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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르신들, 좀 믿게 해주세요

 

2009.09.30.수요일
正定

 

예전부터 딴지스들의 최대 미덕은 심드렁함이었다. 51구역의 외계인으로부터 중국 대륙 대부분이 우리 땅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남들 말을 쉽게 믿는 사람이라면 한 방에 아스트랄한 세계로 날아가는 제보들이 판치는 곳이 딴지다.

 

로또의 비밀을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분으로부터 자기네 강아지 찾아달라는 이야기를 담은 이 메일을 몇 달간 읽다 보면 한 순간에 자신의 취재능력에 대한 자괴감이라는 주화입마에 빠져들게 되는 곳이다.

 

거기다 글의 필자가 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한 건지, 실수로 틀린 것인지 구분을 할 줄 모르는 인간 맞춤법 머쉰들의 리뷰에 까지 걸려들면 이런 분들, 오래 기자 생활하는데 지장이 많다.

 

그런 까닭에, 어지간하다 싶은 내용의 제보들은 빛의 속도로 망각해 놓는 게 건강에 이롭다.

 

아무튼 며칠 전, 이런 까라의 심드렁 마인드로 쏟아진 스펨과 미견 미묘 찾기 요청 메일들이 가득 쌓인 이 메일박스를 넘기던 중, 그 중에서도 꽤나 엽기적인 한 통의 이 메일을 읽었다. 1분 후 다음으로 바로 넘어갔지만. 그 날 들어온 메일 중에서도 황당하기로 치면 1~2등을 다루는 수준이었거든.

 

그러다 며칠 뒤에 간만의 마우스 삑사리로 클릭했던 기사와 당해 제보 메일의 싱크로율이 상당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 이거 뭔가 있는 거였다.

 

이 내용.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 자격 미달인 분이 출마를 하셨고,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제보가 본지에 배달될 즈음, 총무원장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이 기자회견(기사링크) 까지 했음에도 이게 변변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거. 뭔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조계종에서 총무원장이란?

 

다음달 10월 22일, 4년 임기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진다. 총무원장 스님이면 대단히 큰 스님이라는 거, 아마 지난 10년여 동안 청와대에서 종교 지도자들과의 조찬, 간담회 등등의 자리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았다는 것. 불교에 대해 별 지식 없고 감정 없는 분들이 기억할 ‘총무원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인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 가히 대한민국 불교계의 대통령자리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조계종의 행정수반으로 총무원 임직원은 물론 각 사찰의 주지들에 대한 임면권, 종단과 사찰에 속한 재산 감독과 처분 승인권까지 가지고 있다. 청와대에 초청 받으면 국무총리 급으로 의전을 받는 이유, 말 그대로 조계종의 대통령 자리가 총무원장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예비후보의 승적이 아리송했던 것이다. 승적, 스님들의 주민등록등본 되겠다. 언제 어느 스님 밑으로 출가하였는가를 기록하는 문서인데, 출마 예비후보자인 한 스님의 승적이 72년이었다가 69년이었다가, 다시 72년이 되셨더라고. 그러니까 민간인으로 치면 72년생이 한 동안 69년생이 되었다가 다시 72년 생으로 원위치 했던 것이다. 상병이 짝퉁 병장 계급 달았다가 다시 상병이 되는 말가리도 아니고 이게 뭐다냐?

 

문젠 이게 법랍이라는, 스님들의 짬밥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위치에서 벌어졌던 일이라는 점이다. 피선거권이 걸린 포인트에서 이게 오락가락했던 것이다. 민간인으로 이야기하자면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서 필요한 만 25세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호적을 고친 것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이 분의 향기. 근데 왜 난 저 이름이 어맹뿌로 보이지?

 

이거, 나이와 관련된 이슈가 있는 민사 계약의 경우엔 원인무효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더 깨는 건, 이게 여기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이 문제에 대해 최초 문제제기가 이루어졌던, 본지에 들어온 괴문서에선 마누라를 은닉한 문제를 비롯해 종단의 재산 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었다.

