 곡이다(물론 그 외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객관적, 혹은 법적으로 증명될 수 있을까? 과거의 표절 판별 법령이었던 4소절 이상 동일 법칙은 이 곡에도 완벽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표절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이유는 당시만해도 매우 새로운 음악이었던 잉베이의 독자적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잘 알지 못하는 음악 관련자나 판사 등도 똑같이 느낄까? 실제로 이 곡은 1993년의 공윤 심의에서 유사점은 있지만 표절 기준에 저촉 안됨 이라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좀 최근 음악이다. 먼저 아래 곡을 들어보자. 70년대 훵크 뮤직의 히트곡인 와일드 체리의 Play that Funky Music 이다. 곡 자체가 무척 재밌고 그루브가 좋은 곡인데 특히 50초부터 약 10초의 멜로디가 이 곡의 색깔을 규정하는 트레이드 마크이니 함 들어보시기 바란다.
한편 아래는 박진영의 허니다. 묘하게 시간조차 같은 위치인 50초부터 17초 정도를 역시 들어보기 바란다. 이걸 열분 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나는 80% 정도의 확신으로 표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의 청춘시대 경우에 비한다면 다소나마 모호한 점이 있기 때문에 의도적인 건지 무의식인 건지 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름 예민한 내 귀로, 편의점에서 이 곡의 이 부분을 처음 들었을 때 음, 번안곡이군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내친 김에 두 곡 더 들어보자. 첫 곡은 펫샵 보이스의 히트곡 Go West, 그리고 다음 곡은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다. 이 두 곡은 전반적으로 유사하니 일단 들어보고 이야기하자. 둘 다 비디오는 신경 쓰지 마시고 음악만 들으시라..
이 경우는 어떻게 판정을 해야 할까. 리듬이나 분위기, 곳곳의 매우 특징적인 멜로디, 후렴구 등에서 상당한 유사성이 분명 있다. 그러나 앞의 두 곡에 비한다면 딱 짚어내기는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 관점에서 이 곡은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경우다. 이런 점이 오히려 더 교활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물증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만약 내가 이 곡의 표절 여부를 가리는 법정의 증언대에 서게 된다면 위의 두 경우 같이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말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답답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이런 예들을 들어드린 이유는 표절이라는 것이 이렇게 다양한 수위로 존재하고, 따라서 그것을 구별해 내거나 판정하거나 증명하는 것 역시 곡에 따라 접근 방식이 모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특히나 지금처럼 작곡가들이 ‘청춘시대’ 나 홍수철의 ‘보고싶다 친구야’ 처럼 노골적으로 표절하던 시대를 넘어서서 표절과 안 표절의 중간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할 역량과 경험을 갖춘 경우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어떤 이는 이걸 이용해서 교묘한 표절곡을 만들어 잇속을 챙길 수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표절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네티즌과 소비자들의 지나친 예민함이나 강박관념에 희생될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진실은 작곡한 본인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표절이란 것이 근본적으로 법보다는 예술가의 양심의 문제로 회귀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건 머 이상적인 바램이자 덕담일 뿐이니, 이제부터 문제의 G 드래곤의 두 곡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열분들도 내가 머라고 하나 궁금하실 테니... 이미 많이들 보셨겠지만 아래 유튜브 영상을 가지고 비교해 보도록 한다. 맨 앞에 나오는 건 플로리다의 라잇라운드 이고 20초부터 34초경까지는 지드래곤의 핫브레이커다. 한 귀에 들어도 참 비슷하고 표절이닷 하고 소리치고 싶다. 그러나 엄밀하게 들어보면 실은 다른 점도 많다(35초부터 40초의 두 곡 믹스 버전은 들을 필요 없다. 표절은 이런 식으로 판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라잇라운드를 한번 차분하게 들어보자. 이 곡 이 부분의 가장 큰 음악적 특징은, 코드 진행과 멜로디라는 것 자체가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반주는 Am 코드 하나만으로 반복되고 멜로디 역시 A음(해당 키의 1도 음)으로 랩 비슷하게 가다가 단3도 음, 즉 C로 한번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이제 핫브레이커의 해당 부분을 들어보자. 여기에는 Cm-Ab-Bb 이라는 코드 진행이 존재한다. Im – bVI - bVII 의 진행인데 이건 전통적으로 록이나 메탈 등에서 많이 쓰이는 형태다. 그리고 멜로디도 비록 1도 음이 중심이 되긴 하지만 라잇라운드보다는 훨씬 변화가 많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곡이 아주 비슷하게 들리는 건 리듬과 편곡, 창법 때문이다. 비록 하트브레이커의 템포가 조금 빠르긴 하지만 두 곡 모두 셔플/ 셋잇단음 계통의 리듬에 랩 비슷한 단조로운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 잡스러운 악기들의 음이 많이 들어있지 않고 드럼 비트와 노래가 리듬을 형성하는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한 접근이다. 거기에 노래를 하는 방식도, 물론 후자는 이펙트가 잔뜩 걸린 보컬이긴 하지만 분명 유사하다. 그럼 이제 다음 곡, 버터플라이 와 오아시스의 She’s Electric을 비교해보자. 