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신(新) 기타스토리 8
좀 생각을 해 봤는데 오늘부터 기타스토리는 대략 두 파트 정도의 내용으로 진행하지 싶다. 파트 1은 기어 리뷰나 영국에서의 유학 경험담, 혹은 잔소리 내지 칼럼, 파트 2는 레슨이다. 머 하다 보면 섞일 수도 있고 뭔가 하나 빠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독자 열분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의미(의외로 유학 시절 이야기해 달라는 분이 많다)로 대략 이런 관점을 잡고자 하니 참고하시라. 말이 기어 리뷰지 해외 기타 잡지처럼 누가 나한테 리뷰해 달라고 제품을 보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비를 사서 쓸 여유는 물론 의지도 없으니 내가 갖고 있는 것들 위주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당분간은 내 기타들을 소개하는 코너로 만들 생각이다. 오늘 선보일 넘은 최근 개조한 짝퉁 잉베이 스트라토캐스터 되겠다.
기타를 처음 치던 당시 잉베이가 내게 미친 영향은 가히 지대하다. 아직도 나는 잉베이 1집과 2집은 록기타 역사상 최고의 명반들이라고 생각한다. 3집까지는 봐줄 만 했고 그 이후에는 20년 이상 실망의 연속이다만, 그렇다고 초기의 독창성이나 위대함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잉베이의 특징적인 스트라토캐스터는 오랜 세월 항상 내게는 일종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글타고 굳이 잉베이 시그너처 기타를 비싼 돈 주고 사기도 그랬고 (이미 스트라토캐스터가 2대나 있었기 때문에) 또 시그너처 모델 헤드에 그려진 잉베이 싸인이 너무 싫어서 살 맘이 안 들었다. 나는 그저 잉베이가 쓰는 기타와 같은 넘을 써보고 싶었던 거지, 굳이 나이 먹고 쪽팔리게 잉베이가 싸인한 기타까지 들고 다닐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마침 내가 오랜 세월 사용하던 88년형 크림색 스트라토캐스터의 넥이 망가진 김에, 이 기회에 잉베이 모델 비슷하게 함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아랫넘이다. 구궁...
원래 잉베이 스트라토캐스터의 5대 특징은 아래와 같다. 1. 크림색 바디 이 중 크림색 바디는 이미 있으니 스캘럽 넥을 장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직접 만들어 볼까 생각도 했지만, 어떤 물건이든 수리/개조에 나서기만 하면 회복불능 상태로 만드는 나의 가공할 손재주를 아는 주변의 강력한 만류로 결국 넥을 통째로 국내 업체에 주문했다. 다만 오리지날의 21프렛은 아무래도 불편해서 22프렛으로 하기로 했다.
사실 이전에 한번도 스캘럽 넥을 쳐본 적이 없는지라 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느낌이 영 아니라던가 아예 칠 수 없다던가... 근데 실제로 이걸 쳐보니 손에 너무 잘 맞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20년 전에 살 걸 왜 여태까지 이러고 있었나 싶을 정도. 하지만 전혀 느낌이 안 맞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혹시 시도해 볼 분들은 반드시 어디서 빌려서라도 미리 꼭 쳐보시기 바란다. 앞에서 말했듯 이 넥은 펜더가 아니고 국산 짝퉁이지만, 바디가 펜더이다 보니 그냥 펜더 로고 구해서 붙여 달라고 했다. 큰 죄는 아니리라...
이제 픽업만 바꾸면 진정한 잉베이 펜더 짝퉁이 완성되지만 돈이 없어서 아직 몬했다. 언제 할지 모르지만 이건 나중에 다시 알려 주마. 근데 놀라운 건, 픽업도 바디도 그대로인 상태에서 단지 넥을 스캘럽하고 브래스 너트에 점포 프렛 단 것만으로도 기타 소리가 엄청나게 변했다는 거다. 잉베이스럽게 변했다고나 할까? 펜더 특유의 딸랑딸랑 울리는 맑은 소리가 덜해진 대신 굵고 컬컬한 톤이 되었다(그렇다고 깁슨 험버커 기타 같은 소리가 나는 건 물론 아니지만). 느낌상으로는 픽업을 안 바꿔도 이미 상당히 오리지날에 근접한 사운드인데, 돈 들여서 굳이 바꿔야 하는지 좀 고민을 해 볼 생각이다. 굳이 잉베이 곡을 칠려고 만든 기타는 아니니까 말이다. 근데 확실히 이걸 갖게 되니 잉베이스러운 연주를 많이 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오랜 만에 그 옛날 알카트라즈 곡들도 좀 디비보고... (투 영 투 다이 투 드렁크 투 리브, 난 이곡 제목이 너무 좋았다)
이제 오늘의 레슨. 지난 시간에 펜타토닉 다섯가지 포지션의 부분 연결과 응용은 좀 시도해 보셨는가? 시시해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함 연구해 보라고 다시 잔소리하고 싶다. 그것만 잘 해도 지금까지 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색깔의 연주가 가능하다는 점, 믿으셔야 된다. 오늘은 펜타토닉 쓰임새를 좀 더 알아보자고 말씀 드렸다. 그럴려면 약간의 음악 이론이 나올 수 밖에 없으니 미리 그런 줄 알자. 어쩌겠냐. 펜타토닉의 장점이자 문제점은 이넘이 단 5개의 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서양 음계는 도레미파솔라시 7개에 도샵레샵파샵솔샵라샵의 5개 합쳐서 12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5개 밖에 쓰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분명한 색깔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표현을 위한 도구로서의 음의 종류가 무척 한정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서 에이 그럼 다른 음도 다 치면 되지 머 하고 말하는 넘이 있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되면 다른 스케일하고 아무 차이도 없어지고 더 이상 그건 펜타토닉이 아니다. 