 

사실 처음 보고 황당했던 것도, 승적문제가 느슨하게 처리되기 어려워 쉽사리 믿기 어려웠던 것이 한 축이라면 그 뒤에 언급되고 있었던 마누라와 자식, 그리고 재산관리와 관련된 것들은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적은 물론이고 신상과 관련된 문제가 내부에서 공론화되고 있다면 이걸 단순히 괴문서라고 이야기하긴 어렵잖아?

 

이 괴문서의 내용,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승적에 문제가 있는 분께서 96년 강남 한정식 집 도박사건, 강남 봉은사 땅 불법 매각 건 등 종단 재산과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 그리고 몇몇 사찰에서 시주 받은 돈을 개인이 유용했다는 건, 축재한 재산의 규모가 수백억에 이른다는 의혹들이다. 이거,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하는 사안 아닌가?

 

정말 문제는 94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얼마 전, 우리 시대의 참 스승을 찾는다는 파토님의 명진 스님 관련 기사에서도 언급된 것이지만, 대한민국 불교의 역사에 있어서 94년은 매우 큰 분기점이다. 

 



94년 서의현 총무원장 퇴진 집회

 

문제의 발단은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서의현 스님이 장기집권을 획책하면서 출발했다. 총무원장의 임기는 4년, 그러나 ‘중임할 수 있다’는 조항에 횟수가 명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3선을 강행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은 모종의 비리와 관련된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한 건설회사가 군 관련된 공사를 수주하면서 약 80억원을 시주하였고, 총무원장이 이 돈을 직접 받아 정치권에 대선자금으로 지원하였다는 의혹을 받았던 것.

 

이에 분개한 젊은 학승들을 중심으로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의가 결성되어 서의현 당시 총무원장의 3선을 저지하겠다고 나서게 된다. 기억할 사람들만 기억하겠지만, 서의현 당시 총무원장은 폭력배 300명을 동원해 사건을 덮으려고 시도했다.

 

작년에 수경스님과 함께 3보1배를 하셨던 도법스님이 이 당시 맨 몸으로 폭력배들과 맞섰던 분이고.

 

이 사건은 결국 원로스님들이 젊은 스님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서 총무원장의 사퇴, 그리고 개혁회의가 6개월간 전권을 잡고 종단개혁에 나서는 것으로 종결된다. 거의 87년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였는데, 한계들 역시 적지 않았다. 21세기 불교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했으나 일부 제도개선에 그친 것, 그리고 개혁의지 자체가 폭력배들의 난입을 방치한 것에 대한 사과를 정부로부터 받는 걸로 마무리되었던 것 등이 그 한계다.

 

서의현 당시 총무원장의 개인 축재를 해결하지도 못했다. 실제로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요즘도 서의현 당시 총무원장은 심심하면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되고 있는 판이다.

 

만약 94년과 같은 형태로 불교가 돌아간다면, 명진 스님과 같은 분들께서 그런 자리에 앉으실 수도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내부 문제잖아?

 

맞다. 이거 내부 문제다. 사실 내부에서의 자정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외부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 벌어졌던 사건을 돌아보자면 조계종 내부에서의 자정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참조☞ 작년 10월 말, 교단자정센터는 스님들의 해외여행을 규제하고 종법령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는 논평을 낸 적이 있었다.

 

이 이유? 모 교구의 스님 서른 분 정도가 필리핀에서 도박장을 출입하고 바라이죄를 저질렀다는 제보가 접수되었던 것이다. 바라이, 스님들이 섹스의 세계를 탐험했다는 거다.

 

더군다나 필리핀이다. 가장 널리 믿는 종교는 천주교인 국가, 태국과 같이 불교가 널리 숭상되는 국가가 아니라 행동에 그리 큰 제약이 없는 나라에서도 소동이 일어났을 정도면 얼마나 질펀하게 노셨기에 이게 제보까지 되었겠나?

 

그럼에도 내부의 감찰기관인 호법부에서는 조사와 징계라는 상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공문 발송이라는 참 공무원스러운 방법으로 이를 덮어버렸던 것이다.