43초부터 50초까지 버터플라이고 그 뒤에는 오아시스다. 일단 키가 A로 같고 멜로디도 아주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버터플라이에서 핵심이 되는 멜로디는 M2-M3-M7-M6-M3-M2-1 (장2도 – 장3도 - 장7도 – 장 6도 – 장 3도 – 장 2도 – 1도) 로 움직인다. 한편 쉬즈 일렉트릭에서는 M2-M3-M7-M6-P5-M3 (장2도 – 장3도 - 장7도 – 장 6도 – 완전5도 – 장 3도)로 느낌상 거의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도 코드로 Maj7 계열이 쓰인 것도 비슷하다. 게다가 이런 음계상의 유사성에 더해 멜로디의 리듬과 색깔이 너무 비슷하다는 점도 문제다. 위 영상의 멜로디를 놓고 볼 때 두 곡 공히 마디의 셋째 박에서 첫 음이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버터플라이에서 time, 쉬즈 일렉트릭에서 want 에 해당하는 높은 3번째 음(장 7도 음)이 다음 마디 직전에 엇박으로 들어간다는 점도 같다. 머 거기만 잠깐 그런 거 아니냐.. 하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이 상당히 개성이 강한 아주 중요한 멜로디기 때문에 이런 결정적인 유사성을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 이제 나는 이 곡들에 대해 어떤 판정을 내릴 것인가? 첫 곡, 하트브레이커는 표절 혐의 60%를 제시하겠다. 이건 표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다소 표절 쪽으로 기운다는 뜻이다(50%가 딱 중간). 하지만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하라고 한다면 우리가 흔히 쓰는 의미에서의 표절이라기보다는 스타일을 흉내 낸 거라고 말하고 싶다. 하트브레이커 작곡자가 라잇라운드를 아예 모르고 이 곡을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분명히 들어 본 상태에서 나온 음악이다. 그러나 분위기와 스타일을 차용했을 망정 코드와 멜로디에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 그것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것은 법적, 윤리적인 잣대로 재단하기 보다는 작곡자 자신의 창조성에 대한 문제로 귀속을 시키는 것이 옳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이런 스타일 카피 역시 바람직한 건 아니다. 그럼 버터플라이는? 만약 내가 오아시스 곡을 모른 상태에서 이 곡을 들었다면 참 잘 만든 곡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하고도 특징적인 멜로디, 오아시스가 그토록 찬사를 들었던 비틀즈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너무나도 비슷하게 들어가 있다. 이것은 노엘 겔러거가 듣는다면 분명 문제를 제기할 만한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일상과 느낌의 유사성 때문에 하트브레이커를 더 표절스럽다고 지적하지만 내 귀에 진짜 표절스러운 곡은 되려 버터플라이다. 표절 혐의도는 80% 수준이다. 따라서 만약 법정에 서게 된다면 앞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곡은 표절 혐의가 짙다고 증언하게 될 거다. YG와 지드래곤,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엄따.
이제 열분의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렸을 테니 이와는 별개로 표절 자체와 이와 관련된 음악인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이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다. 예전에 신해철이 음계의 수가 12개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창조적인 음악이 나오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하면서 표절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예민함을 경계하는 발언도 함께 했다. 신해철의 이 말은 음악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맞을 수도 있다고 틀릴 수도 있다. 당시 그 말을 하던 그의 관점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멜로디를 창작해 낼 가능성과 관련된 거였기 때문에, 그런 연장선상에서라면 나름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인들은 결국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고, 따라서 음악적 실험은 무한히 계속되며 그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는 옳지 않은 말이다. 내 생각에는 코드나 음계를 새롭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거나 익히고 리듬과 편곡, 다양한 표현법들을 연구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 낼 여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다. 물론 그 결과물은 21세기 초 현재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과는 많이 다른 것이 될 여지가 크지만 말이다. 암튼간에 세상에 나와 있는 음악들이 많다 보니 그만큼 표절에 걸릴 가능성도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리고 굳이 12음계의 한계를 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악을 좋아해서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게 많은 사람일수록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걸 만들어 낼 가능성은 높아진다. 오늘 예로 든 곡 중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청춘시대 정도는 빼더라도, 나머지 곡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맘먹고 표절을 한 건지, 어디서 들은 적 있는 멜로디를 무의식적으로 재창작 한 건지, 아님 말 그대로 완벽한 우연일 뿐인지 진정으로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필자와 열분들 포함해서 아무도 없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나보다 백배 뛰어난 음악 분석의 천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글의 소재인 지드래곤의 곡들도 마찬가지다. 