요컨대, 음을 늘려 가더라도 펜타토닉이 가진 장점과 색깔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음들을 골라서 사용해야 하는 거다. 그럼 그런 음들은 뭘까? 아래 두 개의 악보를 순서대로 함 쳐보자. ●악보 1 ●악보 2 차이가 나는 것은 3번줄 14프렛과 15프렛의 한 군데 뿐이다. 그러나 두 연주의 색깔은 상당히 다르다. E 마이너 펜타토닉으로 대충 치다가 이 두 개를 쑥 한번 집어넣어 비교해 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후자의 것이 조금 더 세련되고 긴장감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럼 이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접근해 보자. 먼저 아래는 우리가 아주 잘 사용하는 E 마이너 펜타토닉이다. E G A B D 이걸 음정으로 표시하면 이렇게 된다. 1st b3rd P4th P5th b7th 이런 음정관계를 이해 못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 보는데, 옛날 내 기타스토리 어딘가 보면 한두 번 정리를 했지 싶다. 아니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설명하는 대로 죽 들어 보시라. 암튼 무척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이것들이 우리가 주로 쓰는 마이너 펜타토닉의 기본 음들이라는 뜻이다. 그런 관점에서 위 악보 (1)은 B D B A 가 되니 정확하게 펜타토닉 음들 중 3개만 쓰고 있다. 그러나 악보 (2)는 B D B Bb(혹은 A#)이 되어 펜타토닉 음을 벗어난 Bb을 포함하고 있다. 이건 음정으로는 b5th 가 된다. 너무 어렵다 싶으면 아래의 포지션을 보시라.
지난 시간에 다뤘던 포지션 1이다. 다른 점은 바로 푸른색 음들인데. 3번줄에 있는 것이 방금 우리가 쳤던 Bb음, 즉 b5th 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5번 줄에 있는 건 그 한 옥타브 아래다. 역시 같은 식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형태를 블루스 스케일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펜타토닉에 음 한두 개 붙인 것에 새로운 스케일 명칭을 붙여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저 음을 잘 사용하면 일반 펜타토닉보다 훨씬 맛있는 연주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얼마나 원활하게 구사하느냐가 펜타토닉을 자주 치는 헤비메탈 연주자와 진짜 블루스 혹은 블루스 록 연주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한편, 음악적으로는 다르지만 같은 핑거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위치가 있다. 일단 아래 두 개의 악보를 비교해서 연주해 보자. ●악보 3
먼저 악보 3을 기준으로, 앞의 악보 1, 2,와 같은 E 키라고 봤을 때 이건 몇 번째 포지션일까? 여기서 떠듬떠듬이라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 열분들 펜타토닉 포지션 공부 더 해야 된다. 글타. 포지션 3. 운지로 보면 아래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빨갛게 칠해 놓은 부분이 바로 악보 4에서 짚고 있는 음이다. 이건 음정상 M7th 가 되는데 당근 펜타토닉 음은 아니다. 그러나 빠른 연주 속에서 이런 식으로 삽입하면 앞의 b5th 와 함께 일반 펜타토닉에서는 나오지 않은 묘한 긴장감을 만들 수 있다. 운지도 아까와 똑같고 쉽기 때문에 활용하기 상당히 편하다. 자, 이제 열분들의 과제는 평소의 연주에다가 의식적으로 이것들을 삽입해 보고 사운드와 운지에 익숙해 지는 거다. 그리고 나서는 거의 자동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에 익혀 두자. 그런 다음에는 다른 포지션에서도 b5th 음과 M7th 음을 찾아서 한번 응용해 보자. 그러다 보면 오늘 나온 것과는 또 다른 느낌들의, 자기만의 펜타토닉에 대한 독특한 접근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 명심할 점은, 이런 음들은 다른 음으로 진행하기 위한 경과음으로 짧게 쓰는 거지 길게 붙잡고 있으면 이상하게 들리기 쉽다는 거자. 예를 들어 게리무어 ‘파리잔 워크웨이즈’의 롱 톤 같은 걸 이런 걸로 죽 뽑고 있으면 완전 망가지는 거란 이야기다. 사실 8분음표 이상의 길이로는 안 내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짓을 할 리가 있냐고? 선후배 친구들 중에 그런 오류에 빠진 사람 한 둘 본게 아니다. 연주하는 자기는 스스로의 음들을 객관적으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막상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원칙과 이론을 이해하면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요거 다음 시간에 마지막으로 조금 더 하자꾸나.
딴지 전임 오부리 파토(patoworld@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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