 

호법부의 이런 행태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최근 나영이 사건(아동 성폭행)과 관련해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 있다. 특히 이 사건, 교회에서 일어났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이 더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불교도 아동 성폭행과 성추행, 여신도 강간 등의 성범죄가 전혀 안 일어나는 곳은 아니다. 특히 아동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의 경우, 종교시설은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쉬쉬해서 조용히 넘어가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 성문제에 있어서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하는 교단 감찰 기관이 이렇다는 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역주행의 경험

 

2001년 수경스님은 <불교평론> 봄호에서 총무원의 권력화, 종회 계파간의 권력다툼, 승려의 세속화, 사찰의 기업화와 관련해 통렬한 비판을 쏟아낸바 있었다. 94년 정화운동이 완결되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1년 반 동안 개혁이 완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과거의 행각들을 반복하고 있는 분들이 권력을 장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참 지겹게 봐왔다.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이게 ‘불교’이기 때문이다. 자식들에게 교회를 상속하는 기독교는 이미 아웃 오브 안중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불교는, 작년 촛불에서도 촛불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108 참회문 이라는 시대의 화두를 던질 수 있었던 종교가 아닌가?

 

특히 요즘에 위장전입 정도는 고위 공직자가 되기 위한 필수 덕목 정도로 취급되는 판이라는 걸 감안하면, 작은 흠결처럼 보일지라도 이게 가카네와 같은 상황으로 가는 티핑 포인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불교의 위상은 94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었다. 87년 문어장군이 헌법 못 바꾸겠다고 했을 때도 ‘뭔 개소리!’가 아니라 맞는 말씀하셨다고 성명서 냈던 곳이란 말이지. 자기 재산 챙기고 마눌 자식까지 있는 분들이 뭔 자기 소신이 있었겠어?

 

현정부 들어서 딸랑거리는 성명서 발표하기로 순위권에 들어가시는 경제 5단체장들 마냥, 문어장군 집권 시절에 대한불교 조계종이 그 이름을 올렸던 성명서들의 상당수는 참 낯뜨겁기 그지 없는 것들이었다.

 

 

10.27 법난의 원흉이 사찰로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리더가 흠결이 있는 경우, 정권에 휘둘려왔던 그 부끄러운 역사를 조계종은 망각한 것일까?

 

 


 

 

 

요즘 분위기. 독자 늬덜이 더 잘 아는 사실이지만 맥주 안주깜이었던 노가리 장군을 넘어서 문어장군 시절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탈법적으로 KBS 정연주 사장을 자르는 걸로 시작하더니 미디어법 개정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는 판이고, 충청도의 표 이탈을 막기 위해 흠 많은 분을 국무총리에 앉히는 판이다.

 

아니, 이 해맑은 분들에게 기억나는 것이라곤 1987년 이전의 자기들에게 좋았던 세상 밖엔 없다. 참여정부 시절엔 386 데모꾼들 때문에 죽을 고생했다며 촛불집회 당시에 사람 패는 재미를 되찾더니만 이젠 8천만 원짜리 시위진압 전문 트랜스포머까지 만드시는 분들이 경찰질하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흠이 있는 분이 가장 유력한 총무원장 후보라는 현실도 이러한 세태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진행되는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과정은 위에서 다뤘듯, 매우 찜찜한 시추에이션이다. 하지만 본지 혼자서 이 내막을 다 밝히는 것은, 솔직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독자 늬덜의 열화와 같은 제보를 기다린다.

 

특히 여성 독자 늬덜, 나영이 사건을 가지고 상당히 열 받아 있는 거 안다. 가카 덕택에 기독교가 개독이 되어버린 판국에 교인에 의해 자행된 여아 성폭행으로 인한 기독교의 개독화는 뭐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이게 불교라고 해서 아주 많이 다른 판도 아니다. 여성 독자 늬덜이 사찰에서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겪었던 사례들도 많이 알려주시라.

 

구체적인 근거들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건더기가 조금 묻어 나온다고 하더라도 똥꼬 끝까지 파헤쳐보도록 하겠다.

 

 

 

종교전문기자
正定 (8thwayofdharm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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