그건 이것이 이미 음악 분석의 영역을 넘어서서 일종의 심리학이나 수사의 영역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작곡자들이 사실은 비슷하게 만든 거에요 라고 고백하고 나오지 않는 한, 혹은 키득거리며 지인들에게 나 여기 이렇게 베낄건데 아무도 모를거야 으흐흐 하고 떠벌인 것을 들은 증인이 나오지 않는 한, 실제로 그들의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방법은 없다. 아 그렇다고 원래 그런 거니 그냥 넘어가 주자... 라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글타. 요즘 같은 세상에 교묘한 표절을 근절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그건 바로 표절곡이 발표되기 전에 미리 막는 거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아티스트와 관련자들 자신 뿐이다. 글타고 막연히 양심에 호소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내가 왜 이 글의 제목에서 굳이 YG를 언급했는지 아시게 될 거다. 아래의 이야기는 내가 양군에게, 그리고 그러면서 모든 작곡가와 기획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이니 관련 있는 분들 특히 귀담아 들으시기 바란다. 양군이 아마 나보다 한 두살 많은 걸로 알지만 본지 스타일로 나갈 테니 이해하고 들으시라. 양군아. 니네 작곡가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 곡들을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억울할 수도 있음이다. 하지만 내가 분석하기에도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는 부당한 것이 아니다. 머 솔직히 마녀사냥식의 지나친 공격에까지 찬성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 어떡할텐가. 니들은 끝까지 표절 아니라고 결백을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계속 비교 분석하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표절이라고 까대고, 그렇게 평행선을 긋다가 ‘원작자’ 끌고 들어와서 결국은 법정에 갈 건가? 법정에 가서 판결이 난다고 치자.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 나면 이제 그때부터 모든 사람들이 그걸 수긍할 거라고 보냐? 그저 운 좋게 피해갔다고 여길 뿐이다. 반대로 표절이라고 판결 나면 니들은 수용할 거냐? 벌금 내고 음반 수익금 물어내는 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지 모르지만 와중에 속으로는 억울해 할 거 뻔할 뻔자 아니냐. 결국 작곡자 스스로도 진실이 뭔지 잘 모를 수 있는 와중에 진실을 밝힌답시고 시간을 끄는 건 결론이 어떻게 나오던 니들에게도 손해고 음악계에도 손해다. 명색이 울나라 음악계에 새로운 아이돌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양군이라면, 이런 경우에 보다 대국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거다. 그 판단을 돕기 위해 이 상황에서 니들이 범한 가장 큰 실수를 구체적으로 짚어 주련다.
국내 최대의 기획사 중 하나인 니들 양군기획이 이렇게 표절 시비가 발생할 만한 곡을 세상에 내 놨다는 그 자체다. 그리고 이건 실제 표절인지 아닌지, 판결이 어떻게 나는지 하고는 아무 관련도 없는 문제다. 너무하다고? 양군아. 우리 같이 손 잡고 함 생각해보자. 지금 지드래곤 표절 시비의 중심에 있는 두 아티스트, Flo Rida 와 오아시스, 둘 다 유명한 음악인들이다. 근데 니들이 보유한 그 훌륭한 작곡자들이 이 두 아티스트의 곡들을 진짜로 몰랐다고 이야기할 거냐? 의도적인 표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점, 니들도 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정말로 두 곡 다 전혀 몰랐다고 치자. 그렇다고 니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니들이 정말 저 유명한 아티스트의 곡들을 몰랐다면, 한국의 대표 기획사로서 그 정도의 음악적 지식과 정보도 갖추지 않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발표한 곡에 실제 비슷한 점이 있음에도 버티고 있다는 점이 바로 죄가 되는 거다. 이해충돌 회피 제도라는 게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예를 들어 내가 교통부에 고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은퇴하고 나서 버스회사에 간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다. 그건 내가 교통부 인맥 등을 동원해서 그 회사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의도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인 거다. 이건 결국 배나무밭에서 갓끈 고쳐 쓰지 말라는 소리다. 오해 받을 짓은 하지 않고 그런 여지부터 애초에 차단하는 게, 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머 울나라에선 잘 안되긴 한다만. 마찬가지다. 얼치기 싸구려 기획사라면 모르겠다만, 그래도 양군기획쯤 되면 표절의 가능성에 대해서 처음부터 경계를 하면서 섬세하게 작업에 임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했어야 하는 거다. 작업 단계에서 주변에 모니터링을 시키고 의견을 들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니들은, 티저 영상 나왔을 때도 표절에 대한 많은 비난이 있었지만 아무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건 니들이 표절할려는 의도는 없었으니 떳떳하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상황을 그저 밀어 붙이겠다는 거다. 사업하는 입장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쟝르 불문하고 창작하고 작품 발표하는 넘에게 그런 합리화는 곧 존재 가치의 상실이라는 점, 알고 있냐?
그러니 양군아. 니들이 정말 남들과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면, 다른 장사꾼들하고 스스로를 차별화하고 싶다면 문제의 그 곡들 철수시키자. 도저히 표절은 인정할 수 없다면 표절 의혹이 강한 곡들을 내놓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팬들을 실망시킨 점이라도 인정하고 그 곡들 판매 중단, 방송 중단해서 그냥 세상에서 지워 버리잔 말이다. 표절 의혹 곡들로 돈 벌 생각 말고 까짓 거 그냥 손해 좀 보는 거다. 하지만 마냥 그러라는 게 아니다. 내가 방금 설명한 것을 기초로 의식 있는 기획자로 열라 폼 잡고 있는 대로 생색 내면 된다. 그럼 아마도 다들 양군의 배포를 인정하고 오히려 대인배로 숭상할 거다. 그런 담에 앞으로 더 조심하면서 작업하면 결국 음악도 더 좋아질 거고, 양군의 가수들이 음악성과 창조성을 인정받고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어케 생각하냐...? 마 양군네하고 견주기에는 극히 초라한 경력이다만 작곡자로서 나도 표절의 함정에 빠질 뻔한 경우가 있었다. 옛날에 밴드할 때 이야긴데, 친구하고 앨범에 들어갈 신나는 펑크록 곡을 하나 만들었다. 한번만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는 좋은 멜로디가 뽑혀서 우리가 앨범의 대표곡으로 밀려고 맘먹기까지 했던 곡이다. 근데 한참 데모 테잎 만들고 있는 와중에, 씨바, 한 친구가 우연히 그걸 듣더니 80년대 초반 롤라장에서 많이 나오던 펑키타운하고 멜로디가 비슷하다는 거다. 너무 엉뚱한 곡이라서 왠 펑키 타운? 하고 웃고 넘어 갈려다가 혹시 해서 원곡을 들어 봤더니 내가 듣기에도 처음 8마디 멜로디가 똑 같은 거다. 비슷한 것도 아니고 완전 똑 같은 거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곡은 스타일도 쟝르도 펑키타운하고 전혀 다르고, 또 조금도 의도적으로 표절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하루 나절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거는 포기다. 무의식적으로 카피한 거던 우연이던 상관없다. 적극적으로 표절에서 비껴 가지 않으면 아티스트로 존재 가치가 없는 거다. 그리고 아무도 우리의 그런 항변을 이해해 주지 않을 거다. 심지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 이미 알게 되었지 않은가? 나는 아직도 한번씩, 만약 우리가 모르고 그 곡을 원래 그대로 모습으로 발표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골이 송연하다. 이미 표절 비판으로 컴퓨터 통신에 알려져 있던 나였으니 그 데미지는 더 컸을 게다. 또 한번은 멋진 기타 리프를 하나 만들었는데 버스 타고 가다가 에릭 클랩튼의 전혀 안 유명한 곡하고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곡 역시 미련 없이 버렸다. 이런 게 바로 예술로 돈 벌어먹고 살려는 자들의 숙명이다. 나는 사실 언더그라운드뮤직 동호회에 있었던 관계로 우연찮게 주변의 그런 모니터링과 지적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모든 상황을 단죄하는 것은 말 그대로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돈과 능력을 갖춘 문화 리더급의 기획사라면, 표절을 안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 자신의 소중한 음악과 소속 가수들이 표절의 멍에를 쓰지 않도록 세심하게, 적극적으로, 양심껏 대비하는 해야 되는 거다. 이건 니들이 버는 돈과 인기에 상응하는 문화적 의무다. 양군뿐 아니라 다른 기획사와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다. 표절을 객관적으로 판정하고 단죄하기 어렵다는 것은 제작자와 소비자 양쪽에 끝없이 의혹과 피해가 반복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건 만드는 쪽에서 미리 조심하는 수 밖에 없고 그런 곡을 수시로 내놓는 넘들은 여하튼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니들에게 돈 주는 소비자의 권리다. 나는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일종의 모니터링 단체를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싶다. 예컨대 음악 좀 아는 넘들 여럿한테 사전에 곡들을 들어보게 해서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 의견을 묻는, 일종의 표절 Free 인증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이렇게 해 두면 나름의 안전장치로 작동할 수 있고 공신력도 생기고, 혹시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할 말이 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내 생각엔 YG가 나서서 이걸 주도해 봤으면 싶은데, 양군 어떠냐? 이거 하면 세계 최초인데, 쿨하게 함 해보면 안 되는 거냐?
딴지일보 음악부장 파토(patoworld@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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